놀이와 연극으로 만나는 역사 수업 - 재미와 역동이 넘치는 준호샘의 역사 수업 이야기
서준호 지음 / 지식프레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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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을 주로 하던 3,40대에는 나도 역사수업에 관심이 많아 꽤 열심히 책을 읽으며 준비했었다. 최근 몇년간은 5학년을 맡지 않아서 역사수업의 기억이 저편으로 좀 멀어져있다. 이 책을 손에 잡으니 오랜만에 추억을 손에 잡은 느낌이다. 추억이라고 해서 내 수업이 이와 같았냐면 그건 아니고^^;;;; 나에게 가장 부족한 '역동성'이 가득 들어 있어 취약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발간 소식이 매우 반가웠던 이유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서준호 선생님의 전문영역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중 널리 알려진 것이 '놀이'인데 이 책은 역사와 놀이의 콜라보라 하겠다. 단순한 놀이보다는 연극놀이가 대부분이다. 제목은 책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심플한 작명으로 했다. <놀이와 연극으로 만나는 역사수업>

본 수업 전에 역사를 보는 관점을 점검해보는 저자의 시도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역사에는 시련이 매우 많다. 시련에 초점을 맞추면 '불쌍하다'가 될 것이고 극복에 초점을 맞추면 '대단하다'가 될 것이다. 얼마전 1회성 특강으로 강사님이 한국사개관? 같은 수업을 해주신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불쌍해요? 하면서 어찌나 신파적인지 좀 민망하고 속이 탔었다. 그런가하면 난 국뽕수업도 좋아하지 않는다. 자랑스러움도 근거가 확실해야 하는 것이고 과거가 꼭 자랑스러워야만 현재가 의미있는 것도 아니다. 이 책에서 제시한 두가지 활동(우리나라가 사람이라면, 생명의 물줄기)은 그런 면에서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활동들은 그동안의 저서에서 소개한 활동들을 새롭게 변형, 적용한 것이 많았는데 눈에 익은 활동을 만나니 반갑고, 접근에 두려움이 줄어든다. 새로운 기법을 계속 추가하는 것보다 알고있는 기법들을 응용하고 확장하는 것이 활용성이 훨씬 높다. 저자 정도나 되니 이 책 안의 활동들을 모두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이지 나는 그렇지 못하다. 긴가민가 하는 기법을 100개 알고 있는 것보다 자다가도 튀어나오는 기법 10가지를 갖고 있는 것이 훨씬 낫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기법으로 정착시킬 것은 무엇이 있을까 꼽아보면서 플래그를 붙여가며 읽는 방법도 추천한다. 초등 교육과정에선 지도 순서가 동일하니 이 책을 지도서처럼 옆에 끼고 그대로 따라해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저자와는 페친이기 때문에 가끔 올리시는 수업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진 안에서 아이들은 소품으로 분장하고 있었고(소품은 어려운 게 아니고 보자기 정도의 주변에 있는 것들), 몰입하고 열광하고 있었다. 그 힘이 무엇일까. 바로 서사 안에 학생들을 몰아넣는 것이다. 서사의 힘은 정말 놀랍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일단 서사 속에 들어가게 되면 수업은 더이상 딴세상 이야기가 아닌 본인의 상황이다. (과열을 주의시켜야 할 정도^^;;;) 역사적 공감이 충분히 일어나며 지식도 훨씬 효과적으로 기억하게 된다.

대표적인 수업이 삼국의 통일 과정인데, 일정기간 동안 학생들은 특정 나라의 특정 신분 국민이 되어야 한다. 동의에 의해 추첨으로 나라와 신분을 뽑은 후 모인 국민들은 힘을 모아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한 대결에 동참해야 한다. 그 대결은 교사가 운영의 묘를 발휘하면 되는데, 저자는 자기나라 자랑대회, 장수들의 힘겨루기, 고백신 골든벨 등을 진행하셨다. 대결을 준비하는 동안 자발적인 학습이 왕성하게 일어나게 되어 정말 좋은 활동인 것 같다. 나도 이대로 해보고 싶다. 널리 알려진 고백신 피구를 체육시간에 추가하면 딱이고, 이때 나당연합군을 설정해 그당시 상황을 확실히 체감하도록 한다.

후삼국통일과 고려 건국도 이렇게 역할을 부여해 실제감을 높인다. 팀을 짜는 과정에도 교실놀이백과에 있는 놀이를 활용하여 사소한 과정 하나에도 흥미와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했다.

임진왜란의 전투에서 전력이 훨씬 기우는데도 전략으로 승리하는 장면을 체험하는 방법도 기발했고, 조선후기 서민문화를 국어, 미술 교과와 연계해 다양하게 체험해보는 수업도 좋아보였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전쟁 소재가 많고(역사의 주요 사건은 아무래도), 신문지공 등을 활용하여 모형전투를 벌이고 당시 상황을 체감케 하는 활동들도 나온다. 이런 활동이 서준호 선생님처럼 깔끔하고 딱떨어지게 되지 않을수도 있다. 저경력 선생님들은 혹시 처음에 생각만큼 되지 않더라도 바로 포기하지 않으시길 조언드린다. 일단 이 모든 활동이 학습의 과정임을 인식하고 '열정적이되 장난스럽지 않게' 참여하도록 하는 노하우, 활동의 흥분에서 침착한 사고로 바로 전환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고경력인 나도 솔직히 자신있진 않은데, 한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니 꾸준함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뒤로 갈수록 주요 사건과 그에 알맞은 활동을 짜는데 고심을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속선상에 있는 역사에서 어떤 부분을 뽑아 집중적인 활동을 할지, 이 활동 안에 어떤 의미를 담고 무엇을 느끼게 할지 결정하려면 일단 역사 자체에 집중해야 했을 것이다. 삼국-고려-조선-일제강점기-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하며 끌어온 과정이 볼수록 대단하게 느껴졌다. 독자 교사들은 책을 읽으며 이 점에서 크게 시간을 벌 수 있다. 모든 역사적 사건을 다 놀이와 연극으로 지도하기에는 시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중에서 흐름상 중요하면서도 역동적 활동으로 짜기에 적절한 사건을 골라야하고, 역사적 공감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활동으로 수업을 짜야한다. 이 책을 참고하면 그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교사들의 실천과 기록은 그래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이해에는 본문 뿐 아니라 사진의 역할도 지대했다. 저자가 사진에 진심인 것은 그의 이전 저서에도 잘 나와있는데, 이 책에서도 사진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진에 대사나 인물설정, 간단한 상황안내 등을 글자로 넣어놓으니 본문에서 다 파악하지 못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고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한 번 읽고 남한테 물려주어도 될 책이 있는가하면 절대 그럴 수 없는 책이 있다. 역사수업 학년을 맡았다면 이 책은 절대 못 빌려줘!ㅎㅎ 서준호 선생님이 활짝 피워 놓은 꽃 위에 여러 선생님들의 집단 지성이 더 다양하게 꽃피우는 장면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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