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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물 옆에 콩짱 옆에 깜돌이 - 2022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ㅣ 봄볕어린이문학 21
이소완 지음, 모예진 그림 / 봄볕 / 2022년 1월
평점 :
작가 성함이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전작 제목을 보니 희미하게 떠오른다. 읽어봤던 것 같은데....? <잃어버린 겨울방학>이라는 책이다. 연도를 보니 20년 전이야.... 기억이 희미할 만도 하네. 그때는 지금처럼 리뷰를 꾸준히 쓰던 때도 아니어서 적어놓지 않았더니 거의 잊어버렸다. 그래도 표지그림을 보니 생각이 난다. 많이들 추천하시는 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책과의 사이에 나온 작품이 없다. 공백이 무척 길었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펼쳤다. 오! 전작이랑 느낌이 다르네?
모예진 작가님의 표지그림처럼 환하고 따뜻한 작품이다. 전작은 좀 어두운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기억이 확실치 않다^^;;) 이 책에도 아픔이 없지는 않지만 따뜻한 햇살로 치유되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어서 좋았다. 책의 취향에도 성격이 반영되는지, 걱정과 불안에 취약한 나는 참혹하고 서늘한 느낌보다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내가 뭐 훈훈하면 무조건 오케이는 아니야! 이 책의 전반부를 읽으며 작가님에게 드는 느낌은 ‘등장인물을 좋아하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네’ 라는 거였다. 등장인물에게 호감을 느끼면 책이 맛있어진다. 맹물, 콩짱, 그리고 깜돌이 모두 친근하고 정이 갔다. 맹물과 콩짱은 아주 어릴때부터 친한 동네 친구고, 깜돌이는 이름에서 짐작하다시피 사람은 아니고 강아지다. 맹물과 콩짱이 번갈아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양쪽의 심리묘사를 하기에 좋은 방식이다.
둘의 별명은 서로가 지어준 것이다. 싱겁고 눈물 많아서 맹물. 여자아이고 엄마가 항암치료 중이라 가족 모두가 힘들다. 콩알만 한데 짱짱하다고 콩짱. 남자아이고 아빠랑만 산다. 이혼 후 엄마는 본지 오래됐다. 이웃 얼쑤 아저씨는 형님네 아기들이 어려 깜돌이를 맡아 돌보고 있는데 임용시험 준비 중이라 제대로 산책을 못시키고 있던 중 맹물과 콩짱을 만났다. 이렇게 하여 제목의 주인공들이 모두 등장했다. 맹물 옆에 콩짱 옆에 깜돌이.
이 주연들만 사랑스러운 게 아니고 조연들도 매력적이다. 산책길에 만나 강아지 훈련에 노하우를 전수해 주신 할머니.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19년을 키운 개 코코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살고 계셨다. 얼마나 허전하고 외로울지 상상이 안 갈 정도인데, 할머니는 나름 꿋꿋이 살고 계셨다. 아이들을 만나 여기저기 함께 산책을 하는 모습이 좋아보인다.
“여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을명당이란다. 혼자 오다가 같이 오니 더 좋구나. 깜돌아 고맙다! 맹물, 콩짱, 고맙다!”
또 한 조연. ‘그냥 씨’가 있다. 옷가게를 하는 뽀글머리 아줌마인데 ‘그냥’이라는 말에 상처가 있는 콩짱은 처음엔 아줌마를 오해하고 싫어했었다. 하지만 세상 착하고 악의없는 이웃. 이분도 따뜻한 서사에 한몫을 한다. 가장 내어주기 힘든 ‘공간’을 내어주는 중요한 역할.
엄마와 헤어져 산골에 들어가 있던 동안 콩짱이 키웠던 늙은 유기견 ‘탱이’ 이야기가 가장 찡했는데, 그 아픈 경험으로 콩짱은 깜돌이를 더 잘 보살핀다. 하지만 깜돌이에겐 원주인이 있었지. 또다시 찾아온 이별. 하지만 완전한 이별은 아니게 인물들은 잘 연결된다. 아이들이 각 가정의 고난에도 불구하고 이웃들의 연대로 견디고 일어나는 것. 이 작품에 대하여 나는 왜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아무리 작품 속 일이지만 그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아서?
요즘 동화에 많이 나오는 반려동물 이야기, 엄마의 투병과 부모의 이혼이라는 아이들의 아픔, 이들과 얽히고 연대하는 이웃들의 이야기. 어찌보면 흔한 소재에다 일부러 해피엔딩으로 몰고간 평범한 이야기 같지만, 읽어보면 왠지 참 좋다. 이런 이웃들을 실제로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작품에서라도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소외와 단절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텐데 그렇다고 연결과 연대를 추구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으니. 나고 그렇고.
아이들에게 이 봄볕같은 책을 권해주고 싶다. 중학년에게 가장 적당할 것 같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은 이야기니 고학년도 괜찮다. 독서수준만 된다면 저학년도 물론. 아이들이 이 책의 표지같은 색깔 속에서 자란다면 세상이 행복할 텐데 지금 아이들이 보는 색은 어떤 색일까.
(어 근데 쓰고보니 출판사 이름이 봄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