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어린이 연극 1~4 세트 - 전4권 재미있다! 어린이 연극
진형민 외 지음, 이주희 외 그림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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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장의 수요에 따른 출판사의 기획성 도서라는 의도가 물씬 풍기는 책이다. 그렇지만 한 권 한 권의 내용은 아주 귀했다. 순수(?)하기도 하고.^^;;; 수요에 맞추느라 급조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필진들의 역량과 경험과 내공이 탄탄해서일 것이다.

1권 <우리 같이 연극할래?>는 총론이자 안내서 같은 책이다. 산딸기 초등학교의 연극반 아이들이 연극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펼쳐지며 연극의 요소들과 연극에 필요한 것들, 준비와 연습, 공연에 이르는 과정들을 알려준다. 오진주를 비롯한 연극 동아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빛깔에 맞는 역할을 맡아 기여하며, 한마음으로 연극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도전의식을 준다. 마지막 장에는 색다른 연극(인형극, 그림자극, 낭독연극)에 대한 간단하지만 알찬 정보도 들어 있다.

2권부터 4권까지는 세 명의 작가가 쓴 희곡집이다. 그동안 아이들과 해볼만한 대본을 구하기 어렵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이 대본들로 상당히 해소가 될 것 같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어린이 희곡 시리즈도 좋은데 이 책들도 좋다. 특히 교실연극임을 감안하여 난이도를 낮추고 길이도 짧게하여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신경쓴 점이 돋보인다.

2권 <옛날옛날 어느 마을에>는 1권을 쓰신 진형민 작가의 희곡집이다. 창작희곡은 아니고 옛이야기 각색이다. 초등학교 연극에서 옛이야기는 가장 접근하기 무난한 장르다. 그런데 옛이이기를 연극으로 만들겠다고 아이들이 각색을 하면 옛이야기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서 해설이 80%가 되는 대본을 만들어내곤 한다.ㅎㅎ 이 책은 극 내용을 대사로 이끌어 가려면 어떻게 하는지 잘 보여주어, 대본 자체로서의 활용도 뿐 아니라 각색을 어떻게 하는지 참고하기에도 아주 좋다. 예를들면 이 책에선 주인공들 대사의 공백을 재주꾼1,2가 채워주며 극의 흐름을 돕는다.

3권 <이상한 게임>은 창작 희곡이다. 작가인 오세혁 님은 희곡작가이자 연출가라고 한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 명성을 듣지는 못했지만 저명하신 분이 어린이책 작업을 하신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가장 능력있는 이들이 가장 어린 사람들을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실린 희곡들은 정말 맘에 들었다. 연극으로 구현될 것까지 생각하기 전에, 그냥 문학으로도 충분히 좋을 만큼. 세 편이 담겼는데 모두 '이상한'으로 시작한다. 이상한 게임, 이상한 올림픽, 이상한 고백. 아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목일 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잘 담았다. 아주 건전하나, 아주 유쾌하고 신선하게. 연극으로 무대에 올린 모습도 꼭 보고 싶다.

4권 <노랑이와 백곰>은 김중미 작가가 썼다. 작가의 동화 <모여라, 유령인형극단>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게 작가가 공부방 아이들을 데리고 공연을 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라고 했다. 그러고보면 이 시리즈 중 한 권을 김중미 작가가 맡은 것은 아주 당연해 보인다. 특히 본인의 오랜 경험을 살려 인형극 극본으로 쓴 것이라 더 특별하다. 두 편이 담겨있다. 첫편 제목이 '노랑이와 백곰'. 노랑이도 백곰도 어디선가 들어본듯 한데.... 작가의 <꽃섬 고양이>라는 단편집에서 노랑이는 '꽃섬고양이'에, 백곰은 '안녕, 백곰'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두 작품이 섞여 새롭게 탄생된 희곡이라 하겠다. 두번째편 '차복이 이야기'는 저승차사의 실수가 만들어낸 흐뭇한 에피소드다. 이 작품도 옛이야기를 각색한 것으로, '남의 복을 빌린 사내'라는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다.

이 시리즈가 나온 걸 보고 1권 먼저 사보고 결정할까...? 하다 에라 모르겠다 4권을 모두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잘한 결정이었다. 일단은 학급문고에 넣고 희곡 자체를 즐기게 해본 후, 관심이 생기면 슬슬 연극으로 유도.... 될까?ㅎㅎ 어쨌든 요즘 어린이책 출판사와 학교는 어떤 의미에서 약간 공생하는 느낌이다.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 주시는 분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나도 그만큼 고민하고 노력해야겠구나 다짐을 해본다. (넘 심하진 않게ㅋ) 이렇게 오늘도 즐거운 교실을 궁리하며!! 이 불안한 시기를 견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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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없는 뽑기 기계 - 2020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곽유진 지음, 차상미 그림 / 비룡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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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 분량의 짧은 동화인데 그 안에서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한다. 화자인 희수의 상황을 처음에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면 알게 된다. 이야기가 짧으니 물론 금방 알게 된다. 그 상황은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상황 중 가장 슬픈 것이라 보면 된다. 하지만 봄날의 햇살처럼 따사롭게 전개되며 마침내는 희망을 보여준다. 살아있고 살아가야 하니 어찌하든 희망을 붙잡아야 한다. 그 희망은 내면에서도 나오고, 주변에서 보내주는 마음으로 함께 완성된다.

 

희수가 아빠 바지를 헌 옷 수거함에 넣는 장면이 첫 장면이다. 평범한 일상일 수 있는 이 행위가 희수에게는 마음이 무너지는 일이었던 것이다. “난 이상한 마음이 들었어. 바지가 내 배 속에서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거든.”(5)

 

분명히 확인했던 주머니에서 이상하게도 500원짜리가 떨어지고, 희수는 고개를 갸웃하지만 그걸 가지고 문구점 앞으로 간다. 거기에는 뽑기 기계가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인 꽝 없는 뽑기 기계는 아니다. 그건.... 판타지의 공간에서 나온다. 희수 앞에 나타난 남자아이는 희수 손을 잡고 문구점 앞으로 데려간다. 그 앞에 있었다. 꽝 없는 뽑기 기계!

 

희수는 1등을 뽑았고, 상품은 문구점 안 상자에 담겨 있었다.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은 다이노폴리스 로봇 같은 값나가는 물건이 아니었다. 아주 후줄근한 헌 물건.... 희수는 그걸 가져와 서랍에 넣는다.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순간... 희수의 상황이 파악되고 독자는 소름이 돋게 되지.....ㅠㅠ

 

두 번째 꽝 없는 뽑기 기계로 간 날에는 처음의 남자아이는 없고 여자아이가 있었다. 여자아이는 유쾌했고, 크게 웃어 주었고 용기를 주었다. , 그때 알아버렸다. 판타지 공간에서 만난 두 아이는 누구인지. 가슴이 먹먹하다.

 

선택적 함구증에 걸린 희수에게 전처럼 따뜻하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는 이웃집 영준이와 영준이 엄마. 교대로 희수 자매와 함께 지내 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그리고 함께 아픔을 겪은 언니. 이들과 함께 시간이 흐르며 희수는 조금씩 조금씩 나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등교하게 된 날, 열어젖힌 교실 문 안쪽에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친구들의 모습이 눈부시다.

와아~ 희수 학교 왔다!

영준이와 아이들이 내게로 몰려왔어.” (66)

 

66쪽짜리 짧은 저학년 동화에 어쩜 이렇게 무거운 인생의 아픔을 담았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픔과 슬픔이 어른들의 전유물이던가? 그렇지 않다.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과제는 치유다. 그건 본인의 몫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몫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여러 사람들에게 참 소중한 책이 될 것 같다.

 

아주 흔한 활동이지만, 우리반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 보라고 하고 싶다. 발신자와 수신자는 마음이 가는대로 정해서. 독자가 희수에게, 희수가 판타지 속 남자아이에게, 판타지 속 여자아이가 희수에게 등 여러 방향으로 쓸 수 있겠다. 문학작품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이 공감과 이해라면, 그것으로 우리 사는 세상이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거라면, 이 책은 그 몫을 훌륭히 한다. 엄혹한 추위가 아닌 따뜻한 봄날의 슬픔. 안 슬플 수는 없지만 함께 해서 견딜 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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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마음을 잇는 교사의 말공부 함께 걷는 교육
천경호 지음, 김차명 그림 / 우리학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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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진정되는가 하고 몇가지 모임과 연수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있더니 세상에, 진정은 커녕 개학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이마당에 모든걸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4인이 모이는 독서모임. 소규모인데 괜찮겠지? 싶었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워 닫힌 공간을 피하고 근린공원에서 모였다. 마스크 쓰고.ㅠ

이 책을 역할극처럼 읽었다. 한챕터씩 읽을 때마다 막간의 침묵시간이 존재했다.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이나 누군가의 얼굴이기도 하고, 자책이기도 공감이기도 했다. 춥고 엉덩이가 시려서 끝까지 읽진 못하고 제목에 끌리는 몇챕터만 우선 골라서 읽고 다음을 기약했다.

1장 제목은 '의미를 묻는 너에게'이다. 장마다 10여개의 대화문(교사와 학생의 문답)이 있고 사이사이에 천샘의 코멘트가 나온다. 1장에는 '아이들에게도 의미가 중요하다' 라는 글이 있는데 이 글에 선생님들이 많이 공감했다.
"내가 하는 행위에 높은 수준의 의미가 있다고 여기며, 그 의미를 상기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는 그 일이 어렵고 힘들어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반면 행위의 의미가 낮은 수준이라고 여길 때는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의미가 곧 나의 정체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자아 정체성과 자아 존중감이 낮은 수준의 의미와 연결되면, 이 둘은 불일치하게 되고 개인이 하는 행위의 동기가 사라진다." (24쪽)

정말로 아이들은 의미를 구한다. 때로는 생트집 같아서 짜증날 때도 있다.(딴지 거는게 습관인 아이도 없진 않다. 그것도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그것이 교사의 역할인 것을. 끊임없이 의미를 캐내어 설득하고, 또 실제로 의미가 있을 수 있도록 내용을 채워 주어야 한다. 학교에 오는 것, 책을 읽는 것 등에 대하여 의미를 차근히 설명하는 천샘의 대화를 읽으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대화'라는 낱말을 끌어올려 '교육'과 연관지어 보았다. 대화가 곧 교육은 아니다. 하지만 대화없이 이루어지는 교육은 없다. 마음의 연결 없이 이루어지는 교육은 겉돌 뿐이고, 그 연결을 이루어주는 것이 '대화'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스스로 해내고 싶어하고, 잘하고 싶어하고,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주기를 원한다. 스스로 해내도록, 잘 해내도록,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기회를 주는 일, 그것이 바로 대화의 목적이다." (57쪽)
"자기 내면의 자기실현 경향성, 자기 결정성이 있음을 확인시키는 일이 바로 '대화'의 목적이자 훈화와 구분되는 점이다." (89쪽)

이 책은 바로 이런 '대화'를 담은 책이다. 순하고 차분하다고 평가받는 내게도 말의 공격성이 있다. 도발하거나 생떼쓰는 아이의 말을 누르려는, 받은 것만큼 돌려주려는 본능이 내 안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대화를 읽으며 속에 치받혀오르는 걸 느끼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모임샘들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고 공감의 뜻으로 함께 웃었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감정일 수 있으나 그게 교육에 방해된다면 조절해야 하는 것이 교사의 본분일 것이다. 말하자면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다. 교사의 말공부.

대화문을 읽다가 장난끼 있는 한 쌤이 마지막 아이의 대사를 이렇게 바꿔 읽었다.
교사 : 약속할 수 있지?
아이 : 아니요! 싫은데요?
ㅋㅋㅋㅋㅋ 우린 모두 웃었다. 교육이 시나리오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길이 조금씩 열리고 넓어질 것이다. 그 쌤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가 반대로 말한다 해도 이미 말은 그 안에 들어갔을 거예요. 지금 당장은 인정 못해도 그말을 기억할 거예요."
맞는 말씀이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욱 하고 올라오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그 부분에서 저자의 대응이 지혜롭다. 단지 온유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기도 하다. 이걸 어째야 하나. 외워야 하나?^^;;;;
"거친 말과 행동으로 너 자신을 함부로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친구들이 너를 소중히 여길 테니까." (71쪽)
이런 말은 좀 외워놔도 좋겠다.^^

저자의 책 중 가장 얇고 가벼워 보이는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교사들의 어려움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 책이어서가 아닐까. 읽다보면 쉽긴 하되 그리 가볍지 않은 책임을 알게 된다. 소장하고 손 닿을 곳에 두는 것도 좋겠다. 아마 다시 펴서 특정 부분을 찾아보는 순간은 후회와 자책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겠지. 저자도 그러셨다고 언젠가 밝히신 적이 있다. (솔직히 잘 믿어지진 않지만.ㅎ) 타고난 것도 있다고 난 생각함. 안 타고난 사람이야 더 노력할 수밖에. 그래도 이 책이 나왔으니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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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로봇 와일드 로봇 1
피터 브라운 지음, 엄혜숙 옮김 / 거북이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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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읽다가 와 이거 영화로 만들면 대박이겠는데 싶은 작품들이 많았다. 실제로 마당을 나온 암탉 같은 국내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널리 상영되었고, 나니아 연대기나 로알드 달의 작품들은 실사, 혹은 실사가 결합된 영화로 제작되어 지금까지도 잘 활용된다. 아참, 비교불가인 해리포터도 있구나. 근데 이 책을 읽으며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이건 그냥 영환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과 동물들이 주인공이니 애니메이션이 적당하고, 캐릭터를 잘 살리면 웃음코드에 감동코드까지 대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성을 가진 로봇. 그 로봇의 사랑과 헌신에 감동하는 스토리는 생각해보면 역사가 깊은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우리집에 TV가 없던 시절에 '짱가' 라는 만화영화를 보려고 숨죽이고 이웃 친구집 신세를 졌던 기억. 짱가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자기의 목숨을 버렸지. 짱가가 죽었다며 우리는 목놓아 울었고.... 내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아이언 자이언트' 라는 만화영화를 함께 보며 웃기도 하고 감동도 받았었지. 같은 맥락의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몹시 새롭다.

새로움의 키워드는 '와일드'다. 인간을 위해 제작된 로봇은 인간이 없는 무인도에 표류된다. 그리고 호기심 많은 동물들에 의해 활성화된다.
"안녕하세요? 저는 로줌 유닛 7134입니다. 로즈라고 불러도 좋아요."
이렇게 깨어난 로봇 로즈는 원래 입력된 정보와 지식 외에도 학습력을 바탕으로 무인도에서 살아갈 방법들을 찾게 된다. 타고난 관찰력과 학습력으로 각 동물들과의 의사소통 방법을 익히고 그들을 도울 방법들을 찾아 실행한다. 그렇다. 그녀는 동물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

가장 극적인 스토리는 그녀가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사고로 기러기 둥지와 부딪혔고 살아남은 단하나의 알을 보살피다 부화의 순간을 함께했다. 그렇게 로즈는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엄마가 되었다. 섬에는 겨울이 찾아왔고 모두 알다시피 철새인 기러기는 여행을 떠나야 했다. (이부분 '마당을 나온 암탉'과 상당히 겹친다.) 이별과 재회, 위기, 힘을 합쳐 맞서 싸움, 그리고 단념과 마지막 이별로 이야기는 종결된다. 아 그런데 이어지는 2편(와일드 로봇의 탈출)이 있다는.... 1편을 끝까지 읽은 아이들이라면 반드시 2편을 찾을만큼 강하게 끌리는 작품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적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은 왠지... 가슴을 울린다. 그게 가능한가? 혹은 그게 바람직한가? 라는 판단은 둘째치고 말이다. 왜일까. 정작 인간이 가진 감정은 순수하지도 한결같지도 않기 때문일까? 그래서 남을 돕게 설계된 로봇,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남을 도우며 사려깊고 조용한 감정으로 상대를 대하는 로봇에게서 커다란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이 책은 두껍고(280여 쪽), 그림이 많지 않으며 그나마도 흑백이다. (하지만 피터 브라운의 그림은 아주 매력적) 그래서 처음 보기엔 고학년이어야 읽을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호흡이 긴 글에 대한 독서력만 조금 갖추었다면 중학년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읽어주기라면 2학년도 가능할 것 같고. 작년에 2학년 담임을 해서 겨울나기 수업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이 책에 겨울나기(철새, 겨울잠)에 대한 내용이 꽤 큰 비중으로 들어있으니 그 즈음에 겸사겸사 읽어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기간은 꽤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빨리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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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 꿈터 책바보 19
움베르토 에코 지음, 에우제니오 카르미 그림, 김운찬 옮김 / 꿈터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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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유일한 동화책이라고 한다. 그의 유명한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진자> 같은 작품을 읽어봤어야 하는 건데. 그 수많은 작품 중에 읽은 것이 없네. 이럴때 안타깝다. ^^;;;

이 책은 120쪽 남짓에 글밥도 적어 30분이면 충분히 읽게 생겼는데 분류는 고학년용으로 되어있다.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쉽고 편한 언어로 되어있지만 전체가 상징이라 그 의미를 해석하려면 고학년에게 적당할 것 같다.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각 편은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첫 편 [폭탄과 장군]에는 '아토모'라는 원자와 장군이 나온다. 아토모는 원자폭탄 속에 갇혔다. 동화지만 핵폭발의 원리가 간단히 나온다. 아토모는 슬펐다. 그러다 결심한다. 장군에 맞서 폭탄에서 빠져나오기로. 한편 장군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다.
그러나 독자는 알고 있다. 원자들은 이미 빠져 나갔다는 것을.... 폭탄은 꽃병이 되었고 사람들은 전쟁을 없애야 할 이유를 가슴깊이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 장면 장군의 모습은 본인에겐 어떨지 몰라도 우리에겐 해피엔딩.
인류는 이제 이런 해피엔딩을 맞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일까. 평화의 소중함과 평화를 방해하는 것들에 대해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겠다.

두번째 이야기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의 키워드는 '다양성'이라고 하겠다. '다름에 의한 차별'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알려준다. 실제로 세 편 중 이 작품이 젤 웃기다. 그런데 웃기면서도 뭉클한 감동이 있다.
화성에 간 세 지구인은 모두 국적이 달라 언어가 달랐으므로 그 먼 우주에 나가서까지 데면데면했다. 그러던 그들이 어느날 한가지 동질감을 느낀 이후로부터(비결은 '엄마') 가까워지고 이해하게 된다.
이번에는 그들이 화성인을 만났다. 그들 사이에 더 큰 차이가 놓이게 되고 그로인해 지구인과 화성인은 대적한다. 마지막 순간, 그들이 동질감을 느끼게 된 이유는? (이 부분에서 뭉클)
혐오가 만연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작품은 상당히 큰 메세지를 전한다. 차이를 극복하게 만드는 동질감은 찾으면 있기 마련이다. 차이-혐오-차별로 이어지는 수렁에 빠지지 전에, 이 작품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겠다. 아주 좋은 텍스트다. 비유와 상징도 절묘하다.

마지막 [뉴 행성의 난쟁이들]에서는 환경문제를 짚고 있다. 어떤 황제가 새로운 땅(식민지?)을 찾고 있다. 지구상엔 더이상 없어 우주의 행성을 찾게 됐다. 마치 옛날 지구의 자연환경과도 같은 행성이었다. 우주탐험가는 그들에게 뻐기며 황제의 문명을 전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구의 실상을 본 난쟁이들은 사양한다. 오히려 그들이 지구에 방문하겠다고 한다.
권정생 선생님의 <랑랑별 때때롱>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마지막장에 "언젠가는 뉴 행성에 사는 난쟁이들이 정말로 지구에 올지 모릅니다." 라는 말이 우리들의 책임감을 일깨우는 느낌이다.

이렇게 세 편의 이야기는 움베르토 에코가 꼽은 '미래를 대비하는 인류의 이슈 3'이 아닐까 싶다. 평화, 다양성, 환경.
압축된 문장들에 많은 생각을 담고 있어서, 의미 파악과 이야기 나누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내용이 짧은 것도 이럴 때는 장점이다.

내가 더 생각해보고 싶은 점은 '아이들의 실생활과 연결해주는 고리'를 찾는 일이다. 상징의 의미를 찾는 것은 국어 활동으로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난다면 아쉽다. 아주 단순한 한 가지라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관념에서 끝나고 말 것이다. 우리 교실에서 평화를 깨는 일은 어떤 것인지, 우리 안에 호전적인 모습은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평화로 바꿀 수 있는지, 우리가 다르다는 이유로 선을 긋는 일에는 무엇이 있는지, 우리 안에 편견과 차별은 없는지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실천과제를 꼭 찾아야 하는 것은 3장이다. 앞의 두 주제는 생각의 전환으로도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환경문제는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 장은 구체적 자료를 더 투입해서 후속 수업으로 이어가면 좋을 것 같다. 사실은 올 동학년이 생태전환교육 주제로 꿈실 신청서를 내서(아직 당첨되진 않았음) 온작품읽기와도 연결하려고 책을 찾다가 읽게 된 것인데, 그렇게 활용할지 아직 확정은 못하겠다. 그래도 덕분에 좋은 책을 한 권 발견하게 된 건 큰 소득이다. 어떤 방식이든 아이들과 꼭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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