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로봇 와일드 로봇 1
피터 브라운 지음, 엄혜숙 옮김 / 거북이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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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읽다가 와 이거 영화로 만들면 대박이겠는데 싶은 작품들이 많았다. 실제로 마당을 나온 암탉 같은 국내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널리 상영되었고, 나니아 연대기나 로알드 달의 작품들은 실사, 혹은 실사가 결합된 영화로 제작되어 지금까지도 잘 활용된다. 아참, 비교불가인 해리포터도 있구나. 근데 이 책을 읽으며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이건 그냥 영환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과 동물들이 주인공이니 애니메이션이 적당하고, 캐릭터를 잘 살리면 웃음코드에 감동코드까지 대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성을 가진 로봇. 그 로봇의 사랑과 헌신에 감동하는 스토리는 생각해보면 역사가 깊은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우리집에 TV가 없던 시절에 '짱가' 라는 만화영화를 보려고 숨죽이고 이웃 친구집 신세를 졌던 기억. 짱가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자기의 목숨을 버렸지. 짱가가 죽었다며 우리는 목놓아 울었고.... 내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아이언 자이언트' 라는 만화영화를 함께 보며 웃기도 하고 감동도 받았었지. 같은 맥락의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몹시 새롭다.

새로움의 키워드는 '와일드'다. 인간을 위해 제작된 로봇은 인간이 없는 무인도에 표류된다. 그리고 호기심 많은 동물들에 의해 활성화된다.
"안녕하세요? 저는 로줌 유닛 7134입니다. 로즈라고 불러도 좋아요."
이렇게 깨어난 로봇 로즈는 원래 입력된 정보와 지식 외에도 학습력을 바탕으로 무인도에서 살아갈 방법들을 찾게 된다. 타고난 관찰력과 학습력으로 각 동물들과의 의사소통 방법을 익히고 그들을 도울 방법들을 찾아 실행한다. 그렇다. 그녀는 동물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

가장 극적인 스토리는 그녀가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사고로 기러기 둥지와 부딪혔고 살아남은 단하나의 알을 보살피다 부화의 순간을 함께했다. 그렇게 로즈는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엄마가 되었다. 섬에는 겨울이 찾아왔고 모두 알다시피 철새인 기러기는 여행을 떠나야 했다. (이부분 '마당을 나온 암탉'과 상당히 겹친다.) 이별과 재회, 위기, 힘을 합쳐 맞서 싸움, 그리고 단념과 마지막 이별로 이야기는 종결된다. 아 그런데 이어지는 2편(와일드 로봇의 탈출)이 있다는.... 1편을 끝까지 읽은 아이들이라면 반드시 2편을 찾을만큼 강하게 끌리는 작품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적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은 왠지... 가슴을 울린다. 그게 가능한가? 혹은 그게 바람직한가? 라는 판단은 둘째치고 말이다. 왜일까. 정작 인간이 가진 감정은 순수하지도 한결같지도 않기 때문일까? 그래서 남을 돕게 설계된 로봇,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남을 도우며 사려깊고 조용한 감정으로 상대를 대하는 로봇에게서 커다란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이 책은 두껍고(280여 쪽), 그림이 많지 않으며 그나마도 흑백이다. (하지만 피터 브라운의 그림은 아주 매력적) 그래서 처음 보기엔 고학년이어야 읽을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호흡이 긴 글에 대한 독서력만 조금 갖추었다면 중학년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읽어주기라면 2학년도 가능할 것 같고. 작년에 2학년 담임을 해서 겨울나기 수업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이 책에 겨울나기(철새, 겨울잠)에 대한 내용이 꽤 큰 비중으로 들어있으니 그 즈음에 겸사겸사 읽어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기간은 꽤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빨리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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