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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어린이 연극 1~4 세트 - 전4권 ㅣ 재미있다! 어린이 연극
진형민 외 지음, 이주희 외 그림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현장의 수요에 따른 출판사의 기획성 도서라는 의도가 물씬 풍기는 책이다. 그렇지만 한 권 한 권의 내용은 아주 귀했다. 순수(?)하기도 하고.^^;;; 수요에 맞추느라 급조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필진들의 역량과 경험과 내공이 탄탄해서일 것이다.
1권 <우리 같이 연극할래?>는 총론이자 안내서 같은 책이다. 산딸기 초등학교의 연극반 아이들이 연극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펼쳐지며 연극의 요소들과 연극에 필요한 것들, 준비와 연습, 공연에 이르는 과정들을 알려준다. 오진주를 비롯한 연극 동아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빛깔에 맞는 역할을 맡아 기여하며, 한마음으로 연극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도전의식을 준다. 마지막 장에는 색다른 연극(인형극, 그림자극, 낭독연극)에 대한 간단하지만 알찬 정보도 들어 있다.
2권부터 4권까지는 세 명의 작가가 쓴 희곡집이다. 그동안 아이들과 해볼만한 대본을 구하기 어렵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이 대본들로 상당히 해소가 될 것 같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어린이 희곡 시리즈도 좋은데 이 책들도 좋다. 특히 교실연극임을 감안하여 난이도를 낮추고 길이도 짧게하여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신경쓴 점이 돋보인다.
2권 <옛날옛날 어느 마을에>는 1권을 쓰신 진형민 작가의 희곡집이다. 창작희곡은 아니고 옛이야기 각색이다. 초등학교 연극에서 옛이야기는 가장 접근하기 무난한 장르다. 그런데 옛이이기를 연극으로 만들겠다고 아이들이 각색을 하면 옛이야기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서 해설이 80%가 되는 대본을 만들어내곤 한다.ㅎㅎ 이 책은 극 내용을 대사로 이끌어 가려면 어떻게 하는지 잘 보여주어, 대본 자체로서의 활용도 뿐 아니라 각색을 어떻게 하는지 참고하기에도 아주 좋다. 예를들면 이 책에선 주인공들 대사의 공백을 재주꾼1,2가 채워주며 극의 흐름을 돕는다.
3권 <이상한 게임>은 창작 희곡이다. 작가인 오세혁 님은 희곡작가이자 연출가라고 한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 명성을 듣지는 못했지만 저명하신 분이 어린이책 작업을 하신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가장 능력있는 이들이 가장 어린 사람들을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실린 희곡들은 정말 맘에 들었다. 연극으로 구현될 것까지 생각하기 전에, 그냥 문학으로도 충분히 좋을 만큼. 세 편이 담겼는데 모두 '이상한'으로 시작한다. 이상한 게임, 이상한 올림픽, 이상한 고백. 아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목일 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잘 담았다. 아주 건전하나, 아주 유쾌하고 신선하게. 연극으로 무대에 올린 모습도 꼭 보고 싶다.
4권 <노랑이와 백곰>은 김중미 작가가 썼다. 작가의 동화 <모여라, 유령인형극단>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게 작가가 공부방 아이들을 데리고 공연을 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라고 했다. 그러고보면 이 시리즈 중 한 권을 김중미 작가가 맡은 것은 아주 당연해 보인다. 특히 본인의 오랜 경험을 살려 인형극 극본으로 쓴 것이라 더 특별하다. 두 편이 담겨있다. 첫편 제목이 '노랑이와 백곰'. 노랑이도 백곰도 어디선가 들어본듯 한데.... 작가의 <꽃섬 고양이>라는 단편집에서 노랑이는 '꽃섬고양이'에, 백곰은 '안녕, 백곰'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두 작품이 섞여 새롭게 탄생된 희곡이라 하겠다. 두번째편 '차복이 이야기'는 저승차사의 실수가 만들어낸 흐뭇한 에피소드다. 이 작품도 옛이야기를 각색한 것으로, '남의 복을 빌린 사내'라는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다.
이 시리즈가 나온 걸 보고 1권 먼저 사보고 결정할까...? 하다 에라 모르겠다 4권을 모두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잘한 결정이었다. 일단은 학급문고에 넣고 희곡 자체를 즐기게 해본 후, 관심이 생기면 슬슬 연극으로 유도.... 될까?ㅎㅎ 어쨌든 요즘 어린이책 출판사와 학교는 어떤 의미에서 약간 공생하는 느낌이다.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 주시는 분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나도 그만큼 고민하고 노력해야겠구나 다짐을 해본다. (넘 심하진 않게ㅋ) 이렇게 오늘도 즐거운 교실을 궁리하며!! 이 불안한 시기를 견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