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요정 그림책이 참 좋아 62
안녕달 지음 / 책읽는곰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속의 환경은 나와 비슷하되 추구하는 건 완전 반대다. 음 그렇다. 난 치우지 못한 물건들에 파묻혀 살면서 그것들을 외면한다. 언젠간 저것들을 싸그리 갖다 버리고 콘도같은 집에서 살아보겠다고... 추억 따위 구질구질한 건 개나 주라고 말이다. 그 지향을 바꿀 생각은 없다. 언젠가 동료분이 자긴 옷 버리는 쾌감을 좋아한다며, 가끔 아~ 그거 지금 있으면 좋을텐데 아쉬울 때도 있지만 옷장이 헐렁한 그 쾌감이 훨씬 크다고 하신 말씀에 매우 공감한 후, 당장 옷장을 뒤져 한보따리 버린 적도 있다. 역시 버리는 쾌감은 좋았다. 아직 표도 나지 않지만. 난 아직 목마르다. 더 버릴거야. 집안 구석구석 박혀있는, 없어도 사는데 지장없는 온갖 것들을 버리고 말거야!

그렇게 버려진 것들이 쑤셔박힌 골목의 쓰레기통에서 요정은 짜-잔! 하고 세상 발랄한 모습으로 튀어올랐다. 엄청나게 큰 알이 박힌 장난감반지를 머리에 쓰고 외친다. "소원을 들어 드려요!"

참으로 겁도 없다. 남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자 그 누구란 말인가? 사람들은 그 희망의 메시지에 제대로 답하지 않고 꺄악 소리나 질러댄다. 한 남자는 겨우 이렇게 말했다. "하아.... 하늘에서 돈이나 떨어졌으면 좋겠다." 요정은 십원짜리들을 긁어모아 뿌려줬으나 남자에게 기쁨을 주진 못했다. 점점 풀죽어가다 마침내 훌쩍이는 요정의 표정이 애처롭다.

하지만 요정은 진짜로 어떤 이들에겐 '소원을 들어' 주었다. 아끼던 애착인형을 엄마가 버렸다며 우는 아이, "우리집 할머니가 좋아할 만한 게 있을까?" 하시는 할아버지. 쓰레기통에서 사는 요정도 이들에겐 웃음과 힘이 되었다. 장난감 반지를 아낌없이 벗어준 요정. 그걸 소중히 들고 가 할머니의 손가락에 끼워준 할아버지. 그 투박하고 거친 두 노인의 손.
"결혼하는 거야?"
"그래. 결혼하는 거야."
"아.... 곱네."
할머니는 치매이신 것 같기도 하고 거동이 불편하신 것 같기도 하다. 냉기가 썰렁해 보이는 단칸방에 쓰레기통 요정이 보낸 따스한 빛이 감돈다.

쓰레기통 요정과 이웃들을 어느 구석엔가 품은 이 도시는 그렇게 무심히 저물고 또 밝아온다. 오늘도 요정은 새롭게 쏟아지는 버려진 것들 속에서 "소원을 들어 드려요!"를 해맑게 외치고 있다.

'소원'이란 게 참 그렇다. 그것으로 그 사람을 조금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최고 가치가 가족인지, 돈인지, 성공인지.... 독후활동을 하다 이런 내용이 나와서 보면 아이들의 답변도 가지각색이다. 물건이 간절한 아이, 자유가 간절한 아이, 관계가 간절한 아이, 그저 욕심이 많은 아이....

어른도 비슷하다. 그런데 죽음에 가까울수록, 유한성을 체감할수록 소원은 작고 소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장난감 반지처럼.... 어린아이는 이와는 다르지만 순수함에서 뭔가 통하는 게 있을 듯하다.

난 아직 죽을 때가 멀었는지 가끔 조금씩은 속이 시끄럽다. 아직도 소중한 것을 쥐지 못한 느낌이고 왜 남들만큼의 능력이 없나, 난 왜 더 가열차게 살지 못하나 자책하기도 한다. 요정이 내게 묻는다면 대답할 말을 찾기 힘들겠다. 더구나 쓰레기 더미 속에서 말이다. "다 버리고 내집에서 손님처럼 사는게 소원이야." 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이 책 속엔 다양한 아이디어가 가득이어서 이리저리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책껍데기가 반투명 트레이싱페이퍼로 되어있는데 표지엔 온갖 쓰레기들이 그려져있다. 말하자면 책 한 권이 쓰레기봉투인 셈이다. 작가는 소중한 것의 소박함을 이렇게나 극단적인 표현으로 그려냈다.ㅎㅎ (멋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 독보적 유튜버 박막례와 천재 PD 손녀 김유라의 말도 안 되게 뒤집힌 신나는 인생!
박막례.김유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 위즈덤하우스>

하룻저녁에 책 한권 읽기 요즘은 힘든데 이 책은 그냥 드라마보듯 읽어졌다. 독서력 그런거 필요없다. 공감력만 있으면 됨?ㅎㅎ 아니다, 공감도 그냥 된다. 할머니 워낙 솔직하셔서.

난 이분이 어떻게 유명해졌는지, 얼마나 유명한지 사실 잘 몰랐다. 무슨 인공지능 가전과 입씨름하시는 광고를 보고 첨 알았고 욕쟁이 할머니신가 했는데 유명한 유튜버시라는 거다. 그러고보니 유튜브에서 눈에 띄었다. 내가 구독이나 좋아요를 누르는 유튜브 애용자가 아니라서 그냥 지나가는 요리 영상만 몇 개 보았다. 비빔국수 해드시는 영상 그런거.

책을 읽어보니 시작은 여행 동영상이었다. (주 동영상이기도 하다) 손녀딸과 함께 한 둘만의 여행에서 가족 공유 겸 시험삼아 올린 영상들이 어느날 대박을 쳤고 손녀딸은 그길로 PD겸 촬영감독으로 나섰다. 그 끝은 과연 어디인가?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신나게 진행중인 것은 분명하다.

할머니의 인생 전반부까지, 아니 후반부 직전까지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먹고살만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공부 한 자 못하고 부엌데기로만 살았다. 그러다 스무 살에 떠밀리듯 시집을 갔다. 그걸 "인생 조졌다."고 호탕(?)하게 말씀하시는 할머니. 무슨 그런 남자가 있는지, (아니다, 그런 놈이 쌔고 쌨지) 할머니는 남편 덕이란 1도 못보고 평생을 사셨다. 이젠 이세상 사람도 아닌 분이지만 미련없이 거침없이 욕을 날리는 할머니. 어차피 행복은 할머니 혼자서 찾아왔으니까.

생활전선에서 치열하게 사느라 몸고생 마음고생으로 점철된 할머니의 삶. 그런데 인생 칠십부터 시작된 할머니의 신나는 인생은 독자들의 마음에도 살랑살랑 바람을 불어준다. 누가 어느날 대박나고 너무 잘 나가면 좀 배가 아파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근데 배가 하나도 안 아프다. 이유가 뭘까? 난 70 되려면 아직도 한참 남아서?ㅎㅎㅎ

근데 착각은 금물이야. 내가 70이 된들 그런 대박이 터질 리는 없잖아. 할머니의 대박엔 나름 이유가 있다고. 로또지만 로또만은 아닌.

첫째는 할머니의 성품이다. 흥이 많고, 사람 좋아하고, 주눅들지 않고, 솔직하고, 배우기 좋아하고 적극적이고. 거기다 입담과 유머까지. 이정도면 출중한 자기 재능인 거지. 거기다 보는 것마다 감탄하는 호기심과 새로운 것을 즐기는 도전의식까지. 유라 씨의 글에도 그런 말이 나온다.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우리 할머니는 못하는 게 많아서 슬픈 사람이다. 자전거를 못 타서인지 자전거만 보면 달려가서 사진을 찍고, 영어를 못하고 배운 게 없다고 서러워한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이 있기에 할머니는 지금 연세에도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276쪽)

둘째는 손녀 유라 씨의 기획력이다. 가만 보니 그녀는 보통이 아니다. 컨셉을 짜고 그걸 표현해내고 어필까지 하는데 아주 출중한 실력자다. 어디서 일하든 부각될 것 같은 사람. 유라 씨의 실력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폭발적인 행보를 이어가진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 인생 가장 큰 즐거움은 성취감이다. 목표를 하나 세우면 그걸 깨 가는 과정을 마치 게임하듯 살고 있는 것이다." (313쪽)

그런 콜라보를 만나는 것이 인생의 행운인 것이지. 할머니는 사람이라는 콘텐츠를. 손녀는 그것을 구현해낼 기술을. 그 콜라보가 가져온 인생역전 드라마에 우린 모두 유쾌한 박수를 보낸다. 나는 비록 천하없어도 내 얼굴을 유튜브에 올리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을 거고 장래에 유라 씨같은 손녀가 생길지 알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신나는 인생의 길이 하나는 아닐 테니까. 막례쓰가 파버렸다고 샘이 말라버리진 않을테니까. 오히려 길으면 길을수록 우물에선 맑은 물이 솟아오를 테니까. 자주 쓰는 말로 <마중물>

막례쓰 선생님! 아니 막례쓰 언니!!ㅎㅎ 우리의 마중물이 되어줘요. 대박은 그만 쳐도 돼. 창작의 고통도 괴로운 거니까. 부디 즐겁게만 살아주세요. 우린 그 모습을 보며 희망을 가질테니. 물론 인생에 즐거움만 있을 수 없다는 건 언니도 우리도 모두 알고는 있지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들어 주는 개 이야기 반짝 6
이금이.이묘신.박혜선 지음, 이명애 그림 / 해와나무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각각 다른 작가의 단편 3편이 들어있는 저학년 동화집이다. 세 편을 합해 100쪽도 되지 않는데 울림은 깊다. 울림을 담을 수 있는 작가의 내공이란게 있구나 새삼 느끼며 읽은 책이다.

그 내공을 가장 크게 느끼게 하는 건 첫 편, 이금이 작가의 작품이다. 세 편은 각 종류의 반려동물들을 담았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고양이다. 제목에는 '집사'가 들어간다. <마지막 집사>

주변에 '집사'님들이 많다. 나는 아직 고양이의 매력은 잘 모른다. 정을 주어 본 고양이도 없다. 그런데 주변 집사님들을 보면 그 쏟는 애정이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거리에는 버려진 고양이들이 많지. 한때는 사랑받았던.

이 작품의 고양이도 펜션에 버려진 길고양이다. 여러 주인을 거치다 아름 씨라는 완벽한 집사를 만나 행복한 한 때를 보냈지만, 아름 씨에게 털 알레르기가 있는 남친이 생기자 결국....

이 작품은 고양이가 화자인데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고양이 마음 속을 그냥 훤히 들여다보는 듯하다. 진짜로 고양이가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름 씨가 문득문득 생각나고 그리워질 때, 그걸 애써 부정하는 고양이 화자는 얼마나 고양이스러우면서도 애틋한지.

고양이가 머무르는 펜션에 든 새 가족은 참 따뜻하다. 남매는 살뜰히 고양이를 돌보고 부모도 따뜻하게 배려한다. 아이들은 별이라는 새 이름도 지어주고, 집으로 데려가서 키우자고 조르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들은 따뜻한 상자만 남기고 울며 떠났다.
"다음에 온다는 말, 믿지 않아. 기다리지 않을 거야."
고양이의 마음 속 되뇌임이 아프다. 그때였다.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까? 제목은 '마지막 집사' 인데.^^

두번째 편은 개가 주인공이다. 제목이 <잘 들어주는 개>라니 어떤 개가 나오는 걸까? 은퇴한 안내견이었다. 보라언니의 눈이 되어 그림자같이 곁을 지킨지 8년, 노견이 된 슬기는 은퇴했다. 그런데 은퇴 후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도서관에서 '책 들어주는 개'로 살아가는 것. 순하고 묵묵하고 인내심 많은 슬기에게 딱 맞는 역할이다. 잘 들어준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여러 아이들이 슬기 앞에서 책을 읽으며 자신감을 채우기도 하고 슬기의 말없는 공감에 위로받기도 한다. 단, 이런 프로그램이 자칫 슬기를 동물원 원숭이 취급 받게 하는 건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애고 어른이고 다른 존재에 대한 배려란 조금도 없는 사람들도 꽤 있어서. 그런 사람들까지 참으라고 평생 사람을 위해 일해온 이 개한테 강요하고 싶지가 않다. 니가 듣고 싶으면 들어. 듣기 싫음 듣지 말고.... 라고 하고싶은 마음이다. 다행히 화자인 슬기는 책 듣는 게 좋단다. 아이들도 좋고. 다행이지 뭐.....

난 개가 좋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개의 묵묵함, 한결같음, 일편단심, 바보같을 정도의 기다림... 이런 걸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난 개의 마음이 좋다. 우리집 개는 개의 이런 덕성(?)을 잘 못 갖춘 녀석인데....ㅎㅎ 그래도 녀석이 집에 스며준 온기는 전에 미처 알지 못하던 것이다. 사람이 개의 덕성의 반만 닮았어도 세상이 아름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이묘신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느낌이 좋다.

마지막 편은 박혜선 작가의 <그 토끼가 그 토끼>. 현지가 키우는 두 마리의 미니토끼 토리와 미피가 주인공이다. 하도 집안을 엉망 만들어서, 일하는 엄마를 안쓰럽게 여기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토끼들을 데려가려고 오셨다. 물론 현지는 울고불고 하지만.... 근데 이런 부모님을 가진 현지 엄마는 정말 운이 좋은 거다. 노년이 되어서 자식 뿐 아니라 손주에게까지 이렇게 사랑과 도움을 주시는 어른들이라니.... 흔치 않다. 시골집으로 데려가신 할아버지는 토끼들을 마당에 풀어놓고 사료대신 신선한 풀을 먹이며 키우신다. 시간이 흐르고.... 토끼들을 보러 온 현지는 몰라보게 큰 토끼들의 모습에 울음을 터뜨린다. 자기 토끼가 어디 갔냐며.... 할머니 할아버지가 웃음을 감추며 딴청을 부리시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토끼를 키워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에 공감되는 지점이 있다. 인간의 입맛에 맞추어 사육하는 이기심에 대한 것이다. 집에서 기르다보니 사료 양을 조절해가며 작게 키우려고 애를 쓴다. 강아지도 그렇게 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린 결국 그렇게 못해서 엄청 커버렸지만... 이렇게 클 줄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니 나도 이기심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주먹 만할 거라던 토끼들은 할아버지네 마당에서 뛰놀고 풀을 먹으며 훌쩍 자라 버렸다. 그 모습에서 현지가 자기 토끼 아니라고 애정을 거둔다면 진짜로 사랑했던 게 아닌거지. 솔직히 내 생각에 진정한 주인은 할아버지가 아닐까 한다.^^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요즘 들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여러 측면에서 다룬 작품들이 고루 필요하겠지만 이 책은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읽고 공감하기에 적당한 수준의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짧지만 재미있고 너무 비극이 아니면서도 생각할 점을 남긴다. 저학년이 아니라 어른인 나도 재미나게 읽었다.^^;; 아이들 각각의 경험치가 달라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1가지 책 사용법 저학년은 책이 좋아 8
박선화 지음, 김주경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읽기를 권하는 책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 동화가 많다는 사실은 확실히 안다. 내가 읽어본 것만 해도 꽤 되니까. 이 책도 그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또다른 각도에서 이 책은 시장논리에 의해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에 대해 말한다고도 볼 수 있다.

시장님은 마을에 큰 도서관을 지었다. 하지만 갈수록 실망스러웠다. 돈이 되지도 않는데다가 파리만 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님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도서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쇼핑몰을 짓겠다고 공언한다. 사서선생님은 눈물을 머금고 마지막 독서캠프를 준비한다.

마지막 캠프는 성황리에... 열리기는 커녕 참가자가 없었다. 빨리 정리하고 싶은 시장님이 손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참가자가 한 명 왔으니 바로 책 읽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염소 매리엄이었다. 한 명의 참가자를 위해 사서 선생님은 캠프를 진행한다. 다양한 책놀이에 빠져가고 있던 매리엄은 "쓸모없는 책" 운운하는 시장님 말에 발끈하여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책이 얼마나 쓸모가 많은데요! 아마 100개하고도 1개쯤은 더 있을걸요!"

이리하여 매리엄은 시장님과 내기를 하게 되어버린 거다. 일주일 안에 책의 쓸모를 101개 찾으면 도서관를 없애지 않는 걸로. 주인공의 이런 위기 상황. 이건 독자들에겐 몰입 상황이지.^^

나 또한 101가지가 어떤걸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정말 공감가고 고개 끄덕일 것도 있었고 이건 쫌 아닌데 싶은 것도 있었다.^^;;; 일단 책의 물적 상태를 이용한 것은.... 이것도 책의 쓸모라면 쓸모지만 그걸 진정한 쓸모라 할 수 있을까? 뜨거운 냄비 받침이라든가 컵라면 뚜껑 같은 거 말이다. 으으으.... 이건 정말 내가 질색하는 거라고.... 버리는 과월잡지가 아닌 담에야 냄비받침이 웬말이냐. 이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함. 그리고 아빠가 엄마 몰래 비상금 넣어두는 장소. 이것도 책의 역할로 동의할 수 없도다! ㅎㅎ

하지만 이런 대목엔 공감했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으면 난 이 책을 보고 또 보곤 해. 이 책으로 할아버지를 추억하는 거란다." 이 대목에선 요시다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의 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친구가 필요할 때', '좋은 생각이 필요할 때' 등엔 동의. '잎새 말리기'까진 소싯적에 많이 해본 짓이라 동의. 그 외 대부분은 책의 본질로서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어서.... 잔뜩 했던 기대에 비해서는 다소 실망했다.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 그런 쪽으로는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부분을 읽다보면 최은옥 작가님의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책이 바로 떠오르는데, 이 책에선 마을의 동물들이 모두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책을 사용하고 있다. 똥을 닦는 것도 그중 하나다. 거기선 시장님이 책을 '읽는' 즐거움과 기쁨을 공유하기 싫어서 혼자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으로 나온다. 결국 마을의 모든 동물들이 책은 '읽는' 것이고 그 안에 참 의미가 있다는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솔직히 난 그 주제에 공감하기가 훨씬 쉬웠다. 책이라는 물건으로 할 수 있는 일이 101가지, 아니 201가지라 해도 뭐하나. 읽고 이해하며 공감하지 않는다면. 거기까지 가는 길에 동기부여나 보조수단으로 다른 역할이 사용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매리엄은 약속한 날에 책 사용법 101가지를 다 찾지 못한다. 그래서 도서관은 허물게 되었을까? 반전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아까 '추억'을 말씀하시던 할머니가 큰 역할을 하셨다. 이 부분은 살짝 감동적이었고 더할 수 없이 좋은 결말이었다.

제목에는 죄송하지만 난 책의 사용법이 101가지나 되지 않아도 좋다. 1가지만이라 해도 그게 귀하다면 뭐가 문제랴. 좀 더 들어가서, '책을 읽어서 얻게 된 것'이라면 101가지가 넘고도 넘칠 것 같다. 각자마다 얻은 것들이 백인백색 다를 것이니 말이다. 그걸로 이야기를 만들어도 재미있고 의미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를 고소했대 - 제26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눈높이 고학년 문고
공수경 지음, 전미화 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이야기 패러디 작품들을 꽤 읽어보았는데, 읽고 잊어버린 작품도 많다. 이 책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아주 인상적이면서 재미있었다.

보통 패러디 작품들은 고정관념을 뒤집으면서 인물을 새롭게 조명한다. 즉 원작에선 보이지 않는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데, 무리한 시도는 살짝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옛이야기를 재화할 때는 그 원형이 가진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들어서, 한때 옛이야기 패러디의 유행이 살짝 달갑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원작은 원작, 패러디는 패러디. 원작을 먼저 제대로 읽고 패러디를 읽는다면 그 비교 지점에서 다룰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다. 이 책도 그러하다.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원작이 되는 옛이야기는 '혹부리 영감'이다. 착한 혹부리 영감은 혹을 떼고, 욕심을 부린 혹부리 영감은 도리어 혹을 붙였다는 그 이야기. 의도하지 않은 행운은 받아들여도 좋지만 욕심을 품고 접근하면 오히려 화를 자초한다는 이야기로 욕심에 대한 경계, 권선징악의 교훈이 들어있는 옛이야기다. 이대로도 물론 충분히 좋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두번째 혹부리 영감의 입장을 조명했다. 그게 아닐 수도 있잖아? 혹시 오해였다면?

그 주인공은 동네 부자인 최영감이다. 그는 혹을 하나 더 붙이고 흠씬 두드려맞고 온 후 너무나 억울하여 사또에게 재판을 청했다. 사또는 포졸들을 시켜 재주도 좋게 도깨비들을 잡아오는데는 성공하였으나.... 도깨비가 괜히 도깨비가 아니지 않나. 신통술을 써서 모두 달아나 버렸다. 이 과정에서 최영감을 돕는 어린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기산이, 개동이, 만석이 세 소년이다.

이들의 조언으로 최영감의 고소는 산신령에게로 향한다. 산신령은 금도끼 은도끼의 그 산신령! (나무꾼도 나온다) 그러고 보니 한작품만 패러디한 게 아니네. 본격적인 재미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산신령의 재판. 이제 이야기는 재판극으로 흐르고 어린 조력자들의 눈부신 활약이 시작되며, 주인공의 숨겨진 사연과 심리도 조명된다. 재미있는 극적 요소를 고루 갖춘 셈.^^

여러 번에 걸친 재판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양심적이고 정직한 인물, 사익에만 눈이 어두운 인물, 비열한 수를 쓰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인물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잘 담았다. 그런데도 결말은 훈훈하여 더 마음에 든다. 최영감 뿐 아니라 도깨비 대장도 마지막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것 두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모의재판인데, 몇년 전 6학년 사회에서 법원의 역할에 대한 수업을 할 때 민사재판, 형사재판 시나리오를 써서 아이들과 모의재판을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난다. 꼭 사회 교과와 연계하지 않아도 이 사건으로 창의적인 재판 시나리오를 아이들이 구상하고 역할극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또 한가지는 '편견이나 선입견'에 대한 경계다. 이것을 빼고 대상을 보면 대상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쉬워진다. 이 책은 그런 주제를 진지하게 나눌 수 있는 소재가 되겠다.

옥의 티를 굳이 얘기하자면, 디테일에 까다로운 못된 성격 탓인지 딱 한가지 넘어가기 어려운 게 있었다. 현장조사를 하던 소년들이 '들쥐 이빨자국이 난 고깃조각'을 발견하고 들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대목이다. 들쥐가 남은 고깃조각을 먹은거야 당연하지만 '이빨자국'만 남기고 고기를 남기고 갈 리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소년들이 조금 가진 육포에 환장하는 들쥐가 말이다. 아주 작은 옥의 티지만 조금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리고, 도깨비에 대한 고찰이다. 난 사실 제대로는 모르는데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도깨비는 전통적인 우리 옛이야기가 다루는 도깨비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이 책은 이야기 자체에선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삽화는... 원시인 복장을 한 저 도깨비 대장은 맞는건가? 잘 모르겠다. 이런 부분은 딱히 중요하지 않은가? 잘 아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5학년들과 읽으면 딱일 것 같고 재밌는 걸 찾는 6학년, 조금 수준 높은 4학년과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책꽂이엔 후보작들이 추가된다. 소확행이라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