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8 친구 - 2019 가온빛 추천그림책 모두를 위한 그림책 18
다비드 칼리 지음, 고치미 그림, 나선희 옮김 / 책빛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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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이어서 도서실 근무를 하고 있다. 몇 년 전엔 방학때 도서실에 와서 한 시간 이상 책을 읽다 가는 아이들에게는 도장을 찍어주었고, 도장을 많이 모은 아이들은 개학하고 상을 주었다. 아주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시간 따져서 도장 찍어주랴, 진정한 독자가 아닌 등떠밀려 온 아이들은 왔을 뿐 책을 읽지는 않기 때문에 그 아이들 관리하랴, 너무 힘들게 당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다행히 도장과 시상은 없어졌다. 그러자 아주 거짓말처럼 아이들이 빠져버렸다. 서너명 오는 게 고작이다.ㅠㅠ 그치만 한가한 도서실에서 근무할 때 좋은 게 있다. 그림책을 맘대로 꺼내놓고 펼쳐보는 것이다. 그림책들을 집으로 들고 가자니 어깨가 걱정되므로... 오늘도 그림책 서가 앞에서 이런저런 책들을 뺐다 꽂았다 한다.

 

아주 작은 판형의 그림책이 큰 책들 사이에 끼어있고 제목은 뜻을 알 수 없는 숫자 4998... 궁금해서 꺼내 펴보았는데 한 두장을 넘기자마자 하하 웃게 되었다. 5000에서 둘 빠진 숫자. 나도 가끔 5000이 가까워져서 페친 정리한다는 분들의 글을 읽을 때가 있다. 나는 200여 명 정도 되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100명까지만 해야지했다가 ‘200명 넘으면 넘는 만큼 줄여서 200을 유지해야지했다가 그것도 어려워서 지금은 ‘300만 넘지 말자하고 있다. 사실 200이건 300이건 크게 의미있는 숫자는 아니니 별 상관이 없긴 하다.^^;;;

 

앞에서 말한 도서실 손님들 중 진정한 독자를 뺀 대다수는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아니 어머니들, 억지로 도서실에 보내실 거면 휴대폰은 빼고 보내셔야죠. 집 아닌 도서실에서 휴대폰을 하는 것뿐이자나요...;;;) 이 책의 아이도 첫장부터 끝장까지 휴대폰을 보고 있다,

 

내 친구는 4998명이나 돼요. (ㅎㅎㅎ 많이도 맺었구나.)

그런데 그중에 3878명은 여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그럼 천명은 만났다는 건데 그것도 대단하다.)

661명은... 우리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공감. 숫자는 다르지만 나도 그래요.^^)

78명은 내 생일도 잊어버렸고요, 내가 생일을 잊어버린 친구도 89명이나 돼요. (난 생일 그런거 부모님과 자식 외에는 전혀 몰라요.ㅋㅋ)

122명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 메시지에 댓글을 달지 않아요.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

친구가 도와달라고 했을 때 내가 도와 준 친구는 33명이에요. 하지만 그 뒤에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요. (SNS에서의 도와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청원에 동의하거나, 질문에 답을 해 준 적은 있음)

내가 도와 달라고 하자 38명이 돕겠다고 했어요. (도와달라는 말 자체를 하기가 어렵다. 질문을 하고 도움되는 답변을 받은 적은 있음)

 

그러나 정작 집에 온 친구는 한 명뿐이었어요. (이게 핵심!!!)

이 친구와 둘이 앉아 피자를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딱 붙어 앉아 함박웃음을 웃으며.....

같이 휴대폰을 한다.ㅎㅎㅎㅎㅎㅎㅎ 에고, 나가서 공을 차거나 책을 읽으면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나.ㅋㅋㅋㅋ

5000에서 둘 빠진,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 진정한 관계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현대인의 관계 문제를 이야기하는 아주 작고 짧은 그림책이다. 책의 인물이 어른이 아니고 아이인 것은 그림책이라서기도 하겠지만 요즘 아이들의 관계도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허상의 관계들. 실친이 부족한 사람들은 SNS친으로 그 관계를 메꾸지만, 이 책에서처럼 내 눈 앞에 나타날 친구는 과연 있을까? 물론 실친이라 할지라도 와준다는 보장은 없다.

 

가끔은 실친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곁에 있지 않은 SNS친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줄 수 있으니. 그리고 적당한 관심과 격려를 받을 수도 있으니. 그게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더라만, 그래도 정신은 차려야 한다. 폰 없이 살 수 없고 머리에서 한 쪽 끈이 늘상 폰에 연결되어 있다면 이미 빨간 불!! 뭐든 적당히란 왜이리 어려운지. 고학년 아이들과 읽어본다면 꽤나 술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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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김현수 지음 / 해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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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선뜻 손에 잡아지지 않았다. 그래, 요즘 아이들 힘들지. 그걸 모르는 건 아니야. 근데 무슨 방법이 있겠나? 이런 생각이었을까? 읽고나면 더 시름이 깊어지는 책을 읽고 싶지가 않다. 그나마 하던 것마저 더 자신이 없어질 것 같아서.... 그래도 방학이니 독서 리스트에 넣고 한번 읽어 보았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다. 마음이 아픈 수많은 아이들을 상담하고 그들의 아픔이 어떤 것이며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말해야 될 필요를 느끼셨던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이들의 마음 '고생'에 대하여 다각적으로 자세히 얘기했다. '고생'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고생없이 성장하고 성숙하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문제는 지금의 고생이 그것과 아무 상관없는 그저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고생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서문에 이 호소가 담겨있다.
"우리 아이들이 겪는 현재의 고생과 괴로움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달라져야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인들과 우스개로 주고받는 '이생망'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깨닫고 심장이 떨렸다. 난 부분적으로 잘안되는 부분을 얘기할 때, 예를 들면 노래를 잘 부르고 싶은데 잘 안될 때 "이생망이야"하면서 웃곤 했는데 아이들에겐 그정도 개념이 아니었다. 아직 생의 반의 반도 살지 못한 아이들에게 남은 생에 대한 동력을 모조리 빼앗아버리는 무서운 말. 이생망.

마음 속으로 한 번 망한 생애를 다시 되살리기란 참 어렵습니다.(95쪽)

아이들이 이생망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은 그들의 책임은 아니다. 새로운 가능성이 차단된 사회, 그걸 알고 있는 부모들의 조급증이 만들어낸 결과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부모들은 그자리를 자식 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조금 불리한 위치의 부모들은 조금 더 올라서거나 적어도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죽자사자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초등시절부터 아이들에게 불어넣는다. 이 와중에 본인들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상처를 아이들에게 주고 서로의 관계는 멀어진다. 반대편에선 자신의 생도 추스리지 못하는 부모가 있고, 그들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엄청난 학대를 자식들에게 가한다. 얼마전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의 인터뷰를 봤다. 드러난(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참혹한 현실이 세상에는 많다고 한다. 그 현장에 내던져진 아이들에겐 어떤 선택의 여지가 있는가. 그들에게 건강한 삶이라는 선택지는 존재하는가?

이 책이 말해주는 전자의 부모들을 보고 난 불안해졌다. 내가 최선을 다한다고, 아이들을 잘 가르쳐 보겠다고 강조한 것들이 부모들의 욕심과 조급증에 기름을 붓고 정당성을 더욱 부여해준 적은 없었을까. 그랬다면 그 아이는 부모와 함께 나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그렇다면 나는 아이들에게 휴식과 숨쉴 구멍을 만들어주는 사람이어야 했을까. 하지만 그게 학교와 교사의 역할일 수는 없지 않나. 어떤 아이에게는 도전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격려의 외침이, 어떤 아이에게는 마음의 여유와 안식이 필요하다면 난 그걸 어떻게 분별하고 상황에 따라 해줄수가 있을까.
후자의 부모는 거의 만나보지 못했으니 난 사실 아주 편한 교직생활을 해왔으며 인생의 쓴맛을 거의 못봤다고 하겠다. (드러나지 않아서 못본 것일수도) 이런 아이들 앞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나 말이 뭐가 있을까. 아득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저자가 걱정하는 아이들의 모습 중 일부가 나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성가심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를 회피하고 홀로를 자처하는 모습이나 경험의 폭을 축소하여 그 안에 나를 가두는 모습이.... 그러니 나는 자식들이 나를 안 닮은 걸 고마워 해야되나....ㅠ 이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나또한 남의 인생에 개입하거나 개입당하기 싫어하고 고통스럽고 오래걸리는 공감은 피하고 싶은지라 이들의 상담자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아이들이 이러하다는 사실을 알고 몇가지 조심할 점들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다.

- 일단 한 편이 되어주세요. 그 다음에 다른 입장을 생각해보는 것은 괜찮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는 말아주세요. (205쪽)
- 압박하거나 채근하지 마세요. 무엇보다 어른의 역할은 안정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호들갑이 가장 힘들고 짜증나는 반응 중 하나랍니다. (206쪽)
- 함께 도와줄 사람을 찾아주세요. (연결의 역할. 이거라도 할 수 있다면 덜 미안할 듯) (206쪽)
- 부모부터 생기넘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어른을 보고 삶이 그저 생존하기 위한 것,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함께하고 기여하는 것이라는 점을 압니다.... 그저 자식 하나 잘되는 것을 보는 것으로 부모의 인생을 제한하지 마세요. (224쪽)

심히 공감한 부분
- 타인들의 행복과 후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부터, 오늘 하루 사회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타인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해내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감사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 삶의 의미는 스스로 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지, 타인의 규정이나 집단의 인정에 달린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도 뭔가 미련이 남아 꼰대같은 소리를 한다면, 아이들도 꿈이 다양했으면 좋겠다. 그를 위해서는 고생도 좀 감수했으면 좋겠고.(이 책 제목말고 좀 다른 차원의 고생) "지금의 진로교육은 바보같은 교육이에요. 요즘 아이들의 관심은 주로 이런 거예요." 라고 열변을 토하는 아이가 말해주는 걸 보니 더욱 걱정이다.
• 어떻게 화장품, 패션 쇼핑몰을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인기 BJ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을까?
• 어떻게 사람 안 만나고 편히 살 수 있을까?
• 노래하면서 세계일주하고 쉬었다가 또 세계일주하고 그러면 안되나?....
이런 아이들의 욕구만을 들어준다고 좋은 세상이 올거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의사 판검사만 필요한게 아니듯이 연예인만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이 세상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일들에 대한 가치, 그것에 대한 보상과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 사회는 그것을 향해 가고 아이들은 노동의 가치와 감사를 배우며 건강하게 자란다면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겠지. 가장 시급해보이는 내용을 옮겨적고 마치겠다. '아이들이 바라는 10가지 점화술'에서 마지막 10번째 내용이다.(259쪽)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헛고생, 헛수고를 조금이라도 줄여주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수억번 이상 이야기했듯이 이런 헛고생, 헛수고하는 공부로 인생을 무의미한 축제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 불필요한 암기와 배배꼬인 문제와 줄세우기를 목적으로 하는 변별력만 뛰어난 현재의 입시제도를 한시바삐 없애주세요. 우리도 창조, 창의, 창발, 이런 용어가 들어간 활동도 하고, 고등학생이 책도 내고 중학생이 탐험도 나가고 그렇게 살게 해주세요. 단 한 번인 이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살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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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디어 피플 6
이사벨 토머스 지음, 마리아나 마드리즈 그림, 서남희 옮김, 우성주 감수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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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피플 시리즈 / 이사벨 토머스 외 / 웅진주니어>

인물이야기(옛날 식으로 부르면 위인전)를 아이들에게 읽히는 게 쉽지 않다. 옛날 우리 어릴때 집에 책이라면 부모님이 맘먹고 사주신 계몽사 위인전집밖에 없었던 때는 어쩔 수 없이 그것만 읽었지만, 지금은 학교도서관에만 가도 온갖 탐스러운 책들이 넘치니까.... 인물이야기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린다. 하지만 독서의 편식을 방지하는 의미에서라도 난 가끔 인물시리즈를 수업에 활용한다. 국어에서 전기문 단원이 나올 때, 인물의 말과 행동에서 그의 생각을 유추하거나 인물의 삶을 통해 그의 가치관을 판단하는 수업을 할 때 인물이야기 전집을 도서관에서 학급대출해서 횔용한다. 이럴 때 두꺼운 책들은 시간의 제약 때문에 활용하기 힘들고, 나는 주로 비룡소에서 나온 <새싹 인물전> 시리즈를 활용했다. 이 시리즈는 저학년용이라 보통 단위수업시간 내에 읽을 수 있고 국내외 인물 골고루 60권까지 나와있어 권수도 넉넉하여 활용하기 아주 좋았다.

그러다 올해 이 책이 나온 걸 보고 오잉? 요것도 좋겠는걸? 하고 지난 1학기 도서실 수서 때 구입했다. 사놓기만 하고 못읽어보다가 오늘 그 중 2권을 대표로 가져와 읽어봤는데 참 괜찮다.
1. 글보다 그림이 많은 구성이라 일단 접근성이 좋다. 표지도 각 권마다 다른 색으로 칼라풀하다. 내용 이전에 비주얼을 따지는 까탈스런 아해들에게도 먹히겠다.ㅎㅎ 본문의 그림도 총천연색은 아니지만(몇도인쇄? 그런거 잘 몰라서...) 그림체도 각각 개성있고 그림책처럼 그림에도 많은 이야기나 정보들이 들어있다. 글자체도 일반적인 인쇄체가 아니고 개성있는 폰트들이 사용되었다. 모든 책이 이렇다면 정신없겠지만 가끔 이렇게 읽으면 새로워서 좋다.

2. 새로운 인물들을 조명해서 좋다. 완전 최초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존 위인전들에선 흔히 다루지 않던 인물들, 프리다 칼로나 '안네의 일기'의 안네 프랑크 등이 포함되어 있다.

3. 이건 무조건 장점이라 할 순 없지만 분량과 구성상 부담없이 빠르게 읽을 수 있어 다양한 독서력이 섞여있는 교실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나누기 좋다. 단 분량이 적다고 해서 내용이 단선적인 건 아니다. 업적과 교훈을 강조한 일반적인 위인전과는 느낌이 다르다. 일생의 애환을 조명했다고 할까. 전권을 다 읽지는 못해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인터넷서점의 분류로는 1,2학년용으로 되어있는데 내가 볼 때는 저학년도 읽는데는 무리가 없겠으나 내용을 다루려면 중학년 이상은 되어야 할 것 같다. 예를들면 '넬슨 만델라'를 읽었는데 그는 비폭력투쟁을 추구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부분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상식적인 덕목에는 위배되므로 아이들이 어려워할 수도 있겠다. 모든 일에는 상황적 맥락이 있으므로 그가 살아간 시대와 그의 생애를 통해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게 아이들이 배워야 할 감수성일테고, 그래서 인물책 독서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활용가능한 책들이 늘어나면 그게 내 책꽂이에 꽂힌 게 아니라 해도 든든해지는 느낌이 있다.^^ 현재 7권까지 나와있는데 이 시리즈가 적어도 30권까지는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같이 읽고 골라 읽기 좋거든....)

개인적 감상으로 <프리다 칼로>를 읽고나니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서 '일부라도 실제 작품을 실어주지!' 라는 답답함이 생겼다. 네~ 바로 그거예요. 그럼 이제 도서관의 600번 코너로 가시는 거죠.ㅎㅎ 아이들도 이처럼 독서가 확대되어가면 좋겠다. 영화 <프리다>도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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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 - 초등 교사 천경호의 학교 이야기
천경호 지음 / 이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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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아이들의 실수는 혼내면 안되고 교사의 실수는 나를 갈아마셔도 입이 열개라도 할말 없는 일이며 학부모의 실수는 아님말고 하면 끝이다.^^;;; 학폭도 담임교체도 병가도 한번 겪어보지 않은 내가 이런 소릴 하면 안되지만, 어쨌든 교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손발이 묶인 것은 내가 당해보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다. 올해 수업중이나 쉬는시간에 아이들이 살짝 삐거나 긁히는 상처가 몇번 났었는데 그때 나의 대처를 보고 보건교사님이 안쓰러운 눈길을 보내셨다. "그렇게까지 하셔야 되는군요..." 그렇다. 나는 그렇게까지 한다.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기저에 깔린 것은 나에 대한 보호본능이다. 나는 공격당하고 싶지 않다. 나를 공격하는 대상을 사랑할 인성을 갖추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안심한 상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불안한 상태에서는 아이들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요즘 교사의 입지는 불안하고 위태하다.

이 마당에 공교육과 교사의 역할, 아이들에 대한 신뢰와 성장을 끈질기게 말하는 교사가 있다. <리질리언스>를 쓰신 천경호 선생님이다. 그 책을 쓰신 후 선생님은 페이스북에 거의 매일 교실이야기나 교육에 대한 단상을 올리셨는데 글을 읽다보면 공감, 감탄, 때로는 밤고구마 물없이 삼킨 답답함, 이후엔 이해, 존경 뭐 이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떠오르곤 했다. 날마다 올리신 그 글들은 여러가지 상황이었지만 일관성이 있었다. 바로 <리질리언스>가 교실에 실현되는 과정이었다. 그 글들이 묶여 이렇게 또 한권의 책이 되었다. 기억나는 글 중 책에 없는 것도 있다. 말하자면 추려서 엮었다는 뜻이 되겠는데, 한 사람의 꾸준한 글쓰기가 이렇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힘을 갖게 되는 과정도 놀라웠다.

페이스북의 글들은 일회성이고 그룹짓기 힘든 것에 비해 책을 보니 주제별로 묶은 구성이 아주 좋았다. 1부 [내가 만난 아이들]에선 아이들과의 만남을 다룬다. 교사와 친구들을 힘들게 하는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나온다. 아이와의 문답을 그대로 실은 경우도 있다. 이게 좀 매뉴얼로 머리속에 들어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아이의 문제행동을 볼 때 나는 표정과 말투부터 변한다. 하수 중에 하수라고 하겠다.;;;; 저자의 대화에서 보면 비난 금지, 감정은 들어주기, 바른 행동은 지도하기, 옳은 선택을 하도록 돕기 등의 원칙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다. 아이가 바른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신뢰. 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신뢰. 실제로 우리는 무수히 뒤통수를 맞았고 저자 또한 그러했지만 그 신뢰만큼은 끝까지 붙잡아야 한다. 그것이 리질리언스의 기본이며, 우리가 저버린 아이들은 사회의 불안요인으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2부 [교사는 마지막 둑]에서는 저자의 교사관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참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내가 서 있어야 할 의미를 주는 것이라 감사하기도 하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성숙한 어른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아 그건 내가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자나.... 성숙한 주변인의 필요성은 경험상 정말 절실하다. 그래서 '환경'을 따지는 것이다....ㅠ 하지만 주변에 정말정말 없다면 최후로 교사라도 되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둑'이라는 제목을 뽑았나보다. 그 둑이 무너지는(혹은 무너뜨리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지만....

3부 [내가 깃들고 싶은 교실]에서는 리질리언스를 키워주기 위해 저자가 교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소개했다. <리질리언스>책에도 나왔지만 이 책에서 더욱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읽어주기와 온책읽기는 나도 심혈을 기울여 하고 있는 활동이라 위안이 되었다. 칭찬과 감사 나누기는 늘 하다가 흐지부지 되었다가 올해는 꾸준히 밀고 나가고는 있지만 항상 회의가 든다. 주 1시간씩 할애해서 이걸 하고 있는데 그럴 가치가 있는거야? 칭찬할 점 찾기는 왜저렇게 못하고 감사는 왜 만날 똑같은 소리만 하는거야? '원래 그렇다'는 저자의 말씀에 조금 안심이 된다. 원래! 인간은 비난이 앞서고 원래! 인간은 남의 장점보다 단점을 찾아 자신을 돋보이려는 존재다. 그저 꾸준함 외에 왕도는 없구나. 저자는 특히 감사를 가르치는 것의 중요함을 역설한다. 젊었을 때 나는 이걸 낯간지럽다고 생각했었는지 구태의연하다고 생각했었는지 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 하지만 감사함을 모르는 무지몽매한 모습에선 분개를 했었지. 가르치지도 않고 말이다.^^;;; 저자가 중요시하는 덕목들을 보면 좀 고전적인(?) 가치라는 느낌이 드는데 나는 그게 신뢰가 간다. 살아갈수록 더욱 그렇다. 그 외 학교폭력교육보다 '우정을 가르치는 교육'에도 크게 공감한다.

4부 [교사가 할 일을 제대로 하게 하라]가 따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고 저자에게도 출판사에게도 고마움을 느꼈다. 저자는 이를 위해 교원단체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간혹 자기 할 일도 제대로 안하는 폭탄교사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은 별도고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방과후, 돌봄, 학폭 등 온갖 사회적 요구들을 학교로 밀어던져 결국 교사의 업무가 되게 하는 일들을 중단하고 개선해야 한다. 교사도 전문성을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천경호 선생님을 보며 든든함을 느끼는 건 그가 가진 '확신' 때문이다. 때로는 그의 확신에 빌붙어 나도 좀 당당해져보고 싶다. 요즘같은 교사불신-교사공격-교사자학-소극적 교육활동으로 이어지는 시대에 우리의 일에 대한 의미와 확신을 갖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자세는 많은 이들에게 힘을 준다. 나는 소극적일 뿐 아니라 살짝 비관적인 자세도 갖고 있어서 남은 건 '월급값 정신' 뿐이라(사실 월급값 정신만 똑때기 지키기도 어려움) 그거 하나로 어찌어찌 명퇴까지 버텨보자 하고 있는지라 때로 저자의 말씀이 '공자님 말씀' 같이 들릴 때도 있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단순히 당위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그가 애써 공부하고 있는 학문(긍정심리학)에 기반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교실에서 이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 이것의 어려운 점은 이론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 기다림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이론가임과 동시에 타고난 실천가다. 성질급한 나는 글만 읽어도 벌써 혈압이 오를 때가....^^;;; 그러나 기다림과 인내가 그저 막연한 것일 때보다 확신에 근거한 것일 때는 조금 더 버틸 힘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또 여러 선생님들께 그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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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말꼬리 잡기 101 키워드 톡톡 시리즈 3
김종상 지음, 송영훈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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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잘했던 과목 중 하나가 한문이다. 그런데 뭐든 안쓰면 녹스는 법인가.... 지금은 쉬운 한자도 막상 쓰려면 헷갈리고 읽기도 많이 까먹었구나 느낀다. 고사성어는 학교에서 다 배우진 않았지만 그정도는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상을 보니 모르는게 많다는 걸 얼마전에 깨달았다.

사실 고사성어를 남발하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사람마다 말하기나 글쓰기에 개인적 특징이 있겠지만 난 유식한 말을 쓸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 고사성어를 사용하는 화법은 거의 쓰지 않는다. 아주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표현이라면 모를까 다른 표현이 있는데 굳이 갖다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잘못 썼다가는 안쓰느니만 못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고 말이다.-_- 그렇더라도 일단 알기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르면서 필요없다 하는 건 여우의 신포도가 될 테니까. 고사성어는 일종의 관용적 표현인데 위에도 언급했듯이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면 매우 경제적이면서 효율적인 표현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대상이 이해한다는 전제 하에) 그러던 차에 서평도서 중 이 제목이 보여 이때다 하고 신청했다.

목차를 쭉 훑어보니 음.... 각오한 대로 모르거나 긴가민가 하는 사자성어들이 꽤나 눈에 띈다. 이 책이 초등용인 걸 감안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ㅎㅎ 잘되었다. 이김에 101개는 확실히 알아두자.

가나다순의 사전식 배열로 되어있어 모르는 사자성어가 나왔을 때 찾아보기 좋겠다. 펼친화면 두 쪽에 하나씩의 사자성어가 소개되어 있는데 왼쪽 페이지에는 한자풀이가, 오른쪽 페이지에는 유래된 이야기나 사용예시 이야기가 들어있다. 간단하고 효율적인 구성이라 생각된다. 고사성어의 고리타분한 느낌을 극복하고자 왼쪽면 하단에 해시태그를 넣은 정성이 귀엽게(?) 느껴졌다.ㅎㅎ

이 책을 아이들이 앉은자리에서 통독을 하기는 어렵겠다. 아이들 관심사와 독서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번에 읽기보다 조금씩 여러번 읽는 것이 익히기에는 더 좋을 것 같다. 학급에 보면 아이들마다 특별히 관심 갖는 분야가 있다. 역사, 과학, 속담 등등.... 그런 경우에 그 분야에선 또래 수준을 훨씬 넘는 지식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 책도 그래서 전학년 대상이 될 수 있겠다. 가족과 함께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장담하는데 부모님 중에도 이거 다 아시는 분은 드물다. 함께 웃으며 익히면 가족 분위기도 좋아지겠다. 내가 방금 딸한테 문제를 냈다.
"계란유골이 무슨 뜻이게?"
"계란에 뼈가 있다...? 음...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뜻인가?"
"땡! 틀렸어."
"엇, 뭐지? 들어보긴 했는데!"
이런 식이다.ㅎㅎ

아이들도 언어표현의 여러 도구들을 갖는게 좋다. 남의 표현을 이해하는 데도 필요하고. 읽으라고 들이댈 것까진 없지만 오며가며 익히고 모를때 찾아볼 수 있도록 교실에 한권 비치해 두면 좋겠다. 유용한 학급문고 한 권이 생겼네. 감사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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