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8 친구 - 2019 가온빛 추천그림책 모두를 위한 그림책 18
다비드 칼리 지음, 고치미 그림, 나선희 옮김 / 책빛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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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이어서 도서실 근무를 하고 있다. 몇 년 전엔 방학때 도서실에 와서 한 시간 이상 책을 읽다 가는 아이들에게는 도장을 찍어주었고, 도장을 많이 모은 아이들은 개학하고 상을 주었다. 아주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시간 따져서 도장 찍어주랴, 진정한 독자가 아닌 등떠밀려 온 아이들은 왔을 뿐 책을 읽지는 않기 때문에 그 아이들 관리하랴, 너무 힘들게 당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다행히 도장과 시상은 없어졌다. 그러자 아주 거짓말처럼 아이들이 빠져버렸다. 서너명 오는 게 고작이다.ㅠㅠ 그치만 한가한 도서실에서 근무할 때 좋은 게 있다. 그림책을 맘대로 꺼내놓고 펼쳐보는 것이다. 그림책들을 집으로 들고 가자니 어깨가 걱정되므로... 오늘도 그림책 서가 앞에서 이런저런 책들을 뺐다 꽂았다 한다.

 

아주 작은 판형의 그림책이 큰 책들 사이에 끼어있고 제목은 뜻을 알 수 없는 숫자 4998... 궁금해서 꺼내 펴보았는데 한 두장을 넘기자마자 하하 웃게 되었다. 5000에서 둘 빠진 숫자. 나도 가끔 5000이 가까워져서 페친 정리한다는 분들의 글을 읽을 때가 있다. 나는 200여 명 정도 되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100명까지만 해야지했다가 ‘200명 넘으면 넘는 만큼 줄여서 200을 유지해야지했다가 그것도 어려워서 지금은 ‘300만 넘지 말자하고 있다. 사실 200이건 300이건 크게 의미있는 숫자는 아니니 별 상관이 없긴 하다.^^;;;

 

앞에서 말한 도서실 손님들 중 진정한 독자를 뺀 대다수는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아니 어머니들, 억지로 도서실에 보내실 거면 휴대폰은 빼고 보내셔야죠. 집 아닌 도서실에서 휴대폰을 하는 것뿐이자나요...;;;) 이 책의 아이도 첫장부터 끝장까지 휴대폰을 보고 있다,

 

내 친구는 4998명이나 돼요. (ㅎㅎㅎ 많이도 맺었구나.)

그런데 그중에 3878명은 여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그럼 천명은 만났다는 건데 그것도 대단하다.)

661명은... 우리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공감. 숫자는 다르지만 나도 그래요.^^)

78명은 내 생일도 잊어버렸고요, 내가 생일을 잊어버린 친구도 89명이나 돼요. (난 생일 그런거 부모님과 자식 외에는 전혀 몰라요.ㅋㅋ)

122명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 메시지에 댓글을 달지 않아요.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

친구가 도와달라고 했을 때 내가 도와 준 친구는 33명이에요. 하지만 그 뒤에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요. (SNS에서의 도와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청원에 동의하거나, 질문에 답을 해 준 적은 있음)

내가 도와 달라고 하자 38명이 돕겠다고 했어요. (도와달라는 말 자체를 하기가 어렵다. 질문을 하고 도움되는 답변을 받은 적은 있음)

 

그러나 정작 집에 온 친구는 한 명뿐이었어요. (이게 핵심!!!)

이 친구와 둘이 앉아 피자를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딱 붙어 앉아 함박웃음을 웃으며.....

같이 휴대폰을 한다.ㅎㅎㅎㅎㅎㅎㅎ 에고, 나가서 공을 차거나 책을 읽으면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나.ㅋㅋㅋㅋ

5000에서 둘 빠진,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 진정한 관계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현대인의 관계 문제를 이야기하는 아주 작고 짧은 그림책이다. 책의 인물이 어른이 아니고 아이인 것은 그림책이라서기도 하겠지만 요즘 아이들의 관계도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허상의 관계들. 실친이 부족한 사람들은 SNS친으로 그 관계를 메꾸지만, 이 책에서처럼 내 눈 앞에 나타날 친구는 과연 있을까? 물론 실친이라 할지라도 와준다는 보장은 없다.

 

가끔은 실친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곁에 있지 않은 SNS친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줄 수 있으니. 그리고 적당한 관심과 격려를 받을 수도 있으니. 그게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더라만, 그래도 정신은 차려야 한다. 폰 없이 살 수 없고 머리에서 한 쪽 끈이 늘상 폰에 연결되어 있다면 이미 빨간 불!! 뭐든 적당히란 왜이리 어려운지. 고학년 아이들과 읽어본다면 꽤나 술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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