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아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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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난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중 마지막이다. 다른 책이 더 있었다면 이 책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도서관을 못가서 더이상 책이 없어서 펼쳤다. 오 근데 재밌었다.^^

세로방향 책은 오랜만에 읽는다. 일본만화는 아직 이렇게도 나오는구나. 짧은 만화(4쪽 32컷) + 우주이야기로 된 매우 독특한 구성의 책이다. 만화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담은 인기작품을 많이 그리신 분 같고 각 만화에 딸린 칼럼은 우주관에서 일하는 분이 쓰셨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협업이라 하겠는데, 서로의 소통이 잘 되었는지 겉도는 느낌 없이 조화롭다. 만화가 아주 작고 귀엽고 가볍다면 칼럼은 살짝 무게를 주며 눌러준다. (만화의 생각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무게를 잡지 않는다고 해야할지) 그림체도 그렇다. 전혀 정교하지 않게 쓱쓱 그린 그림체. 그런데 좋다. 편하고 익숙하고. 인물들도 정겹고.

매 화마다 다른 인물들이 나오는데(시간이 흘러 뒷야야기에 다시 나오기도 함) 그냥 평범한 소시민들. 이들의 짧은 이야기는 꼭 우주의 무언가와 연결되고 이어지는 '알기쉬운 우주 이야기'에선 그걸 설명해준다. 운석, 별똥별, 별의 탄생, 별의 이름, 은하수 등등.... 인물들은 내가 아는 특별한 것 없는 주변인물들 중에서 못되고 탐욕스러운 사람들 다 빼고 남긴 사람들 같다. 부러운 능력자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마음이 작아질 때 읽어보면 어떨까. 어차피 우주의 시간에선 길어봤자 찰나야. 커봤자 모래알이고. 머리 내밀겠다고 발꿈치 들지 말고 그냥 편하게 어울려 살아. 착하게.

만화가 다 공감가고 좋았지만 특히 공감간 것 몇 편.
[별똥별] 며칠째 야근중인 후지키. 야근수당도 청구하지 못하고.(이부분 나도 울컥한 사연이 있으나 생략) 욱신거리는 어깨를 두드리며 일하고 있는데 저녁먹고 들어온 남자후배가 별똥별을 봤다며 말을 시킨다. "소원 빌었어?" 라는 질문에 못빌었다는 후배의 대답. "생각해보니 하나밖에 안떠오르는 거예요. 이 회사 그만두고 싶다는 거였어요."
"별똥별을 보고 그거 하나는 알게 됐어요.".... 난 그정도로 내 회사에 불만있진 않지만.... 그래도 공감이 간다. 젊은 직장인들의 비애라 할까. 안쓰럽기도 하고.ㅠ

[별은 어떻게 태어날까?] 몇 친구들이 선술집에서 30세 생일축하중이다. 선술집 아주머니가 말한다. "30대는 아직 애야."
"초등학교 25학년 쯤 되려나?" 이 말씀에 하하하^^
사장님은 어른인가요? 질문에
'아유, 아직 멀었지. 대학교 40학년 정도 됐으려나."
나는 몇살쯤 된걸까? 대학교까진 가지도 못했고 중학교 37학년?ㅋㅋ 언제 어른이 될까? 되기는 할까? 아주머니는 "나이드니 생일날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진다"고 하셨다. 이걸 보니 나는 아직도 애구나. 담달에 생일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라도....ㅠ

[지구는 하나뿐?] 착한 사람들 사이에 가당찮은 주변인이 나온 경우. 퇴근 후 부장님과 식사하는데 그 부장이란 인간이 계속 말실수를(실수?가 아닌거지...) 그러면서 계속 하는 말이 "아이쿠야, 이러면 성희롱인가?" 인간아... 알면 닥치거라. 일본에도 이런 작자들이 많구나. 바뀌겠지. 단 바뀌는 과정에 선량한 이들을 제물로 삼는 걸 가벼이 보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걸음을 좀 늦출지언정 꼭 그래야만 한다. 그게 계속 전진하는 길이다. 요즘 울분 터지는 일이 하나 있어 이 말을 하게 된다.ㅠ

[공부] 이 화에는 학생과 교사가 나와서 집중하게 됐다. 선생님은 50대로 보이는 역사교사. 그 옆에 상습 땡땡이 남학생. 선생님은 껄렁대는 그녀석의 질문에 무심한듯 답을 해주며 수업프린트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재밌지도 않은거 대충 만들면 되잖냐는 녀석의 질문에,
"대충 만든 프린트물로 수업을 하면 내가 재미가 없어서 그런다!"
이 한마디에 이 나이든 교사의 교직 인생이 담겼다. 내가 그래도 아직은 그만두지 않는 건 이 선생님의 말씀이 내 얘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쩍 이 뺀질이에게 공부가 뭔지 한수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고수다. 그러니까 뺀질이가 기웃거리는 거겠지만. 근데 이 선생님의 말투는 세련되지 못했고 문제가 될 요소도 많다. "그딴거 필요없으니 썩 꺼져라." "바보 녀석" "커피 좀 타와라."
선생님, 선생님을 진정한 고수로 존경합니다. 근데 조심하세요. 인격파탄자, 아동학대로 고소 당하세요.ㅠㅠ

[우주를 알다] 결혼을 앞둔 남녀와 남자의 어머니가 까페에 앉아있다. 남자는 두고온 핸드폰을 찾으러 뛰어나가고 덤벙대는 아들을 흉보던 어머니는 "쟤 어디가 좋던가요?" 하고 묻는다. 어느 밤 같이 퇴근하는 길 밤하늘 별을 보고 감탄하는데 함께 감동하더라는. "제가 대단하다고 느낀 것을 같이 대단하네 라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고 느꼈거든요." 그렇다. 그런 이들과 함께 해야 행복하다. 나처럼 매사 시큰둥해서는 많은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ㅋㅋ

아이고, 이렇게 하나하나 말하다간 끝이 없겠다. 이 외에 짧은 한편한편에 따뜻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오늘은 아주 편안하고 미소짓는 책읽기를 했다. 이런 독서 좋네. 작가의 다른 책도 보고 싶다.

이 책을 보면서, 어린이책에 관심이 많은 나는 딱 요 컨셉으로 어린이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신 정보면은 칼라풀하게. 만화는 단색으로.(난 만화는 칼라 싫다. 단색이 더 잘 읽힘) 정보면엔 총천연색 사진과 그림과 재미있는 설명을 넣고, 만화엔 아이들이 등장하는 걸루. 대박일 거 같은데 표절이려나?^^;;; 솔직히 이 책도 칼럼에 좀 이해가 안가서 '그림이 들어갔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다. 고거 하나가 살짝 아쉬웠다. 나의 지식 문제이기도 하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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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부모 상담 -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김연민.김태승 지음 / 푸른칠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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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3월에 새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한달도 안되어 학부모상담을 했고, 2학기 개학하면 3주만에 또 상담주간이 있다. 해마다 조금씩 (아주 눈에 안띌 만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 이 두번의 주간은 일년 중 가장 힘든 주간이다. 교과전담(비담임)을 했던 해에는 이 주간 오후에 복도를 지나갈 때 마치 혼자 방학을 한 듯한 해방감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지다가 교실의 담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지금도 솔직히 이 주간만 놓고 본다면 비담임을 선택하고 싶다. 크게 망한 적이 없는데도, 사전의 부담감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왜 그렇게 부담스러운 걸까.

이 책에서는 '자동적 사고'에 따른 '비합리적 신념'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데 들여다보면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이 많다. 나는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많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좋은 학부모님이 훨씬 많다.'고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는 주변에서 보거나 들은 악질학부모, 진상학부모에 대한 기억이 먼저 튀어나오고 그게 어느새 비합리적 신념으로 내 사고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시작 전엔 마음이 무겁지만 일단 상담이 시작되면 대화가 즐겁거나 따뜻했거나 중요한 것을 알게 됐던 적이 더 많았고, 아이를 많이 걱정하던 한 어머니는 상담 오기를 너무 잘했다며 안심과 기쁨의 눈물을 흘리신 적도 있다. 그러니 이제 내 안에 있는 비합리적 신념(학부모는 항상 자신의 아이만 생각한다, 학부모와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학부모는 삐끗만 해도 나를 상처주는 존재로 돌변할 것이다... 등)을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학부모상담 경험이 적은 젊은 교사들을 주독자로 설정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20년을 넘게 한 나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는 점에서 꼭 읽어볼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동안 나의 잘못된 발자취(?)를 되돌아보게 되어 부끄럽고 찔리는 대목이 많았다. 자아비판을 굳이 할 필요가 있겠냐만, 발전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부족했던 점, 보완할 점들을 적어본다.

1. 별난 아이건 무난한 아이건 학부모에게는 상담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은 때가 있었다. 특히 학급 인원수가 많을 때는 하루에 4~5명의(야간상담날은 그 이상) 상담을 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 수업준비, 업무에 해당되는 오후 시간이 모조리 들어가기 때문에 별도의 시간을 더 일해야 하고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힘들다. 그래서 상담신청서를 걷을 때 잘하고 있는 아이가 내면 "아이참, 얘는 안해도 되는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학급의 모든 학부모를 만나는 게 맞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그게 엄청 빡세긴 함...;;;)

2. 부담스러워만 했을 뿐 실제 준비는 부족했다. 뭘 준비해야 할지 잘 몰랐다는 말이 맞겠다. 해마다 이런저런 설문지나 양식들을 적용해보곤 하는데 이거다 싶은 것은 아직 찾지 못해서 매번 달라지곤 한다. 그것도 준비 못하던 처음에는 '말문을 열면 대화는 되겠지' 이런 무대뽀 정신으로 임했던 것 같다. 실제로 어떻게 하든 대화는 됐었다.ㅎㅎ 하지만 귀한 시간 내서 찾아온 학부모가 대화에 만족했을지는 미지수다. 몇년 전부터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것은 아이들의 글이나 작품이 담긴 포트폴리오, 교우관계 조사표 등이다. 이것도 2학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 3월 상담은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이 책의 Part2는 상담준비에 대한 장이다. 상담장소(교실) 정리와 자리배치 같은 공간적인 것부터 사용할 수 있는 서식들도 소개하고 있다. 이중에 뇌구조 그리기와 교우관계도, 상담기록지 등은 나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 나의 경우 서식 자체보다는 내용에 더 집중을 해야할 것 같다. 그 내용의 포인트는 '관찰'이다. 관찰을 기록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도 소위 적자생존(적어야 살아남는다)의 원칙에 따라 일부 걱정되는 아이들의 행동을 적어놓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단점에 치우친 기술과 제시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단점보다 장점의 관찰이 훨씬 어렵지만 꼭 필요한 것이며 그것이 형식화된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상담준비가 된다. 또 '작은 실천 전략'을 세워두라는 조언이 나오는데(73쪽) 중요한 조언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아이에 대한 걱정을 표현했을 때 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어떻게 해야 되나요? 선생님이 알려주세요." 하시는데 갑자기 머리속이 백지가 된 경험이....;;;; 급하게 주워섬기긴 했지만 도움이 된 조언은 못되었을 것이다. 출발은 작은 실천이니 그것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좋겠다.

3. 이 책의 Part3은 상담기술에 대한 것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게는 이 장이 핵심이라고 느껴졌다. 내가 어렴풋이 느꼈던 어려움을 좀 더 명확히 볼 수 있었다.
1) 옳은 말(팩폭?) 보다는 좋은 말을 : 나는 사실 팩폭을 할만큼 간땡이가 크진 못하다. (하지만 그런 욕구는 늘 가지고 있음;;;) 그리고 좋은 말이라니? 달달한 말로 비위만 맞추란 뜻인가? 여기서 좋은 말이란 진정성 있는 말,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다가가는 말이라 여겨진다.
2) 상담의 기본기술 경청 공감 반영 명료화 : 이건 백번 맞는 말인데, 경청 공감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한없이 말려들어 문제해결이 어려워진 경험이 있다. 뭐든 절대적이지 않다. 특히 상담주간과 같은 공식적인 상담 말고 문제상황에서 한없이 경청과 공감만 하고 있었다가는 정확한 판단과 중재가 어렵다. 고개를 끄덕일 때와 정색을 할 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반영과 명료화 부분이 참고가 되었다.
3) 화가 난 학부모와 대화하기: 운이 좋게도 그동안 이런 상황이 자주 있진 않았다. 또 정말 다행스럽게도(?) 같이 화를 내는 맞불상황을 내가 만든 적도 없다. 하지만 그쪽은 화내고 잊어버린다해도 할말 못하고 참은 나는 울분이 남는다는 점... 이것이 문제다. 나는 화내지 않으면서, 그의 화를 뒤집어쓰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이 책에서는 진화에 비유하면서 상대의 발화점을 파악하여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도, 어느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이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전문성을 발휘하는 일이라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교사 스스로 차분하게 마음을 챙겨야 한다."(174쪽) 아이고 어렵다....

Part4는 즉문즉설이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학부모 편과 교사 편이 있는데 경험이 풍부한 저자들이 뽑은 핵심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다. 신규교사들은 이 부분을 읽고 나면 조금은 안심이 되실 것 같다. 물론 닥치기 전엔 절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상담이란 무척 변수가 많은 작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경우엔 준비하고 공부한 만큼 나아질 거라 본다. 나도 관찰을 통해 내용을 확보하고 이 책의 팁들을 기억하며 체계를 좀더 세워가야겠다.

이 책을 읽고 기억해야 할 말은 무엇보다도 책 전체에 꾸준히 나오는 '작업동맹'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이 아주 새로운 건 아니다. 학부모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라는 말은 상담주간을 앞두면 교장선생님도 여러번 당부하시는 말이니까.... 다만 그 관계를 깨뜨리는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파악과 대비는 쉽지 않다. 그것이 전문성이라 할 수 있겠고, 이 책은 그 전문성을 키우는데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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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독 개꾸쟁 1 : 덩림픽 구하기 대작전 - 제1회 이 동화가 재밌다 대상 수상작 이 동화가 재밌다
정용환 지음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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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알아보려면? 아이들이 심사하는 공모 당선작을 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 그래서 이 책을 읽어봤다. 공모제목도 '이 동화가 재밌다' 이 책이 대상작이다. 같은 대상작 '소녀H'의 재미코드에는 공감을 못해서 슬펐다.... 아이들과 코드차이가 심해지면 곤란하다고... 다행히 이 책은 재밌었다. 아이들과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어른이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언젠가는 손주도 볼 테니...ㅎㅎ 사실 아이들과 즐기기, 이건 일과 휴식을 명확히 구분짓고 혼자 쉬는 것 외에는 다 일인 내게는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애는 쓴다. 소통코드를 남겨두려고.

넘치는 삽화로 동화와 만화의 경계에 있는 것 같은 책이다. 정용환 작가님은 주로 그림작가로 활동해왔던 것 같은데(복제인간 윤봉구도 이분이 그리셨네?) 이번엔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내셨다. 이야기도 창의적이지만 익살스런 그림이 주는 재미가 만만치 않아서 아이들이 망설임없이 이 책을 추천했을 것 같다. 그림체가 과장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깨알재미가 있어서 나도 아주 맘에 들었다.

주인공 개꾸쟁? 개의 이름이다. 친구인 개풍순, 개복실 각각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의 후손들. 이들은 과거 모종의 계기로 뇌가 급속한 발달을 하여 지금의 세상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 전에는 '핑거스'라는 종족의 지배를 받았다고. 혹시.... 그건 사람을 비유한 것일까? 꼭 그렇다고 말하고 있진 않은데, 하는 일을 보면 영락없네. 목줄을 채우고, 쓸데없는 심부름을 시키고, 중노동을 시키고, 사료밖에 안 주고... 개를 가족이라 부르는 핑거스도 있었지만 그들이 하는 일이란 것이 자꾸만 손을 달라고 하고(발인데....), 번식을 못하게 중성화수술을 시키는 것....ㅠ 그렇다. 우리집 개가 말을 한다면 뭐라 말할지는 모를 일인거지....

이 개나라에서 벌어지는 덩림픽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똥 이야기와, 어른이 봐도 뜨끔할 세상에 대한 풍자가 같이 들어있다. 위기와 갈등이 없으면 이야기가 아닌 바, 이 덩림픽엔 전복을 노리는 핑거스들의 엄청난 음모가 들어있다. 천지분간 못하는 강아지들이면서도 그에 대항해 싸우는 개꾸쟁 삼총사. 복수를 다짐하는 핑거스의 외침으로 이 책은 끝난다.

자동으로 2권을 찾게 되는 구성이네.ㅎㅎ 2권의 제목이 타일왕국 사수 대작전? 아이들아, 재미있는 게 이렇게 많은데 어디다 눈을 박고 어디에 박혀서 뭣들 하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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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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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리뷰를 쓴 기억이 거의 없다. 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다. 토지, 태백산맥, 혼불 등의 대하소설들을 읽은 건 젊을 때였고, 이제는 그렇게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는 독서를 잘 못하겠다. 게다가 필요를 따지는 성향이 강해서인지 나이들면서 내 독서는 어린이책과 교육도서로 범위가 좁혀졌다.

그래도 너무나 유명한 이 작가의 <7년의 밤>은 읽었다. 그 책은 읽으면서도 힘들고 읽고 나서도 힘들었지만, 중간에 놓을 수는 없었다. 대단한 작가라 생각했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빠가 "이 작가 책 또 나오면 갖다다오" 부탁하셔서 다른 책들도 빌려다 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최근 이 책이 나온 걸 봤는데, 소설을 다시 읽겠다고 작심한 건 아니지만 끌렸다. 이름 때문인가. 이름 끝자라 내가 많이 사용하던 이름.

진이는 사람이름이고 지니는 동물 이름이었다. 영장류 중에서 보노보라는 동물. 진이는 사육사다. 이런 대목을 보아도 나는 작가들한테 감탄하곤 한다. 내가 경험의 폭이 좁아서인지, '아니 자기 경험 밖에 있는 세계를 어떻게 이렇게 속속들이 알수가 있지? 얼마나 취재를 했길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머리속에서 그려낼 수 있는, 남녀가 서로 팔자를 꼬고 꼬는 피곤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들지 않던 존경심이 이럴 때는 든다.

잘은 모르지만 이 작가의 작품 중에 판타지가 들어간 작품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그것도 흔하디흔한 '체인지'류의 설정이라니. 이건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나오고 내가 읽어본 동화만 해도 몇 권 꼽을 수가 있을 정도인데... 그러나 읽다보면 이거 흔하잖아 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진이의 사고 장면, 지니의 몸 속에서 진이의 의식이 깨어나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을 읽을 때 감탄이 나온다. 겪어봤어도 이렇게 묘사하긴 어렵겠다.... 라는. 누구나 언어를 쓰지만 그 언어를 다루는 수준은 엄청난 차이가 있구나. 당연하겠지만. 그래서 세상엔 작가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확히 말하면 '체인지'가 아니었다. 사경을 헤매는 진이의 육신에서 빠져나온 영혼이 지니의 육신에 의탁했을 뿐이다. 지니의 육신은 진이의 뜻을 따랐다가 지니의 본모습으로 돌아갔다가 양쪽을 오간다. 지니의 정신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본다. 이 과정에서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도 마치 들여다보듯 묘사가 되어있다. 내가 이런 설정에 현실적으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버릴만큼.

불법 포획되어 팔리고 학대받는 동물들(이 책에선 보노보 지니), 그리고 침팬지 엄마라고 불릴만큼 그들과 교감했지만 신변의 위협 앞에 돌아섰던 진이, 긴 시간이 흘러 운명처럼 만난 두 존재. 비슷한 소재의 작품은 많이 있겠지만 이처럼 가슴 조이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또 강인하지만 홀홀단신인 진이, 그리고 얼떨결에 그 영혼의 일을 돕게 된 부적응 백수 노숙자 민주. 철저히 외로웠던 두 남녀사람의 우정도 아름답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영원히 간직할.

누구나 혼자 떠난다는 면에서 그리 애탈 것은 없지만 여러겹의 외로움과 싸우며 버티던 저 젊은 인생이 저렇게 떠난다는 게 가슴아팠다. 하지만 다행이다. 그녀의 의식은 깨어 지니를 깊이 만나고, 또다른 외로운 한 사람 민주와 짧고 멋진 동행을 했으니.

선이 굵고 거친 이 작가의 작품 중에선 예외적으로 곱고 여린(?...표현할 말이 잘 생각 안 남) 작품이라는 평인 듯하다. 가슴이 아려오긴 했으나 읽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아.... 소설도 읽고 싶구나. 하지만 모드 전환이 쉽지 않은 나는 일하면서 소설도 읽고 이런게 잘 안된다. 월급받는 일만 해도 지쳐버리는 저질체력이라서 말이다...ㅠ 이제 휴가 막바지다. 일할 땐 진이처럼 일하고 싶다. 전문적이고 강인하게. 때로는 누군가의 '다정한 그녀'가 되면서.(이 책에서 그 누군가는 영장류센터의 침팬지들) 그러고 싶다는 거지. 희망사항....;;;; 휴가의 유일한 소설 잘 읽었다. 이제 다음 휴가를 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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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19-08-19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기진맥진이란 닉은 실제로 그렇게 될수 있어요.ㅎㅎ
닉넴을 건물주로 해야 자기의 무의식이 그런 방향으로 나간다네요.
내가한 말이 아니고 허지원인가 확실하진 않지만 심리학 교수가 쓴책에 그렇게 되어있더군요.

기진맥진 2019-08-19 23:1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긍정적인 자기예언이 중요한데.... 어쩌다보니....ㅎㅎ
다른데서는 안쓰고 요기 알라딘에서만 써요.^^
 
내 마음 배송 완료 동화는 내 친구 89
송방순 지음, 김진화 그림 / 논장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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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방순 작가의 책은 처음 읽었다. 정말 죄송하게도 성함이 옛날분 같아서....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며 책을 펼쳤던 것 같다.(나도 참...^^;;;) 그런데 내용이나 문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간결한 문장, 실제적인 대화, 그리고 현실 가족의 문제를 다룬 내용.

송이는 참 서럽다. 부모님이 헤어져서 엄마랑 둘이만 사는 것도 서러운데 엄마는 송이를 더 애틋하게 보살피기는 커녕 거의 방치상태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돌아와도 먹을 것을 챙겨주기보단 리모컨을 들고 홈쇼핑에 빠져든다. 그렇다. 엄마는 홈쇼핑 중독이 됐다. 현관엔 뜯지도 않은 택배 박스들이 쌓여간다.

사실은 어른들도(아니 어른들이 더?) 중독에 취약하다. 마음이 외롭고 허할수록 더욱. 송이엄마가 송이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강인하게 버틴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게 쉽지 않은 것이다. 송이가 좋아하는 남친 형찬이랑 엄마들을 흉보며 나누는 대화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우리 엄만 맨날 운동만 하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수영, 헬스, 달리기까지.... 지쳐서 쓰러질 것 같다니까."
"너희 엄만 운동을 정말 좋아하나보다."
"그게 아니라 집에만 있어도 스트레스가 쌓여 숨이 막힌대. 그래서 이 운동 저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는 거래."
"그래? 우리 엄만 회사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쇼핑을 하는 거라던데. 하여튼 어른들은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정말 이상해."
(나는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나? 혼자 까페콕하고 쉬기.... 이정도면 누구한테 피해 안줄 정도는 되려나?)
이 와중에 아이가 별 수 있겠나. 게임에 빠지고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몰라보게 살이 쪄가는 송이. 사실 이정도도 대견하게 잘 버티고 있는 거긴 한데.

갈등 단계로 들어가며 이야기는 판타지가 된다. 송이가 쇼핑호스트를 따라 '쇼핑천국' 안으로 순간이동을 한 것. 결국에는 엄마를 판매품으로 내놓게 되는데.... 엄마가 팔렸다가 반품, 이어서 송이가 팔렸다가 반품.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체험들, 그 후의 화해 등은 좀 뻔한 공식인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지루하지 않게 잘 읽히긴 했다.

택배가 왔다. 또~? 마지막으로 온 이 택배는 아빠한테서 온 택배였다. 이 택배를 보는 엄마와 송이를 보니 판타지를 통과한 두 사람이 달라진 것이 확 느껴진다. 서로의 세상에 빠져서 같은 공간에 있으나 각각 홀로였던 모녀는 이제 생활을 공유한다. 판타지였긴 하나 이런 계기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자식을 위해서 산다며 매달리는 부모도, 자식과 다른 세상에 홀로 들어가버린 부모도 모두 자식에겐 괴로움과 슬픔이다. 적당한 공유.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게 필요하다. 시간도 공간도 활동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제목에 있겠지. "내 마음 배송 완료."

엄마들이 읽어봤으면 좋을만한 책이지만 판타지와 여러 흥미있는 설정들 때문에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4,5학년 정도에 적당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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