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아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중 마지막이다. 다른 책이 더 있었다면 이 책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도서관을 못가서 더이상 책이 없어서 펼쳤다. 오 근데 재밌었다.^^

세로방향 책은 오랜만에 읽는다. 일본만화는 아직 이렇게도 나오는구나. 짧은 만화(4쪽 32컷) + 우주이야기로 된 매우 독특한 구성의 책이다. 만화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담은 인기작품을 많이 그리신 분 같고 각 만화에 딸린 칼럼은 우주관에서 일하는 분이 쓰셨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협업이라 하겠는데, 서로의 소통이 잘 되었는지 겉도는 느낌 없이 조화롭다. 만화가 아주 작고 귀엽고 가볍다면 칼럼은 살짝 무게를 주며 눌러준다. (만화의 생각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무게를 잡지 않는다고 해야할지) 그림체도 그렇다. 전혀 정교하지 않게 쓱쓱 그린 그림체. 그런데 좋다. 편하고 익숙하고. 인물들도 정겹고.

매 화마다 다른 인물들이 나오는데(시간이 흘러 뒷야야기에 다시 나오기도 함) 그냥 평범한 소시민들. 이들의 짧은 이야기는 꼭 우주의 무언가와 연결되고 이어지는 '알기쉬운 우주 이야기'에선 그걸 설명해준다. 운석, 별똥별, 별의 탄생, 별의 이름, 은하수 등등.... 인물들은 내가 아는 특별한 것 없는 주변인물들 중에서 못되고 탐욕스러운 사람들 다 빼고 남긴 사람들 같다. 부러운 능력자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마음이 작아질 때 읽어보면 어떨까. 어차피 우주의 시간에선 길어봤자 찰나야. 커봤자 모래알이고. 머리 내밀겠다고 발꿈치 들지 말고 그냥 편하게 어울려 살아. 착하게.

만화가 다 공감가고 좋았지만 특히 공감간 것 몇 편.
[별똥별] 며칠째 야근중인 후지키. 야근수당도 청구하지 못하고.(이부분 나도 울컥한 사연이 있으나 생략) 욱신거리는 어깨를 두드리며 일하고 있는데 저녁먹고 들어온 남자후배가 별똥별을 봤다며 말을 시킨다. "소원 빌었어?" 라는 질문에 못빌었다는 후배의 대답. "생각해보니 하나밖에 안떠오르는 거예요. 이 회사 그만두고 싶다는 거였어요."
"별똥별을 보고 그거 하나는 알게 됐어요.".... 난 그정도로 내 회사에 불만있진 않지만.... 그래도 공감이 간다. 젊은 직장인들의 비애라 할까. 안쓰럽기도 하고.ㅠ

[별은 어떻게 태어날까?] 몇 친구들이 선술집에서 30세 생일축하중이다. 선술집 아주머니가 말한다. "30대는 아직 애야."
"초등학교 25학년 쯤 되려나?" 이 말씀에 하하하^^
사장님은 어른인가요? 질문에
'아유, 아직 멀었지. 대학교 40학년 정도 됐으려나."
나는 몇살쯤 된걸까? 대학교까진 가지도 못했고 중학교 37학년?ㅋㅋ 언제 어른이 될까? 되기는 할까? 아주머니는 "나이드니 생일날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진다"고 하셨다. 이걸 보니 나는 아직도 애구나. 담달에 생일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라도....ㅠ

[지구는 하나뿐?] 착한 사람들 사이에 가당찮은 주변인이 나온 경우. 퇴근 후 부장님과 식사하는데 그 부장이란 인간이 계속 말실수를(실수?가 아닌거지...) 그러면서 계속 하는 말이 "아이쿠야, 이러면 성희롱인가?" 인간아... 알면 닥치거라. 일본에도 이런 작자들이 많구나. 바뀌겠지. 단 바뀌는 과정에 선량한 이들을 제물로 삼는 걸 가벼이 보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걸음을 좀 늦출지언정 꼭 그래야만 한다. 그게 계속 전진하는 길이다. 요즘 울분 터지는 일이 하나 있어 이 말을 하게 된다.ㅠ

[공부] 이 화에는 학생과 교사가 나와서 집중하게 됐다. 선생님은 50대로 보이는 역사교사. 그 옆에 상습 땡땡이 남학생. 선생님은 껄렁대는 그녀석의 질문에 무심한듯 답을 해주며 수업프린트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재밌지도 않은거 대충 만들면 되잖냐는 녀석의 질문에,
"대충 만든 프린트물로 수업을 하면 내가 재미가 없어서 그런다!"
이 한마디에 이 나이든 교사의 교직 인생이 담겼다. 내가 그래도 아직은 그만두지 않는 건 이 선생님의 말씀이 내 얘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쩍 이 뺀질이에게 공부가 뭔지 한수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고수다. 그러니까 뺀질이가 기웃거리는 거겠지만. 근데 이 선생님의 말투는 세련되지 못했고 문제가 될 요소도 많다. "그딴거 필요없으니 썩 꺼져라." "바보 녀석" "커피 좀 타와라."
선생님, 선생님을 진정한 고수로 존경합니다. 근데 조심하세요. 인격파탄자, 아동학대로 고소 당하세요.ㅠㅠ

[우주를 알다] 결혼을 앞둔 남녀와 남자의 어머니가 까페에 앉아있다. 남자는 두고온 핸드폰을 찾으러 뛰어나가고 덤벙대는 아들을 흉보던 어머니는 "쟤 어디가 좋던가요?" 하고 묻는다. 어느 밤 같이 퇴근하는 길 밤하늘 별을 보고 감탄하는데 함께 감동하더라는. "제가 대단하다고 느낀 것을 같이 대단하네 라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고 느꼈거든요." 그렇다. 그런 이들과 함께 해야 행복하다. 나처럼 매사 시큰둥해서는 많은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ㅋㅋ

아이고, 이렇게 하나하나 말하다간 끝이 없겠다. 이 외에 짧은 한편한편에 따뜻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오늘은 아주 편안하고 미소짓는 책읽기를 했다. 이런 독서 좋네. 작가의 다른 책도 보고 싶다.

이 책을 보면서, 어린이책에 관심이 많은 나는 딱 요 컨셉으로 어린이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신 정보면은 칼라풀하게. 만화는 단색으로.(난 만화는 칼라 싫다. 단색이 더 잘 읽힘) 정보면엔 총천연색 사진과 그림과 재미있는 설명을 넣고, 만화엔 아이들이 등장하는 걸루. 대박일 거 같은데 표절이려나?^^;;; 솔직히 이 책도 칼럼에 좀 이해가 안가서 '그림이 들어갔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다. 고거 하나가 살짝 아쉬웠다. 나의 지식 문제이기도 하지만.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