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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부모 상담 -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김연민.김태승 지음 / 푸른칠판 / 2019년 4월
평점 :
올해도 3월에 새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한달도 안되어 학부모상담을 했고, 2학기 개학하면 3주만에 또 상담주간이 있다. 해마다 조금씩 (아주 눈에 안띌 만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 이 두번의 주간은 일년 중 가장 힘든 주간이다. 교과전담(비담임)을 했던 해에는 이 주간 오후에 복도를 지나갈 때 마치 혼자 방학을 한 듯한 해방감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지다가 교실의 담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지금도 솔직히 이 주간만 놓고 본다면 비담임을 선택하고 싶다. 크게 망한 적이 없는데도, 사전의 부담감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왜 그렇게 부담스러운 걸까.
이 책에서는 '자동적 사고'에 따른 '비합리적 신념'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데 들여다보면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이 많다. 나는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많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좋은 학부모님이 훨씬 많다.'고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는 주변에서 보거나 들은 악질학부모, 진상학부모에 대한 기억이 먼저 튀어나오고 그게 어느새 비합리적 신념으로 내 사고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시작 전엔 마음이 무겁지만 일단 상담이 시작되면 대화가 즐겁거나 따뜻했거나 중요한 것을 알게 됐던 적이 더 많았고, 아이를 많이 걱정하던 한 어머니는 상담 오기를 너무 잘했다며 안심과 기쁨의 눈물을 흘리신 적도 있다. 그러니 이제 내 안에 있는 비합리적 신념(학부모는 항상 자신의 아이만 생각한다, 학부모와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학부모는 삐끗만 해도 나를 상처주는 존재로 돌변할 것이다... 등)을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학부모상담 경험이 적은 젊은 교사들을 주독자로 설정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20년을 넘게 한 나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는 점에서 꼭 읽어볼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동안 나의 잘못된 발자취(?)를 되돌아보게 되어 부끄럽고 찔리는 대목이 많았다. 자아비판을 굳이 할 필요가 있겠냐만, 발전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부족했던 점, 보완할 점들을 적어본다.
1. 별난 아이건 무난한 아이건 학부모에게는 상담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은 때가 있었다. 특히 학급 인원수가 많을 때는 하루에 4~5명의(야간상담날은 그 이상) 상담을 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 수업준비, 업무에 해당되는 오후 시간이 모조리 들어가기 때문에 별도의 시간을 더 일해야 하고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힘들다. 그래서 상담신청서를 걷을 때 잘하고 있는 아이가 내면 "아이참, 얘는 안해도 되는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학급의 모든 학부모를 만나는 게 맞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그게 엄청 빡세긴 함...;;;)
2. 부담스러워만 했을 뿐 실제 준비는 부족했다. 뭘 준비해야 할지 잘 몰랐다는 말이 맞겠다. 해마다 이런저런 설문지나 양식들을 적용해보곤 하는데 이거다 싶은 것은 아직 찾지 못해서 매번 달라지곤 한다. 그것도 준비 못하던 처음에는 '말문을 열면 대화는 되겠지' 이런 무대뽀 정신으로 임했던 것 같다. 실제로 어떻게 하든 대화는 됐었다.ㅎㅎ 하지만 귀한 시간 내서 찾아온 학부모가 대화에 만족했을지는 미지수다. 몇년 전부터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것은 아이들의 글이나 작품이 담긴 포트폴리오, 교우관계 조사표 등이다. 이것도 2학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 3월 상담은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이 책의 Part2는 상담준비에 대한 장이다. 상담장소(교실) 정리와 자리배치 같은 공간적인 것부터 사용할 수 있는 서식들도 소개하고 있다. 이중에 뇌구조 그리기와 교우관계도, 상담기록지 등은 나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 나의 경우 서식 자체보다는 내용에 더 집중을 해야할 것 같다. 그 내용의 포인트는 '관찰'이다. 관찰을 기록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도 소위 적자생존(적어야 살아남는다)의 원칙에 따라 일부 걱정되는 아이들의 행동을 적어놓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단점에 치우친 기술과 제시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단점보다 장점의 관찰이 훨씬 어렵지만 꼭 필요한 것이며 그것이 형식화된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상담준비가 된다. 또 '작은 실천 전략'을 세워두라는 조언이 나오는데(73쪽) 중요한 조언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아이에 대한 걱정을 표현했을 때 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어떻게 해야 되나요? 선생님이 알려주세요." 하시는데 갑자기 머리속이 백지가 된 경험이....;;;; 급하게 주워섬기긴 했지만 도움이 된 조언은 못되었을 것이다. 출발은 작은 실천이니 그것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좋겠다.
3. 이 책의 Part3은 상담기술에 대한 것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게는 이 장이 핵심이라고 느껴졌다. 내가 어렴풋이 느꼈던 어려움을 좀 더 명확히 볼 수 있었다.
1) 옳은 말(팩폭?) 보다는 좋은 말을 : 나는 사실 팩폭을 할만큼 간땡이가 크진 못하다. (하지만 그런 욕구는 늘 가지고 있음;;;) 그리고 좋은 말이라니? 달달한 말로 비위만 맞추란 뜻인가? 여기서 좋은 말이란 진정성 있는 말,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다가가는 말이라 여겨진다.
2) 상담의 기본기술 경청 공감 반영 명료화 : 이건 백번 맞는 말인데, 경청 공감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한없이 말려들어 문제해결이 어려워진 경험이 있다. 뭐든 절대적이지 않다. 특히 상담주간과 같은 공식적인 상담 말고 문제상황에서 한없이 경청과 공감만 하고 있었다가는 정확한 판단과 중재가 어렵다. 고개를 끄덕일 때와 정색을 할 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반영과 명료화 부분이 참고가 되었다.
3) 화가 난 학부모와 대화하기: 운이 좋게도 그동안 이런 상황이 자주 있진 않았다. 또 정말 다행스럽게도(?) 같이 화를 내는 맞불상황을 내가 만든 적도 없다. 하지만 그쪽은 화내고 잊어버린다해도 할말 못하고 참은 나는 울분이 남는다는 점... 이것이 문제다. 나는 화내지 않으면서, 그의 화를 뒤집어쓰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이 책에서는 진화에 비유하면서 상대의 발화점을 파악하여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도, 어느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이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전문성을 발휘하는 일이라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교사 스스로 차분하게 마음을 챙겨야 한다."(174쪽) 아이고 어렵다....
Part4는 즉문즉설이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학부모 편과 교사 편이 있는데 경험이 풍부한 저자들이 뽑은 핵심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다. 신규교사들은 이 부분을 읽고 나면 조금은 안심이 되실 것 같다. 물론 닥치기 전엔 절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상담이란 무척 변수가 많은 작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경우엔 준비하고 공부한 만큼 나아질 거라 본다. 나도 관찰을 통해 내용을 확보하고 이 책의 팁들을 기억하며 체계를 좀더 세워가야겠다.
이 책을 읽고 기억해야 할 말은 무엇보다도 책 전체에 꾸준히 나오는 '작업동맹'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이 아주 새로운 건 아니다. 학부모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라는 말은 상담주간을 앞두면 교장선생님도 여러번 당부하시는 말이니까.... 다만 그 관계를 깨뜨리는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파악과 대비는 쉽지 않다. 그것이 전문성이라 할 수 있겠고, 이 책은 그 전문성을 키우는데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