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방순 작가의 책은 처음 읽었다. 정말 죄송하게도 성함이 옛날분 같아서....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며 책을 펼쳤던 것 같다.(나도 참...^^;;;) 그런데 내용이나 문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간결한 문장, 실제적인 대화, 그리고 현실 가족의 문제를 다룬 내용.송이는 참 서럽다. 부모님이 헤어져서 엄마랑 둘이만 사는 것도 서러운데 엄마는 송이를 더 애틋하게 보살피기는 커녕 거의 방치상태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돌아와도 먹을 것을 챙겨주기보단 리모컨을 들고 홈쇼핑에 빠져든다. 그렇다. 엄마는 홈쇼핑 중독이 됐다. 현관엔 뜯지도 않은 택배 박스들이 쌓여간다.사실은 어른들도(아니 어른들이 더?) 중독에 취약하다. 마음이 외롭고 허할수록 더욱. 송이엄마가 송이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강인하게 버틴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게 쉽지 않은 것이다. 송이가 좋아하는 남친 형찬이랑 엄마들을 흉보며 나누는 대화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우리 엄만 맨날 운동만 하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수영, 헬스, 달리기까지.... 지쳐서 쓰러질 것 같다니까.""너희 엄만 운동을 정말 좋아하나보다.""그게 아니라 집에만 있어도 스트레스가 쌓여 숨이 막힌대. 그래서 이 운동 저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는 거래.""그래? 우리 엄만 회사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쇼핑을 하는 거라던데. 하여튼 어른들은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정말 이상해."(나는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나? 혼자 까페콕하고 쉬기.... 이정도면 누구한테 피해 안줄 정도는 되려나?)이 와중에 아이가 별 수 있겠나. 게임에 빠지고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몰라보게 살이 쪄가는 송이. 사실 이정도도 대견하게 잘 버티고 있는 거긴 한데.갈등 단계로 들어가며 이야기는 판타지가 된다. 송이가 쇼핑호스트를 따라 '쇼핑천국' 안으로 순간이동을 한 것. 결국에는 엄마를 판매품으로 내놓게 되는데.... 엄마가 팔렸다가 반품, 이어서 송이가 팔렸다가 반품.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체험들, 그 후의 화해 등은 좀 뻔한 공식인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지루하지 않게 잘 읽히긴 했다.택배가 왔다. 또~? 마지막으로 온 이 택배는 아빠한테서 온 택배였다. 이 택배를 보는 엄마와 송이를 보니 판타지를 통과한 두 사람이 달라진 것이 확 느껴진다. 서로의 세상에 빠져서 같은 공간에 있으나 각각 홀로였던 모녀는 이제 생활을 공유한다. 판타지였긴 하나 이런 계기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자식을 위해서 산다며 매달리는 부모도, 자식과 다른 세상에 홀로 들어가버린 부모도 모두 자식에겐 괴로움과 슬픔이다. 적당한 공유.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게 필요하다. 시간도 공간도 활동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제목에 있겠지. "내 마음 배송 완료."엄마들이 읽어봤으면 좋을만한 책이지만 판타지와 여러 흥미있는 설정들 때문에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4,5학년 정도에 적당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