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기 싫어 키다리 그림책 53
이경은 지음 / 키다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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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일찍 일어났던 아이에게 이제 "일어나야지"하는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그런 시기에 딱 적당하고 함께 읽혀 줄 책 한 권

키다리 출판사의 '일어나기 싫어'가 아닐까요?

  

 

아직 글을 못 읽지만 그림과 읽어주기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아침에 잘 일어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교감할 수 있는 책 읽기였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봇 등장. 그들이 잠도 깨워주고 치카치카 및 세수도 해주면 어떨까를 물어보니 "좋아!"를 외치는 첫째 아이.

  

 

하지만 아직도 잠에서 깨지 못한 도현이는 엄마와 한바탕 씨름을 시작하죠.

네가 이기나 엄마가 이기나 그렇게 아침은 전쟁이라는 것이 또 실감 납니다.

또 아침엔 시간이 왜 그렇게 빨리 가는지.

  

 

도현이는 이래서 아침에 늘 상상을 하나 봅니다. 머리 감겨주고 이 닦아 주는 곰돌이, 발 닦아 주는 로봇. 알아서 나를 깨워주고 씻겨 줄 친구들을 상상하며 아직 못 일어나고 있나요?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DRW000000b41b39.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8pixel, 세로 30pixel

비몽사몽 잠에서 깨어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옷을 입고 감긴 졸린 눈을 비비며 학교로 등교하지요.

그래도 학교는 가야 하니까 참 착한 아이네요.

  

 

그리고 어느새 학교. 친구들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도현이가 짝사랑(?) 하는 혜미가 있네요. 수학 문제도 제법 푸는 도현이. 자기 자신도 이렇게 혜미 앞에서 수학 문제를 잘 푸는 자신이 대견한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점수를 따는 도현이??!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DRW000000b41b3d.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8pixel, 세로 30pixel

   

 

그리고 체육 시간. 한 편에선 혜미가 울고 있는데 도현이가 혜미를 위해 빛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네요. 좋은 결과를 얻어서 혜미를 기쁘게 해주려는 귀여운 도현이. 언제 늦잠을 잤냐는 듯 생생하게 달리기도 완주합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DRW000000b41b41.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8pixel, 세로 30pixel

   

 

, 도현이는 혜미가 다가오자 가슴이 '쿵쾅 쿵쾅'

하나 봐요. 자신이 좋아했던 혜미가 도현의 1등 결과를 듣고 너무 고마웠던 나머지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 도현이 앞으로 다가오나 봐요.

꿈이 아니었으면~ 그러길 바랐던 도현이.

  

 

!!! 아직도 늦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꿈을 꾸고 있는 도현이었군요.

아침과 사투하는 아이와 부모님. 그리고 계속 일어나기 싫어하는 상황이 더해만 가죠.

이 책을 통해 함께 잠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아침 일찍 일어나 좋은 것이 무엇인지도 아이와 대화하며 극복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른이고 아이이고 아침잠 많은 건 정말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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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끝의 검은덩이
이주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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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았던 것에서 생채기를 겪었다면 더 큰 심적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파렴치한을 조용함과 온화함이란 겉포장으로 덥어버린 한 남자. 교사라는-그 이면엔더 큰 힘이 존재함이 더욱 무섭다-특권을 이용해 제자를 농락하는 김정희. 아버지를 어딘가로 떠나 보낸 뒤 어머니까지 먼 타지로 시집 보낸 후 그저 공부 밖에 모르고 한 길을 위해 달려가던 영신은 그렇게 좌절하고만다. 그럼에도 그녀는 전문직이란 목표를 가슴에 안고 쓰라린 10대 시절의 기억을 마음 한편에 잠궈둔다. 그리고 영신 그녀 앞에 복수라기 보다 허무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게 마는데......


‘검은 양심‘을 가리고 패티시에 탐닉하는 교사김정희 과거와 그에게 첫 경험을 빼앗긴 부인이자 학교 법인 이사인 전직 교사 이선희.
그녀 또한 미술가의 큰 꿈 대신 교사 김정희의 성폭력에 의해 꿈을 짓밟히고 만다.
하지만 다행이랄 것도 없는 운명, 가슴 아픈 상황을 목격한 그녀의 부모.

김정희는 그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결혼이란 굴레로 이선희와 4년 뒤 미래를 함께 하기로
하며 그녀의 부모와 은밀한 거래를 시작한다. 그녀의 부모 또한 고흐와 같은 미술가 대신 학교 법인 이사의 사모님으로 그녀의 인생이 바뀌길 바랬던 것이기도 하다. 늘 장사로 연명해 오던 이선희의 부모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익숙한 계산이었던 것이다.

과거와 현재, 법인 이사 이선희와 살해 된 김정희의 성적 욕망 대상 중 하나였던 김영신과의 인연. 그리고 살해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형사. 물론 그는 노총각에 자신의 승진과 미래를 위한 발판을 삼기 위해 이 사건에 목을 매다시피한다. 이선희 또한 정신적 피폐함을 지니고 있으며 살해 된 남편의 희생자이기도 했지만 결국, 재단을 이어가기 위한 그들의 식구일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내면을 감추과 타인과 계산 된 게임을 펼치기도 한다.

어느 노교사의 교복 패티시-자세한 가정 환경의 내용이 아쉽긴 하지만 대략 소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로 인한 은밀하지만 공론화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그리고 이를 은폐조작하려는 사학재단 이사장의 알 수 없는 비밀 등, 금기시하고 있지만 요즘 대두되고 있는 학교 미투의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사실일지 모르나 어디선가에서 모티브로 가져왔을 법한 사건 무마의 답례로 물리적 거래를 바라는 피해자의 부모. 떳떳함으로 나설 수 없음도 안타깝지만 필요함을 세상에 알리고, 불합리함과 불법을 풀어가야 할 중요성에 숙제를 던져주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좀 더 으스스한 작품을 쓰고 싶다는 저자의 희망. 이에 더해져 사회의 존재 가치 또한 던져주는 교훈 넘치는 이야기도 풍부히 담아주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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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열전 - 인생 고수들이 들려주는 지혜의 말들
김영철 엮음,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 / 창비교육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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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100세 시대' 공부도 평생 공부라는 말은 이미 오래이다. 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며 보고 듣고 읽고 느끼는 것도 공부라고 생각한다. 이 책엔 이렇게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하신 우리 선생님들, 인생의 멘토와 같은 분들의 대담이 담겨 있다. 영상으로 그려진 인터뷰보다 활자화된 세상은 그 기억을 좀 더 오래 각인하고 다시 들춰보며 나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젊은이들을 비롯해 모든 세대가 한 번쯤 읽고 느끼며 그들의 삶도 우리처럼 목적을 이어가는 평생 공부의 삶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에는 열한 분의 소중한 인터뷰이가 등장한다. 김용택 시인, 서재경 남도학숙 원장, 나효우 착한 여행 대표, 조정래 소설가, 도정일 인문학자, 이순재 배우,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문국현 한솔섬유 대표,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김성수 우리 마을 촌장, 강만길 역사학자.

익숙한 인물도 있으며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으나 편식하지 않고 이 책에 담긴 삶의 지혜와 100세까지 함께 하는 공부 열전에 빠져보기로 하자. 각자가 꿈꾸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멘토의 인터뷰에 좀 더 눈을 크게 뜨고 읽어 나간다면 정답이 더 자세히 보일 것이다.

'공부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용택 시인의 말이다. 이것이 지혜이며 평생 공부에 필요한 정답 중 하나가 아닐지 생각한다. 지식을 무작위로 흡수하기보다 소화시키며 삶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 이것이 평생 공부이며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이 아닐까? 이러한 평생 공부는 김용택 시인뿐 아니라 아름다운 서당과 남도학숙을 운영하는 서재경 원장의 입에서도 동일하게 회자된다. 평생교육에 기초가 되는 젊은 인재상을 키우고 올바른 인성으로 교육을 실천하는 서재경 원장. 인터뷰이 한 분, 한 분이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남다름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우선 인터뷰 형식의 글이라 좀 더 생동감 넘치며 함께 대화를 듣고 있는 것처럼 착각 또한 불러일으킨다.

'인생은 두 개의 돌덩이를 바꿔 놓아가며 건너는 징검다리다. 외롭고 고달프지 않은 삶이란 없다.'

그래서 인간은 도를 닦고 마음을 닦는 것이라고 소설가 조정래는 말한다. 이처럼 교육이란 일생 동안 마음을 다스리고 또다시 밀려오는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스스로의 필살 기법. 배움과 익힘을 통해 평생을 공부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진해 나가는 과정임을 느끼게 된다.

문화, 예술, 인문, 교육, 경제 분야 등의 멘토이자 전문가들로부터 듣는 평생 교육. 독자 각자의 취향과 원하는 목표 분야에 맞게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할 수도 있다.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 싶은 독자에겐 인터뷰이 도정일 교수 혹은 강만길 교수의 글이 마음에 와닿을 수 있으며, 100년 연기를 꿈꾸는 예술가 지망생에겐 이순재 선생님의 평생 연기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교육 진흥원의 기획으로 전문가가 느끼는 평생교육, 공부에 대한 의미와 주제가 중심이 되는 작품임에 초점을 맞춰나가 책과 만나보길 기대한다. 그리고 독자 자신이 생각하는 평생교육의 가치와 방향 설정 등이 어떻게 정의되어있으며, 그 설정을 어떠한 결과의 토대로 계획하고 있는지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인생 고수들이 들려주는 지혜의 말들'이란 부제를 통해 한 평생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인생의 좌표가 되는 책 읽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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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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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할 것 같은 금융권 회계와 신용대출에 얽힌 사건을 비롯해 관련 용어 및 과정을 이렇듯

쉽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금융권 소설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마디로 몸이 아닌 두되와 말싸움의 금융 활극! '작가 이케이도 준' 이 경험한 직장 생활에서의 노하우도 바탕이겠으나 치밀한 구성과 자료 조사를 토대로 매끄러운 스토리텔러의 능력을 보여주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버블 경제로 통하는 일본의 8~90년대 거품경제, 즉 부동산의 폭락 사태를 사전 배경지식으로 지나고 있다면, 이 작품의 밀도는 좀 더 심도 있게 독자의 뇌리에 박힐 수 있을 작품이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 작품의 발간 자체가 기존 일본을 포함해서, 국내 팬들의 큰 기대를 안고 있다는 사실에 책을 접하기 전부터 설렘을 느꼈다.


정열의 은행 원 '한자와 나오키'. 소년 탐정 김전일, 셜록 홈스를 능가하는 수사력과 분석력까지 지닌 한자와 나오키. 그의 뚜렷한 캐릭터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기에 딱 좋은 오프닝의 입사 장면이 이야기의 속도감을 가늠케 한다.

세월이 흘러, 10년 뒤 과장으로 승진한 '한자와 나오키'. 그에게 사건의 핵심인 5억 엔 대출 건의 기업에서 부도 사태가 발생하고, 졸지에 모든 책임을 융자 과장이었던 '한자와'의 몫으로 돌리려는 상부의 계락이 속도전처럼 진행된다. 일순간의 이익과 승진을 위해 일을 몰아붙였던 지점장의 과욕이 결국, 불굴의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의 독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의감에 불타고 불의에 주저하지 않는 한자와는 함께 15년 전 입사한 동기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큰 벽과의 일전을 치를 준비와 함께

5억 부도의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흥미진진한 징검다리 승부를 이어간다.


상사 앞에서도 거침없는 논리정연함으로 불의에 당당히 맞서는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 모든 회사원들이 겪고 있는 일적 고뇌, 소진을 단 번에 날려버리는 사이다 같은 대사와 빠른 흐름이 너무나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왠지 오사카로 달려가 살아 있을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 과장을 만나고 싶은 생동감마저 느껴지는 작품이다.


"은행이란 곳은 말이야, 인정사정도 없고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이야. 똑똑히 기억해둬."


과연 한자와 나오키와 동료 도마리의 대화로만 해결될 문제일까? 은행도 작은 사회이며, 그 사회 안에 국가가 존재한다.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간 개개인의 끝없는 암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전투는 언제 어디서든 나를 피폐하게 만드는 불행한 결론이 밀려올 수 있다. 이처럼 은행가의 보이지 않는 싸움은 동료 간의 경쟁,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끊임없는 밀고 당기기로 자신의 승리를 끝까지 갈구하는 외나무다리의 정면 승부와도 같은 세계라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게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또 주목해야 할 대사 하나를 발췌한다.


'돈은 부유한 자에게 빌려주고 가난한 자에게는 빌려주지 않는 게 철칙이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법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 그런 면에서 '빚내서 집사라'라고 떠들던 대한민국 정권의 수장은 올바른 경제관념을 갖고 있었는지, 지난날 부실 정부가 던진 과오가 소리 없는 칼날처럼 다가와 잔잔했던 마음의 파도를 아리게 한다. 무엇이 옳고 어떻게 살아야 정의로운 삶이고 올바른 가치관의 형성에 기초를 다질 수 있는지 재미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다양한 상상과 추측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한자와 나오키, 철두철미함과 고난도의 분석력과 함께 유능한 주변 동료들의 협조로 서부 오사카 철강의 계획도산에 대한 은밀한 거래와 어둠의 정황을 조금씩 벗겨 나가게 된다. 또한 그와 처지가 비슷한 육십 대 서부 오사카 철강의 하청업체 사장인 다케시다는 무게감 있는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한자와와 단짝을 이뤄 주어진 문제, 즉 잃어버린 채권의 실타래를 증명해내는 케미 또한 발휘한다.

언제나 정의는 이기기 힘들다는 것도 희미하게나마 사실일 수 있으나. 저자 이케이도 준은 이를 과감히 무시하고 자신의 대신할 분신과도 같은 저돌적이고 정의로 뭉친 '한자와 나오키'를 탄생시켰다..

 

소설의 카피처럼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일하는 자라면, 한자와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고 대리만족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이 한국에 상륙한 것 자체가 개성 있는 스토리를 갈구하는 우리 독자들에게 비타민과도 같을 역작이 되리란 상상을 해본다. 1편은 그저 시작이며, 그의 활약이 펼쳐질 후속작들도 기대하며 1편의 에피소드 그 화끈함과 시원한 청량감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무더운 여름의 시작, 초여름 독자들 앞에 선보이는 '한자와 나오키'와 꼭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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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있긴 싫고
장혜현 지음 / 부크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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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솔하면서 내면의 솔직함을 글로 표현한 작품. 파리로 출발하는 비행기에서부터 과거와 현재를 비롯해 여행지 혹은 일상 속에서 비치는 풍경이 담겨 있다. 종종 등장하는 작가의 부친에 대한 추억은 슬프고도 아련해 가슴을 저미게 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슬픔의 지속을 무마하기 위해 ‘집에만 있기 싫어‘ 하는 건 아닌지, 문득 제목에 대한 해석까지 해보게 되는 에세이집이다.

‘지나간 것을 후회하며 잠들지 말아요.
어쩌면 오늘 흘린 눈물은 회복의 징조일지도 모르니.‘


과거에 대한 집착과 끌림, 그것이 과해지면 망상이 될 수도 ㆍ 있다. 어딘가로의 떠남도 그런 것 같다. 집을 나와 세상을 돌아본 뒤 다시 일과 익숙해지는 것. 지난 것들, 기억, 여행의 흔적, 그곳에서의 아쉬움과 후회가 지나치면 현재를 비롯해, 미래까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현실.
지난 것은 이제 내려놓고, 작가가 말하는 눈물이든, 기쁨의 함성이든 이를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내 인생 회복의 날을 꿈꿔보자. 그럼 또다시 집을 나와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시작이 생겨나는 것이다.

여행이란 인연도 남기지만 아쉬움도 남기곤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작가는 여기저기, 물, 바다를 건너 집을 떠나 글을 수집하러 다니기도 하는 직업이다. 그곳에서 만난 우연함, 그리고 낯섦, 조금씩 익숙해짐에 따른 가까워짐의 관계와 친근함이 또다시 시간이 흐르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순간의 기억이 되고 만다. 작가가 만난 가마쿠라의 바리스타와의 만남도 시간은 영원하지만 만남과 관계는 영원할 수 없는다 이야기의 결론처럼, 여행이란 그저 그 현재 상황에서 만족하며 최선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우선적 목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한 번뿐인 인생, 그 제한된 시간의 틀에서 집에만 있기
힘든 동물인 것이다.

첫사랑의 기억은 누구나 아련하고 가물가물하지만 환상처럼 남아 있는가? 저자 또한 많은 사랑과 이별을 거쳤다고 이야기하며 이를 바탕으로 첫 에세이집을 출간했다는 사실도 언급한다. 하지만 첫사랑의 아쉬움이 남았던 것일까?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남성의 모습이 아니었지만 우연히 학원에서 만난 남학생과의 에피소드는 풋풋함과 당돌함이 섞인 커피믹스와도 같은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남자아이들처럼 역동적이고 씩씩한 모습을 동경한 그녀였지만 고백에 있어선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인해 조신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랑과 이별을 겪은 프로 연애가가 된 이후 성인이 되어 그 아이를 우연히 만났음에도 그 고백은 흐지부지 흩어지고 마는 잔상이 되고 만다. 때론 이렇게 사랑 앞에서 망설임 가득하고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란 걸 깨닫게 한다.
그것이 첫사랑, 혹은 짝사랑이어도 말이다.

‘한 권의 책을 완성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과 닮았다.‘​


에세이스트들은 일상적인 내용을 글로 승화시키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일반인이 느낄 수 없는 감성과 감각적인 그 무언가가 묻어난다. 위의 문장에 그래서 매료된다. 한 권의 책은 글의 제국, 한 권의 책은 피와 땀!이라는 평범한 표현보다 창밖을 열어 바람이 선사하는 시원함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는 청량감. 그것이 저자가 독자에게 주는 크나큰 선물이며 아름다운 풍경과도 같은 걸작이다. 작가 장혜현의 강렬함과 아기자기함이 적절히 콜라보 된 듯한 문장과 사유의 정리가,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해 본 독자인 내게 화통함과 애잔한 향수를 적절히 느끼게 하는 푸근함을 전해준다.

˝결혼이 좋은 것일까 혹은 안 좋은 것일까?˝

저자의 대답은???

라는 질문에 유일한 해답은 그냥 결혼을 해보는 것일 것이다.‘​


무엇이든 호불호는 넘친다. 작가의 사생활까지 모르지만 에세이의 사실적 이야기들을 보면 자유롭게 연애를 하고 사랑과 이별을 교차해가듯 개성 넘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솔직함 감정과 생각이 글로 정리돼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 미혼인 저자의 입장에서도, 결혼을 한 입장에서도 꼭 한 번 해보면 그 답을 알게 될 것이며 그 좋고, 나쁨은 부부 각각의 몫이 될 것이라 해본 입장에서 평가해본다. 뭐든지 그렇다. 나쁜 것 빼고 안 해 보느니 해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결혼도 마찬가지이다.

‘여행이란 -중략- 연고를 발라주는 일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작가는 ‘뾰족‘했던 회사 입사 초년병 시절의 이야기가 씁쓸하지만,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단막극 드라마를 시청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퇴사 후 그녀는 여행이란 연고를 바르기 위해 어디론가 떠났을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주제별(여행, 일상, 만남, 과거) 에세이를 읽으며, 작가인 그녀의 생각과 일상을 퍼즐 조각 맞추는 것도 흥미로운 책 읽기이다. 그리고 퇴사는 지옥인가?? 자유도 잠시, 가족의 질타와 잔소리는 도를 넘어가기 마련이다. 아니다. 그것을 그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의 전지적 참견 시점. 작가인 장혜현의 당시 상황은 암울하고 참을 수 없는 심정이었겠지만 엄마와 여동생과 나누는 대화체 문장은 독자인 나의 과거를 연상시키는 듯해 절로 웃음이 묻어 나온다.

그리고 일순간 인간은 자신에게 잠재 되어 있던 꿈이란 목표에 뒤덮인 먼지를 털어내고, 삶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시 일어서게 된다. 이렇게 ‘작가 장혜현‘은 묵혀둔 감정의 골을 깊이 있게 파헤쳐 작가로 도약하고 있다. 그 첫 시도가 미국이라는 점에 설렘과 기대가 더 컸으며, 그곳에서 새로움을 배우고 느끼며, 그것이 자신을 바꾸는 도구가 되어 독자들을 만나고 있음에 그 인연이란 여행을 시초로 책이란 매개체로 발전해 간다는 자체가 더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여행은 나를 발견하며, 그 발견된 나를 타인과 연결하는 통로, 소통의 현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와도 같다. 그것이 활자화된 글, 책이란 기쁨에 더욱 만족스럽고, 작가의 지나 온 삶에 나를 투영하고 영감을 얻으며, 추억까지 되새겨볼 수 있어 뜻깊은 독서의 시간이 된 것 같다. 어디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 다양한 장소,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바라보며 떠나는 여정, 그것이 우리가 ‘집에만 있긴 싫고‘의 이유란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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