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긴 싫고
장혜현 지음 / 부크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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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솔하면서 내면의 솔직함을 글로 표현한 작품. 파리로 출발하는 비행기에서부터 과거와 현재를 비롯해 여행지 혹은 일상 속에서 비치는 풍경이 담겨 있다. 종종 등장하는 작가의 부친에 대한 추억은 슬프고도 아련해 가슴을 저미게 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슬픔의 지속을 무마하기 위해 ‘집에만 있기 싫어‘ 하는 건 아닌지, 문득 제목에 대한 해석까지 해보게 되는 에세이집이다.

‘지나간 것을 후회하며 잠들지 말아요.
어쩌면 오늘 흘린 눈물은 회복의 징조일지도 모르니.‘


과거에 대한 집착과 끌림, 그것이 과해지면 망상이 될 수도 ㆍ 있다. 어딘가로의 떠남도 그런 것 같다. 집을 나와 세상을 돌아본 뒤 다시 일과 익숙해지는 것. 지난 것들, 기억, 여행의 흔적, 그곳에서의 아쉬움과 후회가 지나치면 현재를 비롯해, 미래까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현실.
지난 것은 이제 내려놓고, 작가가 말하는 눈물이든, 기쁨의 함성이든 이를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내 인생 회복의 날을 꿈꿔보자. 그럼 또다시 집을 나와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시작이 생겨나는 것이다.

여행이란 인연도 남기지만 아쉬움도 남기곤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작가는 여기저기, 물, 바다를 건너 집을 떠나 글을 수집하러 다니기도 하는 직업이다. 그곳에서 만난 우연함, 그리고 낯섦, 조금씩 익숙해짐에 따른 가까워짐의 관계와 친근함이 또다시 시간이 흐르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순간의 기억이 되고 만다. 작가가 만난 가마쿠라의 바리스타와의 만남도 시간은 영원하지만 만남과 관계는 영원할 수 없는다 이야기의 결론처럼, 여행이란 그저 그 현재 상황에서 만족하며 최선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우선적 목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한 번뿐인 인생, 그 제한된 시간의 틀에서 집에만 있기
힘든 동물인 것이다.

첫사랑의 기억은 누구나 아련하고 가물가물하지만 환상처럼 남아 있는가? 저자 또한 많은 사랑과 이별을 거쳤다고 이야기하며 이를 바탕으로 첫 에세이집을 출간했다는 사실도 언급한다. 하지만 첫사랑의 아쉬움이 남았던 것일까?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남성의 모습이 아니었지만 우연히 학원에서 만난 남학생과의 에피소드는 풋풋함과 당돌함이 섞인 커피믹스와도 같은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남자아이들처럼 역동적이고 씩씩한 모습을 동경한 그녀였지만 고백에 있어선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인해 조신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랑과 이별을 겪은 프로 연애가가 된 이후 성인이 되어 그 아이를 우연히 만났음에도 그 고백은 흐지부지 흩어지고 마는 잔상이 되고 만다. 때론 이렇게 사랑 앞에서 망설임 가득하고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란 걸 깨닫게 한다.
그것이 첫사랑, 혹은 짝사랑이어도 말이다.

‘한 권의 책을 완성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과 닮았다.‘​


에세이스트들은 일상적인 내용을 글로 승화시키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일반인이 느낄 수 없는 감성과 감각적인 그 무언가가 묻어난다. 위의 문장에 그래서 매료된다. 한 권의 책은 글의 제국, 한 권의 책은 피와 땀!이라는 평범한 표현보다 창밖을 열어 바람이 선사하는 시원함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는 청량감. 그것이 저자가 독자에게 주는 크나큰 선물이며 아름다운 풍경과도 같은 걸작이다. 작가 장혜현의 강렬함과 아기자기함이 적절히 콜라보 된 듯한 문장과 사유의 정리가,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해 본 독자인 내게 화통함과 애잔한 향수를 적절히 느끼게 하는 푸근함을 전해준다.

˝결혼이 좋은 것일까 혹은 안 좋은 것일까?˝

저자의 대답은???

라는 질문에 유일한 해답은 그냥 결혼을 해보는 것일 것이다.‘​


무엇이든 호불호는 넘친다. 작가의 사생활까지 모르지만 에세이의 사실적 이야기들을 보면 자유롭게 연애를 하고 사랑과 이별을 교차해가듯 개성 넘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솔직함 감정과 생각이 글로 정리돼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 미혼인 저자의 입장에서도, 결혼을 한 입장에서도 꼭 한 번 해보면 그 답을 알게 될 것이며 그 좋고, 나쁨은 부부 각각의 몫이 될 것이라 해본 입장에서 평가해본다. 뭐든지 그렇다. 나쁜 것 빼고 안 해 보느니 해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결혼도 마찬가지이다.

‘여행이란 -중략- 연고를 발라주는 일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작가는 ‘뾰족‘했던 회사 입사 초년병 시절의 이야기가 씁쓸하지만,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단막극 드라마를 시청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퇴사 후 그녀는 여행이란 연고를 바르기 위해 어디론가 떠났을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주제별(여행, 일상, 만남, 과거) 에세이를 읽으며, 작가인 그녀의 생각과 일상을 퍼즐 조각 맞추는 것도 흥미로운 책 읽기이다. 그리고 퇴사는 지옥인가?? 자유도 잠시, 가족의 질타와 잔소리는 도를 넘어가기 마련이다. 아니다. 그것을 그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의 전지적 참견 시점. 작가인 장혜현의 당시 상황은 암울하고 참을 수 없는 심정이었겠지만 엄마와 여동생과 나누는 대화체 문장은 독자인 나의 과거를 연상시키는 듯해 절로 웃음이 묻어 나온다.

그리고 일순간 인간은 자신에게 잠재 되어 있던 꿈이란 목표에 뒤덮인 먼지를 털어내고, 삶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시 일어서게 된다. 이렇게 ‘작가 장혜현‘은 묵혀둔 감정의 골을 깊이 있게 파헤쳐 작가로 도약하고 있다. 그 첫 시도가 미국이라는 점에 설렘과 기대가 더 컸으며, 그곳에서 새로움을 배우고 느끼며, 그것이 자신을 바꾸는 도구가 되어 독자들을 만나고 있음에 그 인연이란 여행을 시초로 책이란 매개체로 발전해 간다는 자체가 더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여행은 나를 발견하며, 그 발견된 나를 타인과 연결하는 통로, 소통의 현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와도 같다. 그것이 활자화된 글, 책이란 기쁨에 더욱 만족스럽고, 작가의 지나 온 삶에 나를 투영하고 영감을 얻으며, 추억까지 되새겨볼 수 있어 뜻깊은 독서의 시간이 된 것 같다. 어디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 다양한 장소,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바라보며 떠나는 여정, 그것이 우리가 ‘집에만 있긴 싫고‘의 이유란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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