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ː봄 - 스물넷, 이탈리아에서 만난 삶과 여행
신용원 지음 / 밥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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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의 용기와 준비된 자세가 시작부터 온기를 불어넣는 자기계발 기록서이다. 군대 말년 미래를 위한 교두보로 준비했던 토익 시험을 발판으로 짧은 육 개월여의 이탈리아 교환학생의 여정을 시작하는 작가. 꿈꾸고 누릴 준비가 된 청춘의 희망과 대담함에 박수를 보낸다. 또래 독자에겐 꿈과 희망, 그 이상의 독자에게 어느 시기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부여해주는 작품이다.

 

저자는 교환학생 첫날부터 당황스러운 에피소드를 자아낸다. 어머니께서 무심코 백팩에 넣어주신 소형 밥솥이 문제였던 것이다. 중간 경유지였던 '히스로 공항'에서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 다행히 밥솥으로 판명돼 무사히 이태리행 항공기에 몸을 싣게 되지만, 자신의 좌석 부근에 앉은 아기의 울음소리로 인해 잠시 신경이 곤두섰다는 상황도 예쁜 기억으로 상기한다. 그리고 마'르코 폴로 공항'에 도착한 교환 학교생활의 서프라이즈 한 시작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플랫(자취집) 집 주인 톰과 그와 룸메이트들의 깜짝 마중은 잠시 긴장했던 저자의 마음을 눈 녹아내리듯 풀어주는 순간이었다며, 교환학생 시절의 시작을 큰 기대감으로 장식한다.

 

새로운 인연들과의 만남엔 설렘과 어색함이 동시다발적으로 밀려든다. 다행히 저자는 플랫 주인을 비롯해 그를 서포트해주는 교환 학교 동료 이레나의 깊은 배려를 통해 즐거운 유학 생활을 이어간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의 끊기지 않는 우정도 나누며 황금 같은 시간을 된다. 플랫 주인 톰의 소개로 알게 된 또래 여행자 영연과의 만남도 좋은 추억거리인 듯 잔잔히 풀어낸다. 소매치기 등, 우여곡절 끝에 여행을 이어가는 그녀를 위해 즐거운 베네치아의 추억을 선물하려고 가면 축제에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 합석하기도 하는 저자.

누군가를 대하거나 만남을 가질 때 늘 기대와 베풂이 중심이 되어가는 저자의 배려심과 청춘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때 여행을 즐기던 독자로서 여행지에서 만났던 이들의 아련한 향수가 다시 떠오르는 계기가 된 책 읽기였다.

 

예전부터 반도국가인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지형과 성향 또한 닮은 구석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외세의 잦은 침입은 당연하고 바다를 삼면에 끼고 있는 형태가 엇비슷한 사람의 성향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겠다. 교과서적인 내용이지만 저자의 베네치아 생활을 통해 흡사한 느낌을 얻게 되었다. 그들의 음식과 생활, 문화, 인간관계 등을 자유롭고도 솔직한 마음으로 털어놓는 힘. 그것이 젊음이 주는 에너지이자 열정이라는 생각과 함께 6개월여 기간의 순간순간이 살아 숨 쉬듯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현지 사정을 소개해주는 친절한 사진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자신을 감추지 않는 자신감, 그것이 지금 20대의 힘이기도 하다.

 

마주 봄, 상대와의 마주 봄이며 미래를 향한 미리 봄을 의미일 수 있는 이야기들. 단순히 어디를 향해 떠나 거기서 느낀 그 당시 감정을 감성적으로 표현해내기보다 조금은 덜 세련되었지만 거짓 없는 생 날 것 그대로 활자화 시킨 젊은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이제 시작이자 또 다른 나의 삶과 마주:봄을 시작할 신용원 작가. 이 책이 또래 친구들에게 나도 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다는 의지력이 되길 바라며 여행과 평생 공부를 꿈꾸는 독자들에게도 언제 어디서나 희망의 끈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확신 있는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오늘도 마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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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의 방 - 2019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진유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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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식 변화, 건강의 이상은 한순간에 닥쳐 올 수 있다. 매사에 깔끔하고 바지런하며 온순했던 무해. 그녀는 남편과의 사별 이후 급속도로 내면의 상처가 폭풍우 몰아치듯 퍼져 의사로부터 초로기 치매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오십 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다가온 치매라는 병명은 그녀의 딸 모래에게도 큰 도전이며, 예전과 같지 않은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과 근심이 동시에 밀려오는 기폭제가 된다.

‘병은 이렇게 인간이 반박할 수 없게끔 인간의 육체를 빌려 증명하듯이 나타났다.‘​

질병의 발생이란 특정 지어 나타나는 것이 아닌 어느 순간 문득, 시련 섞인 아픔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은 있다지만 시간의 흐름에 의해 노쇠해가는 인간 육체 본연의 모습까지 완벽히 재생해 낼 수는 없다. 그렇게 인간은 육체에서 정신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멸해간다.

무해는 탈북자였다. 그리고 육 개월간의 국정원 조사를 통해 간첩이라는 의심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그 당시 그녀는 무수히 넘쳐나는 조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지금, 하나 남은 딸 모래를 위해 기억의 소실이 빠르게 밀어 닥치기 전 자신의 기록을 글로 남기고자 한다. 자신의 역사일 수 있지만 딸을 위해 던지는 마지막 선물이자, 유산이기도 했다.

‘농마국수‘, 음식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추억의 이음새와도 같다. 무해는 그간 모래에게 비밀로 했던 출생지에 대한 내용을 털어놓기 위해 ‘농마국수‘에 대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에서 인연을 맺었던 친구들, 용범이와 그의 누이 명희의 결혼식에 얽힌 사연들을 담아내며 ‘농마국수‘ 이야기도 기억 속에서 상기시킨다. 그리고 친구인 용범 가족의 몰락. 공산권에서 가장 금기시했던 부의 창출 욕구. 밀수 사업으로 인해 용범을 비롯해 그의 가족은 당의 주요 감시 대상이 되고, 어느새 무해의 시선에 용범 또한 멀어져 간다. 이처럼 북에서의 기억을 지우고 살던 무해는 딸에게 전해 줄 ‘농마국수‘의 레시피를 위해 잊고 싶었던 지난 기억을 한 줄씩 적어내려가며 모래와의 단출하지만 잊지 못할 ‘농마국수‘ 만찬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그간 숨겨 둔 출생지의 비밀, 탈북인에 대한 사실을 딸 모래에게 나직하게 고백하고 만다. ‘농마국수‘는 무해의 기억이란 끈을 과거에 현재로 이어지는 매개체의 일부이며 딸에게 자신의 감춰진 진실을 알리는 전달자와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뿌리에 대한 중요성, 기억의 끈을 기록으로나마 남기고 싶은 무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북조선 시절 음식의 기억에 이어, 사별한 남편 강은석과의 첫 만남에 이르기까지 1인칭 시점이 아닌 제3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어쩌면 이야기의 진전을 이어가는 화자는 과거를 회상하는 그녀 혹은 기록을 살펴 가며 이야기를 정리하는 그녀의 딸 모래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조금씩 드러나는 그녀의 과거에 대한 회상 기록이 깊이감 있게 전달된다. 그만큼 오랫동안 각인되고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 우리 민족의 이야기, 탈북자의 생사고락이 담긴 작품이기 때문이다.

‘무해의 방‘은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 젊은 시절 당시 교원으로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그녀. 하지만 북조선의 경제 기근으로 교원의 지위가 떨어짐을 실감하게 된다. 먹고살기에 급급한 국가적 현실로 인해, 미래의 혁명 인재를 길러내는 산실이란 보기 좋은 떡이었던 학교는 허울로만 남았을 뿐, 인색한 투자 부분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로써 자신들의 기근을 암묵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기아와 배고픔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이들까지 생겨난다. 금전적 이익이래봤자 북과 중국 접경지대에서 벌어지는 밀수 행위가 범법임에도 행해지고 있었으며, 그 이익은 비싼 값에 불량품까지 수입하게 되는 북한의 상황에 의해, 고스란히 중국 측의 더 큰 이익으로 돌아가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이 아프고 무력했던 기억은 무해의 기록으로 남겨질 뿐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처절함과 암울했던 북조선의 경제 상황을 글로 느끼며 드는 건 그저 ‘멍‘해질 수밖에 없는 정신을 추스르는 것이 전부일뿐이다.

‘인간은 지금 당장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살기 위해 그 모든 것을 유예 시켰다.​

압록강 물줄기를 경계로 북조선과 중국이 접경하고 있는 지역은 피와 땀, 울분, 살기까지 서려있는 공간이다. 삶과 죽음의 희망과 공포, 생존을 위한 불법 행위 등이 서슴없이 벌어지는 범죄의 온상이기도 하다. 또한 3%밖에 되지 않는 남조선으로 귀환, 자유를 꿈꾸며 빈곤하지만 의지를 불태워 마지막 동아줄을 잡으려는 북조선 민중들의 생사가 담긴 빛을 고대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불행과 어머니의 행방불명까지 겪은 무해의 어둡기만 했던 미래는, 북조선의 공산체제를 따르고 순응했던 정서에서 주변 지인들의 변화무쌍한 행위들에 의해 심적으로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녀는 그간 공산주의 국가에 충성했던 나가 아닌, 자유와 삶의 존속을 위해 생의 유예를 선언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믿고 따르려 했던 동향 김 씨의 사기행각이었음에 분노하고 만다. 한국으로 떠나야 할지, 중국인의 아내로 남은 삶을 유지해야 할지에 대한 삶의 정당한 유예. 이것이 무해의 또 다른 숙제로 남게 된 탈북 탈출기의 기록이다.

결국 하반신 불구의 중국인과 첫 혼인, 그리고 눈에 밟힐 수밖에 없던 첫아이 페이와의 이별과 현재의 딸 모래와의 만남에 이르기까지, 무해는 슬프고 암울했던 기억을 행복으로 바꿔가기 위한 종착 지점에서도 삐거덕하고 만다. 한 여인의 삶이었지만, 우리가 공감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우리 민족의 이야기로도 확장 가능하다. 남편 은석의 만남에서 죽음, 이어서 찾아오는 초로기 치매 환자 무해의 가슴 아픈 기록의 마무리는 이 책을 끝까지 탐독한 독자라면 충분히 이해 가능하고 동감할 만한 심정으로 가득하다. 내가 아니지만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아파하고 기억하는 마음, 무해의 방 기록은 개인사가 아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대사의 단편으로까지 확장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보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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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되고 싶은 날 비룡소의 그림동화 261
인그리드 샤베르 지음, 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 김현균 옮김 / 비룡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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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를 사랑한 아이. 하지만 그보다 더 진하고 아름다운 풋사랑이고 첫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이라기보다 우정에 가까운 동화 이야기를 읽다 보니 아이보다 제가 더 감동에 빠져 책을 읽게 된 것 같아요. 새를 무척이도 사랑했던 칸델라. 칸델라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나는 새고 되고 싶었답니다.

  

    

그려도 그려도 생각나는 그 아이 칸델라 차라리 그 아이의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가고 싶었을까요? 그렇게 주인공 나는 새가 되어갑니다. 밤이 되어도 낮이 되어도 첫사랑은 꾸준히도 떠오릅니다.

    

   

같은 반임에도 부끄러워서 말 한마디, 고백 한마디 못했던 나. 그것이 첫사랑의 아픈 시작이며, 그 결과마저 해피하지 않을 아쉬움이 묻어나는 엇갈린 인연이 되어갈지. 동화이지만 소설 같고, 아기자기하지만 아련한 향수마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칸델라가 예뻐하는 다양한 새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새의 이름을 맞춰보는 잠시간의 여유.

잠시 가슴 아플 첫사랑의 고백과 결과를 뒤로 한 채 새에 대한 공부도 함께 해봅니다.

 

 

온통 새를 사랑하는 마음이 끝이 없는 칸델라.

이를 증명하듯 옷과 가방, 액세서리 등 다양한 장신구에 새 그림이 장식되고 그려진 칸델라의 새 사랑. 말투마저 새처럼 느릿느릿해진 것 같다니, 웃음만 터져 나옵니다.

    

 

친구들의 놀림에도 날씨가 더워도 나는 새 깃털 옷을 벗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언젠가 칸델라가 나를 두 눈으로 애틋하게 바라볼 기대감이 있으니까요. 한 마디 못하는 서툰 첫사랑의 감정이지만 끝까지 인내라는 용기를 가져봅니다. 새가 되고 싶은 나, 그것은 칸델라를 향한 사랑입니다.  

그리고 두 눈이 칸델라와 마주쳤을 때.

 

쿵쾅 쿵쾅......

    

  

그렇게 칸델라는 내게 천천히 다가와 가슴 짜릿한 포옹을 합니다. 이렇듯 아이와 부모 모두 감정이 북받쳐 옵니다. 아련하고 가슴 서린 첫사랑의 아름답고 슬픈 기억일 수도 있고, 예쁘고 바르게 자랄 아이의 꿈이 서서히 시작되는 그 서막일 수 있습니다. '새가 되고 싶은 날', 사랑과 우정이 함께 하는 애틋한 정서, 꿈을 향해 새처럼 날아갈 우리 아이의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는 동화 읽기가 되길 바랍니다.

  

  

또한 친구, 인연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자녀와의 소통과 대화가 이어지는 의미 깊은 책 읽기 시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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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퇴사 후 자존감여행
조대현.정덕진.김경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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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나를 만들어 나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하는 곳이 아니다. 그런 회사를 자꾸 미워하지 마라.'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방법까지 터득할 수 있다. 저자는 여행을 자존감 회복이자 대인관계 능력의 향상, 대화 기술의 능력 향상, 자신의 내면 조절 능력을 변화시켜 리더십을 향상시키는 것이 여행이라 정의한다. 또한 일상 혹은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통제하며 타인과 내가 스스로 도와가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여행이라 말한다. 그러므로 여행은 인생을 긍정의 마인드로 변화시키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또 다른 이정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여행지의 고급 정보는 책과 인터넷에 널릴 대로 널려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저자의 생생한 여행 경험이 내장된 여행 교양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간 다수의 여행 가이드북, 그리고 그 안에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까지 고스란히 담아 온 저자들이므로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여행은 재미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재미와 기대감이 우선시 되어야 경이로운 여행의 현실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기록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시간에 지져서 기록을 미루거나 일정에 노예가 되어 보고 만족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여유를 갖고 보고 느끼며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기왕이면 이런 때는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퇴사 후 처음 진행되는 여행에 필요한 사전 준비는 필수이다. 관광안내소 활용하기, 환전 및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등도 미리 공부하고 습득해 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보는 것에 급급하기보다 하나를 보더라도 집중해서 보고 느끼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라는 생각을 다시 갖게 한다. 이렇게 되면 그 나라의 문화, 생활 등의 면면을 보게 될 것이다.

게임 개발자이며 기획자였던 저자의 퇴직기도 책의 전반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퇴사란 개인적인 이유, 회사적 이유로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퇴사는 삶의 새로운 도전과 꿈을 위한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진다.

퇴사 후 첫 유럽여행에서 얻은 깨달음, 호주에서 감기몸살을 겪으며, 좀 더 차분히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던 사유의 시간들. 이러한 것들이 직장에서 겪은 온갖 잡념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할 수 있었던 발판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여행작가로서의 도약을 꿈꿀 수 있었던 중요한 시기로도 보이는 상황이었다. 친절하게도 독자를 위한 퇴직 경험에 대해 적어볼 수 있는 노트 형식의 서비스도 독자인 나의 퇴사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올바른 퇴사였든 부득이한 상황이었든-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자유>였다.'

어디든 갈수 있지만 또 다른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여행. 그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다른 목적지로 자유롭게 행선지를 바꾸면 그만이다. 이것이 여행이며 자유이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아이슬란드'여행. 저자는 레이캬비크를 중심으로 펼쳐진 시원한 대자연, 백설기같이 흩뿌린 아이슬란드의 자연에 매료되듯 글을 써 내려간다. 퇴사 후 여행은 이처럼 맘 맞는 친구들과 자유를 누리며 떠나는 것이며 그 현재를 만끽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란 교훈을 얻는다. 하나 더 올리자면 언제 돌아올지 모를 비행 티켓, 이것이 퇴사자들에게 허용된 특권이 아닐까?

'당신도 여행을 할 때 읽지 말고 생각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눈높이를 여행지에 맞게 낮추는 안목, 어릴 때 여행하는 것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달라질 것이라 조언해주는 저자. 이렇게 여행은 자신을 낮추며 상대와 서로 응시하게 하는 자존감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여행은 사유의 공간이고 미래에 대한 꿈의 도전 장소라고도 여겨진다. 늘 읽던 책을 잠시 내려놓고 여행 중 창밖을 바라보는 행위가 근시안의 미래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럴 땐 전화기도, 책도 잠시 내려두고 조용히 주변을 나만의 시선으로 관찰해보자. 거기서 여행의 참된 가치, 나의 인격 향상이자 자존감 성장을 얻게 될 것이다.

저자는 모로코 여행 당시의 에피소드도 글에 담았다. 한적하고 모르던 길을 우연히 걷다가 얻은 행운은 여행의 기쁨이 배가되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고 전한다. 우리가 느끼는 알지 못했던 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가치? 그것이 물질적 가치보다 더 크고 오래 잔상으로 남는 마음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눈 내리는 겨울 어두움이 밀려드는 시간 사이로 하나 둘 켜지는 프라하 화약탑 조명들. 딱딱하고 둔탁한 바닥이었지만 눈을 맞으며 처음 만나고 걷던 그 겨울의 프라하를 잊지 못하는 것처럼 여행의 새로운 발견은 행복이라는 영감을 던져준다.

무엇이든 정형화된 틀, 정해진 수순의 성공을 바라는 우리들에게 안성맞춤인 모로코 여행을 저자는 추천한다. 또한 인정 넘치는 이란의 택시 기사와의 만남과 우정어린 추억이 지나친 편견보다 못하다는 교훈을 전해준다. 이란과 미국의 관계, 중간에 끼여 있는 대한민국이의 입장에서 이란을 때론 적대시 한 적도 있지만, 인간 대 인간이 만난다면 얼마나 정이 넘치는 사이로 변할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그것이 여행의 참된 의미라고도 생각이 된다.

퇴사는 멀리 있는 일이자, 가장으로서 힘든 위치에 있는 것도 현재의 상황이지만 이 책이 사람의 마음을 들뜨고 설레게 한다. 페이지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두근거림이 회사를 박차고 어디든 떠나야겠다고, 나의 움츠러든 자존감을 회복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는 듯하다. 대리 만족이자 간접적인 체험이지만 여행이란 자존감 형성과 상태 회복에 가장 큰 비타민이란 생각을 해본다. 세 명의 저자가 펼쳐내는 힘겨웠던 개인사와 여행을 통해 힐링 이상의 미래에 대한 가치를 얻었던 에피소드들. 퇴사와 여행을 준비하는 초심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한 번은 읽고 떠나야 할 담백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감성적이기보다 현실적이지만 여행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퇴사할 계획을 꿈꾸며 읽어 보는 '은퇴, 퇴사 후 자존감 여행' 독자들에게 커다란 영양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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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바람 그리고 너
박재훈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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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을 사랑하고 바람처럼 시원스레 흘러가는 사람이 되고 픈 저자가 세상을 통해 느끼고 표현하는 감각적인 풍경이 고스란히 시로 형상화 되었다. 시집은 총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일출과 일몰. 그 중심에 물과 바람이 존재한다.

길을 통해 동행을 만나는 인생, 그것도 물 흐르듯 흘러가는 삶 속에서 바람처럼 살다가 나무처럼 버팀목이 되어주는 인생살이가 어떨지 상상하게끔 한다. 그리고 생명의 탄생과 닛비를 알리는 봄, 꽃과 나무가 만발하는 푸르름과 초자연의 순수성을 봄 그리고 꽃과 나무의 챕터를 통해 소개한다.

그리고 기다림과 소망. 이것은 바램일 것이며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인내이자 내적 성찰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 소망은 우리의 인생에 그려질 것이다.

일탈과 쉼,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인생은 어떠할까? 너무 짜여진 삶보다 물이 어디로 스며들지 모를 자연의 섭리처럼 인생 또한 가끔 일탈 속에서 쉼하듯 알아가라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는 듯 하다. 바람과 너, 물이 흘러 바람처럼 어딘가로 떠나갈 때 너와 내가 만나는 시간들. 저자는 일상의 사진과 내면의 순수함을 시로 표현해냈다. 물과 바람을 통해 인생의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저자.
인간의 몸 70%가 물에 의존하듯이 인간은 물과 뗄래야 뗄 수 없으며, 바람을 바람처럼 흘러가는 인생살이 비유하듯 의미 깊은 사이이기도 하다.
물과 바람을 통해 자라나는 인간. 이를 통해 삶의 여유로움과 자연의 낭만을 누릴 수 있는 박재훈의 사진 시집
‘물, 바람 그리고 너‘와 만나면 어떨까? 이 작품과 쉬어가는 느낌으로 하루를 쉼하듯 마무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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