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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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할 것 같은 금융권 회계와 신용대출에 얽힌 사건을 비롯해 관련 용어 및 과정을 이렇듯

쉽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금융권 소설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마디로 몸이 아닌 두되와 말싸움의 금융 활극! '작가 이케이도 준' 이 경험한 직장 생활에서의 노하우도 바탕이겠으나 치밀한 구성과 자료 조사를 토대로 매끄러운 스토리텔러의 능력을 보여주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버블 경제로 통하는 일본의 8~90년대 거품경제, 즉 부동산의 폭락 사태를 사전 배경지식으로 지나고 있다면, 이 작품의 밀도는 좀 더 심도 있게 독자의 뇌리에 박힐 수 있을 작품이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 작품의 발간 자체가 기존 일본을 포함해서, 국내 팬들의 큰 기대를 안고 있다는 사실에 책을 접하기 전부터 설렘을 느꼈다.


정열의 은행 원 '한자와 나오키'. 소년 탐정 김전일, 셜록 홈스를 능가하는 수사력과 분석력까지 지닌 한자와 나오키. 그의 뚜렷한 캐릭터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기에 딱 좋은 오프닝의 입사 장면이 이야기의 속도감을 가늠케 한다.

세월이 흘러, 10년 뒤 과장으로 승진한 '한자와 나오키'. 그에게 사건의 핵심인 5억 엔 대출 건의 기업에서 부도 사태가 발생하고, 졸지에 모든 책임을 융자 과장이었던 '한자와'의 몫으로 돌리려는 상부의 계락이 속도전처럼 진행된다. 일순간의 이익과 승진을 위해 일을 몰아붙였던 지점장의 과욕이 결국, 불굴의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의 독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의감에 불타고 불의에 주저하지 않는 한자와는 함께 15년 전 입사한 동기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큰 벽과의 일전을 치를 준비와 함께

5억 부도의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흥미진진한 징검다리 승부를 이어간다.


상사 앞에서도 거침없는 논리정연함으로 불의에 당당히 맞서는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 모든 회사원들이 겪고 있는 일적 고뇌, 소진을 단 번에 날려버리는 사이다 같은 대사와 빠른 흐름이 너무나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왠지 오사카로 달려가 살아 있을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 과장을 만나고 싶은 생동감마저 느껴지는 작품이다.


"은행이란 곳은 말이야, 인정사정도 없고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이야. 똑똑히 기억해둬."


과연 한자와 나오키와 동료 도마리의 대화로만 해결될 문제일까? 은행도 작은 사회이며, 그 사회 안에 국가가 존재한다.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간 개개인의 끝없는 암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전투는 언제 어디서든 나를 피폐하게 만드는 불행한 결론이 밀려올 수 있다. 이처럼 은행가의 보이지 않는 싸움은 동료 간의 경쟁,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끊임없는 밀고 당기기로 자신의 승리를 끝까지 갈구하는 외나무다리의 정면 승부와도 같은 세계라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게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또 주목해야 할 대사 하나를 발췌한다.


'돈은 부유한 자에게 빌려주고 가난한 자에게는 빌려주지 않는 게 철칙이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법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 그런 면에서 '빚내서 집사라'라고 떠들던 대한민국 정권의 수장은 올바른 경제관념을 갖고 있었는지, 지난날 부실 정부가 던진 과오가 소리 없는 칼날처럼 다가와 잔잔했던 마음의 파도를 아리게 한다. 무엇이 옳고 어떻게 살아야 정의로운 삶이고 올바른 가치관의 형성에 기초를 다질 수 있는지 재미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다양한 상상과 추측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한자와 나오키, 철두철미함과 고난도의 분석력과 함께 유능한 주변 동료들의 협조로 서부 오사카 철강의 계획도산에 대한 은밀한 거래와 어둠의 정황을 조금씩 벗겨 나가게 된다. 또한 그와 처지가 비슷한 육십 대 서부 오사카 철강의 하청업체 사장인 다케시다는 무게감 있는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한자와와 단짝을 이뤄 주어진 문제, 즉 잃어버린 채권의 실타래를 증명해내는 케미 또한 발휘한다.

언제나 정의는 이기기 힘들다는 것도 희미하게나마 사실일 수 있으나. 저자 이케이도 준은 이를 과감히 무시하고 자신의 대신할 분신과도 같은 저돌적이고 정의로 뭉친 '한자와 나오키'를 탄생시켰다..

 

소설의 카피처럼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일하는 자라면, 한자와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고 대리만족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이 한국에 상륙한 것 자체가 개성 있는 스토리를 갈구하는 우리 독자들에게 비타민과도 같을 역작이 되리란 상상을 해본다. 1편은 그저 시작이며, 그의 활약이 펼쳐질 후속작들도 기대하며 1편의 에피소드 그 화끈함과 시원한 청량감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무더운 여름의 시작, 초여름 독자들 앞에 선보이는 '한자와 나오키'와 꼭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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