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끝의 검은덩이
이주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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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았던 것에서 생채기를 겪었다면 더 큰 심적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파렴치한을 조용함과 온화함이란 겉포장으로 덥어버린 한 남자. 교사라는-그 이면엔더 큰 힘이 존재함이 더욱 무섭다-특권을 이용해 제자를 농락하는 김정희. 아버지를 어딘가로 떠나 보낸 뒤 어머니까지 먼 타지로 시집 보낸 후 그저 공부 밖에 모르고 한 길을 위해 달려가던 영신은 그렇게 좌절하고만다. 그럼에도 그녀는 전문직이란 목표를 가슴에 안고 쓰라린 10대 시절의 기억을 마음 한편에 잠궈둔다. 그리고 영신 그녀 앞에 복수라기 보다 허무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게 마는데......


‘검은 양심‘을 가리고 패티시에 탐닉하는 교사김정희 과거와 그에게 첫 경험을 빼앗긴 부인이자 학교 법인 이사인 전직 교사 이선희.
그녀 또한 미술가의 큰 꿈 대신 교사 김정희의 성폭력에 의해 꿈을 짓밟히고 만다.
하지만 다행이랄 것도 없는 운명, 가슴 아픈 상황을 목격한 그녀의 부모.

김정희는 그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결혼이란 굴레로 이선희와 4년 뒤 미래를 함께 하기로
하며 그녀의 부모와 은밀한 거래를 시작한다. 그녀의 부모 또한 고흐와 같은 미술가 대신 학교 법인 이사의 사모님으로 그녀의 인생이 바뀌길 바랬던 것이기도 하다. 늘 장사로 연명해 오던 이선희의 부모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익숙한 계산이었던 것이다.

과거와 현재, 법인 이사 이선희와 살해 된 김정희의 성적 욕망 대상 중 하나였던 김영신과의 인연. 그리고 살해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형사. 물론 그는 노총각에 자신의 승진과 미래를 위한 발판을 삼기 위해 이 사건에 목을 매다시피한다. 이선희 또한 정신적 피폐함을 지니고 있으며 살해 된 남편의 희생자이기도 했지만 결국, 재단을 이어가기 위한 그들의 식구일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내면을 감추과 타인과 계산 된 게임을 펼치기도 한다.

어느 노교사의 교복 패티시-자세한 가정 환경의 내용이 아쉽긴 하지만 대략 소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로 인한 은밀하지만 공론화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그리고 이를 은폐조작하려는 사학재단 이사장의 알 수 없는 비밀 등, 금기시하고 있지만 요즘 대두되고 있는 학교 미투의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사실일지 모르나 어디선가에서 모티브로 가져왔을 법한 사건 무마의 답례로 물리적 거래를 바라는 피해자의 부모. 떳떳함으로 나설 수 없음도 안타깝지만 필요함을 세상에 알리고, 불합리함과 불법을 풀어가야 할 중요성에 숙제를 던져주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좀 더 으스스한 작품을 쓰고 싶다는 저자의 희망. 이에 더해져 사회의 존재 가치 또한 던져주는 교훈 넘치는 이야기도 풍부히 담아주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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