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끝난 '삼시세끼'를 참 재밌게 봤어요. 이름을 '하루세끼'로 해도 좋았을까 싶었죠. 차승원씨 밥 하는 솜씨가 대단했어요. 참바다 유해진씨는 아빠 몫을 하며 웃음을 주었고, 심부름꾼 호준씨도 착실한 모습에 재미를 더했구요. 끝날 무렵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이었어요. 차승원씨가

 

 "계속적으로 나를 던져야 한다."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적'이라는 말은 쓰면 안되는데 생각이 났어요. 우리말 공부를 하면서 '~적'도 '~의'에 못지 않게 잘못 쓰고 있는걸 알았죠. 저도 돌아보면 은근히 많이 쓰고 있는 말버릇이예요. 

 

 "이건 교육적으로 좋지 않아.", "내가 지금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단적으로 말하면 좋지.", "무조건적으로 찬성이야." 우리가 참 많이 쓰는 말인데 이게 잘못된 말인지 몰랐어요.  '~적' 은 본래 '~의' 뜻으로 쓰는 중국어 토예요. 이를 따라 일본사람들이 번역할때 영어 -tic 음과 뜻에 맞추어 쓴 데서 비롯되었다고 해요. 우리 나라에서는 최남선 씨가 '소년' 창간호 표지에 처음 썼다고 하죠. 배웠다는 지식인들이 글을 쓰면서 마구 퍼진 잘못된 말버릇이예요. 

 

 "그 여자는 참 매력적이야."

 

 처음에는 뭐가 문제지? 그런 생각이 들었죠. 어떻게 바꿔야 바른 말이 될까요? 맞아요. 

 

 "그 여자는 참 끌려. 그 여자는 참 이뻐. 그 가시내는 참 아름다워." 따위로 바꿀 수 있겠죠.

 

 주관적, 객관적, 모순적, 종교적....이라 하여 무슨 적이란 말을 글로 자꾸 쓰다보면 그것이 어느덧 실제 말에도 쓰게 되고, 그래서 심지어 "시간적으로 바빠"라든지 "세상적으로 말하면" 하는 말까지 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이렇게 쓰다보면 우리 말이 점점 시들어져서 머지않아 우리 말 전체가 중국글자말과 일본말법으로 뒤섞인, 참으로 어설픈 말이 되어버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오덕 우리 글 바로 쓰기 1 - 353쪽)

 

 잘못 쓰는 말버릇이라고 생각하고 돌아보니 정말 많이 보여요. 특히 어렵게 써진 글들을 보면 백이면 백 '-적'을 쓰는 말버릇이 있더라구요. 바로 이런 말버릇이 어려운 글을 만들어요. 뭔가 있어보이려고 쓰는 경우도 많겠지요? 답답해요. 책을 펴보면 하나 둘 꼭 보여요. 우선 제가 공부하고 있는 '우리 글 바로쓰기'에 나오는 보기를 다시 만들어 몇 가지 보여드려요.

 

*추상표현주의 화가의 작품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보여준다.)

 

*우리 학교는 학부모들의 참여가 전국에서 모범적으로 매우 희망적이다. (~모범으로 매우 희망이 크다.)

 

*교사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공부를 했다. (교사들은 때를 정해서 공부를 했다.)

 

*철수 엄마는 무조건적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조건없는 사랑을~)

 

*이번 표는 임의적으로 나눠주게 되었습니다. (~ 임의로 또는 마음대로 ~)

 

*한편 교양적 의의를 고려하여 내용이 건전하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골라 엮었습니다. (한편 교양을 쌓는 뜻을 생각하여 내용이 바르고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로 골라 엮었습니다.)

 

*그는 전적으로 반대다. (~아주)

 

*우리는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나서야 한다.)

 

*축구는 원시적인 운동이다. 사람 몸에서 가장 원시적인 발로 승부하니까. (축구는 원시스런 운동이다. 사람 몸에서 가장 원시스런 발로 결판내니까.)

 

*그래도 순종적인 여자가 좋다. (~순종하는)

 

*이상적인 여성상 (바람직한 여성, 가장 바람직한 여성의 모습)

 

*동물적 성에서 사랑과 결합된 인간적 성으로 (동물같은, 사람다운)

 

*권위적인 교회를 변화시키는 기독여성들 (권위에 갇힌, 권위만 휘두르는)

 

*정치적 안정과 부드러운 노사관계 (정치 안정과~)

 

*훼손되는 사회적 관습 (사회관습)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책들을 보니 참 많아요. 정말 많아요. '-의'만큼은 아니지만 '-적'도 못지 않아요. 오랫동안 버릇이 들어서 당장 버리기는 힘들 것 같구요. 그래도 조금씩 줄여 쓰도록 힘써야 겠어요. 다음에는 책에 나온 글, 잡지에 나온 글들을 찬찬히 살펴보려고 해요. 늘 길잡이가 되주시는 함께살기님 카페에 가시면 정말 많은 보기들을 볼 수 도 있어요. 한 번 들려보세요. (함께살기님 카페: http://cafe.naver.com/hbooks)

 

(2015.4.5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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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4-06 0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마음적`을 쓰기도 하지만,
`-적`이 붙는 낱말은 거의 모두 한자말입니다.

한자를 써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가 아닌
`쉬운 말`을 생각해서
아이들과 어떤 말을 나누어야 아름다울까를 살피면,
`-적`이 붙을 만한 한자말을 쓸 일이 없어요.

이를테면, `순정적인`을 `순종하는`으로 바꾼다고 해서 걸맞지 않아요.
`순종`이라는 말도 그렇기는 한데, `상냥한`이나 `고분고분한`이나 `다소곳한`이나 `얌전한`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권위적인`을 `권위에 갇힌`이라 고친들 느낌이 살지 않아요.
`우악스러운`이나 `무시무시한`이나 `딱딱한`이나 `차가운`이나 `바보스러운` 같은 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아이한테 어떤 말로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하고 생각한다면
`권위`이든 `관습`이든 `동물같은`이든... 다 다시 풀어야 해요.
이를 읽을 수 있으면 `-적`뿐 아니라 다른 말투도
모두 손쉽게 가다듬을 만해요.

민들레처럼 2015-04-07 22:36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적 앞에 한자말이 많이 아니 거의 붙는 듯 해요. 한자말까지 바꾸어야겠어요. 이런 말 많이 쓰거든요. 민주적 학급, 민주적 사회...이런 말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스스로 주인되는 학급? 여기도 한자말이 많이 들어가네요. 어려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