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토시 '의'를 살피며 어떻게 가려써야 할지 궁금했어요. 우리말 바로쓰기 길잡이 최종규님께 전자편지를 드렸죠. 답장으로 긴 글을 써주셨어요. 답답한게 시원해졌지요. 결론은 '의'는 안 쓰면 된다고 하셨어요. '의'를 붙인 곳은 모두 '틀렸다'고 여기면 된다고 하네요. 다음에 답장으로 받은 글을 갈무리해 '의'를 왜 안 써야 하는지 써보려구요.
답장을 받고 주위를 돌아보니 '의'가 너무 많이 보였죠. 차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고, 책을 펴도 보이니 마음이 불편했어요. '국민의 눈물을 닦아 드립니다. 적십자', '직지의 고장, 청주', '표현과 소통의 교육, 셀레스탱 프레네', '1그램의 용기'…… 더구나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우리글 바로 쓰기'에도 '의'가 보이더라구요. 책을 묶는 껍질에도 '우리 말이 우리의 힘이다.' 이렇게 떡하니 박아놓았어요. 아마도 출판사가 써놓은 글귀일 듯 싶지만 씁쓸했지요. 요즘 책을 보면 '의'가 둥둥 떠다녀 잘 읽혀지지 않아요. 우리가 살아가며 잘못 쓰는 '의'를 찬찬히 갈무리하되 너무 애쓰지 않고 느긋하게 바라봐야 겠어요.
우리말 공부를 하며 새로 생긴 버릇이 하나 있어요. 곳곳에 붙어 있는 말들을 살펴보게 되죠. 더 쉬운 우리말로 바꿔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해요. 몸이 게을러져 수영을 시작했는데 그곳 이름이 푸르미스포츠센터예요. 스포츠센터가 조금 마음이 걸리지만 그래도 '푸르미'라는 우리말을 쓴 건 반가웠어요. 이곳에서 본 몇 가지 길잡이 글귀를 바꿔보았어요.
*아는 사람끼리 돌려서 사용하지 마시고 순번대로 사용합시다. → 아는 사람끼리 돌려 쓰지말고 차례대로 쓰세요.
*외부에서 신고 온 신발 절대 사용불가. 헬스장 내부 공기오염. 적발시 퇴장조치 → 밖에서 신고 온 신발 절대로 신지 마세요. 공기가 더러워져요. 들키면 내보냅니다.
*운동화를 벗고 퇴실하여 주십시오. → 운동화를 벗고 나가주세요.
*남성전용출입구 → 남자(사내)만 들어오세요.
*음식물 반입금지 → 먹을거리는 가져오지 마세요.
한자말이 많죠? 어떤 사람은 한자말이 짧아 좋다고 말하기도 해요. 따져보면 한자말을 쓴다고 그리 짧아지지 않아요. 누구나 쉽고 또렷하게 알 수 있는 말을 쓰는게 더 낫지요. 다섯째 속살은 중국글자말을 다뤄보려고 해요. 우리가 자주 쓰기도 하지만 중국글자말인지 모르고 많이 써요. 물론 오랫동안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들어 모조리 없앨 수도, 없앨 필요도 없어요. 우리가 몰아낼 중국글자말은 쉽게 그 뜻을 알아채지 못하는 말들이예요. 쉬운 우리말이 있는데도 말이죠. ‘우리 글 바로쓰기’에서 몇 가지 살펴보면
*자연의 미를 파괴하고 있다. →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망치고 있다.
※중국글자 '미'는 '美', '未', '米'들 처럼 여덟 가지 뜻이 있어 무얼 말하는지 헷깔릴수 있죠.
*선수촌 입촌 직후 선수촌 내에 자국의 하이네켄 맥주 시음장을 찾았다. → 선수촌에 들어가자 곧 선수촌 안에 있는 자기나라 하이네켄 맥주 마시는 자리를 찾았다.
*매도인 → 파는 사람, 매수인 → 사는 사람
*사인 → 죽은 까닭, 죽은 이유 / 파죽의 4연승 → 거침없는 4연승
*그 사람의 저의가 무엇인지 참 궁금했다. → 그 사람 속셈이 무엇인지 참 궁금했다.
*온 국민의 시선(눈길) 또한 가시 돋친 눈으로 냉소(비웃음)를 보내고 있는 시점에 뼈를 깎는 깊은 자성(자기반성)을 하면서
*교사들의 민주적 제 권리 및 교육권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 → 교사들이 갖는 여러 민주 권리와 교육권리를 다시 생각하고
*치아(이), 채소(남새), 대두(콩), 미소 짓다(웃음 짓다), 오열(흐느껴 울어)
*그날은 필히 도장을 지참하실 것 → 그날은 반드시(꼭) 도장을 가져오세요.
중국글자말(한자말)을 무조건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예요. 쉬운 우리말이 있는데 쓸데없이 어려운 한자말을 쓰지 말자는 거죠. 우리도 모르게 쓰고 있는 말들이 참 많아요. 옛날부터 양반들은 이런 중국글자말을 쓰며 평민들 기를 죽이곤 했지요. 아직까지도 어려운 말, 남의 말을 써야 권위가 선다는 잘못된 생각부터 바로 잡아야겠어요.
<2015.03.22 민들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