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드루어리는 미국 작가다.

 

그는 1956년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태어났다. 1980년에 아이오와 대학을 저널리즘 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그 후 5년 동안, 톰 드루어리는 1985년에 브라운 대학교에서 창작 프로그램 졸업을 위해 받아 들여지기까지 댄버리 뉴스타임즈, 리치필드 카운티 타임즈 그리고 프로비던스 저널 같은 신문사에서 일했다. 그러니까 톰 드루어리는 저널리즘을 전공한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톰 드루어리는 하퍼스 매거진, 노스 아메리칸 리뷰 그리고 뉴요커 등에 단편을 기고한 이후, 와일리 에이전시의 새라 챌펀트와 계약을 맺게 된다.

 

톰 드루어리의 첫 번째 소설인 <반달리즘의 종언>은 1994년에 하우턴 미플린에서 출간되었고, 1995년 ALA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1996년 여름에는 영국 문예지 그랜타 54호에 <꿈 속의 사냥>이 발췌 소개되었고, 해당 잡지에 의해 전도유망한 젊은 미국 작가로 소개됐다. 2000-1년에는 존 사이먼 구겐하임 파운데이션 펠로우쉽을 수혜자로 선정됐다.

 

톰 드루어리는 <미시시피 리뷰>와 <뉴욕 타임즈 매거진>에 기고할 뿐 아니라, <블랙 브룩>(1998), <꿈속의 사냥>(2000), 영화로도 제작된 <드리프트리스 에어리어>(2006) 그리고 <퍼시픽>(2013) 등의 작품을 저술했다. 그는 웨슬리언 대학교에서 글쓰기 강사로,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와 라살레 대학교 그리고 예일 대학교에서 초빙작가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플로리다에 있는 세인트 피터스버그 타임즈의 편집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현재 뉴욕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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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내가 지난 주말 알게된 톰 드루어리란 작가에 대한 위피키디아에 실린 소개다. 지난 1989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6편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한 개도 소개된 책이 없다. 그래서 오늘 알라딘에서 <반달리즘의 종언>이라는 책을 주문했다. 과연 그 책을 내가 읽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꿈속의 사냥> 그리고 <퍼시픽>으로 이어지는 삼부작 중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반달리즘의 종언>은 북디파지토리와 딱 500원 차이가 나서 마침 가지고 있던 네이버포인트로 질러 버렸다. 공짜 책을 사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토바이어스 울프의 <올드 스쿨>도 반디에서 주문했는데 제법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두 책 모두 공짜로 사는 셈이어서 일단 기분은 좋다. 분량이 많지 않아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책들도 쌓아 놓고 읽지 않고 있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과연 언제 읽게 될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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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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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가 과대평가된 작가라는 생각을 그가 쓴 몇몇 소설들을 읽으면서 느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는 프리모 레비나 조르조 바사니의 작품들처럼 부러 수고와 시간을 내서 전작을 읽지 않고 방치해 버렸다. 그러다 이번 여름 폭염 속에서,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읽으면서 그런 나의 편견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후기에 작가가 친절하게 알려준 대로, 이 소설은 요즘 유행하는 노벨라처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런 연애소설이다. 타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예능인을 연상시키는 이름의 광수가 자그마치 13년을 짝사랑해온 영문과 대학 동창 (이)선영과 결혼에 골인했다. 그런데 문제는 둘 사이에 동창 소설가 진우라는 장애물이 끼어 있었다는 점이다. 결혼식 날 선영이 던진 부케가 꽂혀 있던 팔레노프시스(호접란의 학명)가 꺾여 있었다는(deflower를 의미하는 걸까) 사실을 알게 된 광수는 절친한 친구 진우에게 맹렬한 질투와 시기를 느끼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말로 이런 쫀쫀한 사내 같으니라고 치부하기에는 셰익스피어의 무어인 총독 <오셀로>를 찜 쪄 먹을 법한 의심이 폭풍처럼 몰아닥친다. 내게 너무 늦게 도착한 작가라고 해야 할까? 김연수 작가는 <사랑이라니, 선영아>에서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모든 것이 금전출납부에 계량화된 수치로 찍혀야 안심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사랑학개론과 부르주아 결혼 시스템을 설파한다. 플라톤의 <향연>과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넘나들며 독자에게 들려주는 2002년 러브 스토리의 핵심은 사실 사랑이 실은 공산품이었노라는 비밀이다. 모든 것이 휙휙 지나가 버리는 탈낭만주의 시대에 사랑은 그저 환상이고 음모이자 프로파간다란다. 개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사랑은 천 송이 꽃의 마지막 한 송이를 채우기 위한 개인이면서 전체이고, 또 모두이면서 특별할 수밖에 없는 사랑에 대한 소심한 고백으로 다가온다.

 

 

문득 우리는 어떻게 해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 생각해 봤다. 숱한 공을 들인 질문과 대답의 과정을 통해 구체화된 호기심은 추상적 개념으로 진화하게 될 거라고 작가는 청산유수처럼 거침없는 서사의 힘으로 독자를 압도한다. 학생운동과 변절 운운하면서 선영과 광수의 집들이에서 세상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풀어내는 코드는 특히 일품이었다. 한편 작가는 너무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고 점잖은 목소리로 충고를 아끼지 않기도 한다. 잘못하다간 주화입마, 아니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고. 아니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지?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에 대한 대답에 대해서는 이렇게 절묘하게 빠져 나가 버릴 지도 모르겠다. You never know!라고.

 

결말을 향해 달려가던 소설에 나온 다음의 문장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네(119쪽).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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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언제? - 투신자살한 아우슈비츠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의 자전적 장편소설
프리모 레비 지음, 김종돈 옮김 / 노마드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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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번역과 교정 탓을 해야 할까? 세상에 이렇게 사소한 오류부터 시작해서 오탈자가 많은 책은 또 근래에 처음이다. 그전에 읽은 돌베개에서 나온 프리모 레비의 책과 너무 달라서 어안이 벙벙해질 판이다. 역자는 이탈리아어 전공자가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 전공자라고 한다. 역시 중역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용비어천가, 썸씽 같은 표현은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뚝뚝 끊기는 번역 때문에 과연 이 책이 같은 작가가 쓴 책일까 싶었다. 될 수 있으면 한 작가의 책은 고정 번역자가 맡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서경식 선생이 프리모 레비의 저작 중에서 중요하다고 손꼽은 5개의 작품 중에 4번째 작품에 도전한다. 그동안 읽은 세 권의 저작이 넌픽션이라면 이번에 고른 <지금이 아니면 언제?>는 레비가 1982년에 발표한 자전적 장편소설이다. 아우슈비츠 경험을 증언한 <이것이 인간인가>와 <휴전>이 생존과 귀환의 기록이라면, 소설 <지금이 아니면 언제?>는 2차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빨치산 유격대의 활약을 통한 저항의 기록인 셈이다.

 

때는 1943년 여름, 히틀러가 이끄는 베어마흐트(독일 국방군)가 불구대천의 숙적 스탈린의 소련을 침공한 지 2년이 되던 해다. 소설은 러시아의 어느 숲에 은거한 시계수리공 멘델 나흐마노비치(메나쳄, 위로하는 사람-1915년생)과 만난 십대 청년이자 모스크바에서 회계를 공부하기도 한 낙하산 낙오병 레오니드(1924년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소설을 이끌어갈 주인공의 공통점은 둘 다 유대인이라는 점이다. 대조국전쟁이라 불린 독소전쟁에서 나치에 대항하는 빨치산 투쟁에 나서길 원하지만, 유대인들은 믿을 수 없다며 처음 만난 벤야민 부대에서 거절당하기에 이른다. 눈앞에 닥친 나치라는 가공할만한 적군에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보다 높은 불신의 벽을 느낄 수가 있었다.

 

러시아, 벨로루시를 거치며 멘델과 레오니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체험을 한다. 프리모 레비는 두 사람의 영웅적인 빨치산 투쟁기록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이면을 담는데 주력한다. 우선 폴란드를 분할한 러시아 비밀경찰 조직에 의해 폴란드의 민족주의 엘리트 인사들을 집단처형한 카틴숲 대학살로부터 시작해서, 해방은 목전에 둔 바르샤바 봉기 당시 악행으로 이름을 날린 카민스키 여단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책을 읽다 말고 바르샤바 봉기 기록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는데, 바그라티온 작전으로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을 일소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독일 본토 사수를 위해 재집결한 독일군에게 일격을 당한 소비에트군이 바르뱌사 봉기군에 대한 지원을 주저했다고 한다. 어쩌면 종전 후, 폴란드에 공산주의자들로 구성된 위성국가를 세우기 위해 민족주의 계열 레지스탕스의 활동이 껄끄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외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동안, 폴란드 봉기세력은 막강한 화력을 동원한 독일군에게 처절하게 분쇄되고 학살당했다.

 

한편 스탈린그라드와 쿠르츠크 전투에서 승기를 잡기 전까지 우크라이나 일대를 장악한 독일군이 스탈린 체제 아래서 조성된 집단농장 시스템을 철폐하고 해방군으로 행세하다가 본색을 드러내고, 러시아 침공이 결국 게르만 민족의 생존을 위한 동방정복의 목적이었다는 것이 확실해지면서 침략자 독일군에 대항 저항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에 기술된 대로, 독일군이 교활한 이이제이 전략으로 빨치산에 대한 강경책 대신 유화정책으로 전환해 가는 과정도 흥미롭게 읽었다. 빨치산 부대 소속으로 사랑하는 아내 리프케를 독일침략군에게 잃은 멘델의 시점에서 다룬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향도 잃고, 사랑하는 사람도 잃은 유대인 빨치산에게 돌아갈 곳은 과연 어디였을까. 동시에 스탈린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시오니스트들의 주장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읽을 수가 있었다. 볼셰비키 혁명 과정에서 붉은 유대인(특히 트로츠키의 영구혁명론)들의 뛰어난 활약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을 믿을 수 없다는 풍조 또한 생긴 것도 사실로 보인다. 당장 눈앞의 대적인 나치에 맞서 싸우기는 하지만, 전쟁이 끝나는 대로 불편한 존재인 무장 유대인 빨치산 조직에 대한 탄압이 이루어지리란 예상도 조금도 틀리지 않는 분석이었다.

 

멘델은 노보셀키의 도브 유격대 출신 시슬에 이어 레오니드의 연인인 라인과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아무리 적군 혹은 아군의 손에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운명이라고 해도 생존본능과 사랑에 대한 감정마저 숨길 순 없었던 모양이다. 율리빈과 게달레 유격대로 갈아타면서 조우하게 되는 대원들의 가혹한 운명 역시 멘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소설에서 또 하나의 역설적인 장면은 정작 전쟁이 끝난 뒤, 그들이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 현실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시오니즘은 소비에트 혁명의 대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폴란드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는 더더욱 그들의 종착역일 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솔리니의 인종법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그나마 유대인들에게 우호적이었다고 판단된 이탈리아를 목적지로 삼은 게 아닐까. 그 와중에 등장한 드레스덴 폭격에 대한 저자의 신랄한 비판도 눈길을 끈다. 반면, 동포 유대인들을 수용소에서 구하기 위해 등장시킨 작전은 작위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너무 멀리 나갔다고 해야 할까. 제한된 지면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려고 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서 출발한 비극의 연장선을 유대인 빨치산 유격대라는 이야기로 이끌어냈다.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극단적 시오니즘에 대한 시선과 연합국의 승전이라는 거시사에 묻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용사들의 활동을 역사의 무대에 등장시킨다. 왜 그렇게 많은 유대인들이 절멸 수용소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가스실로 갔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해야 할까?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치 독일의 최종해결책과 그에 못지 않은 스탈린의 강제이주에 반대한 유대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의 발굴만으로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는 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교정과 번역 때문에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지만 말이다.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두 번이라도 읽을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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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2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베개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으면 좋겠어요. 절판된 시집도요. 언젠가는 꼭 나올 거라 믿습니다.

레삭매냐 2016-07-21 14:58   좋아요 0 | URL
번역 스타일에 너무 어리둥절해서 과연 제가 같은 작가
의 책을 읽고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모쪼록 말씀하신 대로, 돌베개에서 재출간되었으면 합니다.
 
어디 갔어, 버나뎃
마리아 셈플 지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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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시애틀에서 온 친구 한 명과 친하게 지낸 적이 있다. 커피와 책을 좋아하고, 날씨 탓인지 항상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런 친구였다. 비가 오던 눅눅한 날을 유난히 좋아하던 그런 친구로 기억된다. 반면, 랄라랜드(LA)에서 온 친구도 한 명 알았는데 시애틀 친구와는 정말 분위기가 달랐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그런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어제 읽은 마리아 셈플의 <어디 갔니, 버나뎃>을 읽으면서 친하게 지내던 그 두 명의 친구 생각이 났다.

 

이 소설은 랄라랜드에서 TV작가로 활약하던 마리아 셈플이 시애틀로 거주지를 옮겨 발표한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소설은 MS(마이크로소프트) 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시애틀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연히 소설의 내레이션을 맡은 15살 짜리 꼬마 숙녀 비 브랜치의 아버지 엘지도 MS에서 250명의 휘하 직원들을 거느리고 잘 나가는 서맨사 2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특급 코드 원숭이(프로그램 설계자). 딸의 졸업선물로 남극탐험을 떠나기 며칠 전, 비의 괴짜 엄마 버나뎃 폭스가 갑자기 사라진 원인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푸는 것이 <어디 갔니, 버나뎃>의 주요구성 얼개다.

 

한때 사커맘으로 알려진 극성 엄마들처럼 미국에서도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에서 최고의 교육을 시켜주고 싶은 엄마들의 맹모삼천지교를 육박하는 교육열은 뜨겁다 못해 데일 지경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소설의 재미를 위해 전격투입된 오드리 그리핀이라는 열혈 사커맘이 등장한다. 오드리는 자신이 주도하는 학부모회의 모든 일에 시큰둥한 이웃 버나뎃의 네메시스 같은 존재다. 자신의 정원을 침범하는 집이라고 부르기 조차 민망한 버나뎃네 블랙베리 덩굴을 제거하는 것을 필두로 해서, 각종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오드리를 버나뎃은 각다귀떼라 부르며 경시하니 이 둘의 다툼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참 한 가지 빼 먹은 점이 있는데 소설의 전개는 다양한 방식의 커뮤케이션 방법으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메일로 시작해서, 팩스, 손으로 직접 쓴 쪽지, 편지, 의료상담 내용 그리고 심지어는 FBI 수사기록에 이르기까지 전업 TV작가 답게 다양한 방식의 소통 수단을 이용해서 어떻게 해서 한때 촉망받는 건축가로 잘 나가던 버나뎃 폭스가 시애틀 촌구석의 집까지도 않은 집에 사는 괴짜가 되었는지 독자는 알게 된다. 좀 입맛이 씁쓸해지는 부분은 그 모든 것이 여피족인 부모, 특히 MS의 기대주 아버지 엘지 브랜치가 밤낮없이 일한 덕에 벌어들인 재정적 여유에 기반한 삶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4만 달러가 훌쩍 넘는 사립학교 등록금에, 남극 크루즈여행이라니! 그냥 재미로 본다면 모르겠지만, 최근 벌어진 구의역사건으로 흙수저 금수저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사실을 그냥 간과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버나뎃과 엘지 가정에 불화의 원인이 되는 한때 너무 잘 나가다가 주위의 시기와 질투로 꿈을 접고 랄라랜드를 떠나 시애틀에 정착한 이유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버나뎃의 과거가 드러내 주는 건 소설의 전개상 필수불가결한 부분이었겠지만, 동부의 유명 사립학교 출신에(엑세터와 초트 출신이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부모라는 설정은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물론 과거의 맥아더 수상자가 유사 약물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괴짜가 되었노라는 설정이 소설의 전개상 과하다는 건 아니지만. 무엇이든 가능한 것이 소설적 상상이 아니었던가.

 

책을 읽기 전에 유튜브를 통해 마리아 셈플 작가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았는데, 실제로 처음에 시애틀에 정착했을 당시에는 외지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설의 상당 부분이 작가의 자전적 경험에 의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소설에서 발라크리슈나(비 브랜치)가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을 그런 다양한 삶의 체험(엄마의 실종, 아빠의 의도하지 않은 외도, 유명 사립학교에서의 적응과 월반 등)을 통해 다른 단계의 삶으로 전이 혹은 발전해 나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 속에서 한 가지 정도의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미래로 전진하는 발목을 잡는 트라우마들을 다루면서 사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은 마치 발라크리슈나가 아버지 엘지와 남극여행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비 브랜치가 궁극적으로 엄마 버나뎃을 찾는 장면은 가히 해피엔딩을 위한 소설적 판타지에 가깝지만 말이다.

 

, 한 가지 말하고 싶은 점을 빼먹을 뻔 했는데 만사가 다 귀찮은 버나뎃이 인도에 있는 가상비서 만줄라 카푸어를 시간당 75센트에 고용해서 병원예약을 잡고, 시애틀에서 잘 나가는 식당예약을 하고 온갖 잡다한 일을 시키는 장면에서는 정말 빵 터졌다. 나중에 인터넷 사기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남편 엘지가 MS에서 어마어마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고 있던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현실 삶에 적용시키기 위한 서맨서 2 프로젝트의 본질을 아내 버나뎃은 이미 현실세계에서 충분히 이용하고 있지 않았던가. 너무 멀어 보이는 이질적 간극은 사실 뒤집어 보면 그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사커맘 오드리가 그렇게 열불 내면서 아들 카일을 위해 악전고투했지만, 마약쟁이가 된 카일 때문에 호텔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체포되는 장면은 정말 통쾌했다.

 

<어디 갔니, 버나뎃>은 나중에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주얼한 점에서 특출한 장면들이 많았다. 나중에 소설이 영화화가 된다면 조조 모예스처럼 마리아 셈플 작가가 직접 각색을 맡을까하는 점도 궁금하다. 결말 부분이 생각보다 좀 약했지만, 충분히 재밌는 소설이었다.

 

[뱀다리] 소설에서 버나뎃은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덕분일까.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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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테 안경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조르조 바사니 지음, 김희정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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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러니라니. 내가 처음으로 만난 조르조 바사니의 책은 <성벽 안에서>였는데, 처음으로 읽은 책은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조르조 바사니 선집(총 6권)으로 출간되고 있는 시리즈 두 번째인 <금테 안경>이었다. 굳이 적은 분량 때문이라기 보다, 그냥 그전에 다 읽은 책 다음에 무얼 읽을까 하다가 때마침 옆 자리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책의 저자 소개를 보면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두 개의 키워드로 이탈리아의 도시 “페라라”와 “유대인”이라고 제시했는데, 개인적으로 한 가지 키워드를 더 추가하고 싶다. “반파시스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던 도중에 프리모 레비의 책을 두 권이나 읽었다. 조르조 바사니가 1916년생 그리고 프리모 레비가 1919년생이니 동시대의 같은 나라에서 벌어진 일을 체험한 두 명의 청년 유대인들의 이야기를 비교해 가며 읽는 체험은 특별했다. 전자가 전전의 1938년을 기점으로 이탈리아 내에서 <인종법>이 시행되던 시기를 다루었다면, 후자는 무솔리니의 몰락 이후 반파시즘 활동에 나섰다가 아우슈비츠 절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차이점 정도라고 해야 할까.

 

소설 <금테 안경>의 화자는 올해 스무살 난 청년 “나”다. 짧은 단편은 나의 시선으로 페라라 출신 저명한 이비인후과 의사 아토스 파디가티의 삶에 대한 연민으로 시작된다. 베네토 출신으로 페라라에 자리잡은 파디가티 선생은 독신으로 페라라 부르주아 사회에서 뛰어난 의술과 훌륭한 인품으로 명망을 쌓은 인사다. 극장의 어둠과 연기 속을 가로 지르던 파디가티 선생이 쓴 금테 안경 특유의 광휘를 묘사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읽었다. 화자는 페라라에서 볼로냐로 통학하는 학생이었고, 통근 기차에서 파디가티 선생을 만나 교류를 시작했다. 비록 두체(베니토 무솔리니) 치하이긴 했지만 모든 평화로워 보이는 시절, 하지만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당장 나의 가정을 덮치게 될 폭풍은 유대계 이탈리아 시민의 권리를 제약하게 될 인종법의 시행이었고, 다른 하나는 파디가티 선생의 성적 정체성이었다. 조르조 바사니는 페라라 전체가 나서 파디가티 선생의 신붓감을 구해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정작 본인의 고사로 실행되지 못한 결정적 이유가 괴상망측한 소문 때문이라고 은근하게 복선을 깔고 들어간다. 전자가 나를 기존에 아무런 제한 없이 누리던 각종 자유의 박탈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페라라 사회의 사실상의 지배계급이었던 부르주아 사회로부터의 냉혹한 추방을 상징했다. 소설을 통해 알게 되는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 중의 하나는 페라라의 유대인들이 초반에는 두체를 지지하고, 파시스트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전언이다. 그들은 정말 당시에 자신들의 행위가 훗날 치명적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것을 몰랐을까.

 

한편 소설의 무대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페라라 도심에서 여름휴양지 리초네로 공간이동한다. 화자 “나”의 가족 역시 페라라의 다른 부르주아들처럼 리초네에서 긴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파디가티 선생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델릴리에르스를 파트너로 해서 알파로메오를 타고 휴양지에 나타났다는 사실에서 발생한다. 볼로냐행 통근열차에서 파디가티 선생을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던 바로 그 델릴리에르스가 아니었던가. 가뜩이나 가십에 굶주려 하던 리초네의 작은 페라라 부르주아 공동체에 이렇게 좋은 먹잇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승냥이 떼처럼 달려들기 시작한다. 그 대표주자 중의 한 명은 변호사이자 정치인의 부인인 라베촐리 부인이다. 파디가티 선생의 면전에서 노골적인 모욕주기를 마다하지 않고, 파디가티 선생과 델릴리에르스를 ‘신혼부부’라고 부르며 조롱한다. 그녀를 통해 바사니는 점잖은 부르주아들의 위선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우스꽝스러운 신혼부부의 파국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드리아 해의 리초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델릴리에르스와 파디가티 선생의 관계는 루키노 비스콘티의 유명한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를 바로 연상시킨다. 영화에 비해 덜 노골적인 시선이긴 하지만.

 

찬란하게 빛나던 여름이 끝나고 페라라로 돌아온 나를 기다리고 있던 인종법 통과 소식에 어머니는 실신지경에 이른다. 앞으로 페라라 유대인 공동체에 어떤 암운이 드리울지 모르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 내던져진 화자는 파시즘을 찬양하는 친구 니노 보테키아리와의 대화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다시 게토로 내몰리는 이교도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한동안 잠잠했지만 언제라도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반유대주의 광풍은 파디가티 선생이 직면해 있는 일반인들의 동성애 혐오와 궤도를 같이 하기 시작한다. 연인을 잃고 낙담한 마음에 페라라의 밤거리를 배회하던 파디가티 선생과 함께 하게 된 유대인 청년의 대화는 그래서 더 슬프게 다가온다.

 

처음 만난 조르조 바사니의 작품 <금테 안경>은 나른한 분위기 속에 언제라도 태풍이 몰아칠 지 모르는 그런 상황에 대한 조짐들을 품고 있다. 이미 유럽 대륙을 뒤덮기 시작한 ‘거대한 광기’의 전조라고 해야 할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는 불관용의 시대가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다는 현실 앞에 무기력한 군상들을 나열한다. 모든 것을 삼켜 버릴 듯한 거대한 광기 앞에 인류가 자랑하는 지성과 인품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그래서 어어떤 이들은 프리모 레비처럼 저항의 길에 나서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절멸 수용소행을 체념하듯 받아들일 지도, 또 어떤 이들은 파디가티 선생처럼 스스로를 포기하는 길을 선택할 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선택지도 행복한 결말과는 명백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바사니가 펼쳐 보이는 페라라 이야기를 좀 더 읽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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