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하라 말하지 않는다 - 평범한 엄마가 아들 둘 명문대 보낸 비법
김향선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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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하라 말하지 않는다


 

어쩌다보니 이번 책도 자녀교육 관련 서적이다. 매번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분야이지만 또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분야갸 바로 자녀교육 분야가 아닐까 싶다. 늘 그렇듯 논어의 한 구절처럼 삼인행이면 필유아사라든지, 혹은 타산지석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것일까. 자녀양육 및 교육서적은 기존의 내용에 새로운 내용이 있다면 조금씩 첨부하는 형식으로 출간되고 비슷한 내용과 형식으로 또다시 재출간된다는 인식이 큰가도 싶다.

이런 경향을 두고 일개 개인이 감히 장단점 논한다는 게 격식에 맞을지 고민 중이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장단점에 대해 말이다. 장점은 새내기 학부모를 위한 정보제공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대가 변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예전보다는 출생 수가 현저히 줄어들며 대도시의 초등학교가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지는 상황을 접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 세대의 교육열만큼은 여전히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모라면 응당 내 아이를 위해 한 번쯤 교육서를 집어 들었던 경험이 있지 않을까. 이들을 위해 양질의 교육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번 비슷한 내용의 교육서를 접하는 것은 부모의 학습의 질적 향상(양질의 새로운 정보제공)이라는 측면에서는 마이너스로 적용될 우려가 존재하기도 한다. . 뭔가 새로운 내용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빵처럼?(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주디 바레트 저) 그렇게 떨어지면 좋겠는데 말이다.

 


지나친 욕심일까. 괜시리 딴지를 걸자면 이런 것들이다. 교육을 포함한 모든 학문의 깊이가 과거의 지대한 사고와 경험 및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이론에서부터 출발해왔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매번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 언급함으로써 이를 접하는 대상은 무결점의 안정감을 찾고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마도 보편적 심리작용이 아닐까.

 


거기까지. 일절만 하고 이절은 책으로 넘어가자.

책의 부제는 평범한 엄마가 아들 둘 명문대 보낸 비법, 이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동시에 묘하게 시선을 끄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보편적 평범함이 또하나의 무기화가 되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는 말이다.

저자는 독서논술 교사로 활동하면서 책을 쓰는 작가의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책 표지 참고) 책에는 자녀교육에 관한 저자만의 지침과 함께 그녀의 두 아들과 관련해 소소한 에피소드와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녀의 어린 두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주고 받았던 편지들은 저자가 지키고 실행해왔던 교육관과 관련 긍정의 산 증거물처럼 보여진다. 개인의 에세이에 교육관을 함께 묶어, 일반적인 딱딱한 교육서와는 다른 느낌의 옷을 입은 책인가 싶다.


 

책은 전체 5부로 되어있고 성적보다는 인성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부모와 자녀와의 소통의 중요성 그리고 서로의 신뢰감(믿음. 믿어주기)을 언급함과 동시에 칭찬과 격려를 통해 아이의 주도적 성장을 이끌어 갈 것을 이야기한다. 긍정적 마인드가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을 강조하기도 한다. 5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각 따로 명확한 구분이 된 내용이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와 주제의 글이 중복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번 책은 자녀교육에 대해 이제 막 입문한 독자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는 책이다. 도식적인 분위기나, 마땅히 해야만 한다는 식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이 읽는 이에게 설득력과 신뢰감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양육방침은 믿어준다. 기다려준다. 욕심을 버린다이다. 부모가 먼저 안정을 찾을 필요가 있다. -p54

 

-난 지금도 독서논술 엄마들께 열심히 사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시라. 공부하시라. 말씀드린다. 이것이 진정 자녀들이 독서를 즐기는 길이다라고 생각한다-p135

 

-아이들에게 먼저 책을 선택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자고, 원하는 책을 읽게 끔 도와주어야 한다. ‘재미가 먼저고 지식은 그 다음이다. -p135

 


결론적으로 긍정적 마인드 컨드롤과 모델화가 무엇보다 중요한가 싶다. 세상살이에 어디 쉬운 일이 있을까마는 자식을 사람답게 키워내는 일처럼 어려운 일도 없어 보인다. 교육 이전에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생각해봐야 하는 게 먼저이기에 늘 마음이 무거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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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3-04-18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녀교육 책들이 대동소이 한것은 맞지만 아들들과 어렸을 때부터 편지를 주고 받았다는 점은 인상깊네요. 저는 공부보다는 안정적인 정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그런면에서 책의 저자가 아이들과 소통이 잘 되었던 케이스 같습니다.ㅎㅎ

월천예진 2023-04-18 17:20   좋아요 1 | URL
네. ^^
 
서로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김종해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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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관조적(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보는 것.-네이버 출처)이라는 말을 떠올렸던가보다. 시를 쓰고 읽고 생각하기에 관조적이라는 어휘는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나하나 작게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일. 천천히 생각하는 일의 모든 순간들 말이다.

 


조금 전 천둥이 치고 급작스럽게도 비가 쏟아졌다. 봄 날씨가 이렇게 요란했던가. 일 년에 한번 다녀가시는 정수기 관리사님이 내게 말했다. 책만 보시나봐요. 적어도 육 년은 더 되었을 만남이다. 그녀의 손녀딸이 여섯 살이라는 말에 어색한 놀라움이 번져들었다. 이런 상황, 이런 순간과 이런 생각과 이런 찰나들조차도 모두 시로 태어날 수 있을까. 시인의 가슴으로,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은 시로 다시 태어나는 것일까.


 

김종해 시인의 시집[서로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을 읽고 있었다. 여든이 넘은 그에게서 나는 어떤 시심을 찾고 싶었던 것인지. 무언가를 찾고 싶었고 읽고 싶었는데, 과연 내가 찾았던 것이 이런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전에 시인의 에세이를 먼저 접했던 까닭에 그가 낯설지만은 않다. 그의 시에서 등장하는 시인들도 예전보다 더 친근해졌다. 박목월, 박남수, 김종한과 이용악, 이어령. 시집 말미에 해설을 쓴 방민호 교수까지.

시인의 시는 간결함 가운데 의미가 깊고, 방민호 교수의 해설은 그 내용이 시집의 올릴 해설치고는 내용이 방대하면서 두텁다. 마치 시인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학생시절에는 시도 좋아했지만, 말미에 실린 해설을 더 집중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고 깊이 들어가는 것을 좋아했던 학생이었을까.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치열함 속으로 들어가기에 너무 무디어진 까닭이겠지


 

그런데 김종해 시인의 시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온전하게 따뜻해보인다. 치열함과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무언가를 보았다기보다는, 일상의 기록을 시로 잔잔하게 옮겨놓았다는 인상을 더 많이 받게 되는 시집인가 싶다. 그의 이야기는 모두 시로 태어나고 있었다. 고층 아파트에서 아내와 살면서 내려다보이는 모습들을 시에 담아내고 있으며, 증손녀의 탄생과 돌에 대한 기록. 함께 했으나 먼저 떠나버린 문인들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모습으로 다가서는 회한들이 가득하다. 시집은 지나온 삶과 맞이할 죽음을 두고 의연하게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반추하며 바라보고 있는 듯한 시인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모든 문학이 그렇지만 시는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가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어떤 상황에는 나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일 듯도 하다. 만약 이십 대 시절 젊은 나이인 내가 이번 시집을 읽는다면, 나는 또 지금과는 다른 느낌과 소회를 갖지 않았을까. 시를 쓰는 시인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세월이 갈수록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다 원숙한 시를 쓰게 되는 까닭은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가 더 깊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욕심 같아서는 제목이 들어간 시를 인용문으로 채택하고 싶지만, 그 옆에 실린 작품을 골라보는 중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사심이다.


 

-절망도 약이 된다


 

때로는 절망도

우리 살아가는 데 약이 된다

그대여, 오늘의 캄캄한 시간이

괴롭다고 자책하지 마라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아프기만 했던 시간이

사람 살아가는 날의 일생에서 보면

바람 스치는 한순간일 뿐이다

뜨거운 불가마를 거쳐나온 도자기가

온전한 제모습을 갖추듯

그대에겐 새로운 내일이 있다

수천억 년 묵묵한 바위로 살기보다

짧은 시공(時空) 안에서

짜릿하게

슬프고 기쁜 마음 주리고 가는

인생 앞에

때로는 절망도

우리 살아가는 데 약이 된다


 

-서로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절망도 약이 된다전문 인용 p15 -


 

마지막으로 시인 김종해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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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문해력 수업 - 인지언어학자가 들려주는 맥락, 상황, 뉘앙스를 읽는 법
유승민 지음 / 웨일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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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문해력 수업

 


눈치. 맥락. 배려. 그리고 용기. ‘감정 문해력 수업을 읽은 뒤 앞서 언급한 단어들을 중얼거린다. 책 한 권에 들어찬 많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한번에 담아낼 수 있는 언어적 표현이 어쩌면 이와 같지 않을까?

사람들 사이에는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라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인류학자 혹은 사회학자들이 늘 하는 말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고는 했지만 묘하게도 인간은 같이 있으면서도 혼자 있기를 갈망하는 이중적 동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면에서는 흔히 우리가 인지하는 인간의 사회성조차 개인의 성격에 기인하는 문제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이번 책 감정 문해력 수업과 관련해서 들여다본다고 한다면, 인간이 타인과 교류함에 있어 스트레스를 받고 크고 작은 자괴감이라는 감정에 빠지는 것 역시 어쩌면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눈치 혹은 맥락 읽기, 배려와 상황에 맞는 적극적인 용기가 부족해서 일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거다.

 


책의 저자 유승민은 일본에서 인지언어학과 함께 국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책에는 한국과 일본의 언어를 그려내는 문화에서 엿볼 수 있는 소통의 관계와 양국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대목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로를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파트 1에서는 고맥락 사회의 모호한 언어들, 파트 2에서는 속마음을 선명하게 읽는 법, 그리고 마지막 파트 3에서 내 삶을 돌보는 감정 문해력에 대해 저술한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 혹은 주제에 맞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포함해 때때로 각 내용을 설명하는 이론을 첨부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어볼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눈치에 대한 다양한 의미. 즉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미로 다시 들여다본 눈치’, 라는 언어적 표현을 시작으로 책은 독자들에게 나름의 가치판단의 기준을 새로이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몇 가지 기억나는 주제를 옮겨보자면 파트 1원에서 말의 품격을 높이는 대화의 격률’, ‘타인을 존중하는 우아한 솔직함’, ‘감춰진 심리를 간파하는< 암묵지>, 파트 2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친절한 언어들’, ‘진심을 전하는 침묵, 눈맞춤파트 3에서 ‘<모르는 척>이 주는 위로’ ‘맥락을 뚫고 나올 용기와 같이 개인적으로 시선을 조금 더 오래 끌렸던 대목이 많았던가 싶기도 하다.

기억해야 할 부분이 조금 더 남아있다. 영화 만추보노보 실험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화의 격률을 어기는 짜릿함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무척이나 아쉬울 듯하다. 저자가 인용한 영화 만추의 에피소드가 그것이다. 하오()와 화이()의 장면이라고 해두자. 책 속에 등장하는 이 장면을 보고 싶었고 직접 영화 만추를 검색해서 저자가 언급한 그 장면을 살펴봤다.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여주인공과 중국어라고는 단지 두 단어. 하오와 화이 밖에 모르는 남자 주인공의 대화. 소통하는 듯 전혀 통하지 않는 듯. 공허함 속에 공유되는 이들의 대화는,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격률에서 살짝 벗어난 상황이다. 그럼에도 장면을 마주한 관객(독자)은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 공감하려 노력하는 과정을 거쳐간다. 이를테면 어떤 격률 혹은 형식에서 벗어났지만 눈빛과 호흡, 분위기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속 언어와 생각들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소통한다는 점을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내게는 저자가 소개하는 또다른 에피소드 즉 영화 속 포크 사건과 함께 강한 인상으로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언어의 친절함은 구체적인 언어이자 섬세함을 의미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문득 저자가 이야기한 대화를 나누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p158 문구 앞에서 망설이는 나를 바라본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니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시대가 많이 변해서 착한 사람은 되려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만연해지는 듯하다. 그래도 사회 속에서 건강하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멀어지기보다는 다가서기를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많은 노하우가 있을 법도 하다. 책에서 언급했던 내용처럼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실천하려는 의지와 용기가 아닐까싶다. 알면서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인생들도 참 많은 세상이다.

 

 


대화에 어긋난 틈의 사이사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세한 마음, 무언의 메시지, 목소리와 눈빛들로 채워진다. 그것들을 끊임없이 간파하려는 정서를 우리는 눈치라 부를 뿐이다.”p67

 


우리는 최대한 우아하게, 서로의 체면을 지켜 주며 결코 말로 표현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되 최선을 다해 나의 안녕을 위한 눈치 게임을 지속하는 중이다”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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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의 비밀과외 - 무조건 통하는 전교 1등의 합격 루틴
소린TV(안소린) 지음 / 다산에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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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의 비밀과외


 

자기주도 학습의 늪에 빠진 아들이 있다. 부모 역시 어려서부터 학원에 보내는 걸 선호하지 않았고, 본인도 갈 생각도 없었던가 싶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6학년 가을쯤. 외사촌 형이 다닌다던 학원에 일 년도 채 안 되는 기간을 거쳐 나갔었다. 바야흐로 팔자에 없던 학원생이 되었던 셈이다. 그런데 심사숙고 끝에 시작했건만 녀석의 학원 생활은 사소한 헤프닝을 겪으면서 시들해졌다. 학원에서조차 시샘의 대상이 되어 교재를 뺏기고 와서는 울던 녀석. 원장 선생님께 전화를 하고, 교재를 가져간 아이의 엄마와 전화를 해서 정중히 돌려줄 것을 부탁해야만 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 학원들은 정신적 혼란에 빠졌으며, 학원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전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렵. 정말이지 팔자에 없던 아들의 학원 생활은 종지부를 찍었다.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녀석의 자기주도 학습의 늪은 그렇게 깊어만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나는 나의 의지가 아닌 채로 살아가면서 곧 수험생의 엄마라는 딱지를 달 예정이다. 아는 것도 없고, 엄마들 사이의 교류도 일절 없는 나 역시 아들아이와 똑같이 지독한 내성적 성향의 소유자다. 아들이 늘 중얼거리는 것처럼, 나 역시 학교 다닐 때 늘 혼자 있는 것이 편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그 엄마의 그 아들이지 어디 엄한 곳에서 갑자기 등장했을까.

이번 책은 어쩌면 혼자 공부하는 아들보다도, 오로지 혼자 고민하는 예비 수험생 엄마인 내게 더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안소린의 책 서울대생의 비밀과외를 읽었다. 많은 부분이 입시와 공부에 관련한 입시관련 책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책은 그녀 자신의 대한 솔직한 고백이 담긴 에세이의 성격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다지 넉넉하지 못했던 그녀의 학생시절. 교회 청탑 아래 작은 옥탑방에서 네 식구가 함께 생활하면서도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용기를 내고 목표를 다잡을 수 있었다는 그녀의 고백은, 공부의 최종적인 목표를 갖는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목표를 세우고,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 책 가득 쏟아내고 있는 그녀만의 학습 노하우는, 사실 그녀 스스로 버텨내게 해준 치열한 몸부림의 일면이 아니었을까. 많은 이들이 제목에 끌려 과연 안소린만의 학습 노하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라는 호기심에 이끌려 책을 들었을 법도 하다. 물론 내게도 아들아이도 그런 면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괜시리 그녀 안소린,이라는 한 사람에게 초점이 멈춰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일등만을 기억하는 삭막한 사회가, 한 사람을 이처럼 강인하게 변화시켜냈던 것일까.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도 같다. 그녀는 강했다. 스스로 세운 목표를 끝까지 해내고 성취감을 느낄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수십 년 전 나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아마 똑같이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학생들이 늘 갖는 생각 중에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성적이 오를까. 라는 질문 앞에서 그녀의 이야기는 매우 구체적인 답안지의 성격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예비 고1부터 고3까지 학년에 맞게 적절하게 설계된 학습 진도와 교재 선택. 각 과목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라는 명제에 맞게 접근방식을 설명하는 것도 그렇고 그녀는 매우 체계적이면서도 학생들에게 부담되지 않는 단계적 공부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많은 부분이 학습자의 자기 관리이다.

또한 다그치기만 하는 것이 아닌,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실예를 들어 어려운 시기를 먼저 건너간 이의 끈끈한 동질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아들아이의 책장을 찾아봤었다. 그녀가 과목별마다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교재들을 내 아이도 활용하고 있을까? 라는 호기심 반 걱정 반의 복잡한 감정들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소소한 다행스러움인지 아들아이의 책장에는 그녀가 언급한 교재들 몇 권이 꽂혀있었다. 물론 없는 교재도 있었다. 그렇다고 득달같이 이런저런 교재를 사야겠다,라고 아이에게 강요는 하지 않는다.

녀석이 충분히 혼자 고독하고 혼자 힘든 과정을 걸어가고 있기에, 나는 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저자가 그랬듯이 혼자 공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에도 같은 반 서른 한 두 명의 친구들 중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가 오직 두 명 뿐이었다. 학교에서 가열차게 준비하고 시작하겠다던 방과 후 수업도, 나라에서 다시 진행하겠다던 야간 자율 학습도 지원자가 많지 않아 시작도 못하는 실정이다. 참 많이 씁쓸하다고 해야하나.

 


상황이 그렇다. 이러한 때에 서울대생의 비밀과외는 신선하면서도 기특한 책으로 다가온다. 물론 혼자 공부하면서 성과를 내는 데 있어, 저자 안소린의 치열한 열정과 목표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할 전제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내 아이에게는 참 부족한 면면들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안소린의 책을 식탁 위에 두기도 하고, 거실 앉은뱅이 책상에 두기도 하면서 아이의 시선을 끌만한 곳으로 옮겨 두기를 하는 중이다. 대놓고 아이의 책상 위에 올려두기에는 어쩐지 조심스럽고 안쓰러워 주변 언저리에 둘 생각이다. 녀석이 언젠가 관심이 있으면 책장을 열어보지 않겠는가. 다만 책의 핵심이 되는 요소들은 아무렇지 않게 흘려주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안소린의 책 서울대생의 비밀과외는 공부하는 아이들. 특히 혼자 공부하는 친구들. 그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마음 쓸어내리는 부모님께 긍정의 의지로 다가설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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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 - 성북동 소행성 부부의 일상 식사 일기
윤혜자 지음 / 몽스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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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

성북동 소행성 부부의 일상 식사 일기

 


잘 먹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맛있게 먹었다는 의미? 배부르게 먹었다는 의미? 아니면 기쁘게 먹었다는 의미?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 모든 걸 어우르며 쓰는 그런 의미일까.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는 밥 이야기가 담긴 일기다. 다양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이들의 일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성북동 마당이 있는 옛집에서, 저자 윤혜자와 그의 든든한 지지자인 남편과 이웃들의 소박한 모습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부터 여담이어서 미안한 일이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무언지 모를 부러움에 둘러싸이는 것을 느꼈다는 개인적인 고백을 적어본다.

 


그녀의 일기 속에는 아파트 생활을 접고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해 장을 담그며 가르는 일에서부터, 또 멀리 있는 이웃들이 보내준 다양한 식재료로 만들어낸 담백하고 맛깔스러운 식탁을 차려내기도 하는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었다. 중간중간 친정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 추억처럼 떠오르면서 그 맛을 되찾으려는 저자의 애틋함이 느껴지는 것까지, 이번 책은 짧고 명료한 분위기인 듯하지만 내면의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차분하게 책과 마주앉아 진지하게 찾아볼 수 있으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

그녀의 책 분위기는 그저 담백하다. 거추장스러운 꾸밈과 수식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음식을 준비할 때도 그녀는 다양한 양념보다는 간단히 두어가지만 첨가할 것을 이야기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중요시하는 그녀만의 철학이 글쓰기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녀와 남편은 소제목처럼 소행성의 어느 부부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해야할까. 이 두 사람은 반복적인 회사 생활 대신 자신의 생활과 스케줄을 조절하며 일하는 것을 선택했고, 틀에 박힌 출퇴근을 하는대신 삶의 여유를 느낄 줄 아는 양질의 기대치를 선택했던 것 같다. 또한가지 이들 부부의 삶의 모습을 더욱 충만하게 해주는 요소는 바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이었을 듯싶다. 저자 윤혜자는 아마도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지 않을까. 그녀는 자주 이웃들과 함께 밥을 먹고, 식탁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는 일에 어려워하지 않는다.

 


음식을 통해 교감한다는 일이란, 생각해보면 과거의 어느 시대쯤에는 우리 모두에게 일반적인 일들이지 않았을까. 어느 드라마에도 등장했던 그 장면이 떠오르더란 말이다. 윗집, 아랫집, 옆집 할 것 없이 나누어 먹던 시절. 음식이 담긴 그릇을 들고 오가며 심부름에 지친 주인공의 투정섞인 귀여운 그 대사, ‘이럴거면 그냥 다 같이 먹어!’(드라마- 응답하라 1998)라 하던 그 한마디가 떠오르는 순간을 책 속에서 다시 보는 듯하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것도 성격일까? 나는 넉넉하지 못한 성격 탓에 누군가 초대를 해 같이 식사를 해본 기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반대로 어느 집에 초대를 받은 적도 없지만, 밖에서 어쩌다가 함께 식사를 할 때에도 우리 식구가 아닌 다른 이가 껴 있으려면 도통 밥을 먹지 못하는 까칠함 때문에 고전을 한다. 결혼한지 이십 년이 지나도, 시댁에 가면 늘 눈앞에 있는 반찬만 조금 집어먹을 뿐 멀리 있는 찬을 가져와 먹지 못한다. 그것도 그저 동서들 사이에 끼어 먹을 때나 그나마 편한 순간이어서 많은 이들과 식사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부러움이란 감정이, 참 좋다! 라는 감탄사가, 뭉글뭉글 커져갔는지도 모른다.

문득 어색한 사이라고 해도 밥 한번 같이 먹으면 친구가 된다, 하시던 옛 스승님 생각이 난다. 익숙하지 않은 동태찌개를 사주시던.... 그 보답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생시절 학교 근처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사드렸던 추억까지. 생각해보니 내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구나 싶다.

 


음식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가, 사람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가.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었다. 결국 음식을 차리는 일도, 먹는 일도 뭐가 됐든 즐기면서 하는 게 최선인가 싶더라.

 

 


저자 윤혜자의 진심이 담긴 문구를 마지막으로 옮겨본다.

 


매일매일 식사를 준비하고 그 음식을 도란도란 같이 먹는 일은 하찮지만 소중한 일이고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 일을 더 잘하고 싶다.....”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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