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국어 개뼈다귀 (2022년) - 고등 국어 개념 걱정 뚝!
김기택 지음 / 하늘바람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길고 지루하고 힘든 명절이 끝났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을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시간으로 기억될 법도 한 명절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아내와 며느리의 자리에서, 엄마의 자리에서, 또 딸의 자리에서 매번 동분서주하며 동동거리며 살아간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들다. 멀리 시댁에서 돌아오는 길 눈앞을 가로막는 폭설을 마주했었다. 눈발을 뚫고 높은 산과 고개를 에돌아왔다. 푹푹 나리는 눈발 속에서 잊을 건 잊고, 위로 받을 건 위로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게 이처럼 다행스러운 순간들이 있었을까.


올해 고 3이 되는 쌍둥이 조카 중 한 명과 대화를 했었다. 문과지만 언어영역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개인차가 있고 생각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 더이상 말하지 않고 웃었다. 그래도 아줌마 고집으로 혼자 생각하기를 국어는 중요하다. 언어영역을 왜 제일 먼저 보는지 아는가? 되묻는다. 철없는 어린 조카와 이야기하고는 돌아서서 혼자 웃고 혼자 조그마한 분노를 만들어내는 나는 이다지도 어리석은 어른인가보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입시와 관련해서는 운도 어느정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공부를 잘하는 것과 인생을 잘 살아가는 것과의 상관관계가 때때로 무의미하다는 회의론적인 생각에 빠져드는 중이기도 하다. 어차피 졸업 이후의 인생은 그 사람이 어떤 마인드와 노력으로 주어진 삶에 임하는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학력과 그 사람의 배경과 그 사람의 경제적 자력을 떠나,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올곧게 하는 것은 그만의 인성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인 까닭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길게 썼다가 다 지운다. 사설이 길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번에 접했던 책은 고등국어 개념과 관련한 개뼈다귀(개념의 뼈대 잡기로 다 같이 귀한 시간 알차게)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을 단 언어영역의 교재다. 쉽게 말하면 문제집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본 적이 있다. 아들아이에게 문제집과 개념서를 사줄 요량으로 같이 종종 서점에 나가곤 하니말이다. 출판사마다 분야별로 구분해 정말 많은 교재들이 시선을 끈다. 담임 선생님께 조언을 구한 자료를 토대로 교재들을 살펴보는 일은 재미있는 일인 동시에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내용을 떠나 내 아이에게 잘 맞는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쁜 신발도 내 발에 맞지 않으면 신을 수 없는 이치라고 할 수 있을까.


이과 성향의 아이는 해설이 많은 것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공부하기에는 해설이 많은 교재가 좋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이번 교재가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기대감이 생겨난다.

교재(이하 책이라고 해둔다)는 운문과 산문으로 내용을 분리하고 있다. 운문에서 다루는 내용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시조, 사설시조, 민요, 가사를 포함하고 시대별로 고전 시가뿐만 아니라 근대의 시인들의 작품까지 싣고 있다. 저명한 시인들의 작품들이 여럿 보인다. 반면 현대 작가 내지는 2000년대 이후의 시인과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달. 포도. 잎사귀’의 장만영 시인은 75년도에 타계를 했고, 책에는 시인들의 행적이 기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용악 시인의 작품 ‘하늘만 곱구나’와 모더니즘파로 알려진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가 실렸으며, 김광균 시인의 작품 ‘외인촌’을 다루고 있으니 그나마 근현대문학까지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산문은 어떨까. 솔직히 대학에서 시를 더 자주 접했던 내게 있어 책에 실린 고전 소설은 시보다는 조금은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대표적으로 김만중의 ‘사씨남정기’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나 초등학교 때 읽어보았던 작자미상의 ‘박씨전’, 흥부놀부 이야기의 근원이 되는 ‘흥보전’, 문득 고전 소설 김만중의 구운몽을 연상케하는 ‘운영전’을 제외한 나머지 몇몇의 작품들은 익숙한 듯 낯선 작품들이었다.


대략의 작품소개는 이러하다. 이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저자도 여러번 강조했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책의 활용법이다. 이번 책은 개념서(문제편)와 해설서 각각 따로 보는 책이 아니라 두 가지를 동시에 펼치고 함께 살펴봐야 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예를 들어보자. 첫장에 실린 견회요 편에 등장하는 어휘 ‘설의적 표현’을 접했을 때, 설의적 표현이란 개념 자체에 대한 정보가 없어 당황해하는 이들을 위해 저자는 해설서에서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바로 같은 단락 안에 해설서에 풀이가 나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설 편에서는 말 그대로 운문과 산문을 접할 때 기본적으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개념과 작품마다 꼭 익혀두어야 할 필수 개념들이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단순한 어휘의 뜻에서부터 시작해 어조와 각 작품마다 지니는 형식, 그리고 작품해설이 실려있어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어렵지 않으면서도 상세하게 접근해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책의 가장 좋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매 작품마다 중요 포인트까지 집어주고 있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문제 편에 소개하고 있는 작품과는 별도로 해설 편에서도 원 작품과 함께 읽어봐야 할 다른 주요 작품들까지 첨부하고 있어, ‘확장해가며 읽기’가 가능한 자료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작품에 실린 문제 풀이에서는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동시에 작품에 대한 내용과(운문) 줄거리(산문)를 파악할 수 있고, 이 작품에서는 무엇을 중요시하며 강조하는가에 대한 ‘감각’을 스스로 키워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리를 해보자. 이번 책은 보기 쉽게 쓰여졌기에 접근방법이 용이하고, 내용적인 측면에도 깊이감이 있어 심도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빛나는 자료다.

책의 여러 장점을 나열해도 실은 읽어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내가 아들에게 이렇게나 좋은 자료가 있다, 한번 읽어봐라! 해도 녀석이 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올해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녀석이 엄마 마음을, 책을 낸 저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고맙겠지만 그게 어디 욕심만으로 가능한 일인가말이다. 그래도 어찌됐든 가능하면 녀석의 책상 가까이 두고 볼 일이다.


바라고 싶은 욕심은 199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를 거쳐 현재까지 말 그대로의 생생한 현대 작품들에 대한 자료가 아닐까싶다. 꾸준한 배려와 성실함 그리고 저자만의 진득한 노력으로 완성된 개뼈다귀(개념의 뼈대 잡기로 다 같이 귀한 시간 알차게)의 후속편을 계속 기다려본다. 저자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또 하는 잔소리는 국어(언어영역)는 가볍게 볼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개개인의 실력을 떠나서 우리 스스로가 국어를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목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아들과 딸. 조카들. 그리고 수많은 어린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잔소리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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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2-15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어영역이면 저도 할말이 많아요 ^^
이과였고, 이과과목이라하는 과목을 좋아하긴 햇지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하지만), 그래서 그런지...언어영역이 가장 힘든 과목이었어요. ..그런데 책읽기는 좋아했던 저는 언어영역 점수가 왜 안나오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되면서 깊은 빡침이 왔어요. ...그래서 오기로 언어영역 문제만 미췬듯이 풀었는데도 점수는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이게...진짜 내신은 사실 외워서 (사실 고등학교 과목은 모두 외워서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하면 되는데 수능이 이게 안되서..정말 사람 미치게 만들었던 기억이 나요. 지금까지도 내가 왜 언어영역은 안되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어요. 한가지 생각해 낸 건 내 언어능력은 우리나라 수능시험이 제대로 평가해내지 못한 것이다라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여전히 언어영역 잘했던, 잘한 사람이 부럽습니다. ㅎㅎ

월천예진 2022-02-15 11:27   좋아요 0 | URL
지금 와서 생각해도 공부는 늘 어렵지요. 저는 단지 제 아이들이 자신들만이 느낄수 있는 성취감을 알아가기를 원하고 있어요. 점심시간이 다 되어 일어나는 아들에게 잔소리하기도 지쳤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