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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그들의 정치 -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이슨 스탠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솔출판사 / 2022년 12월
평점 :
우리와 그들의 정치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정치 관련 두 번째 책이다. 진땀을 내게 하는 책이다. 학교다닐 때 보다도 더 좀이 쑤셨던? 시간이었다. 뭐가 이리 복잡하지. 그런데 아이러니한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은 파시즘이 무엇이며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제목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책 내용에 무수히 등장하는 ‘이데올로기’를 결코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시즘은 무엇일까. 친절한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1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극단적 전체주의적, 배외적 정치이념 및 체제-라고 한다. 자유주의의 부정 및 폭력에 의한 일당 독재와 지배자에 대한 절대복종을 강요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있다. 그러면 이데올로기는 뭘까. -사회집단에 사상. 행동 생활 방법을 제약하는 관념, 신조의 체계-라 설명한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국어사전을 들여다봐도 어렵다
생각해보면 사는 동안 한번은 ‘파시즘 혹은 이데올로기’라는 표현을 접해보지 않았을까. 물론 사회에 나와서 들어봤을 가능성보다는 학생 시절에 교과서에서 봤을 가능성이 조금 더 크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파시즘과 이데올로기의 정의는 친한 친구처럼 같이 따라다니는 수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각자 따로 떨어뜨려 들여다봐도 무게감이 상당한데, 두 가지 개념을 묶어놓고 보니 각각의 무게감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저자 제이슨 스탠리는 이 막중한 부담감을 떨치고 그만의 논리적인 이론과 설득의 힘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 사회적 문제를 가감 없이 분석하고 비판한다. 그가 생각하는 틀 안에는 정치과 권력을 떠받치고 있는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이 전반적으로 짙게 깔려 있다.
그는 어쩌면 파시즘에 몰입해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썼다기보다, 파시즘과 이데올로기의 개념 내지는 성향과 흐름을 자신의 주장과 논리를 풀어가는데 적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 속에는 신화적 과거, 프로파간다, 반지성, 비현실, 위계를 포함한 열 가지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하게 담겼다. 이번 책은 작가 제이슨 스탠리가 파시즘 이데올로기라는 틀로 새롭게 들여다보는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렇게 쓰고보니 이런 표현들이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각설하고 그의 이야기는 파시즘이 어떤 식으로 내부에 영향을 미치고 뻗어가는가,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 대립과 분립으로 변모시키는가, 또 이러한 변화들이 가져오는 사회적 정치적 갈등의 문제들은 무엇인가에 대해 세밀하게 풀어가고 있다.
파시즘과 관련한 신화 이야기로 책의 첫 시작을 열고 있는데, 흥미로운 대목이었다고 생각한다. 파시즘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들여다볼 때 어떤 정치적 정당성을 신화에서부터 가져왔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구체적이었다. 정말 그렇구나 싶다. 정치와 신화의 관계라니. 그런데 말이다. 파시즘의 시각이 아니어도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치와 신화, 권력의 관계가 만들어낸 다양한 모순을 접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에 대한 느낌은 난해하다. 실은 어떻게 보면 이해가 되는 듯, 또 어떻게 보면 전혀 이해가 안 된? 기분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이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했던 것도 사실인가 보다.
그래도 지배 민족의 관점. 민족주의, 선동적 행태, 음모론, 페미니즘, 집단 망상, 가짜뉴스 그리고 진실의 외면 및 왜곡 등 저자의 많은 이야기들을 접했다.
한국 사회도 시끌시끌하다. 지금 우리가 떠안고 있는 문제들은 파시즘 이데올로기를 통해서 본 문제들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책은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다시 뻗어가고 있는 파시즘 이데올로기의 분위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경고는 불쑥불쑥 섬뜩하기까지 하다.
파시즘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보면 어떻게든 다양한 문제 안에서 사회적 이슈를 끌어내 문제를 만들어내고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일. 또 한편으로는 이런 문제들을 자유주의 관점에서 지적하고 잘못된 부분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와 그들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일인가. 아니 앞으로도 우리는 그들의 언행들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일인가.
서툰 목수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이쯤에서 어려운 숙제를 그만 끝내고 싶어진다.
많은 문장이 있었다. 이를테면 중요한 문장, 의미 있는 문장, 명쾌한 정의가 담긴 문장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고 싶어지게 하는 대목에서 한 부분을 이곳으로 옮겨본다.
-거짓인 의견을 침묵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지식은 오직 “[진리와] 오류의 충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참인 믿음은 열띤 논쟁과 불일치 그리고 토론의 시끄러움 속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비로소 지식이 된다-p113
마지막으로 번역의 아쉬움이 있음을 남긴다. 직역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더 자연스러운 문장과 문맥의 흐름으로 책을 만나볼 수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