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 - 성북동 소행성 부부의 일상 식사 일기
윤혜자 지음 / 몽스북 / 2023년 3월
평점 :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
성북동 소행성 부부의 일상 식사 일기
잘 먹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맛있게 먹었다는 의미? 배부르게 먹었다는 의미? 아니면 기쁘게 먹었다는 의미?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 모든 걸 어우르며 쓰는 그런 의미일까.
책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는 밥 이야기가 담긴 일기다. 다양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이들의 일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성북동 마당이 있는 옛집에서, 저자 윤혜자와 그의 든든한 지지자인 남편과 이웃들의 소박한 모습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부터 여담이어서 미안한 일이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무언지 모를 부러움에 둘러싸이는 것을 느꼈다는 개인적인 고백을 적어본다.
그녀의 일기 속에는 아파트 생활을 접고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해 장을 담그며 가르는 일에서부터, 또 멀리 있는 이웃들이 보내준 다양한 식재료로 만들어낸 담백하고 맛깔스러운 식탁을 차려내기도 하는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었다. 중간중간 친정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 추억처럼 떠오르면서 그 맛을 되찾으려는 저자의 애틋함이 느껴지는 것까지, 이번 책은 짧고 명료한 분위기인 듯하지만 내면의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차분하게 책과 마주앉아 진지하게 찾아볼 수 있으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
그녀의 책 분위기는 그저 담백하다. 거추장스러운 꾸밈과 수식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음식을 준비할 때도 그녀는 다양한 양념보다는 간단히 두어가지만 첨가할 것을 이야기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중요시하는 그녀만의 철학이 글쓰기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녀와 남편은 소제목처럼 소행성의 어느 부부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해야할까. 이 두 사람은 반복적인 회사 생활 대신 자신의 생활과 스케줄을 조절하며 일하는 것을 선택했고, 틀에 박힌 출퇴근을 하는대신 삶의 여유를 느낄 줄 아는 양질의 기대치를 선택했던 것 같다. 또한가지 이들 부부의 삶의 모습을 더욱 충만하게 해주는 요소는 바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이었을 듯싶다. 저자 윤혜자는 아마도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지 않을까. 그녀는 자주 이웃들과 함께 밥을 먹고, 식탁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는 일에 어려워하지 않는다.
음식을 통해 교감한다는 일이란, 생각해보면 과거의 어느 시대쯤에는 우리 모두에게 일반적인 일들이지 않았을까. 어느 드라마에도 등장했던 그 장면이 떠오르더란 말이다. 윗집, 아랫집, 옆집 할 것 없이 나누어 먹던 시절. 음식이 담긴 그릇을 들고 오가며 심부름에 지친 주인공의 투정섞인 귀여운 그 대사, ‘이럴거면 그냥 다 같이 먹어!’(드라마- 응답하라 1998)라 하던 그 한마디가 떠오르는 순간을 책 속에서 다시 보는 듯하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것도 성격일까? 나는 넉넉하지 못한 성격 탓에 누군가 초대를 해 같이 식사를 해본 기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반대로 어느 집에 초대를 받은 적도 없지만, 밖에서 어쩌다가 함께 식사를 할 때에도 우리 식구가 아닌 다른 이가 껴 있으려면 도통 밥을 먹지 못하는 까칠함 때문에 고전을 한다. 결혼한지 이십 년이 지나도, 시댁에 가면 늘 눈앞에 있는 반찬만 조금 집어먹을 뿐 멀리 있는 찬을 가져와 먹지 못한다. 그것도 그저 동서들 사이에 끼어 먹을 때나 그나마 편한 순간이어서 많은 이들과 식사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부러움이란 감정이, 참 좋다! 라는 감탄사가, 뭉글뭉글 커져갔는지도 모른다.
문득 어색한 사이라고 해도 밥 한번 같이 먹으면 친구가 된다, 하시던 옛 스승님 생각이 난다. 익숙하지 않은 동태찌개를 사주시던.... 그 보답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생시절 학교 근처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사드렸던 추억까지. 생각해보니 내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구나 싶다.
음식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가, 사람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가.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었다. 결국 음식을 차리는 일도, 먹는 일도 뭐가 됐든 즐기면서 하는 게 최선인가 싶더라.
저자 윤혜자의 진심이 담긴 문구를 마지막으로 옮겨본다.
“매일매일 식사를 준비하고 그 음식을 도란도란 같이 먹는 일은 하찮지만 소중한 일이고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 일을 더 잘하고 싶다.....”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