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문해력 수업 - 인지언어학자가 들려주는 맥락, 상황, 뉘앙스를 읽는 법
유승민 지음 / 웨일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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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문해력 수업

 


눈치. 맥락. 배려. 그리고 용기. ‘감정 문해력 수업을 읽은 뒤 앞서 언급한 단어들을 중얼거린다. 책 한 권에 들어찬 많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한번에 담아낼 수 있는 언어적 표현이 어쩌면 이와 같지 않을까?

사람들 사이에는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라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인류학자 혹은 사회학자들이 늘 하는 말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고는 했지만 묘하게도 인간은 같이 있으면서도 혼자 있기를 갈망하는 이중적 동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면에서는 흔히 우리가 인지하는 인간의 사회성조차 개인의 성격에 기인하는 문제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이번 책 감정 문해력 수업과 관련해서 들여다본다고 한다면, 인간이 타인과 교류함에 있어 스트레스를 받고 크고 작은 자괴감이라는 감정에 빠지는 것 역시 어쩌면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눈치 혹은 맥락 읽기, 배려와 상황에 맞는 적극적인 용기가 부족해서 일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거다.

 


책의 저자 유승민은 일본에서 인지언어학과 함께 국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책에는 한국과 일본의 언어를 그려내는 문화에서 엿볼 수 있는 소통의 관계와 양국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대목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로를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파트 1에서는 고맥락 사회의 모호한 언어들, 파트 2에서는 속마음을 선명하게 읽는 법, 그리고 마지막 파트 3에서 내 삶을 돌보는 감정 문해력에 대해 저술한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 혹은 주제에 맞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포함해 때때로 각 내용을 설명하는 이론을 첨부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어볼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눈치에 대한 다양한 의미. 즉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미로 다시 들여다본 눈치’, 라는 언어적 표현을 시작으로 책은 독자들에게 나름의 가치판단의 기준을 새로이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몇 가지 기억나는 주제를 옮겨보자면 파트 1원에서 말의 품격을 높이는 대화의 격률’, ‘타인을 존중하는 우아한 솔직함’, ‘감춰진 심리를 간파하는< 암묵지>, 파트 2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친절한 언어들’, ‘진심을 전하는 침묵, 눈맞춤파트 3에서 ‘<모르는 척>이 주는 위로’ ‘맥락을 뚫고 나올 용기와 같이 개인적으로 시선을 조금 더 오래 끌렸던 대목이 많았던가 싶기도 하다.

기억해야 할 부분이 조금 더 남아있다. 영화 만추보노보 실험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화의 격률을 어기는 짜릿함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무척이나 아쉬울 듯하다. 저자가 인용한 영화 만추의 에피소드가 그것이다. 하오()와 화이()의 장면이라고 해두자. 책 속에 등장하는 이 장면을 보고 싶었고 직접 영화 만추를 검색해서 저자가 언급한 그 장면을 살펴봤다.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여주인공과 중국어라고는 단지 두 단어. 하오와 화이 밖에 모르는 남자 주인공의 대화. 소통하는 듯 전혀 통하지 않는 듯. 공허함 속에 공유되는 이들의 대화는,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격률에서 살짝 벗어난 상황이다. 그럼에도 장면을 마주한 관객(독자)은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 공감하려 노력하는 과정을 거쳐간다. 이를테면 어떤 격률 혹은 형식에서 벗어났지만 눈빛과 호흡, 분위기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속 언어와 생각들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소통한다는 점을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내게는 저자가 소개하는 또다른 에피소드 즉 영화 속 포크 사건과 함께 강한 인상으로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언어의 친절함은 구체적인 언어이자 섬세함을 의미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문득 저자가 이야기한 대화를 나누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p158 문구 앞에서 망설이는 나를 바라본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니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시대가 많이 변해서 착한 사람은 되려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만연해지는 듯하다. 그래도 사회 속에서 건강하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멀어지기보다는 다가서기를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많은 노하우가 있을 법도 하다. 책에서 언급했던 내용처럼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실천하려는 의지와 용기가 아닐까싶다. 알면서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인생들도 참 많은 세상이다.

 

 


대화에 어긋난 틈의 사이사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세한 마음, 무언의 메시지, 목소리와 눈빛들로 채워진다. 그것들을 끊임없이 간파하려는 정서를 우리는 눈치라 부를 뿐이다.”p67

 


우리는 최대한 우아하게, 서로의 체면을 지켜 주며 결코 말로 표현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되 최선을 다해 나의 안녕을 위한 눈치 게임을 지속하는 중이다”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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