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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풍경 드로잉 - 기초 연필 스케치부터 고급 테크닉까지 ㅣ 나 혼자 드로잉
이일선.조혜림 지음 / 그림책방 / 2022년 2월
평점 :
나 혼자 풍경 드로잉
그림을 책으로 배울 수 있을까. 그림은 감각으로 배우는 게 아닐까. 손끝에서 나오는 감각과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어떤 형체들. 그림은 보고 느끼고 감각으로 완성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때때로 그림을 잘 그려보고 싶은 충동에 빠지곤 한다. 어렸을 때 같은 반 친구의 그림이 좋아보여서 새벽까지 크레파스를 분질러가며 똑같이 그려내던 꼬마였던 나는, 그림은 그냥 바라보기에 좋은 것이고 다른 더 좋은 것을 찾아 길을 떠났던 건지도 모른다.
생각이 그곳에 자리하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으리라. 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저 나이만 들 뿐이다.
그래서 말이다. 오늘은 그림 이야기를 해볼 참이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그림에 대해서 아니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 참이다.
‘나 혼자 풍경 드로잉’. 혼자 배울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메리트라면 강렬한 메리트가 될 법하다. 달리 말하면 독학이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책을 들여다봤다. 어디에서 책을 보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책 내용을 생각해보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책은 단계에 따라 기초에서 심화로 몰입해서 설명하는 형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기본적인 재료인 연필과 지우개 혹은 종이 찰필에 대한 설명과 사용법 등을 가장 먼저 설명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림은 원형 삼각형 혹은 직사각형과 같은 도형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꼼꼼하게 구상하듯 체계적인 계획성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냥 보이는대로만 그리는 게 우리가 아는 그림이 아니었던가보다. 책은 배치를 생각하면서 구도를 잡아가고, 그렇게 형태를 잡으면서 그림의 생명력을 넣어줄 명암 작업을 이어가는 것을 설명한다.
어쩌면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그림을 볼 줄 알아야하는 것일까. 비단 그것이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이를 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책은 좋은 작품 속에서 명암과 질감 그리고 입체감을 찾아보고, 차이점을 발견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알아야 할 테크닉적인 요소들도 잘 보여주고 있다. 매번 직접 그려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을 함께 싣고 있는 것도 좋아보인다. 또한 책은 그림으로 표현하게 될 대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대상에(소재) 대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적인 표현이 바로 나만의 개성 있는 그림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책을 통해서 독자는 강함과 약함으로 강조되는 힘 조절의 중요성, 그림을 그리는 이 즉 관찰자의 시선의 방향과 흐름, 속도감. 무엇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 혹은 주변으로 조절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을 배워가게 될 것이다. 대상의 특징을 끌어내는 동시에 적절하게 완성도 있는 그림을 마주하게 될 것도 같다. 그렇게 하나씩 천천히 배워가게 될 것 같다.
나는 늘 주저하고 겁이 많아서 그림에서조차도 글에서도 내 성격이 드러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릴 때도 소심함으로 인해 감히 진한 선을 그을 수가 없었다. 그림이 지저분해질 것만 같아서 용기가 나지 않았던가보다. 그런데 참 묘한 일이다. 책은 강함과 약함의 조화를 꾸준히 강조한다. 강함을 표현할 때는 주저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 강렬함이, 그 강렬함 뒤에 안전하게 자리하고 있는 부드러움이 그림에 생명을 넣어주고 있음을 나는 또다시 이순간 보고 느끼고 있다.
딸아이 방에 뒹구는 4b연필을 오랜만에 가져왔다. 곱게 다듬어볼 요량이다.
기분이다. 오늘은 그림을 그려봐야겠다.
(표지그림 따라 그리는 중. 선들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