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동 : DMZ의 숨겨진 마을
임종업 지음 / 소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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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 DMZ의 숨겨진 마을

 


비무장 지대 안 어느 마을에 대한 이야기이다. 르뽀 형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의 저자 임종업은 비무장 지대 안에 자리하고 있는 대성동이라는 마을을 찾는다. 그는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옛 기록과 자료를 다시 정리해서 수록하고, 마을 주민들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으며, 마을의 풍경과 주민들의 사진을 책 속에 기록으로 남겼다.

 


비무장 지대라는 특수한 곳에 위치한 이 작은 마을은 표면적으로 볼 때 한국 전쟁사와 역사를 같이 한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는 곳. 일반적으로 혹은 보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 곳 대성동을 향한 세간의 시선은 마치 이념의 갈림과 같이 나누어지는 듯하다. 불안함과 두려움 그리고 막연한 호기심을 품은 가벼운 관심으로 말이다.

군사분계선(우리에게는 휴전선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을 사이에 두고 남쪽으로는 남방 한계선, 북쪽으로는 북방 한계선이 있다. 대성동은 아슬아슬하게 군사분계선을 바로 이웃에 끼고 형성된 마을이다.

 


초기 대성동은 선전마을이었다. 선전마을이란 무엇이었을까. 보이기 위한 혹은 겉치레를 위한 인위적인 것들이 강조된 마을이란 뜻인가. 사실 대성동의 시작이 선전마을이라고 했으나 따지고 보면 그런 의미들은 유엔군과 미군 포함, 한국군 및 다른 외지인의 시선과 사고에 맞춰진 기준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마을을 구성하는 주민들은 사실 전쟁이 나기 이전부터 같은 자리에 터를 잡고 살아왔던 이들로, 말하자면 순수한 원주민들이다. 외지인이 투입되지 않은 순수한 원주민이었다는 뜻이다.

 


어쨌든 말이다. 전쟁 직후 대성동과 마주하고 있던 북측의 민간마을 기정동 역시 선전마을이었다고 했다. 같은 의미의 마을이다. 그런데 분명한 차이가 있었으니 요약하자면 남측의 대성동 마을보다 당시 기정 마을의 조건?(건물, 전기)이 더 좋았더라는 점이다.

누가누가 더 잘 사나? 상대편에서 잘 보이기 위해? 이를테면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떤 막연한 선전성을 위한 목적으로 재구성된 대성동에, 드디어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던가 보다. 초가로 남루했던 집들을 허물고 새로이 거주할 수 있는 집들이 지어졌다. 이 무렵 사람들을 이주시킬 목적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박정희 정권과 미군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다고 했다.

저자는 대성동마을의 새로운 발전계획에 적극 참여했던 인물로, 마을 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주 회자 되던 인물인 최덕빈 중령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선전마을의 활용성이 실질적으로 당시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과 최덕빈 중령의평생의 화려한 이력과는 달리, 대성동에서의 그 존재성과 입지가 시간이 갈수록 좁아져간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미완에 그친 최덕빈의 구상의 내용을 읽다보면, 개인적으로 약간의 내용이 누락이 된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남과 북의 실향사민(납북 인사 귀환)맞교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최덕빈 중령이 사람들 기억에서 멀어졌다는 이야기로 전환된다. 중간에 무언가 부연 설명이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딴지가 많아지니 이쯤에서 각설하자.

 


우리는 저자가 대성동 마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는 내용에 더 집중해야 한다. 마을의 형성 시기와 과정, 마을 주민의 생활상, 민주주의 선거개념과 전통적인 향약의 개념이 혼합된 지역 내 다양한 재정과 사회의 자치 기구 활동까지. 또 지역 내 딱 하나만 존재하는 초등학교 이야기와 전쟁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엔군과 미군의 동행. 마지막으로 전쟁의 아픈 흔적까지 책은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비무장 지대 첫 마을. 유엔군 소속이기에 일정부분 치외법권이 여전히 공존하는 마을. 여전히 땅을 귀하게 여기고 삶을 영위하는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 이곳이 대성동 마을이다.

척박함을 이겨낸 수고가 헛되지 않게 빛을 계속 밝힐 수 있기를. 그렇게 오래도록 평화의 마을로 남을 수 있기를. 대성동 마을을 지켜내는 모든 이들의 안녕을 바라며 개인적인 이번 기록도 이쯤에서 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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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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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그리고 지금.

 


종일 윗층에서 드릴 소리가 이어지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이 소란을 집에서 고스란히 인내해야만 하는 걸까. 거실과 부엌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드릴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땅을 파는 듯한 드릴 소리와 알루미늄 같은 재질에 못을 박는 듯한 드릴 소리, 망치 소리가 함께 들리지만 자세히 듣고 있으면 소리의 개념이 다르다. 이 난잡한 소음의 차별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에쿠니 가오리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집중하기 어렵다. 소음의 한 가운데에 난폭하게 묶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편으로 이렇게 내가 원하고 듣고 싶은 나만의 소리를 찾으려는 개인의 불편한 의지에 대해 생각한다. 혼란스러움이다. 아니, 아니다. 이것은 내가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루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으면서 동시에 아주 오래전에 그녀의 작품집(수박향기)을 접했던 기억을 소급한다. 지금도 여전히 감각적이고도 묘한 매력에 끌렸던 글들이었음을 기억하는 중이다. 십 년 전 나는 삼십 대 후반이었다. 그리고 당시의 나의 시선으로, 그때 그날 남겼던 기록에 썼던 표현대로 야살스럽다,라는 표현이 적절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십 년 후, 지금 나는 다시 에쿠니를 만나는 일이 이렇게도 설레고 떨린다.

 


작품 속 배경은 여자 고등학교다. 주인공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같은 반 동급생들 여러 명이 모두 주인공의 배역을 맡아 분주히 열연하는 듯한 형식을 갖췄다. 작가는 어느 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한 명의 인물을 이야기하고, 그 인물의 친구를 또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각각의 인물마다 처한 환경 및 심리상태와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해부하듯 자세히 혹은 상징적인 이미지로 강렬하게 드러낸다.

 


풋풋하면서도 아릿하게 아픈 수많은 감정과 함께, 대범하면서도 조급함을 품은 미성숙의 거친 감정들이 작품 안에서 뒤엉켜 부유한다. 마치 창문에 반사되어 사방으로 난반사되는 햇빛의 시린 빛무리처럼 어여쁘다. 그러나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마음과 눈은 아리다.

 


왜 이렇게도 흔들려야 하는 걸까. 그러나 흔들리면서 성장해간다는 것 또한 알고 있지 않은가. 삼십여 년 전 내 모습과, 사춘기라는 긴 풍랑 속에서 오늘도 여전히 위태로운 승선을 외치는 내 어린 딸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교차 되는 건 왜인지 모른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은 기쿠코다. 미약하고 아픈 엄마를 대신해 장을 보면서 엄마와 멀리 떨어져 사는 아빠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관계를 조율하던 아이는 정형화된 인식에서 벗어난 그 어떤 일에(동성애) 설레는 인물이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고독을 선택하겠다며 자신의 외로움을 투영하는 존재인 초록 고양이를 언급하던 에미는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상처를 끌어안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 친구로 인해 상처받고 혼자가 되며 홀로 남겨진 모에는 고독 속에서 강해져간다. 막 이성에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인물로 등장하는 유즈. 외부의 편견에 대항할 수 있는 강한 힘을 내면에 품고 살아가는 카나와 유코. 그리고 가장 강렬한 이미지로 남은 미요까지. 이들은 모두 흔들리는 존재인 동시에 스스로 뜨겁게 발하는 강한 에너지를 품은 인물들이다.

 


시절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진다. 과거 어느 시절에 어쩌면 우리 모두가 흔들리며 통과했던 순간의 터널을 기억하면서 현재 혹은 미래의 어느 시기까지 다시 이어질 긴 터널의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그저 평범하면서도 나약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나의 모습이고 내 딸의 모습이다.

 


애틋하고 아련하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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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끝내는 중학 한국사 1~2 세트 - 전2권 - ① 선사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② 조선 시대부터 현대까지 한 번에 끝내는 중학 한국사
김상훈 지음 / 성림원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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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끝내는 중학 한국사 ① ②

 



성림원북스에서 나온 한국사 관련 책이다. 전권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에서는 선사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2권에서는 조선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보통의 역사관련 참고서의 성격이라기보다는 교양서적의 성격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부담 없이 읽어볼 만한 교양서적. 이것이 이번 책의 첫인상이다.

책의 저자 김상훈은 역사를 어려워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보다 쉽고, 친근한 역사 이야기를 하고 싶었노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었다.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중학교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9종의 역사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정리하고, 용어의 풀이 및 흥미와 재미적인 요소를 포함시켰으며 아울러 고등학교 과정을 대비할 수 있는 내용까지 다루었음을 이야기한다.(P6)

 


사실 저자의 포부와 책에 대한 소개는 책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는 정말이지 솔깃한 부분이기도 할 것 같다. 실제로도 책이 지니는 장점은 표현 그대로 알기 쉽게 쓰였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내용과 같은 말이라고 하더라도 표현에 따라 어렵게 다가오기도 하고 쉽게 다가오기도 하는 게 국어적 표현이 갖는 어려움이라고 한다면, 이번 책은 일정부분 읽는다는 행위의 부담을 내려놓고 접근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딱딱한 서술적 표현이 아닌 구어체적인 표현이 시선을 끈다. 옛날이야기를 하듯 역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을 구술로 풀어내는 듯한 인상이다. 이 부분은 시험을 앞두고 골머리를 싸매며 외워야 할 것만 많은 과목이 아닌, 있는 그대로 들으며 저절로 이해하고 기억하게 되는 하나의 역사 스토리처럼 다가오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딴은 꼭 알아야 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들에 대한 강조 또한 놓치지 않는다. 책의 두 번째 장점으로 꼽고 싶은 부분이 바로 단원 정리 노트부분이다.

앞에서 내용설명을 충분히 인지하고 난 이후에 단원 정리 노트단락을 통해 다시 한번 복습의 의미와, 개개인이 정리할 수 있는 재확인의 시간을 갖는 순간이기도 하다.

일반 교과서보다도 세부적인 서술을 갖추었기에 내용 면에서도 충실했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가도 싶다. 같은 맥락으로 볼 때 종합적으로 두루 아우르는 작가만의 역사적 식견이 장점으로 잘 드러나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까닭은, 책 속에 무수히 많은 근거로 자리하는 듯하다. 단원 정리 노트 역시 딱딱하고 일괄적인 도표형식에서 벗어나 보기 쉽고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다.

 


딴은 역사 관련 자료와 참고서를 보면 이미 많은 책에서 비슷한 형식의 요약 및 정리 부분을 활용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차별성이 느껴지는 건 왜인가, 라는 질문이 늘어지는 까닭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어쩌면 구태의연하게도 여전히 내가 틀에 박힌 역사 서적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책이든, 글이든 어느 한 방향으로 길이 들어버리면 그 틀을 깨기는 어려운 일인가도 싶다. 어쨌든 말이다. 이번 책은 저자만의 개성이 녹아드는 시선이 매우 유쾌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아마도 작가만이 지니는 뜨거운 에너지의 영향이지 싶다.

 


세 번째로 이야기할 내용은 저자의 친절함과 배려다. 역사가 서로 관계를 만들어가며 성장하고 그렇게 또 흥망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이야기할 때, 저자는 종종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다시 자연스럽게 끌어와 내용의 연결을 완성한다. 이는 책을 읽는 이에게 환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배려를 제공하는 셈이다.

 


-고조선 초기의 비파형 동검, 후기의 세형동검은 손잡이를 끼우는 형태예요. 하지만 중국의 청동 검은 손잡이와 칼날이 붙어 있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죠? -p36

 


-세형동검을 한국형 동검이라고도 해요. 철기 시대에 청동으로 만든 검도 사용되었다는 점, 기억해 두세요. -p52

 


-여기서 잠깐.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고려가 원의 지배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고려의 법과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었답니다. 비록 고려의 왕들이 자주적으로 정치를 할 수는 없었지만 독립국 지위까지 잃은 것은 아니란 얘기예요. 이 점. 반드시 기억해 두세요.-p295


 

-이 개혁이 그대로 추진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랬다면 조선의 근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을 거예요. 산업이 발달하고 자본주의가 성큼 다가왔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실학자들의 개혁안은 정부 정책에 거의 반영되지 못했어요.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p183



작가가 이렇게까지 기억해달라고 당부 아닌 부탁을 하면 외면하기 어려울 법도 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조목조목 질문을 하면서도 읽는 이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상황을 설정하는 것은, 학생들의 주의력을 잘 끌고 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각설하고 한편으로 책은 많은 역사적 사료와 사진 자료를 싣고 있다. 시기에 따라 교과서가 개편되고 그 내용과 형식 면에서도 더 좋은 방향으로 다시 출간된다 해도, 무수히 많은 내용과 사진 및 사료를 싣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보편적 기우에 굴하지 않고, 시각적 정보제공을 위해 열심히 자료를 모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근 현대사를 다루는 내용에서 소파(방정환)의 사진이 실린 것이 그렇게 반가운 까닭은 왜인지 모르겠더라.

 


역사를 좋아해서 나이가 들어도 역사책을 꾸준히 읽게 되는가 싶다. 오래전 한국사 능력 시험을 공부할 때를 생각하면, 지금 학교에 다니면서 한국사를 배우는 학생들처럼 나 역시 늘 부담감과 중압감에 빠져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공부하나, 이렇게 책으로 부담 없이 읽으며 내 것으로 삼으나, 솔직히 말하면 시간이 가면 다 잊히기 마련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 그것마저 끝까지 부정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어떤 접근법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다. 기왕이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접근법이 좋지 않을까. 공부는 필요가치에 의해 하는 것이긴 하지만, 개인의 욕구와 흥미가 일정부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재미가 있어야 통하는 시대가 아닌가. 여하튼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아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 권하는 중이다.

 


내게 있어 역사는 큰 그림자다. 삼국의 역사보다 조선의 역사가 더 애틋하고 아픈 감정이라면, 현대사는 쓰라린 상처로 다가온다. 그리고 다른 어느 시대보다 현대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에 더 무게감이 크게 와 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은 노무현 16대 대통령까지만 언급한다. 아마 교과서 내용이 거기까지 선을 긋고 있는 듯하다. 시일이 더 지나면 아마 내용이 추가되지 않을까.

 


이 순간에도 역사를 살아간다는 책임감이 무거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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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메이카 하시모토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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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었다. 여행은 단지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 위해서가 아닌, 결국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오기 위해 선택하는 하나의 길이라고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되돌아오기 위해 떠난다는 그 말을 믿는다. 인간은 현재의 자신을 떠나서는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 당장 떠날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는 누군가의 결정 역시 존중하고 충분히 헤아려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선택이 도피의 성격이든, 탐험의 성격이든지 간에 이 모두는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성숙해지기 위해 떠난다. 여기 어린 소년도 그랬던 것 같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애팔레치아 산맥과 트레일에 관련된 지도에서 찾는다. 비스듬하게 사선으로 기울어진 길이 꽤 길게 이어진 모습이다. 작품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스루 하이크전 구간을 트레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열두 살의 소년은 왜 홀로 거칠고 험난한 트레일을 선택했던 것일까.

소설의 주인공 토비는 어린 소년이다. 그는 친구 루카스와 함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하나씩 완성해가던 중 불의의 사고로 친구를 잃는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환경으로부터 도망치듯 홀로 길을 떠나게 된다. 뭐랄까. 친구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의 나약함과 무능함에 대한 반감과 반발심 때문이었을까. 친구와의 약속을 지켜내기 위한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소년은 배낭에 식량과 텐트, 지도와 필요한 옷가지를 싣고 자신만을 위해 헌신해주던 할머니에게도 그저 쪽지만 남긴 채 오로지 홀로 나아간다.

 


작가는 상처받은 소년의 외로운 여정에서 다양한 인연들을 만나게 한다. 그 첫 번째가 떠돌이 개 무스다. 그리고 비슷한 상처로 인해 힘들어하는 인물인 숀과 덴버. 그리고 관계과 우정이라는 것에 대해 주인공에게 새로운 각성을 만들어주게 되는 인물들을 차례대로 만나게 해주고 있다.

작품에서 생각해볼 것은 상처받은 소년의 성장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시간이 가면서 잊히는 식의, 그렇게 스스로 상처를 끌어안는 방식의 내적인 성장통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의 이혼으로 버려진 자신은 처음부터 불행했으며,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과 얽힌 이들에게 불행만을 가져오는 부정적 이미지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감옥이었다. 소설은 주인공이 자신만의 감옥에서 걸어나오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크고작은 사건과 사건이 이어지고, 홀로 남겨진다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과 이를 극복해가는 자아 성장과 성찰이 작품의 주된 요지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토비는 자신이 만든 세상을 깨고, 더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하면서 성숙해진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상처를 외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토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매순간 두려워하고 도망치려는 토비는, 어느새 자신이 스스로 감추어버린 상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위로해줄 수 있는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중요한 건 트레일을 완주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삶에서 소중한 걸 찾고 그걸 위해 싸우는 것이다. 중요한 건 우정과 모험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깨닫는 것이다.” p319

 


어쩌면 인생에서 중요한 건 행운이나 불운 같은 그런 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힘들 때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보답으로 남에게도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것, 그런 게 아닐까 싶다.”p181

 


우리는 그걸 견뎌내며 살아남는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용서하는 법을 배우는 거야.” p202

 


견뎌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를 먹어도 그 일만큼은 어렵다. 누구나 지고가야할 무게는 다 고되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어린 소년의 시선이 삶의 무게를 이야기할 때, 나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여느 기타 성장소설이 주는 감흥보다 더 진중하고 한층 더 무거웠던 것을 기억한다. 그것이 어쩌면 어느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상실감에 기인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는 성장하고 성숙해간다. 또 한편으로는 어른이라고 성숙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생각으로 위로를 하는 중이다. 상실감과 낭패감과 좌절감에 빠져드는 순간에도, ‘견디어내는 게 삶이라는 생각을 하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자꾸 사심으로 빠져들어 유감이지만 이제 객관적으로 결론을 내려보자.

이번 책 메이카 하시모토의 트레일’. 작지만 커다란 책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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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eiss 2021-12-04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참 세련되게 쓰시네요👍🏻

월천예진 2021-12-04 12:44   좋아요 1 | URL
과찬이세요. 부족함이 많지요.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han22598 2021-12-06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월천예진님의 글솜씨의 진가를 알아보는 분이 나타나셨네요!!!

월천예진 2021-12-0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별 말씀을요.ㅜㅜ. 잘 지내셨어요? ^^;
 
화성의 시간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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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시간

 

 


아주 오래전 일본 작가의 추리물을 읽다가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것을 접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동시에 오래전에 잠시 알았던 누군가를 생각한다. 책을 많이 좋아하는, 특히나 추리물을 좋아하며 냉철한 글을 쓰던 젊은 법조인. 사회파 추리소설 역시 그가 알려주었는데 말이다. Mr.sl 잘 지내고 있는지.

 


유영민의 화성의 시간도 사회파 추리소설 범주에 넣어 생각할 수 있을까. 사실 추리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어보지 못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괜시리 사회적 문제 안으로 집요하게 들어가 사건을 확장시켜 풀어가는 형식의 그 사회파 장르가 생각이 나더란 말이다.


 

작품은 실종자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작가가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실질적인 데이터 안에는, 한 해 동안 실종되는 사람이 95천 명. 하루에 실종자가 260명씩 발생한다는 수치가 제시되고 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어떤 사연으로 인해 사라진 것일까. 그들의 실종은 자의였을까 아니면 타의였을까.

이번 소설은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한 여성과 한 남성의 암울한 범죄에 의해 긴 축을 이어간다.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달라고 찾아온 사내의 이름은 문창수였다. 경찰직을 그만두고 실종된 이들을 찾아주는 일을 해나가던 전직형사 성환이, 문창수로부터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줄 것을 의뢰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차적인 시선에 보이는 부분만을 볼 때, 표면적인 이야기는 실종자에 대한 이야기이기와 함께 보험 사기와 관련된 이야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실종자 관련 사회적 법규와 보험사기와 관련해, 전문적인 지식과 사료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작가적 문제의식이 발현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법이 지닌 맹점 내지는 허점과 이러한 불안전한 현실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회적으로 비난 받게 되는 사건으로 확장되고 재생산되는지에 대한 문제들을 제시하는 듯하다고 해야할까. 스토리에 잘 묻어놓은 작가의 의도가 돋보이는 구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가 싶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심상이다)


 

반면에 뭐랄까. 어쩌면 오두진이라는 인물에 성격을 표현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 라는 사심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문제적 성향의 인물을 다룸에 있어 어려움이 많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욕심 같아서는 더 개성 있고 더 집요한 작가만의 물고 늘어짐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싶기도 하다. 주제를 향해 나아감에 있어 부수적 장치들이 다소 많이 설정된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사소한 것들에 집중하는 책 읽기 성향에서 오는 문제들일 수도 있다는 것은 간과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말이다.


 

모성애에 대해 생각했었다. 보편적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주인공 및 등장인물들의 행동과는 별도로 본능과 감성에 맹목적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는 순수한 모성애의 결핍이 결국 인물의 파멸에 있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정을 두고 또다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가하면 태생적으로 발생하는 모성애가 아닌 서로의 필요가치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 모성애의 등장이 과연 작품에서 얼마나 안정되게 자리를 잡고 있는가(사건의 중심에서 혹은 해결에 있어)에 대한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이 너무 많다.

 


어떤 관점으로 작품을 들여다볼지에 대해서는 독자의 선택이고 독자의 즐거움이다. 작가가 깔아놓은 여러 갈래의 길을 따라가다보면 당연히 한 자리에서 조우하게 될 일은 정해진 일이다. 어느 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에 대한 여부도 독자의 판단이다. 준비된 길에서 작품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간만에 복잡한 사심에서 벗어나 빠르게 몰입하며 읽었던 책이기에 감사하며, 이쯤에서 이토록 어수선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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