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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 : DMZ의 숨겨진 마을
임종업 지음 / 소동 / 2021년 11월
평점 :
대성동 DMZ의 숨겨진 마을
비무장 지대 안 어느 마을에 대한 이야기이다. 르뽀 형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의 저자 임종업은 비무장 지대 안에 자리하고 있는 대성동이라는 마을을 찾는다. 그는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옛 기록과 자료를 다시 정리해서 수록하고, 마을 주민들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으며, 마을의 풍경과 주민들의 사진을 책 속에 기록으로 남겼다.
비무장 지대라는 특수한 곳에 위치한 이 작은 마을은 표면적으로 볼 때 한국 전쟁사와 역사를 같이 한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는 곳. 일반적으로 혹은 보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 곳 대성동을 향한 세간의 시선은 마치 이념의 갈림과 같이 나누어지는 듯하다. 불안함과 두려움 그리고 막연한 호기심을 품은 가벼운 관심으로 말이다.
군사분계선(우리에게는 휴전선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을 사이에 두고 남쪽으로는 남방 한계선, 북쪽으로는 북방 한계선이 있다. 대성동은 아슬아슬하게 군사분계선을 바로 이웃에 끼고 형성된 마을이다.
초기 대성동은 선전마을이었다. 선전마을이란 무엇이었을까. 보이기 위한 혹은 겉치레를 위한 인위적인 것들이 강조된 마을이란 뜻인가. 사실 대성동의 시작이 선전마을이라고 했으나 따지고 보면 그런 의미들은 유엔군과 미군 포함, 한국군 및 다른 외지인의 시선과 사고에 맞춰진 기준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마을을 구성하는 주민들은 사실 전쟁이 나기 이전부터 같은 자리에 터를 잡고 살아왔던 이들로, 말하자면 순수한 원주민들이다. 외지인이 투입되지 않은 순수한 원주민이었다는 뜻이다.
어쨌든 말이다. 전쟁 직후 대성동과 마주하고 있던 북측의 민간마을 기정동 역시 선전마을이었다고 했다. 같은 의미의 마을이다. 그런데 분명한 차이가 있었으니 요약하자면 남측의 대성동 마을보다 당시 기정 마을의 조건?(건물, 전기)이 더 좋았더라는 점이다.
누가누가 더 잘 사나? 상대편에서 잘 보이기 위해? 이를테면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떤 막연한 선전성을 위한 목적으로 재구성된 대성동에, 드디어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던가 보다. 초가로 남루했던 집들을 허물고 새로이 거주할 수 있는 집들이 지어졌다. 이 무렵 사람들을 이주시킬 목적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박정희 정권과 미군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다고 했다.
저자는 대성동마을의 새로운 발전계획에 적극 참여했던 인물로, 마을 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주 회자 되던 인물인 ‘최덕빈 중령’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선전마을의 활용성이 실질적으로 당시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과 ‘최덕빈 중령의’ 평생의 화려한 이력과는 달리, 대성동에서의 그 존재성과 입지가 시간이 갈수록 좁아져간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미완에 그친 최덕빈의 구상’의 내용을 읽다보면, 개인적으로 약간의 내용이 누락이 된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남과 북의 실향사민(납북 인사 귀환)맞교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최덕빈 중령이 사람들 기억에서 멀어졌다는 이야기로 전환된다. 중간에 무언가 부연 설명이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딴지가 많아지니 이쯤에서 각설하자.
우리는 저자가 대성동 마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는 내용에 더 집중해야 한다. 마을의 형성 시기와 과정, 마을 주민의 생활상, 민주주의 선거개념과 전통적인 향약의 개념이 혼합된 지역 내 다양한 재정과 사회의 자치 기구 활동까지. 또 지역 내 딱 하나만 존재하는 초등학교 이야기와 전쟁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엔군과 미군의 동행. 마지막으로 전쟁의 아픈 흔적까지 책은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비무장 지대 첫 마을. 유엔군 소속이기에 일정부분 치외법권이 여전히 공존하는 마을. 여전히 땅을 귀하게 여기고 삶을 영위하는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 이곳이 대성동 마을이다.
척박함을 이겨낸 수고가 헛되지 않게 빛을 계속 밝힐 수 있기를. 그렇게 오래도록 평화의 마을로 남을 수 있기를. 대성동 마을을 지켜내는 모든 이들의 안녕을 바라며 개인적인 이번 기록도 이쯤에서 갈무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