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 물이 평등하다는 착각
맷 데이먼.개리 화이트 지음, 김광수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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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책은 두 명의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 사람은 영화배우이고 다른 한 사람은 물 부족과 관련한 문제를 일찍 인지하고 알리는 일을 해온 사람이다. 책 날개를 들여다보면 이 사람을 물과 위생의 전문가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 중 한 사람이 배우라는 사실은 어쩌면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유도하는데 일정 부분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마케팅과 관련해서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책을 쓰고 있는 이가 본인 스스로 유명세를 떨치는 배우로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의 절친한 친구와 함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진정성으로 다가온다. 책은 서툴고 만만하지 않았던 그들의 행보에 대한 기록이다.

 


이번 책은 어떤 격식 있는 전문 서적의 성격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해왔던 사업설명서 같은 성격이라고 볼 수 있을까. 경과보고와 같은 형식의 글들 말이다. 또 한편으로는 에세이의 성격을 담고 있어 보인다. 멧의 시선과 개리의 시선으로 나누어진 이야기들은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하나가 되는 형식이다. 같은 이야기를 서로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서로의 목소리로 담아내고 있다. 또 한가지 책은 홍보와 권유의 성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두 사람이 초반에 생각해오던 물과 관련한 문제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각자의 상황과 형편에 맞게 어떤식으로 구체화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또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다가 만나 마음을 확인하고 의기를 투합해 새로운 비전으로 발전시켜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물 부족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일까. 잘사는 나라에 비해 가난한 나라가 처한 물 부족과 관련한 문제들이 상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물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 두 사람의 저자뿐 아니라, 이들이 찾아다니고 함께 이야기했던 몇몇 나라의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있어서 물이란 공히 경제력이자 경쟁력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 부족의 문제가 가져오는 문제들의 예 중에 그들이 집중적으로 논하고 있는 것 중에 일부는 여성과 아이들의 문제들이었다. 가뭄과 식수의 오염과 같은 문제들에 직면해있는 일부 국가들은 물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과 아이들의 희생이 필수 불가결한 일이라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물을 긷는 일은 생명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일이기에 학교를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을 당연한 일이었다. 더불어 화장실(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문제도 중요해보였다.

개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았던 해결책은 소액대출이었다. 그러나 소액대출만으로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 될 수는 없었다. 물론 나름의 긍정적 결과를 접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결국 문제는 돈이었다, 라고 해도 무방해보인다.

 


책에는 다양한 경제이야기가 등장한다. 기부와 대출 이야기도 등장한다. 맨땅에 헤딩하듯 두 사람 맷과 데이먼이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발로 뛰어 자원봉사와 투자를 유치하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담겼다. 그런 까닭에 이번 책이 어쩌면 그동안의 두 사람이 일궈낸 사업에 대한 보고서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책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물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가치로 다가오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본다. 한 사람의 생존권을 지켜내는 일에서부터 사회의 빈곤을 해결하고 위생을 지켜가는 일까지. 물에 관련한 이야기는 그렇게 깊이 있으면서도 다양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에 살고 있는 현시점에서 물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하게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왜, 지금, 우리가 물의 중요성을 생각해야하는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보여준다고 본다.

 


이제 마무리다. 책은 어렵거나 무겁거나 딱딱하지 않은 부드러운 분위기의 책이다. 맷 데이먼과 개리 화이트의 우정과 일과 열정이 잘 녹아든 이야기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모든 것은 물에서 시작되는가 싶다.

 


책의 분위기와 내용을 이해할 때 도움이 될 듯한 문장 몇 개를 기록으로 남긴다.

 

-투자가 계속 이어지면 그들도 가난의 고리를 끊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부가 수입이 늘어날 때마다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해 자신들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p152

 


-부유한 나라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을 무기력한 존재로 바라보고, 자신들의 동정과 자선만이 그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하는 듯이 말하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한다. 모두가 그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들의 장점과 야망, 진취적인 자세를 존중하며, 그들 스스로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바란다. p152

 


-지금 세상이 굴러가는 방식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해서 그 세상이 지금과 달라지도록 재촉하지 않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계속 재촉하고, 우리가 계속 재촉하고, 그러면 결국 세상도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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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5-31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세상이 굴러가는 방식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이게 저의 마음인데...정말 부담스러운데....
먼가 나의 삶과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가기에는 무언가 부적절하게 셋팅되어 있는 느낌인 것 같긴한데,
그렇다고..어떻게 다르게 만들어 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고 그래요.....
물...생수...기아..이런거..관심있고. 좀 알아보고 싶은 주제에요. 장바구니에 살포시 담습니다 ^^

월천예진 2022-06-01 07: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한국은 오늘 임시 휴일이네요. 날이 좋아요. 오늘 지나면 선거도 끝나니 좀 조용해질거 같아요. ^^; 잘 지내시지요. ♡♡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한국군의 뿌리 - 조선시대부터 대한민국까지, 현대 한국군의 기원을 찾다
김세진 지음 / 호밀밭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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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뿌리

 



한국군을 통해 들여다본 대한민국의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을지. 혹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한국군의 뿌리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두가지 접근법이 다 용이해보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조선의 군시설과 정비를 비롯해 군과 관련한 세세한 정보를 선두로 시작한다. 저자는 조선군을 언급함에 있어 저물다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저물어야했던 것은 어인 까닭이었을까.

우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정묘호란까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역사 이야기가 다시금 이 책에서 소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주된 시점은 바로 시대에 따라 이어지는 냉철한 저자의 비판적 시각과 맞물려있다.

 


한편으로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러시아, 중국, 일본 그리고 미.영국, 프랑스의 영향력 아래에 흔들릴 수밖에 역사적 혼돈의 시기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달가운 일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선군은 외세에 대응하기에 무력으로나 조직적으로나 열세에 있었고, 때때로 항전했으나 결국 목적을 완수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이다. 갈등으로 인한 분산과 결국은 외세에 의한 수동적 변환을 그 이유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책은 조선에서부터 시작해 조선말기, 대한제국, 임시정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과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당대 상황에 접해 성장해온 한국군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싣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한국전쟁에서 극렬하게 보이는 냉전시대의 시대적 흐름을 낱낱이 들여다봐야 하는 씁쓸한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또한 이 부분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그러니까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한국군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모든 이야기는 대한민국 우리들의 역사 이야기이며, 그 가운데 한국군의 이야기였음을 확인하게 되는듯하다.

 


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자 김세진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또 그런 이유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역사란 늘 재해석되는데 있어 두려움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가싶기도 하다.

책에서 저자는 명성황후에 대한 호칭은 민비로 격하시켜 언급하고 있었다. 물론 이에 대한 논쟁과 의견들이 이미 오래전에 밝혀진바, 구태여 새롭거나 낯선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자 역시 지적했듯이 어떤 시대적 흐름과 진영을 포함한 당대 만연한 시류에 의해 역사의 진실이 가려지고, 그 존재가치가 격상이 되었다가도 격하되는 식의 암울한 역사 인식이 아닌가 싶은 거다. 어찌보면 이것은 일종의 문제 제기일 수도 있다.

 


책 속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아니 역사와 시대가 언급하지 않았기에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숨은 그림처럼 곳곳에 조금씩 실렸다. 이완용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묘하게도 생소하게 다가왔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부터 출발했던 게 아니었을까. 명성황후 민비와 고종 그리고 흥선대원군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의견은 기존의 시선과 비교할 때, 조금은 다른 강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어쨌든 결론은 이런 게 아닐까. 우국지사가 매국노가 되기도 하고, 매국과 친일의 행적을 숨긴 이들이 오히려 떳떳하게 살아갔던 현실은 씁쓸한 아이러니인 동시에 아물지 않는 상처임에는 분명하다.


 

다시 책의 주제로 돌아가자. 많은 이야기 속에서 한국군의 이야기로 환기해야한다. 사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린 한국군의 뿌리, 라는 제목의 단락만으로도 어느정도 한국군에 대해서 알 수 있을 법도 하다. 물론 책의 전체 내용을 읽고 들여다봐야 더 좋겠지만 말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한국군은 크게 나누었을 때 일본, 중국,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고 봐야 한다. 구성원들의 출신을 들여다볼 때도 일본 육사 및 일본과 관련한 인물들이 대다수였고, 중국 만주 출신 등도 자주 언급된다. 물론 광복군 출신도 있었지만 그 수가 매우 드물었다고 한다. 어떤 형식이나 제도에 있어서는 많은 나라들이 영향을 주었으되 일본식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 한편으로 고종과 명성황후 민비의 친러 성향으로 인해 러시아식 제도가 반영되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결국 한국전쟁을 포함 근현대로 갈수록 미국의 영향력을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창군 당시의 한국군을 일본군, 중국군, 만주군, 독립군, 광복군, 대한제국군, 미국군, 러시아군, 청나라군 등에 직간접적인 뿌리를 둔다.”(이하생략) p 273

 


짧은 질문에 대한 위의 인용된 문구가 좋은 답변이 되었을까. 저자는 2022년 국방부 정신교육 자료를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남겼다.

 


우리 국군 역시 의병, 독립군, 광복군을 계승하고 있다.”-p273

 


지켜낸다는 것의 책임과 그 무게감이 한없이 무겁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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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풍경 드로잉 - 기초 연필 스케치부터 고급 테크닉까지 나 혼자 드로잉
이일선.조혜림 지음 / 그림책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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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풍경 드로잉

 

 

그림을 책으로 배울 수 있을까. 그림은 감각으로 배우는 게 아닐까. 손끝에서 나오는 감각과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어떤 형체들. 그림은 보고 느끼고 감각으로 완성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때때로 그림을 잘 그려보고 싶은 충동에 빠지곤 한다. 어렸을 때 같은 반 친구의 그림이 좋아보여서 새벽까지 크레파스를 분질러가며 똑같이 그려내던 꼬마였던 나는, 그림은 그냥 바라보기에 좋은 것이고 다른 더 좋은 것을 찾아 길을 떠났던 건지도 모른다.

 

생각이 그곳에 자리하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으리라. 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저 나이만 들 뿐이다.

그래서 말이다. 오늘은 그림 이야기를 해볼 참이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그림에 대해서 아니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 참이다.

 

나 혼자 풍경 드로잉’. 혼자 배울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메리트라면 강렬한 메리트가 될 법하다. 달리 말하면 독학이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책을 들여다봤다. 어디에서 책을 보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책 내용을 생각해보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책은 단계에 따라 기초에서 심화로 몰입해서 설명하는 형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기본적인 재료인 연필과 지우개 혹은 종이 찰필에 대한 설명과 사용법 등을 가장 먼저 설명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림은 원형 삼각형 혹은 직사각형과 같은 도형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꼼꼼하게 구상하듯 체계적인 계획성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냥 보이는대로만 그리는 게 우리가 아는 그림이 아니었던가보다. 책은 배치를 생각하면서 구도를 잡아가고, 그렇게 형태를 잡으면서 그림의 생명력을 넣어줄 명암 작업을 이어가는 것을 설명한다.

 

어쩌면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그림을 볼 줄 알아야하는 것일까. 비단 그것이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이를 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책은 좋은 작품 속에서 명암과 질감 그리고 입체감을 찾아보고, 차이점을 발견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알아야 할 테크닉적인 요소들도 잘 보여주고 있다. 매번 직접 그려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을 함께 싣고 있는 것도 좋아보인다. 또한 책은 그림으로 표현하게 될 대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대상에(소재) 대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적인 표현이 바로 나만의 개성 있는 그림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책을 통해서 독자는 강함과 약함으로 강조되는 힘 조절의 중요성, 그림을 그리는 이 즉 관찰자의 시선의 방향과 흐름, 속도감. 무엇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 혹은 주변으로 조절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을 배워가게 될 것이다. 대상의 특징을 끌어내는 동시에 적절하게 완성도 있는 그림을 마주하게 될 것도 같다. 그렇게 하나씩 천천히 배워가게 될 것 같다.

 

나는 늘 주저하고 겁이 많아서 그림에서조차도 글에서도 내 성격이 드러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릴 때도 소심함으로 인해 감히 진한 선을 그을 수가 없었다. 그림이 지저분해질 것만 같아서 용기가 나지 않았던가보다. 그런데 참 묘한 일이다. 책은 강함과 약함의 조화를 꾸준히 강조한다. 강함을 표현할 때는 주저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 강렬함이, 그 강렬함 뒤에 안전하게 자리하고 있는 부드러움이 그림에 생명을 넣어주고 있음을 나는 또다시 이순간 보고 느끼고 있다.

 

딸아이 방에 뒹구는 4b연필을 오랜만에 가져왔다. 곱게 다듬어볼 요량이다.

기분이다. 오늘은 그림을 그려봐야겠다.

 

 (표지그림 따라 그리는 중. 선들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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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5-13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림 그리는게 저의 꿈이에요....사실 잘 그려야겠다는 욕심만 버리면...무엇을 그려내는 일은 어쩌면 하나의 유희일 수 있는데...그거 마저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제가 안타까워요 ㅋㅋㅋ 저도 한번 그림 시작해볼까요?

월천예진 2022-05-13 07:37   좋아요 0 | URL
그림을 그리다보면 심리적 안정상태를 접하게 되는듯도 해요. 그런데 체력도 무시 못하겠더라구요.^^ 그림 시작해보세요.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찾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나 카레니나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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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1

 


소담출판사에서 나온 안나 카레니나 1권이다. 전권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에는 1부와 2부가 같이 실렸다.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를 여태 읽어보지 않았던가보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했었다. 역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말이다. 특히나 첫 문장의 번역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달리 불행하다이 문장이 소설의 첫 문장이다. 느낌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묻고 싶어진다.

 


아무려면 어떤가. 내겐 행복한 가정도 불행한 가정도 서로 다르지 않으며 다들 비슷하다는 전제가 이미 깊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어느 집이나 문제 없는 집은 없다는 말이 생각나는 건 그 까닭이지 싶다.

 


톨스토이가 살았던 시대나 현재를 살아가는 시대나 남녀의 사랑은 거대한 폭풍의 그 무엇인가보다. 신의 뜻에 따라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평생을 아웅다웅 살거나, 혹은 미워하고 헤어지고 부정하며 평생을 증오하며 살지라도 정말이지 그렇다할지라도 남녀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지 않은가.

 


1권만 접한 관계로 부득이하게 1.2부만 따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조금만 이야를 해보자. 여기 톨스토이의 시선에 의해 그려지는 인물 안나 카레니나는 유부녀인 동시에 다른 사내를 사랑하는 부도덕한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에 반해 또다른 인물 키티라는 순수한 여인은 모든 부정적이며 비도덕적인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가녀린 인물로 등장한다.

키티의 이미지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1권에서 보이는 그녀의 이미지는 상처받은 영혼이다. 한 여인의 순진함은 그렇고 그런 뭇 사내의 비열함에 의해 짓밟혔다고 할 수 있을까. 작품에서 키티는 자신에게로 향하는 레빈의 진솔한 청혼을 거절한다. 그녀는 이미 다른 사내 브론스키를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내 브론스키는 키티가 아닌 안나 카레니나를 사랑하게 된다.

부정과 치정의 소용돌이가 가득 펼쳐지는 듯하다. 그러나 저속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세밀하게 그려지는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함께 더해지는 상황묘사가 재미를 더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작품의 배경에 짙게 깔린 러시아 사회 특히 귀족사회의 모순점들을 지적하는 작가의 의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다시 책으로 돌아와보자. 우리는 과연 누구를 비난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키티의 순정을 외면한 브론스키를 비난할 것인가. 남편을 배신하고 자신의 의지에 의해 삶을 선택하려는 여인 카레니나를 비난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부인의 외도를 알면서도, 모든 것을 떠안으려는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을 우유부단하고 어리석다고 비난할 것인가.

 


작가는 작품 서두에 외도를 한 사내와 배신감에 힘들어하는 여자의 이야기(안나의 오빠 스테판과 키티의 언니 둘리의 결혼생활)를 먼저 배치시킨다. 남자의 외도는 순간의 실수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며?, 아내는 받아주고 인내하며 참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과 같은 어떤 당대의 사회적 통념을 먼저 끄집어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무슨 의도였을까. 문득 작가 톨스토이의 생각이 궁금해지더란 말이다. 작품에서 간간이 밝히고 있는 작가적 의도는 개방적인 연애론과 동시에 개방적이면서도 자유로운 결혼관이 등장하기도 한다. 자유연애와 여성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관계로 결혼생활을 유지해가는 것이 변해가는 시대 의식임을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잘 모르겠다.

 


2부의 마지막은 키티라는 인물의 변화가 예상되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그녀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 인물로 등장하는 여인이 바렌카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은 까닭은,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고 싶은 개인의 욕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 즉, 수동적인 삶이 아닌 능동적이면서도 부모 혹은 사회적 편견이 아닌 자신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살아가리라는 예측을 가능케하는 대목이 등장하면서 1권이 마무리가 된다는 인상이 강하게 보이는 건 사실이다.

 


 23권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진전이 될지 기대가 되는 소설이다. 그리고 문득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작품 마담 보바리가 오버랩되는 걸 느낀다. 안나 카레니나를 다 읽고나면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톨스토이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이야기하려 했던 주제는 어떻게 같으며 또 어떻게 다른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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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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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코로나 바이러스가 소설에까지 전파됐다. 표현이 좀 어색하지만 사실이다. 마시모 그라멜리니의 소설 이태리 아파트먼트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 코로나 팬데믹을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이 기나긴 여정을 작가는 어떻게 작품 안에 녹아들게 했을까.

 


소설은 2080년 어느 노년의 할아버지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이야기는 할아버지의 기억에 자리하고 있는 소년 마티아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다. 현실에서처럼 소설 속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집에 갇히게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직장과 학교 친구 등 평범했던 일상에 제동이 걸리게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기에 또 한가지 소설적인 장치는 마티아의 가족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부모는 별거중이었으며, 이혼을 위해 변호사를 만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법적인 이혼 절차가 연기되고 만다. 이들에게는 각자가 다른 애인이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시작된 사회적 격리 생활로 인해 뜻하지 않게 한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소설적인 장치는 바로 이런 것들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서 다시 가족의 사랑과 애정을 회복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흩어졌던 가족관계의 회복, 어린 소년의 성장이라는 요소를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접목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딴은 아홉 살 소년의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기에 한없이 무겁거나 어둡지 않으며 때때로 유쾌함과 긍정의 가벼움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작품 안에는 실제로 우리가 코로나와 함께 하는 동안에 뉴스 기사로 접했던 이야기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단절된 생활을 하던 이웃들이 발코니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격려하는 모습들과, 의료진들을 향한 위협과 혐오에 의한 폄하의 시선들이 그것이다.

이런저런 현실에서의 모습에 씁쓸해하면서도 반면 소설의 메시지는 밝다. 이렇게나 힘들고 이따금 우울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암울함보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더 많이 보여주고있다고 봐야한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마지막 장면처럼 이번 마시모 그라멜리니의 소설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은 긍정의 메세지를 잊지 않는듯하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어쩌면 결국 인간이 극한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등을 기대어 함께 의지하고 고민하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소설속 마티아와 누나 로사나가 등을 맞대고 의지하며 격려했던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를 신뢰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그를 신뢰하는 것이다. ”p263



어려운 시기다. 서로가 의지하는 동시에 기꺼이 기댈 수 있는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면 좋겠다.

어제 내가 사는 지방의 소도시 이곳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정확히 1.391명으로 집계됐다. 그 전날에 비하면 37명이 줄어든 수치이고 이틀전 1.834명에 비하면 조금 줄어드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언제 또 2000명대를 넘을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개학을 할 예정이며 부분등교가 아닌 전교생이 등교를 할 예정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그런데 말이다. 암울한 소식에 마음이 무거운 날들이긴해도 요즘은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더라. 묘하게 봄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하늘은 파랗게 화창하고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어디선가 봄이라 불러보고 싶은 것들이 눈에 보일 것만 같은 하루하루다. 이렇게 천천히 밝은 날을 기다리게 되는가보다.

 


밤이 가면 언제나 날이 밝지요. 날이 밝을 거예요!”p236

이 문장을 마지막으로 기록하고 싶어진다.

 

 


ps 망설임 끝에 추신을 더한다.

먼 하늘 끝에 자리한 곳에서 화염이 끌어오르고, 삶의 터전을 버리고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 어린 딸과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는 어느 아버지의 사진이 기사에 실렸다. 어떤 명분이든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역사는 이번 일을 어떻게 기록하게 될까. 신의 가호가 슬픈 이들과 함께 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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