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시간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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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시간

 

 


아주 오래전 일본 작가의 추리물을 읽다가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것을 접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동시에 오래전에 잠시 알았던 누군가를 생각한다. 책을 많이 좋아하는, 특히나 추리물을 좋아하며 냉철한 글을 쓰던 젊은 법조인. 사회파 추리소설 역시 그가 알려주었는데 말이다. Mr.sl 잘 지내고 있는지.

 


유영민의 화성의 시간도 사회파 추리소설 범주에 넣어 생각할 수 있을까. 사실 추리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어보지 못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괜시리 사회적 문제 안으로 집요하게 들어가 사건을 확장시켜 풀어가는 형식의 그 사회파 장르가 생각이 나더란 말이다.


 

작품은 실종자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작가가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실질적인 데이터 안에는, 한 해 동안 실종되는 사람이 95천 명. 하루에 실종자가 260명씩 발생한다는 수치가 제시되고 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어떤 사연으로 인해 사라진 것일까. 그들의 실종은 자의였을까 아니면 타의였을까.

이번 소설은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한 여성과 한 남성의 암울한 범죄에 의해 긴 축을 이어간다.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달라고 찾아온 사내의 이름은 문창수였다. 경찰직을 그만두고 실종된 이들을 찾아주는 일을 해나가던 전직형사 성환이, 문창수로부터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줄 것을 의뢰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차적인 시선에 보이는 부분만을 볼 때, 표면적인 이야기는 실종자에 대한 이야기이기와 함께 보험 사기와 관련된 이야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실종자 관련 사회적 법규와 보험사기와 관련해, 전문적인 지식과 사료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작가적 문제의식이 발현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법이 지닌 맹점 내지는 허점과 이러한 불안전한 현실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회적으로 비난 받게 되는 사건으로 확장되고 재생산되는지에 대한 문제들을 제시하는 듯하다고 해야할까. 스토리에 잘 묻어놓은 작가의 의도가 돋보이는 구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가 싶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심상이다)


 

반면에 뭐랄까. 어쩌면 오두진이라는 인물에 성격을 표현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 라는 사심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문제적 성향의 인물을 다룸에 있어 어려움이 많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욕심 같아서는 더 개성 있고 더 집요한 작가만의 물고 늘어짐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싶기도 하다. 주제를 향해 나아감에 있어 부수적 장치들이 다소 많이 설정된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사소한 것들에 집중하는 책 읽기 성향에서 오는 문제들일 수도 있다는 것은 간과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말이다.


 

모성애에 대해 생각했었다. 보편적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주인공 및 등장인물들의 행동과는 별도로 본능과 감성에 맹목적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는 순수한 모성애의 결핍이 결국 인물의 파멸에 있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정을 두고 또다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가하면 태생적으로 발생하는 모성애가 아닌 서로의 필요가치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 모성애의 등장이 과연 작품에서 얼마나 안정되게 자리를 잡고 있는가(사건의 중심에서 혹은 해결에 있어)에 대한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이 너무 많다.

 


어떤 관점으로 작품을 들여다볼지에 대해서는 독자의 선택이고 독자의 즐거움이다. 작가가 깔아놓은 여러 갈래의 길을 따라가다보면 당연히 한 자리에서 조우하게 될 일은 정해진 일이다. 어느 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에 대한 여부도 독자의 판단이다. 준비된 길에서 작품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간만에 복잡한 사심에서 벗어나 빠르게 몰입하며 읽었던 책이기에 감사하며, 이쯤에서 이토록 어수선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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