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이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화제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있는 작가라는
반증이기도 할텐데 이번에 만나 본 『살인 현장은 구름 위』역시도 흥미로웠다.
사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싶었다. 구름 위라면 일단 지상, 그것도 하늘 위라는 의미인데
어쩌면 진짜 살인사건이 일어난 현장이 하늘이라기 보다는 책에 등장하는 살인 사건에는 항상 직업이 스튜어디스인 속칭 A코와 B코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신일본 항공의 스튜어디스인 A코와 B코. 원래 이름은 각각 하야세 에이코와 후지 마미코이다. 굳이
A, B로 나뉜 것은 둘의 격차가 상당한데 출신 학교부터 입사 성적, 합격 성적, 외모와 평소 일처리 능력에 이르기까지 에이코가 A급이라면
마미코는 에이코와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인데 의외로 둘은 죽이 잘 맞아서 같이 비행을 하는 경우도 많고 또 현재는 한 집을 얻어
살고 있다.
눈썰미가 있고 냉철해 보이는 A코와는 달리 B코는 뭔가 생김새처럼 성격도 두리뭉실하고 호기심은
지나치게 많다.
책에는 총 7편의 단편(그러니깐 살인사건 또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수록되어 있는데 맨처음 나오는
「K호텔 살인의 밤」에서는 두 사람이 비행을 마치고 가고시마에 묵게 된 날 항공사에서 지정한 K 호텔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우연찮게 참고인이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자신들이 근무하는 비행편을 타고 와 함께 바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던 승객의 부인이 호텔 내에서 살인을
당하는 사건이다.
「분실물에 유의하세요」는 평소 아기가 어려서 주변에 피해를 줄까봐 비행기 탑승은 커녕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던 아기를 둔 부모들이 어느 여행사의 기획으로 단체 관광을 하게 된 이야기다. 총 25쌍이 각자 아기를 한 명씩 안고 비행기에 탔다가
내렸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분실물이 발생하는데 그 존재가 바로 아기였던 것이다. 분명히 모두가 아기를 한 명씩 데리고 내렸고 아기가 없는 탑승객이
없는 가운데 과연 이 아기는 누구의 아기일까?
「중매석의 신데렐라」는 흔히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의 바로 맞은편 자리를 중매석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 중에 B코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이 없었으나 어느 날 여러모로 괜찮은 한 남자 승객이 데이트 신청을 하고 사람이 없었던
심지어 청혼까지 하는데... B코를 보면 자신이 찾던 여성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묘한 말을 하는 이 남자의 정체는
과연...?
「길동무 미스터리」는 역시나 두 사람이 함께 비행하는 비행편을 탔던 평소 안명이 있던 전통과자점의
주인이 전혀 접점이 없는 한 여성(이 여성도 함께 비행기를 탔다)과 같은 호텔, 한 욕실에서 죽은 채 발견되면서 추리가 시작되는
이야기다.
「아주 중요한 분실물」은 우연히 A코가 기내에서 유서를 발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기내 착륙
전에 유서의 주인을 찾아 불상사를 막으려는 두 사람의 활약기가 그려진다. 「허깨비 승객」은 어느 날 항공사 사무실로 걸려 온 살인을 고백하는 한
남자의 수상한 전화를 시작으로 그 남자가 살해했다는 승객을 찾아내는 미스터리 사건이다. 마지막「누가 A코를 노리는가」는 제목 그대로 누군가
A코를 미행하고 심지어는 자동차를 운전해 돌진해 오면서 A코가 위협을 받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과정에서 과거 A코와 연인 관계였던 대학시절
선배의 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사건은 대부분은 A코가 마치 탐정처럼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고 경찰보다 더 빨리 해결하는
분위기다. 물론 B코의 활약이 돋보이는 모습이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짧게 짧게 끝이나지만 확실히 몰입도는 있고 책을 읽을 때 작은 단서들을 놓치지 않는다면 독자들도
범인이 누구인지 충분히 추리를 할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인 분위기로 봤을 때 앞으로도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를
출간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