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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내 기억속에 내가 처음으로 접한 일본 문학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였다. 그리고 이후 탐닉하게 된 작가는 바로 오쿠다 히데오이다. 정말 우연히 고른 책인 <인더 풀>이였다. 그리곤 곧바로 이 책 전에 <공중그네>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후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일부러 찾아 읽었다.
일본 특유의 섬세함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시트콤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말 그대로 오쿠다 히데오만의 매력이 있는 책들을 읽으면서 그의 다음 작품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처음으로 읽어 볼 오쿠다 히데오의 스릴러는 어떤 분위기일지, 항상 유쾌하고 통쾌한 웃음을 전달했던 그이기에 상당히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팬심으로서 이상하면 어떨까 마음졸이면서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총 10편의 작은 이야기는 연작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전편의 인물들이, 다음편에 연결되는데 그중에서도 소문의 주인공이자 여자인 미유키가 그렇다. 처음 시작에서부터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변신을 놀랍다. 아니 어쩌면 소문의 실체가 확실히 드러났을 뿐일수도 있을 것이다.
동네 주민이라면 한 집 걸러 한집으로 동네 주민의 사정을 알만큼 좁은 일본의 시골마을에 육감적이고 색기있으며, 남자에게 인기 많은 것 같은 여자 미유키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다. 이야기는 비열한듯 하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시골마을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나오지만 그 중심에는 오히려 미유키가 있다. 분명 각 편마다 제각각의 이야기가 있지만 모든 것이 미유키로 통하는 것처럼 그녀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누구도 미유키의 정확한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다만 돈많은 남자의 세컨드일 것이란 것과 남자를 잘 알것 같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는 각 편에 등장할때마다 그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우위에 서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각각의 장소, 각각의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의 여자인 미유키는 사람들의 이용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그 행동이 구체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녀가 예쁘다는 묘사는 이 책에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묘하게도 남자를 끌어당기는 그 모습에 누군가는 그녀를 이용하고, 결국에는 그 마저도 미유키 자신에겐 유리한 일이 되어 버린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 도의에 어긋나는 일들이지만 지금도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공모와 청탁, 권모술수들이 소문의 여자의 정체와 그녀의 행동에 어울어져 진행되는 묘한 작품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지극히 평범했다는 그녀가 왜 전문대학에 진학한 이후 팜므파탈로 변했는지는 결국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으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스릴러를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의 작품이였다면 그 허전함은 실망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첫 스릴러 작품이라는 점에서 살짝 용서해 주련다.
매일 같은 느낌의 책을 쓰던 그의 새로운 도전에 의의를 둔다. 표지부터 상당히 인상적이였던, 소문의 여자의 실체는 여전히 어느 정도 소문으로 남겨진 상태에서 미유키의 다음 행보가 왠지 기대된다. 또한 그녀의 젊음과 매력에 빠져서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한 남자들의 책임도 분명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녀를 악녀라고 부르기 보다는 팜므파탈로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진다.
정통 스릴러가 부르기엔 약하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평소 작품만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그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