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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ㅣ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100세 시대가 더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 오래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하게 사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그것에서 나아가 아주 모험적인 삶을 살고 계신게 아닐까 싶어진다. 제목마저 흥미로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2005년 5월 2일에 무려 백 살 생일을 맞은 알란 할아버지가 양로원을 탈출한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백 살 이후의 삶도 있지만 지난 100년 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경험했던 일들도 담고 있다.
구부정한 자세, 잠옷에 가디건 하나 걸치고 슬리퍼에 어울리지 않는 여행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표지를 보면 과연 백 살을 맞이한 할아버지의 지난 인생은 어땠을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알란 할아버지가 양로원을 탈출해서 도착한 버스터미널에서 갱단의 트렁크를 맡게 되는데 그 안에는 돈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알란 할아버지는 결국 트렁크를 가지고 버스에 오르게 되고 이후 갱단들은 할아버지를 쫓게 되는 것이다.
1905년 스웨덴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알란 할아버지는 2005년을 살아오는 동안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근현대사의 중요한 역사에 휘말리기도 하고, 그 현장 속에 나타나게 된다. 알란 할아버지가 젊은시절 폭약 회사에서 취직해서 일했던 경험이 바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책의 표지는 분명 파란색에 알란 할아버지를 담고 있지만 겉표지와는 다르게 안표지에는 알란 할아버지가 100년 간 돌아다닌 세계지도를 담고 있다. '이 세상을 다 둘러보기엔 100년도 부족했다!'는 글귀처럼 알란 할아버지의 행보는 대단하게 느껴진다. 스페인 내전에 등장하고, 미국의 핵폭탄 제조에 자신의 지식을 보태는가 하면, 북한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까지 만나니 실로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장면들이라 할만하다.
1905년에서부터 2005년까지의 100년, 그리고 이제는 101년이 되는 지금의 이야기는 묘하게 어울리면서 현재와 과거 속 할아버지의 활약을 보여준다.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던 저자가 대단하다 싶을 정도이다. 보통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여러가지 일들을 행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듯 무려 한 세기를 살아 온 인물이 그토록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그속에서 자신이 가진 재주로 활약을 하는 모습을 담은 경우는 흔치 않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이라도 침대에 들어도 무방할 옷차림으로 트렁크를 끌고 있는 이 정체모를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