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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도
소날리 데라냐갈라 지음, 김소연 옮김 / 나무의철학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하루 아침에, 한 순간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면, 그것이 만약 사랑하는 가족들이라면 그 심정은 어떨까? 가족 중 누군가가 아파서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에도 실제로 그 순간이 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겪게 된다. 하물며 뜻하지 않은 사고로 가족 중 한 명도 아닌 모두나 다름없이 잃게 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위로 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마치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을 실제로 겪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 책의 저자 소날리 데라냐갈라(Sonali Deraniyagala)이다. 스리랑카 출신의 그녀는 런던 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며 런던과 스리랑카를 오가는 삶을 살았다. 그러던 2004년 12월 26일, 스리랑카에서 일어난 9미터가 넘는 지진해일로 남편, 두 아들, 부모님마저 잃고 만다.
철들기 전 아버지를 잃고나서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철이 들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잃었을땐 세상이 무너지는 슬픔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이 책을 무조건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보냈던 그 시간들이 떠올랐기에...
더이상 만날 수 없다는 현실이 그토록 괴롭고 힘들 줄은 몰랐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아픔과 슬픔 속에서 결국은 내가 스스로 헤쳐 나와야 한다는 것을 알기까지 참으로 힘들었다. 그렇기에 그 이별의 고통을 가늠할 수 없는 저자는 과연 어땠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던것 같다.
한순간에 가족을 모두 잃고 7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온 그녀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용기가 된다. 무엇에 의지하기도 힘든 그 시간들을 그녀는 살아남은 자신으로 버텨낸 것이다. 그녀는 홀로 살아남은 자신을 원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떠나간 이들에게 미안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은 자신도 그들곁으로 가게 만드는 유혹으로 다가오는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남편과 아이들, 부모님과의 추억으로 가득한 모든 것들 앞에서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한 해 한 해를 보냈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살아있다는 것이 죄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을 고스란히 느끼며 그 슬픔과 아픔에서 걸어나오기까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결코 쉽지 않았을 그녀의 시간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