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의 남자들』는
흥미로운 표지와 제목 때문에 이끌리게 된 책이다. 사실 이 책의 저자인 박초이 작가의 작품은 이 책이 그녀의 첫 소설집이라는 것처럼 나 역시도
그동안 만나 본 적이 없기에 작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읽게 된 경우이기도 하다.
이 책은 표제작인 「남주의 남자들」을 포함해 총 9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모음집이다. 각 작품은 서로
연관성은 없다. 하나하나가 독립된 이야기인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묘하다. 기묘하다고 표현해도 될까?
그리고 반전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전반적으로 기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읽어나갈수록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해 점점 더 접근해가고 마지막에서야 비로서 밝혀지는 진실은 섬뜩함을 자아낸다.
예를 들면 가장 처음 나오는 「거짓 없이 투명한」은 발렌시아로 여행을 다녀 온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제 곧 이사 승진을 앞둔 남자, 어느 날 아내가 발렌시아 여행을 다녀와서는 도통 말이 없다.
평소와 너무 다르다. 남자는 '거짓 없이 투명하게'를 가훈으로 할 정도로 솔직하게, 숨김없이 이야기
해왔다. 그런 아내가 이상하게 자신을 비웃는 듯한 모습,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다가 별거를 요청한다.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왜 그럴까? 친구 미미 때문일까? 아니면 그 마저도 숨긴 채 남자가 생긴걸까?
모든 것을 참고 인내하며 곧 이사가 될 것인데 이런 불화는 승진에 불리하다. 답답하고 화가 나는 남자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핀다. 그러나 다른
집에서 항의를 한다. 아파트 내에서는 금연이라 말한다. 서로 고성이 오간다. 결국 경비원과 함께 젊은 남자가 집을 찾아 온다.
남자는 더욱 화가 나고 순식간에 말다툼이 커진다. 그런데 이때부터 이상하다. 경비원은 피를 흘린다.
젊은 남자는 경찰에 신고하며 도망간다. 이윽고 경찰이 도착한다. 갑자기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 아내를 남자가 부른다. 그런데 경찰이 찾아낸
화장실에서 찾아낸 아내의 모습이 이상하다... 과연 남자가 말한 진실은 무엇일까? 끊어지는 기억 속에 섬뜩한 말들이 떠오른다. 이 남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여기에 표제작인「남주의 남자들」 역시 기묘하다. 회사에서 평소 행실이 좋지 않다고 소문이 났던,
퇴사를 한 남주가 결혼을 얼마 남기지 않은 나에게 나타나 결혼 상대인 권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권을 소개한 종미에 대해서도 말한다.
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그렇게 남주와 헤어지고 그녀의 말을 곰곰이 되새기던 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에 권과 종미, 남주에게 전화를 한다.
그러나 아무도 받지 않는다. 결국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자신의 기억과는 달리 종미가 자신을 싫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남주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드디어 기억해 낸, 그동안 무시했던 진실 속 남주의 모습,
권을 만났던 당시의 상황, 남주의 마지막 메시지는 충격을 선사하는데...
이외에도 「강제퇴거명령서 -2039년 평성」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미래의 통일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그 이후 인간의 사유 재산의 소유와 관련된 남과 북, 그리고 사회 시스템 등에 대한 접근이 흥미로웠던 이야기다. 「율도국 살인사건」은 미성년자를
고용하는 불업 성매매 유흥업소에 관련한 이야기로 뭔가 사실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고 마지막 이야기인「흡충의 우울」은 활자중독증의 이면에 도사린
살인의 진실을 들춰낸다.
전반적으로 짧지만 한편한편이 상당히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묘한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라 처음 접해 본 작가이나 앞으로의 작품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 작가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