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틴'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프랑스 혁명 당시에 사람들은 사형할 때 사용했던 기구, 즉 단두대를 말한다. 책 제목으로 『기요틴』을 썼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고 한편으로는 오싹해지면서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지는게 사실이다.
이야기는 총 10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으로 먼저 표제작이기도 한 「기요틴」을 살펴보면 어릴 때부터
그림을 제법 잘 그렸던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비교적 집안 형편도 나쁘지 않아 미술을 전공하게 되는데 막상 자라다보니 자신의 재능이 크게
천부적이지 않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자신보다 잘 그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그리지 못한다는, 소위 대학 입시를 위해서 그리고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맞는 그림을 그려야 했던 것이다.
그러다 대학에 가게 되고 이젠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보자 싶은데 이 그림이 기묘하다. 밝음과
어둠이 있다면 후자에 가까운 그래서 보고 있노라면 기분 나쁜,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유발한다는(타인의 평가다)데 정작 주인공은 이런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 결국 심리 상담까지 받지만 대학을 자퇴하기에 이르고 부모마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신의 방에 죄수처럼 틀어박혀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다 결국 스스로에게 사형이라는 형을 집행한다는 기묘한
이야기다.
첫 번째로 나오는 「환생」은 어느 날 전철역으로 가는 자신을 붙잡고 민우가 아니냐고 묻는 유경에게
자신도 모르게 전화번호를 건낸 지훈은 그녀로부터 자신이 아는 언니가 지훈과 너무나 똑닮은 민우라는 남자가 배 낚시 도중 사고로 실종되었다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신체가 훼손되어 발견된 후 그 아내가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산송장처럼 살아가고 있기에 한번만 만나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고 결국 그 부탁을 들어주면서 진행되는 기묘한 이야기다.
이외에도 뉴스에서 접해봤음직한 학교 폭력의 실태와 그 피해자의 처참하고 암담한 심정을 그려낸
「머무르다」, 뭔가 연애에 대한 사연이 있는 듯하나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했던 아내와 사내 연애 끝에 결혼한 남자가 어느 날 시작된 아내의
이갈이와 곧이어 그녀의 입에서 나온 섬뜩한 말과 충격적인 행동에 드디어 진실을 알게 되는 「이갈이」, 살아생전 너무나 다섯 명의 친구 중에서
가장 예쁘고 인기도 많고 모든 것에서 월등했던 유라의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장례식에 모이게 된 나머지 4명의 친구가 나누는 대화를 담은
「추모식」은 유라의 죽음을 슬퍼하던 처음의 대화와는 달리 이미 자신을 항변할 수 없게 된, 좋은 친구라고 스스로가 말했던 유라에 대해 난도질
하다시피하는 이중성과 잔혹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광기」는 이미 자신과의 연애에서 바람을 피운 전력이 있는 남자와 결혼까지 하게 된 여자가 남편의
달라진 모습에 이전의 전력을 떠올리게 되고 결국 남편이 잠든 사이에 휴대전화 메신저를 보고 광기에 가까운 분노로 남편의 말조차 들어 볼 여유없이
그를 죽이는 이야기다.
스스로의 광기에 사로잡힌 한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마지막 이야기 「죽음의 크리에이터」는 요즘
인기인 유튜버를 표방한 경우인데 그 콘텐츠가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내용도 기묘하다 못해 충격적이라 무섭게 느껴졌던것 같다.
총 10편의 이야기는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전체적으로는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마치 도시 괴담 같기도 한 면도 있어서 흥미로웠던 이야기다. 죽음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로 죽음에 이르게 된 명확한 이유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마치 귀신에 홀린것 같은 이야기도 있고 더운 여름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줘라고 했을 때 나옴직한 이야기도 있었던것
같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역시나 어쩌면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