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읽는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야밤에 읽는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김원경 지음 / 씨네21북스 / 2019년 12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인지만 신들 사이의 관계도가 참 복잡하다는 것과 제우스란 도대체 어떤 신인가 싶어 연구 대상일것 같다는 생각이다. 인간의 윤리나 도리 같은 인간 세상의 잣대로 해석하자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은 온갖 만행도 서슴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때로는 이름도 비슷하고 신들이다보니 자신들이 관장하는 부분도 다 제각각이라 예를 들면 포세이돈처럼 현재에도 여러 형태로 영화나 애니메이션 또는 소설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경우에는 헷갈리지 않으나 이렇게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난 봄직한 존재는 볼 때마다 새로워서 신기할 정도로 많은 신이 존재하구나 싶다.

어쩌면 이런 복잡다난한 관계라든가 그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어느 인간사 못지 않게 때로는 인간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그 어떤 희극보다 극적이여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게 아닐까 싶다.

그런 가운데 만나게 된 『야밤에 읽는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는 확실히 기존의 그리스 로마 신활르 다룬 책들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선보인다.

‘만화’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꺼운 페이지는 만화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페이지수를 많이 차지한다. 그리고 신들의 이야기의 시초가 되는 에로스라는 원동력, 가이아라는 대지의 여신, 어둠의 에레보스, 밤의 뉙스로부터 시작한다.

가이아가 홀로 세상의 것들을 만들어 낸 후 천공의 신 우라노스를 만들고 그와의 사이에서 2세도 만든다. 신들의 바로 이 둘 사이에 만들어진 자손들이 태어나고 태어나기를 거듭하면서 생기는데 참 복잡하다.

족보상으로 따지만 멀지도 않은 가족끼리 결혼을 하는 것도 놀랍지만 자식도 상당히 많이 낳고 또 그중에는 반신반인도 있거니와 같은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이 아니라 동물도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중에는 자식이 없어서 걱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려 수십 명, 많게는 3천명의 딸을 낳은 이도 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그러니 그 많은 딸 중에 한 명과 결혼한다고 한들 놀랍지 않을지도...

책은 이렇게 신들의 탄생을 거쳐 그중에서 유명한 신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읽으면 몇몇은 확실히 구별이 되는데 그와 얽히고 설킨 존재들이 많다보니 살짝 머리가 아파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마지막에 나오는 그리스로마 신화 계보도를 참고하길 바란다. 읽으면서 이들의 관계를 도표로 그려놓으면 좋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할텐데 그 생각의 실현이 바로 이 계보도이기 대문이다.

쉽진 않겠지만 이름에 그들의 이미지를 함께 그려두었다면 좀더 좋았을것도 같고 이들이 등장하는 페이지를 앞서 책의 본문처럼 표기를 해놓다면 관련 이야기를 바로 찾아볼 수 있으니 더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본다.

아울러 제목이나 표지를 보면 만화이니깐 아이들도 봐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막상 내용을 보면 어른들을 위한 도서로 보길 권한다. 때론 너무 솔직한 그림과 언어적 표현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행에세이] 설레이는 여행과 나의 로타리

설레이는 여행과 나의 로타리
김동기 지음 / 아우룸 / 2019년 11월

여행에세이인 『설레이는 여행과 나의 로타리』를 봤을 때 제목에 적힌 ‘로타리’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였다. 그리고 사실 이 단어는 로타리 클럽에서 따온 이야기였다. 이 책은 저자의 두 번째 도서로 첫 작품의 아쉬움을 넘어 부족하고 아쉽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보완하면서 좀더 완성도 높게 집필하고자 하는 저자의 열정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고 봐야 할것 같은데 저자가 로타리 클럽의 회원들과 함께 독일 함부르크 대회에 참석을 하기 위해 출국을 하는 시점부터 어렵사리 대회장에 도착해서 대회를 경험하는 이야기와 이 대회 참석 이후 독일 내의 유명 관광도시를 비롯해 유럽의 다른 나라인  체코,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는 이야기가 자세히 소개되는게 하나, 저자의 시가 담겨져 있는 내용이 하나, 마지막으로 대만 지구대회 참석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이다.

자신의 로타리 운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이시고 열정도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지구대회라든가 대회 참가 등을 상세히 기록하려는 어떤 사명감과도 같은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사실 로타리클럽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지는 몰랐는데 이런 협회에 있는 분의 지구대회 참석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던것은 신선하기도 했고 흥미롭기도 했던것 같다.

가급적이면 시간 순서와 장소 이동에 따른 일정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려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활동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고 이 책은 그 일환으로써 기록지와도 같지 않았나 싶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팔로우 미 백

팔로우 미 백
A.V. 가이거 지음, 김주희 옮김 / 파피펍 / 2020년 1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포털 사이트 블로그를 기본으로 왠만하면 2개 이상의 SNS를 사용할 것이다. 개인 정보 보안이라는 부분에서 걱정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전세계인들과 연결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도 잘만 활용하면 수익창출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사업자는 물론 개인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게 대부분의 실정이다.

그런데 점차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먼저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온란인 상에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런 SNS를 소재로 한 이야기는 지금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아마도 당분간의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데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사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로 인해 벌어지는 로맨틱한 이야기는 물론 미스터리 스릴러도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팔로우 미 백』은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테사 역시도 하루 종일 자신의 방에서 유일한 낙처럼 에릭 쏜이라는 아이돌 스타에 대한 팬덤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외출을 할 순 없으니 온라인 상으로.

유명 스타라면 팬과 소통하기 위해, 또는 자신을 홍보할 목적으로 대부분 SNS 계정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이 직접 올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소속사에서 관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중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팬페이지도 있는데 에릭은 마케팅의 일종으로 이런 SNS를 활용하지만 소위 요즘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한 사생팬의 지나친 관심이 실로 무섭게 다가오는것 또한 현실이다.

SNS가 독이 되어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의 지나친 비방과 욕설이 연예인을 떠나 한 인간의 인격을 말살하고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난 일이며 이는 외국의 뉴스에서도 소개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책에서는 에릭이라는 아이돌 스타를 등장시켜 팬의 사랑과 관심이 지나쳐 오히려 그들로인해 사고를 당하는(심하게는 목숨을 잃기까지 하는...) 일을 제시해 SNS의 폐해를 보여주는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테사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SNS 상에서 인간적으로 서로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진솔한 모습을 보이는 점은 흥미롭다. 익명성에서 오는 것일테지만 말이다.  

이상과 같은 점들로 미루어 볼 때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팔로우 미 백』의 작품성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덥수룩 고양이

덥수룩 고양이 - 갸르릉 친구들 ㅣ 이야기 파이 시리즈
이인호 지음, 노예지 그림 / 샘터사 / 2019년 12월

『덥수룩 고양이』는 여러 종의 고양이들을 의인화시켜서 이야기를 펼쳐내는 책이다. 표지에도 나오지만 네 마리의 고양이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모두 한 집에 산다. 각각의 이름은 코니, 니니, 무니포니이다.(표지의 왼쪽 고양이부터)

그런데 한눈에 봐도 같은 종이 아님을 알 수 있고 그중에서도 단연코 두 번째 고양이인 니니의 몸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특히나 털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치챘겠지만 바로 이 니니가 덥수룩 고양이이며 나름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다.

니니는 원래에도 털이 많은 종인것 같긴한데 추운 겨울이 되자 미용도 잘 하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많은 털이 더 많아진다. 결국 조금만 움직여도 털이 날리게 되는데 그로 인해 코니는 책을 읽다가 기침을 하고 먹을 걸 사 온 무니와 포니가 상을 차려서 케이크와 차를 마시려는 순간 온갖 곳에 털이 빠져 여러모로 고생한다.

이에 다른 고양이들이 모두 니니에게 털 관리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고 결국 니니는 내일 미용실에 가서 털ㅇ르 자르고 있겠다고 말한다.

호기롭게 말한 것과 달리 추운 겨울 날씨에 미용실을 온 보람도 없이 미용실은 겨울이다보니 손님이 많지 않아 당분간 문을 닫게 되고 결국 니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할머니의 추운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결국 그냥 온 니니를 나머지 친구들이 직접 털을 깎아주기로 하고 셋이 힘을 합쳐 니니의 많은 털을 예쁘게 깎아준다. 그랬더니 실로 엄청난 양의 털이 만들어진다.

바로 이때 니니는 낮에 길에서 만난 할머니를 떠올리고 이 털로 뜨개질을 해서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하기로 하는데...

함께 힘을 합쳐서 목도리, 장갑 등을 열심히 짠 네 고양이. 나머지 친구들이 피곤함에 잠이 든 다음 날 아침 일찍 니니는 직접 짠 것들을 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거리로 나와 집 앞에 놔둔다. 필요한 누구라도 가져가라는 메시지와 함께.

결국 그날 우려와는 달리 누군가가 고맙다는 인삿말과 함께 고양이들이 짠 것들을 가지고 갔음을 알게 된다.

지나치게 많아 친구들을 힘들게 했던 니니의 털이 잘 활용하니 누군가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보온용품이 된 것이다. 네 고양이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함께 다른 이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림 속 고양이들이 너무 귀엽다.

분신

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작가로 주로 미스터리스릴러를 선보이는데 잔혹함 보다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거나 아니면 권선징악으로 끝맺음을 하는 이야기를 선보여서 좀 다른것 같다.

그래서 내용을 보면 상당히 자료 조사를 했을것 같은 전문적인 분야를 소재로 한 이야기도 제법 눈에 띄는데 이번에 만나 본 『분신(分身)』 역시도 그렇다.

이야기는 홋카이도에서 자랐던 우지이에 마리코, 그리고 도쿄에서 자랐던 고바야시 후타바라는 두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진행되는데 둘 다 초반에 어머니를 비극적으로 잃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대학교수인 아버지와 가정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남들이 볼 때는 부러워할만한 외동딸로 자란 마리코지만 그녀에겐 남들에겐 말할 수 없는 마음 속 불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가 어느 때부터인가 딸인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는 점차 강해지고 있었던것.

중학생이 되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주말에 집으로 왔던 마리코 어느 날 마리코는 어머니가 준 차를 마시고 불현듯 잠속으로 빠져들고 바로 그날 밤 일어난 화재로 집은 완전히 소실되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자신과는 달리 집밖으로 대피하지 못해 죽고 만다.

전기제품에서 발생한 화재라고 사건은 일단락되지만 마리코는 본능적으로 어머니가 가족 모두를 죽이고 스스로 죽으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상하게 아버지는 이 일을 더이상 꺼내지 못하게 하는데...

그렇다면 도쿄의 후바타는 어떨까.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없이 간호사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생활을 했던 그녀는 대학 진학 후 아마추어 경연에 참여하고 어머니와의 약속을 어기고 TV에 출연하게 된다.

어머니는 왜 그토록 자신에게 모든 것은 다해도 TV 출연은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는 출연 전에는 그토록 화를 냈지만 그녀가 몰래 출연한 뒤에는 이상하리만치 반응이 조용하다.

게다가 방송국 사람임을 사칭하고 그녀에 대해 조사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낯선 남자가 집을 찾아 온 이후 어머니가 교통사고 뺑소니로 사고를 당해 죽고 마는데...

이야기는 이렇게 각기 다른 도시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두 여대생이, 점점 각자의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분명 외모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과 마리코의 아버지가 대학시절 연구를 함께 했던 구노 교수와 무엇인가 세상의 보통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벗어나는 일을 행했음을 짐작케하는데...

게다가 두 사람의 식성(표지에 나오는 레몬을 반 잘라서 그냥 먹음.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일정도로 시큼해 보이는데 말이다)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분명 둘은 어떤 연구에서 탄생해 따로 키워진 존재임을 독자들은 느끼게 될 것이다.

분명 둘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체 컸음에도 위의 독특한 식성이나 생각하는 바 등이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핏줄이 땡긴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결국 나와 다른 존재라고 할 수 있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마치 쌍둥이와는 또다른 존재라고 해야 할지...

이런 복제 등과 같은 유전학과 생물학에서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윤리의 문제도 한편으로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책으로 미래의 어느 시점 속 복제 인간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곁에서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미 이런 일들이 어딘가에서는 일어나고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답다 싶었던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