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바로 어제도 읽었다. 최근 작품인 『나오미와 가나코』였는데 이 책이
스릴러 장르였다면 『마돈나』는 한 대기업을 배경으로 최고위직이나 말단 사원의 이야기가 아닌 과장이나 부장 정도의 중간관리자를 주인공으로 한
유쾌한 반전을 선보이는 책이다.
회사 내에서 어느 정도의 파워를 지닌 사람이거나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 아닌 그 사이에 끼여
있으니 위로는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고 아래로는 부하직원을 관리하고 그들의 편의를 봐줘야하니 결코 어떻게 보면 난감한 상황에 놓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 출간된 책으로 최근 북스토리에서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라는 시리즈로 새로운
옷을 입고 선보이는 책인데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읽어 봐도 그때 당시의 유쾌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스릴러 소설이 아닌 경우에는 유쾌, 상쾌, 통쾌함을 선사해서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좋아하는 작가(물론 스릴러 작품도 좋다)인데 이 책에서는 마돈나 · 댄스 · 총무는 마누라 · 보스 · 파티오,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먼저 표제작인 <마돈나>는 영업 3과에 새로 온 여직원인 구라타 도모미를 좋아하는
과장 오기노 하루히코가 그 주인공이다. 결혼 15년차인 그에게는 새로 온 여직원이 자신의 이상형일 경우 몽상으로 그녀와의 달콤한 관계를 꿈꾸는
작은 일탈을 경험하는데 막상 실제로는 표현하지 못한다.
도모미는 그런 하루히코의 완벽한 이상형이였고 그는 점점 그녀를 몰래 좋아하게 되고 나중에는
부하직원인 야마구치와 자기들끼리 주먹다짐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정작 그녀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는데...
<댄스>는 고등학생인 아들이 갑자기 춤을 배우겠다며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말해
고민에 빠진 다나카 요시오는 회사 내에서 집단의 결정과는 달리 유유자적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는 동기인 아사노의 과를 없애려하는 이지마 부장의
말에 그를 사내 체육대회에 참가시키고 응원까지 시키겠다는 다짐으로 그 일을 일단 보류시킨다.
하지만 이지마는 요시노의 말에도 거절하고 요시노는 아들이 대학에 가서 번듯한 직장인이 되기를
바라지만 마치 요시노가 지금 보이는 모습을 아들에게서 보는것 같아 더 화가 치민다. 그러다 아들의 꿈을 지지하는 아내와도 싸우게 되고 결국엔
사내 체육대회날이 되고 전혀 뜻밖에도 요시노가 나타는데...
<총무는 마누라>는 이것이 일본 사회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데 영업과에서
발령을 받아 온 히로시는 더 높은 자리로 가기 위해 모두가 의례적으로 거치는 과정이듯 총무부로 와서 2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전쟁같았던
영업과와는 너무나 다른 총무부의 분위기에 적응하기도 전에 여기가 구매부의 운영을 위탁하는 마쓰다라는 사람에게서 구매부가 상품권을 받는 혜택을
아주 오래전부터 관례처럼 해온 것을 알게 된다.
히로시는 이러한 처사가 부당하게 느껴져 이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마쓰다가 주는 신임 축하금을
부하직원에게 돌려주며 총무부를 바꾸려고 하지만 주변은 오히려 자신에게 냉담하고 점점 높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와서 그냥 놔두기를 부탁한다.
마누라와 총무는 바꾸는게 아니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점차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분명 옳지는 않지만 총무부가 받아온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데...
<보스>는 자신이 당연히 부장이 되리라 생각했던 다지마 시게노리 과장은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하마나 요코라는 여성 상사가 부임하자 기분이 좋지 않은데 요코는 오자마자 부서의 개혁을 단행한다. 남자들은 불만이 생기고 여자들은
그녀를 롤모델처럼 생각하며 따르는 가운데 시게노리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요코가 부담스러움을 넘어 점점 화가난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퇴근을 하는 전철에서 평소와는 다른 요코를 보게 되고 이상하게
여겨 따라가보니 도쿄돔에서 열리는 야구장에서 한 선수를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시게노리는 빈틈없어 보이던 요코가 조금은 자신들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그녀에게 대한 적대감을 지우게 된다.
<파티오>는 회사의 기대와는 달리 그다지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상가의 임대를 위해
파견된 스즈키 노부히사 과장이 어느 날부터 보이는 파티오에서 휴식을 깔끔한 차림으로 책을 읽는 노인을 알게 되고 자신의 아버지를 대입해보는
동시에 자신도 나이가 들면 저런 모습으로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구의 고령화로 점차 큰 사회문제도 대두되는 노인문제를 다루고 있기도 한데, 나이가 들어 홀로
살아가는 독거노인 문제가 국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종일관 생동감 넘치던 앞선 이야기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