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김광석의 이 노래는 슬프다. 너무나 당연해서 슬프다 라고 쓰는 게 민망할 뿐이다. 내 기억력도 그렇다. 잊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만 잊어지는(?) 기억들. 저무는 해가 그러할까. 하루가 지나 다시 떠오르는 하늘이 그러할까. 그 아래에서 나는 지쳐가고 있다. 기억의 쇠퇴. 붙잡아 일으켜도 소용없고 달려가 목덜미를 잡아도 소용없는. 메모라도 하면 좀 나아질까. 하지만 하지 못한다. 오늘 하루도 그랬다. 어렵사리 메모를 하기라도 하면 그 순간 글자들이 힘을 잃고 만다. 아니 다시 말하면 아주 못생긴 글씨가 되고 만다. 난 그 모양을 하고 있는 내 글씨들이 밉다. 얄밉게 팔짱 끼고 글쎄요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되묻는 얼굴들. 무관심을 숨긴 채 관심있는 척 하기란 또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아느냐고 빤히 쳐다보는 얼굴들. 난 내 글씨들이 싫다. 아니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