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7월이 대충 9일이면 끝난다. 8월이면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중순에서 하순사이에 모두 개학을 하기 때문에 어떤 상징적인 의미로의 여름도 얼마 안 남았다고 볼 수 있다. 더운 해에는 9월까지도 상당히 덥지만 이곳의 금년기온은 대체로 낮은 편이라서 8월만 잘 견디면 가을로 넘어갈 것이다. Global Warming에 의해 빙하가 녹고, 그 차가운 물이 난류에 영향을 끼쳐서 연안지방이 추워질 것이라고 Inconvenient Truth에서 이야기한 것이 벌써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기후변화가 벌써 현실이 된 것이다. 그간 갈아넣은 돈과 지구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빈국들의 희생으로 적어도 서방세계에서는 식량부족 등 삶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겪지는 않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아마 이념이나 종교가 아닌 오로지 생존을 위한 세계전쟁과 그 속의 수많은 국지전, 그보다더 더 많을 크고 작은 싸움들까지 그야말로 세계종말이 눈깜짝할 사이에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Doomsday Prep은 정신나간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말 그대로 Doomsday Prep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건 아닌지.  


책읽기가 좀 부진했고 일도 그렇고 뭔가 좀 풀어진 느낌으로 7월을 보낸 것 같다. 늘 일요일의 각오는 새롭지만.  그래도 책장을 다시 배치하는 등 최대한 사무실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정리를 다시 시작했으니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새로운 가구를 주문하는 등 뭔가 좀더 정돈된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읽고 모은 추리소설시리즈에서 가장 긴 건 애거서 크리스트의 작품전집이다. 그런데 모두 다 나온다면, 그리고 내가 모두 구해서 본다면 가장 긴 시리즈는 87분서시리즈가 된다. 뉴욕을 꼭 닮은 1950년대의 아이솔라시티 (예전엔 아이솔라노라고도 본 것 같다)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해결하는 경찰드라마인데 추리소설의 요소도 종종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본 느낌은 역시 형사소설이 더 맞겠다는 생각이다.  여자만 전문적으로 터는 연쇄강도사건이 발생하고, 그 위로 다른 폭력성향의 인물이 등장하고, 이들 중 하나와는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늘 그렇지만 이런 걸 해결하는건 현실에서는 경찰과 형사들의 탐문수사인데, 유력한 용의자의 알리바이에 잠깐 당황하다가 갑작스런 하지만 당위성이 충분한 결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처럼 담담하게 형사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한 시대를 들여다보는 재미는 단연코 87분서시리즈가 최고라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제임스 엘로이보다는 더 가볍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작가 에드 맥베인의 작품이 계속 번역되어 나오길. 이 시리즈는 미국에서도 모두 구하려면 상당한 노력과 아마존으로의 굴종이 예상되기 때문에.


특정의도는 없으나 특정학과라는 공정을 통해 글쟁이(?)가 양산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조정래작가도 그렇고 과거 우리가 아는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경험을 얻고 오랜 습작을 거쳐 자기만의 문체로 오랜 세월에서 만들어지는 소재를 글로 만드는 걸 보면 더욱 그런 편견아닌 편견이 심해진다. 아사다 지로 또한 이런 면에서는 좋은 예가가 된다. 개인으로서도 그렇고 시대배경도 그렇고 작가가 된 시점도 그렇고, 좀더 독특하고 깊은 이야기가 쏟아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기교나 물건을 만드는 솜씨는 가르치고 배워질 수 있지만 아사다 지로나 조정래 같은 작가들을 보면 작가라는 건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생각을 이어가게 된다.  표제작을 비롯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얻은 책.




늘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MCU로 이미 온 지구로 퍼진 세계관의 배경을 볼 수 있는 그래픽노블. DC도 상당한 것들이 많지만 MCU가 영화로 더 성공했기 때문에 훨씬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캡틴아메리카가 버키를 다시 찾는 이야기는 영화의 소재로도 쓰였는데 앤트맨의 에피소드는 영화와는 조금 다른 면도 있어서 아주 새롭게 볼 수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어 알라딘중고매장을 간다면 이런 녀석들을 잔뜩 구해올 생각이다.  다른 면에서는 좀 얕을 수 있지만 아메리칸 팝컬쳐난 서브컬쳐는 충분히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분야라고 보는데 평생의 아마추어 역사학도로서 특히 시대상을 보여주는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생각된다.  


리비우스 로마사 첫 권의 진도가 좀 더디다. 아무래도 그간 소설에 많이 치중된 독서라서 그런지 논픽션을 읽는 속도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계속 모아들이고 있는 이와나미시리즈도 그렇고 책장을 정리하면서 나오는 이런 저런 논픽션을 좀더 읽어나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한주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하루를 보내며 충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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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하는 이야기. 2009년부터 무엇인가 느낀 바 있어서 한번에 5분을 걷는 것으로 아주 천천히 뇌를 다스려가면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일주일에 5일 이상은 뭔가를 한다. 일단 이틀이나 사흘의 프로그램으로 근육운동을 하고 여기에 달리기 (실외/실내)나 자전거 (실내)를 섞어 적절한 지구력운동을 넣어 주는데 욕심이 있다면 요가와 필라테스 그리고 무술을 넣는 것이다만, 이건 시간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까지 제대로 실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 나이에 이 정도는 나쁘지 않고 술, 아니 술과 함께 흡입하는 폭식형 안주만 아니라면 진작에 몸은 훨씬 더 나아졌을 것이다.  이 또한 더 노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특히 나이를 먹으면서 매년 신진대사량이 떨어지는 걸 느끼고 있기에 많은 노력과 의지가 요구된다.  


운동이 궤도에 제법 안착한 다음부터 몸이 멀쩡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늘 어딘가 아픈데 만성이 되어버린 과거 검도시절의 문제도 있고 근육을 늘 단련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팔이나 다리, 관절, 어깨 등 특정한 부위가 늘 아픈 것이다. 자세가 미세하게 틀어지고 다시 잡고, 그러다가 조금 더 무겁게 푸쉬를 하는 과정에서 다시 틀어지는 등은 반복하면서 주기적으로 이런 것들이 쌓여 어딘가 아픈 것이다.  PT를 매번 받고 관리를 받으면서 운동을 하면 좀 나아지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에 150-200불씩 써가면서 운동을 하는 건 좀 별로가 아닌가. 다만 자세교정과 올바른 운동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잠깐식 PT를 받는 건 나쁘지 않겠다. 그러나 이것도 문제인게 운동은 주로 아침이나 밤에 할 수 있는 것이 직장인의 스케줄이라서 제대로 일정을 잡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주부터 오른쪽 팔근육이 전체적으로 굳었고 팔꿈치가 아래 위로 다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강도를 많이 줄이면서 회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잠깐 괜찮다가도 조금 쓰면 또 아프고, 생활의 불편함도 이어지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기분이 나쁘다. 몸이 굳고 붓는 느낌. 달리기라도 더 열심히 하고 어쩌면 한주를 쉴 생각을 해보고는 있는데 일단 주말까지 몸상태를 봐야 한다.


일과 책읽기 모두 덕분에 조금 게을러진 면이 있어 주말부터 다시 한껏 맘을 다잡고 일으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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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쉽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책을 주로 읽은 것 같다. 아무리 따져봐도 대략 작년 이맘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다른 즐거움은 미뤘으니 이제부터는 소설 외에도 차고 넘치는 많은 녀석들과 만날 때가 된 것 같다. 


명작도 많고 좋은 작가도 많은 것이 로마의 역사인데 근대나 현대의 사람이 아닌, 살아숨쉬던 로마의 한복판에서 제국의 쇠퇴를 예감하던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시작했다. 영역을 국문으로 번역한 일종의 중역본이지만 라틴어에서 영어로, 영어에서 한국어로 오는 과정이 괜찮았던 듯, 읽기에 무리가 없고, 근현대의 작가들이 취사선택한 것과는 또다른 관점과 세계관 및 사고에 바탕했기 때문인지 보다 더 로마사를 친숙하게 서술하는 느낌이다.  대략 1/4 아니면 1/5 정도를 읽은 상태.  브루투스가 폭군을 몰아내고 갖 공화정이 시작되는 아주 초기, 도시국가로서 로마의 모습이 흥미롭다.  이 시대부터도 이미 잦은 전쟁으로 몰락하는 자영농민이 나오고 있으니 전쟁으로 나라의 세력을 유지하는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건강한 중산층의 몰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서 읽고 있다.  한국어로 두 번째까지 나왔고 대략 여섯 권 정도로 끝날 것 같다.  기번이나 몸젠의 빽빽하고 빡빡한 지겨움이 없고 시오노의 강한 자기주관에 근거한 무조건적인 예찬이나 소설적 가미가 없는 것이 좋다.


아주 조금씩 읽고 있는 책. 팟캐스트 '얄라 팔레스타인'과 함께 이쪽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되는 책.  목소리 큰 소수와 침묵하는 중도의 대다수에 가려져 있으나 기실 유대계에서도 현재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박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양심세력도 결코 작지는 않다고 본다.  보관함에 넣은 책들을 잘 모아들이고 읽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서가의 한쪽엔 이쪽에 관련된 책들이 가득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내 지식도 분석도 사고도 더 넓고 깊어지고, 더욱 용기를 갖고 살게 될 수 있을런지.






좀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Joe Gould's Secret을 끝낸 건 이런 의미에서 꽤 괜찮은 시작이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엉뚱한 하나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고 덕분에 1917년 정도에서부터 2차대전이 끝난 이후까지의 뉴욕의 한복판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뇌활동이 아주 활발했을 것이다. 계속 머리는 책에서 나오는 묘사를 그려내고 그걸 내 심안(?)으로 보내서 눈앞에 펼쳐냈으니까.


운동을 꾸준히 해온 결과 다른 건 다 좋은데 늘 어딘가 몸의 한 부분이 아픈 것 같다. 부위별로 시기에 따라 운동량이나 주안점에 따라 옮겨다니는데 요즘은 오른쪽 날갯죽기부터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전체적으로 근육이 굳거나 꼬이는 느낌이다. 해서 이번 주에는 강도를 다소 낮춰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게 또 안 하면 아주 근질거리고 몸도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에 애초에 한 주는 달리기만 하려던 계획을 바꿔서 어제부터 조금 낮은 강도와 난이도로 근육운동을 하기로 했다.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역시 여전히 아픈 곳은 아프다.  


주말엔 일을 좀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막상 금요일인 오늘은 일을 하기 싫어진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도 여전히 procrastinate하는 버릇은 쉬이 고쳐지지 않은다. 이런 것도 직원이 좀 생기면 위치에 따른 어떤 면에서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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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사건이 발생하고 그 다음 월요일에 바로 차를 맡겼으니 이번 월요일이 차를 맡긴지 2주째였고, 목요일인 오늘에서야 차를 찾게 됐으니 도둑놈들이 잘해야 10불 정도를 벌었을 도둑질로 보험자가부담 $250, 그리고 그간의 불편과 gym bag을 새로 사는 등의 피해를 겪은 것이다. 노이로제라도 왔는지 지금도 늘 걱정을 하는데 이런 일은 사실 백번 멀쩡하다가도 한번 일어나면 그 한번으로 온갖 말썽을 겪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측면이 있다. 아무리 좋고 안전한 곳이라도 늘 사건이 발생할 소지는 있으니 주의하고 또 주의하고 그래도 안되면 좋은 보험에 들어놓고 볼 일이다.  하필이면 차를 찾는 시간이 오전 11시라서 오늘의 반나절은 정상업무가 어렵게 됐고, 오후에 사무실에 들어가면 천상 이런 저런 행정일을 처리하고 머리를 쓰는 일은 천상 내일로 미루게 될 것이다.  공장에서도 원래 어제 저녁까지는 가능하거나 오늘 아침 일찍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내가 연락을 할 때까지는 별도의 통보가 없었는데, 좀 그런 표현이지만 이런 일을 하는 곳의 업무처리수준이 대략 그 정도인 것 같고, 그나마 좀 비싼 차의 dealership직영 service part에서는 조금 나은 편인데 그래봐야 그만그만한 수준이다.  업종이 사람을 규정짓지는 않지만 하는 일에 따라 좀더 느슨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은 일은 그 일에 사람이 맞춰지는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까다롭고 정확한 일은 일에 사람이 맞춰지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순전히 내 주관이지만. 


촘촘하게 짜여진 틀에서 이뤄지는 사건이라서 디테일을 중간에 몇 개 놓치고 나니 사건의 윤곽을 잡지 못했다. 내가 대단한 추리광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간 읽은 책이 꽤 있어서 어느 정도의 추론은 가능한데 말이다. 동서미스테리문고는 내게 있어 일종의 추억의 시리즈라서 거친 중역이나 빽빽한 텍스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모으고 있다. 지금도 이 책에서 나는 냄새는 다른 책과는 아주 다른데 이 종이의 냄새로 국민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읽은 동서의 '브라운신부의 모험'이 떠오른다. 친척어른에게 선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독특한 종이의 향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프루스트의 마들렌향기와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후각의 기억으로 아주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재밌다. 또다른 내 후각의 기억은 어떤 특정한 향수인데 이 냄새를 맡으면 대충 2004년 정도에 아주 친하게 지내던 여자사람친구가 떠오르는 것. 아주 오래 맡지 못하다가 근처의 gym에서 운동을 하면서 딱 한 명의, 나보다 더 운동을 잘하는 듯한 어떤 미국여자사람의 근처에서 이 향수냄새를 다시 맡게 되었는데 그때 문득 떠오른 당시의 기억이 지금도 이 여자분과 운동시간이나 장소가 겹치는 날엔 다시 떠오르곤 한다.  아 근데 '완전살인'은 추리소설이고 이 페이퍼의 지금 부분은 이 추리소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말이다.  이 무슨 오쿠다 히데오스러운 전개란 말인가.




















































이 작가의 3부작을 다 보려면 '무지갯빛 트로츠키'를 구해야 하는데 가운데 한 권이 품절이란다. 이걸 어쩌나. 일본작가의 눈에서 상당히 이상적이고도 왜곡된 역사드라마가 나왔다고 생각하는 희한한 전개가 눈에 거슬리기도 하고, 일면 그나마 극우왜구들보단 낫다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다만 결국 이 판타지는 좀더 온건하고 이상적인 버전의 대동아공영권이나 아시아공조론이 아닌가 싶다. '왕도의 개'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하늘의 혈맥'은 직접적으로 대한제국말기에서 합방까지의 시기가 주무대가 되는데 한국의 고대사를 통해 일본의 고대사를 규명하는 부분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걸 통해 한국=형, 일본=동생의 설정, 그러니까 대등한 입장에서의 관계를 통해 함께 세력을 이루자는 듯한 부분이 좀 거슬린다. 물론 주인공은 결국 평화론자로써 일본의 조선합병은 불의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지만 중간에 보여지는 고대사의 인식, 거기에 친일학자인 이병도를 통해 고스란히 현대한국사학계의 주류로 반영된 츠다 소우키치가 마치 양심적인 학자인양 나오는 건 정말 무리가 아닌가.  그나마 주인공을 비롯한, 당시의 일본인치고는 괜찮은 케릭터들은 일본고대사의 허구를 그대로 인정하고 한국의 역사가 왜곡되는 걸 반대하는 것으로써 작가의 역사인식이 드러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련 건담의 작가인데 작가가 또라이라면 건담을 포기해야 하는데 작가가 제정신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The New Yorker의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우연히 만난 한 보헤미안의 이야기. Gould라는 성은 Lawrence나 Clarke처럼 메이플라워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가는 미국의 원조성씨들 중 하나라고 하는데 이 Joe Gould란 사람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하버드에서 수학을 했으나 개인적인 이유로 보통의 삶을 거부하고 뉴욕에서 한 세상을 보내다가 병원에서 죽은 사람이다. 본인의 주장으로는 big history나 macro개념의 역사가 아닌 일상의 개개인들의 이야기를 모은 Oral History를 집대성하는 것이 일생의 목표였다고 하지만 그가 죽은 후에도 이 원고는 찾아이지 못했고 저저의 의견으로는 애초에 이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저 Gould의 가면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아주 오래전의 영화 'With Honors'의 모티브가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비슷한 부분이 있는 이 기인의 삶을 짧은 글로 조명한 책. 순전히 표지가 맘에 들어 산 책이고 실제로 읽은 건 아마도 구입으로부터 10년은 지난 엊그제였을 것이다. 이제는 사라진 Santa Cruz 다운타운의 Logos에서 샀고 오랫동안 책장에 들어있다가 영어책을 읽겠다는 생각에 시작된 독서였다. 특별한 감동이나 이런 건 없고, 오히려 예전에 Borders 서점이 다운타운의 가장 좋은 위치에 있던 시절 단골로 드나들면서 본 거지들이나 홈리스들이 생각날 뿐이었다. 당시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두엇 있는데 하나는 ADHD, 그리고 이외 함께 수반되는 다양한 정신적인 문제의 이상한 녀석이고 또하나는 멀리 캐나다에서부터 넘어온 자칭 John of Wood란 사람, 그리고 개중에 가장 점잖던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 아저씨가 떠오른다.  책에서 그려진 Joe Gould의 여러 모습들을 보면서 이들을 비롯한 길거리사람들, 보통 Borders에서 커피한잔에 하루를 죽치며 공짜로 읽을 수 있는 잡지나 신문을 끼고 앉아있던, know-it-all의 그들의 말이 떠오르는데, 그 나름대로 즐겁게 지내던 기억이다.  당시 정겹기 그지 없던 Borders 2층의 카페에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면서, 심지어는 무료 와이파이도 없었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의 시간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른거렸다.  한국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책도 아닌 것 같고 영화로 2000년에 나왔는데 별로 알려진 바가 없으니, 이 글을 읽는 이가 이 책을 접하는 건 이번의 페이퍼가 거의 유일한 경로가 될 것 같다.


차를 찾았고, 다행이 매끈하게 고쳐졌다. 하지만 밀린 오늘의 일은 고스란히 내일의 업무와 함께 쌓였으니...괴롭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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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늘어지는 이곳의 여름, 대부분의 지역에서 거의 3개월 혹은 그 이상의 방학을 지내는 이곳의 여름의 꽃 July 4th 연휴기간을 보내고 있다. 자영업자가 된지도 어언 8년차에 접어든 지금, 이런 휴일은 큰 의미가 없다. 그저 전화가 오지 않고 메일에 답을 보내지 않아도 괜찮은 정도로 어느 정도의 협의가 된 시간이라는 것을 빼고는. 잠깐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업무날짜의 메일에서 언급된 몇 가지 일처리를 위해 사무실에 들어와 시간을 보내면서 둘러보니 여전히 정리는 요원한 형편이다. 큰 장식장을 몇 개 다시 배치해야 남은 정리가 이어질 수 있는데 이 장식자들은 내가 옮길 수 있는 무게나 크기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 미루고, 창고를 임대하는 것도 여전히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몇 가지 일을 대신해주면 좋겠다만.


책을 읽다가 언급된 것을 기억해서 구한 Charlie Jung을 듣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클래식이나 재즈처럼 가사가 없는 음악이 편할 때가 많다. 대중가요의 가사에 맘을 빼앗겼던 것이 언제인지 기억할 수 없을만큼 오래전의 일이기도 하고 실제로 들었을 때 특별히 감흥을 느끼는 경우도 드물다. 가사나 음악과 목소리로 가끔씩 설레임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대략 그러면서 나훈아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어버렸으니 대충 통계상의 반생을 산 지금에 어울리는 것 같다.


'로켓 무용단원'이 되고 싶어하던 인공지능소녀의 이야기, 성극을 연습하던 교회에 시공간의 왜곡으로 길을 잃고 찾아든 마리아와 요셉을 그들의 시간으로 돌려보낸 단편, 그리고 매우 typical한 나쁜 백인독신남처럼 여자는 꼬셔서 잠자리에 끌어들이는 대상이고 다른 건 다 귀찮은 주인공이 장난감세계에 갖혀버리는, 마치 '환상특급'을 연상시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앞서 읽은 같은 작가의 소설집에서 겹치는 작품이 있는데 그만큼 다른 의미로 테드 창의 이야기처럼 특이한 외계인의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책 읽는 뇌'의 속편 같은 '다시, 책으로'를 주문한 상태인데, 팟캐스트에서 많이 다뤄진 덕분에 늘 읽기 좋은 책을 넘어 다시 좀더 다양한, 그리고 종종은 더 어렵거나 까다로운 책도 꾸준히 읽을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간 영어책을 너무 멀리한 것 같아서 제목에 끌려 일전에 구입한 Bobby Hall의 'Supermarket'을 시작했는데 간만에 머리에 들어오는 영문의 느낌과 이에 따라 펼쳐지는 머릿속의 세계가 나쁘지 않다. 


주변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자꾸 읽게 되는 '선술집 바가지' 그 네 번째. 여전히 주인공은 츤데레 아저씨와 썸을 타고 있고 이런 저런 요리를 니혼슈와 마리아주하는 것으로 입맛을 다시게 만들고. 그간 변화가 없던 동네에 대형빌딩이 새로 들어서면서 근처의 시장구조를 강제로 재편당할 수도 있는 일이 생기려고 한다. 단골로 드나들던 슈퍼가 문을 닫으려 하고, 약국도, 심지어는 이 선술집도 어쩌면 새롭게 만들어진 상권에 휩쓸려 사라질 수도 있는 형편. 평생 제대로 된 이자카야는 가본 적이 없고 한국에 펴진 대부분은 프렌치아즈로써 흉내만 낸 시끄럽고 넓은 담배연기가 가득한 공간이라서 이런 작은 술집에 가서 정겹게 술을 마셔보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다만, 후쿠시마문제를 넘어 너무 치사한 아베놈과 거기에 동조하거나 관심도 없는 대다수의 일인들을 생각하면서 일단 계속 일본여행은 보류하기로 했다.  문화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이런 저런 의미로 역사로도 가장 가까워야 하는 두 나라의 실상이 그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만, 가해자로서의 체면만 중시하는 그들의 사관을 고치려면 아마도 그 나라가 두 번은 더 망해버려야 할 것 같다.


















어쩌다 보니 갖게 된 다양한 종류의 '인간 실격'. 여러 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좀 먼 허무주의의 세계인데, 이번에 나온 이토 준지의 세계를 통해 묘사된 만화를 읽으니 그 실체가 어렴풋하게나마 보이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실체를 숨기고 살아온 '나'는 가는 곳마다 속에 품은 달관한 듯한, 혹은 어둠을 퍼뜨리면서 주변세상을 파괴하고, 휩쓸린 인간들 중 '나'에게 마음을 준 사람들은 하나씩 안 좋게 끝을 보고, '나'의 어둠을 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또 다른 의미로 망가진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봐도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소설이자 일종의 예행연습과도 같은 이야기인데 글로 제대로 한번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에게 끌려 대략 두 판본으로 컬렉션을 구했으니 책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1948년에 자살했으니까 죽은지 70년이 넘은 이 사람이 지금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상투적이지만 누구나 한 켠에 어둠이 깃들어있기 때문일까? 









구판으로 갖고 있는 이토 준지 호러컬렉션 외에 구한 그의 작품들이다. 작년부터인가 시공사에서 다시 컬렉션을 재구성해서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서리얼한 세계관이나 그림도 그렇지만 이상한 일이 너무도 노멀하게 일어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람들이 너무 기괴해서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는 작가가 아닌가.  서구에 러브크래프트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이토 준지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근처에 끝내주는 아울렛이 있는데 귀찮아서 안 간지 오래됐다. 이번엔 그냥 지나갔으니 오래된 옷을 좀 정리해서 구세군에 갖다 주면 노동절연휴의 세일을 노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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