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7월이 대충 9일이면 끝난다. 8월이면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중순에서 하순사이에 모두 개학을 하기 때문에 어떤 상징적인 의미로의 여름도 얼마 안 남았다고 볼 수 있다. 더운 해에는 9월까지도 상당히 덥지만 이곳의 금년기온은 대체로 낮은 편이라서 8월만 잘 견디면 가을로 넘어갈 것이다. Global Warming에 의해 빙하가 녹고, 그 차가운 물이 난류에 영향을 끼쳐서 연안지방이 추워질 것이라고 Inconvenient Truth에서 이야기한 것이 벌써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기후변화가 벌써 현실이 된 것이다. 그간 갈아넣은 돈과 지구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빈국들의 희생으로 적어도 서방세계에서는 식량부족 등 삶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겪지는 않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아마 이념이나 종교가 아닌 오로지 생존을 위한 세계전쟁과 그 속의 수많은 국지전, 그보다더 더 많을 크고 작은 싸움들까지 그야말로 세계종말이 눈깜짝할 사이에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Doomsday Prep은 정신나간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말 그대로 Doomsday Prep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건 아닌지.
책읽기가 좀 부진했고 일도 그렇고 뭔가 좀 풀어진 느낌으로 7월을 보낸 것 같다. 늘 일요일의 각오는 새롭지만. 그래도 책장을 다시 배치하는 등 최대한 사무실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정리를 다시 시작했으니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새로운 가구를 주문하는 등 뭔가 좀더 정돈된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읽고 모은 추리소설시리즈에서 가장 긴 건 애거서 크리스트의 작품전집이다. 그런데 모두 다 나온다면, 그리고 내가 모두 구해서 본다면 가장 긴 시리즈는 87분서시리즈가 된다. 뉴욕을 꼭 닮은 1950년대의 아이솔라시티 (예전엔 아이솔라노라고도 본 것 같다)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해결하는 경찰드라마인데 추리소설의 요소도 종종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본 느낌은 역시 형사소설이 더 맞겠다는 생각이다. 여자만 전문적으로 터는 연쇄강도사건이 발생하고, 그 위로 다른 폭력성향의 인물이 등장하고, 이들 중 하나와는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늘 그렇지만 이런 걸 해결하는건 현실에서는 경찰과 형사들의 탐문수사인데, 유력한 용의자의 알리바이에 잠깐 당황하다가 갑작스런 하지만 당위성이 충분한 결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처럼 담담하게 형사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한 시대를 들여다보는 재미는 단연코 87분서시리즈가 최고라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제임스 엘로이보다는 더 가볍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작가 에드 맥베인의 작품이 계속 번역되어 나오길. 이 시리즈는 미국에서도 모두 구하려면 상당한 노력과 아마존으로의 굴종이 예상되기 때문에.
특정의도는 없으나 특정학과라는 공정을 통해 글쟁이(?)가 양산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조정래작가도 그렇고 과거 우리가 아는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경험을 얻고 오랜 습작을 거쳐 자기만의 문체로 오랜 세월에서 만들어지는 소재를 글로 만드는 걸 보면 더욱 그런 편견아닌 편견이 심해진다. 아사다 지로 또한 이런 면에서는 좋은 예가가 된다. 개인으로서도 그렇고 시대배경도 그렇고 작가가 된 시점도 그렇고, 좀더 독특하고 깊은 이야기가 쏟아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기교나 물건을 만드는 솜씨는 가르치고 배워질 수 있지만 아사다 지로나 조정래 같은 작가들을 보면 작가라는 건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생각을 이어가게 된다. 표제작을 비롯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얻은 책.
늘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MCU로 이미 온 지구로 퍼진 세계관의 배경을 볼 수 있는 그래픽노블. DC도 상당한 것들이 많지만 MCU가 영화로 더 성공했기 때문에 훨씬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캡틴아메리카가 버키를 다시 찾는 이야기는 영화의 소재로도 쓰였는데 앤트맨의 에피소드는 영화와는 조금 다른 면도 있어서 아주 새롭게 볼 수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어 알라딘중고매장을 간다면 이런 녀석들을 잔뜩 구해올 생각이다. 다른 면에서는 좀 얕을 수 있지만 아메리칸 팝컬쳐난 서브컬쳐는 충분히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분야라고 보는데 평생의 아마추어 역사학도로서 특히 시대상을 보여주는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생각된다.
리비우스 로마사 첫 권의 진도가 좀 더디다. 아무래도 그간 소설에 많이 치중된 독서라서 그런지 논픽션을 읽는 속도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계속 모아들이고 있는 이와나미시리즈도 그렇고 책장을 정리하면서 나오는 이런 저런 논픽션을 좀더 읽어나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한주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하루를 보내며 충전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