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 현재: 그간 역자와 나눈 말씀과 다른 분들의 확인 및 다시 찾아본 부분 등 여러 모로 수정할 부분이 있어 조금 더 글을 남기게 되었다. 다만 있는 건 그대로 두고 댓글처럼 몇 가지 설명하고자 한다. 내 거친 표현이나 여러 모로 문제가 있는 것들에 대한 부연설명은 다른 글에 썼으니 책과 번역에 관한 내 오해와 사실관계만 따로 적는다.
"유감"은 좀 거창한 표현이지만 달리 말할 길이 없다. 많은 팬들이 무척 오래 기다려온 3부의 출간, 거기게 쌓인 기대만큼 훌륭한 이야기였지만 첫 단원부터 최소한 두 건의 번역 혹은 편집의 오류를 발견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중국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서 켄 리우가 번역한 영문판과 대조를 했지만 그런 대조가 없었더라도 번역자나 편집자에게 최소한의 세계사 상식이 있었다면 아니, 문맥을 따져봤다면 바로 잡았을 오류였다. 또 한 부분의 경우 영문판과 국문판의 번역이 각각 직역인지 의역인지에 따라 조금 다르게 평가할 수 있지만 분명히 문제는 있어 보이는 부분이다. 이후로는 소설의 재미에 빠져 읽느라, 그리고 워낙 생소한 개념들이 많았던 관계로 특별히 따져볼 수 없었기 때문에 뭔가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중간 중간 조금 이상한 부분들은 있었던 것 같다. 읽는 재미를 덜어낼 정도로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니 이들은 패쓰. 하지만 지금부터 길게 늘어놓을 이야기는 실수보다도 그걸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의 태만이 아쉬운 것이다.
누가 더 중국어 번역을 잘 했는지 따져보긴 어렵지만 켄 리우의 실력과 위치에 점수는 더 주고자 한다. 중국계 미국인이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고 매우 높게 평가 받는 SF작가이다.
Page 21. bold표기를 주의하자.
콘스탄티노픙른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려 있었지만 아직 절망하기는 일렀다...오스만제국의 진지에서도 전쟁에 대한 회의감과 염증이 확산되고 있었다. 여러 장군들이 비잔틴제국에서 내놓은 최후 조건을 받아들이고 철군하자고 주장했다. 오스만제국의 패퇴가 아직 현실이 되지 못한 것은 오로지 그 믿음??? 때문이었다. -> 벌써 뭔가 어색하다. 그러니까 오스만제국의 사기도 낮은데 버티는 건 믿음 때문이라는데 앞뒤 없이 무슨 믿믕?
콘스탄티누스는(!!!) 라틴어에 능통하고 박학다식하며 예술과 과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다. 자신이 순조롭게 왕위를 물려받을 것임을 알면서도 단지 후환을 없애기 위해 친아우를 욕조에 빠뜨려 익사시킨 사람이었다. -> 콘스탄티누스는 친아우를 욕조에 빠뜨려 익사시킨 적이 없다. 동로마제국의 황제가 라틴어에 능통한 건 자랑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고. 콘스탄티누는 유능한 행정가이나 군인이었고 성실했다고 하는데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 스티븐 런치만) '박학다식'하고 '예술과 과학'에 조예가 깊었는지는 모르겠다.
같은 부분의 영문번역이다.
Constantinople was in desperate straits, but not all hope was lost...Morale was low among the Ottoman camps. Most commanders secretly wanted to accept the truce terms offered by the Byzantine court and retreat. (강화조건을 '최후 조건'으로, 내심 받아들이길 원했다고 봐야 할 부분을 '주장'했다고 번역했다. 사소한 부분이고 의역으로 봐줄 수도 있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The only reason the Ottoman had not yet retreated was because of a single man. ('오로지 그 믿음'이란 번역은 어떻게 봐도 말이 안된다. '오로지 한 사람 때문이었다'로 번역했어야 하는데 다음 부분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He was fluent in Latin, knowledgeable about the arts and sciences, skilled in warfare; he had not hesitated to drown his brother in a bathtub to secure his own path to the throne...('오로지 한 사람'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는' 라틴어에 능통하고 예술과 과학에 밝았으며 병법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다 정도가 낫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순조로운 왕위계승과 무관하게 동생을 죽인 것이 아니라 '왕위계승권을 지키기 위해 동생을 욕조에서 익사시키는 걸 주저하지 않은 것이다) -> 아랍제국의 군주인 메메드 2세는 실제로 그렇게 알려져있고 그가 '라틴어'에 능통한 건 '당연한'일이 아니라서 worth mentioning한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번역자는 비잔틴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11세와 비잔틴을 침공한 오토만제국의 메메드 2세를 섞어 놓은 것인데 멀쩡하게 비잔티움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황제들을 혼용해버리는 것이다. 역사에 무지하고 기본적인 상식도 부족하고 보이고, 부주의하고 문장의 흐름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편집자는 마지노선에서 이런 것들을 잡아냈어야 하는 마지막 사람인데 역시 같은 의미로 무능했다. 다음 문장을 보면 이런 무지가 확연하다.
9/24--> 이 부분에서 유일한 오류라면 '그 사람 또는 그'로 번역되었어야 할 부분이 메메드2세가 아닌 콘스탄티누스로 표기된 것이다. 역자께서 인정하신 부분이다. 다른 부분은 결론적으로 번역과정에서 직역/의역의 표현/결정에 따른 차이였을 뿐이다.
page 31.
온종일 이어진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콘스탄티누스 11세가 벌 떼처럼 달려드는 오스만 군대를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내 목을 베러 오는 기독교도가 한 놈도 없단 말이냐!" ??????? 기독교왕국의 왕이 이슬람제국의 군대에 에워싸여 자기의 목을 베러 오는 '기독교도가' 없냐고 외칠 이유는 없다. 차라리 '이슬람교도가 한 놈도 없단 말이냐'라고 했으면 많이 봐줘서 의역이라고 하겠다만...영문을 보자.
As the bloody slaughter of the day was coming to its inevitable end, Constantine, faced with the swarming Ottoman masses, shouted, "The city is fallen and I am still alive." -> 눈깔이 해태인지 문맥은 개가 먹었는지...영문이 의역인지 직역인지 내가 확인할 길은 없다만 기독교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마지막 전투에서 기독교도가 자기 목을 베러 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보단 훨씬 더 자연스럽다. 1분의 검색을 통해 그 말은 실제로 그가 최후로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성은 함락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있구나"는역사적으로 전승되는 동로마제국 마지막 황제의 말이다.
*켄 리우의 번역은 원전을 충실하게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가급적 의역보다는 직역에 가까운, 즉 원문을 최대한 지키고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반해 한국외대 중국어전공 및 통번역석사출신의 번역자는 적어도 이 부분들의 번역에 있어서는 원문을 훼손했고, 부정확했고, 맥락도 엉망인 번역을 했을 뿐이라서 다른 부분들의 경우도 많이 의심스럽다.
발번역을 한 두번 보는 것도 아니고 삼체 3부가 나와준것만 해도 고맙지만, 그래도 번역도 너무 아쉽고 편집은 말할 것도 없다. 책값 17500에서 얼마나 편집과 번역에게 배분되는지 모르지만 이건 좀 아니다.
9/24-->전승되는 콘스탄티누스황제가 남겼다는 최후의 말은 두 번전인 것 같다. 류츠신의 원전에서는 그대로 '내 목을 베로 오는 기독교도가 한 놈도 없단 말이냐' 정도가 사용됐고 한국어판은 이를 그대로 번역했다. 오류로 제기했고 역자께서도 일부 인정하신 부분인데 붉은 돼지님의 지적에 따라 추가조사한 결과 이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의 기록이다. '비잔티움 연대기'에서도 그대로 차용됐다. 켄 리우의 번역은 이 대신 좀더 오래된 기록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책/저자의 글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대인의 기록으로 보이는 원전에 의거하면 황제가 남긴 마지막 말은 '성은 (혹은 도시는) 함락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있구나, 또는 도시는 함락되었어도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번역오류가 아니었고 역사적인 사실의 오류도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역자께 드리는 사과의 글에서도 말했거니와, 이번 건에서 보인 내 경솔하고 막된 표현이 더 큰 문제였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