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댓글로 주신 설명과 의견 잘 보았습니다.
공개로 글을 주셨기에 저도 공개로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거친 표현과 다분히 인신공격적이고 신상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부분에 대하여 사과드립니다.
그간 책을 읽으면서 종종 번역이나 편집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었고, 이런 맥락에서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댓글을 보고 나서 역자 '허유영'이란 세 글자가 아닌 사람 '허유영'이 실체화되는 느낌이었고 다른 무엇보다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후 제 글과 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개인에 대한 나쁜 표현은 하지 말았어야 하며 앞으로도 제가 조심할 부분이며 님께 사과가 필요한 행동이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도 책에 대한 글을 쓸 때 더 신중할 것입니다.
책을 번역함에 있어서 단순한 직역이 아닌 저자와 원문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적절히 직역과 의역을 병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선을 넘어서 어쩌면 원작을 번역하는 과정에서의 단어사용과 문장구성 등 다양한 요소에 있어 역자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책에 반영되기 때문에 역자는 단순한 언어번역을 넘어 창작자의 역할을 한다고도 알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이윤기 작가님도 이에 대한 비슷한 말씀을 하신 걸로 기억하며 실제로 많은 소설가들이 종종 좋아하는 작품의 번역을 맡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단순한 직역은 특히 소설에서는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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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이어진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콘스탄티누스 11세가 벌 떼처럼 달려드는 오스만 군대를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내 목을 베러 오는 기독교도가 한 놈도 없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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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의 중국어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在一天的惨烈血战接近尾声时,君士坦丁十一世面对着蜂拥而来的奥斯曼军队,高喊一声:“难道就没有一个基督徒来砍下我的头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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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것처럼 원전에서 류츠신의 원전이 그랬다면 저는 SF소설이라서가 아니라 류츠신의 실수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SF에서 종종 과거의 역사를 비틀거나 차용하는 경우가 있고 삼체 3부에서처럼 사실에 몇 가지의 허구를 섞어 이야기를 펼치기도 합니다만, 이 경우에는 문맥이나 사실관계에서 볼 때 무척 이상합니다. 마치 칠천량전투에서 일본수군에게 박살이 나는 와중에서 원균이 적진에 뛰어들기 직전에 '내 목을 베러 오는 조선군졸이 한 놈도 없단 말이냐'처럼 억지스럽게 느껴집니다. (물론 원균은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적진에 뛰어들기는 커녕 도망가버렸지만).
궁금해서 조만간 켄 리우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볼 생각입니다. 답변을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으로 이 부분의 원문표현이 류츠신의 오류가 아니었다고 해도 너무 이상해서 켄 리우의 번역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전승되는 텍스트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서재는 제가 꾸준히 책을 읽고 이를 기억하기 위해 글을 올리는 공간이고 특별히 남에게 보여준다거나 남을 의식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종종 거친 표현이나 정확하지 않은 글을 올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자만 이번에 님의 댓글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 다른 건 몰라도 책에 대한 글을 씀에 있어서 '사람'에 대한 공격이나 비난을 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별로 중요한 글도 아니고 서재 또한 그러한데 일부러 오셔서 댓글로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분한 님의 글을 보고 많이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Thanks for being a bigger person here.
끝으로 저는 해외에 있어 책을 보시주시게 되면 책값보다도 배송비가 더 나올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수정본은 제안만 고맙게 받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가 다시 구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익명성을 유지하는 공간이므로 제 이름은 쓰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