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범인인가? 오랜만에 그것이 궁금했던 범죄소설

나를 쳐다보지 마 ㅣ 스토리콜렉터 67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9월

죽음은 최종 행위여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 급작스럽게, 또는 예기치 않게 죽었을 때는

너무 많은 일들이 미완인 채로 남는다

P246

작가가 인터뷰했던 인물들이 작품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을까? 탈옥수, 연쇄살이나, 은행 강도, 아동 유괴범등을 인터뷰했던 그가 쓴 범죄소설 시리즈(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10년 넘게 해외에서 극찬을 받고 있고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작가나 작품이 초면인 것이 미안할 정도로 작가로서 그의 스펙은 대단했다. 시리즈의 다른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나를 쳐다보지마'는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케 한다.

아내 줄리안과 두 딸은 현재 함께 살고 있지만 심리학자인 조는 그들과 따로 산다. 단 한 번의 외도로 그는 행복한 가정을 잃었다. 하지만 줄리안이 수술을 받게 되고 아이들에게 보호자가 필요한 순간, 그는 함께 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하필 이때 두 모녀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에게 프로파일링 요청이 들어오자, 갈등하게 되는데.... 가족은 그 어느 순간보다 그가 필요했고, 사건 역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십대의 소녀는 2층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고, 마흔 세 살의 엄마는 36군데나 칼로 난도질 당한 채 거실에 누워 있었다. 누가 이들 모녀를 살해했을까? 용의자는 너무나 광범위 했다. 그들을 처음 발견한 옆집 남자애 토미, 우격다짐이라 도무지 말이 안통하는 토미의 할머니, 전남편, 죽은 엄마와 도깅을 했던 남자들.....이뿐만이 아니었다. 연쇄적으로 발생한 살인사건에서 범인은 시체에 주홍글씨를 의미하는 'A'를 새겨놓는다. 심지어 생존자의 이마에까지 남을 정도로 선명하게 새긴 이니셜. 소설 중간중간 교차되면서 쓰여진 범인의 어린시절 속에 그 해답이 있긴 했다.

범인의 어린 시절, 엄마는 예쁘게 차려입고 나갔다가 사고로 죽었다. 문제는 그녀가 동네 유부남과 바람을 피우다 사고를 당했다는 점이고, 그의 신체 일부를 입 안에 문 채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년의 삶은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술마시고 때리는 아버지를 피해 형과 누나가 집을 나갔고 막내인 그는 남겨졌다. 아주 오랫동안 아버지와 함께 해야했던 그의 영혼이 언제 바스라졌는지....알 수 없지만 겉모습과 달리 그는 정상인이 아니었다. 엄마에 대한 증오,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타인에게 표출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교묘하게 숨어 살았던 그는 이제 조의 가족들을 위협하고 있다. 자신의 정체가 들키지 않게 조의 두 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그를 막을 수 있을까.? 조는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는 동시에 딸들도 지켜내야했다.

십년을 알고 지내도 타인의 마음 속 어둠은 알아채기 어렵다. 누구나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 외에 드러나는 것들이 있지만 그 또한 일부일 뿐이다. 범죄소설을 읽을 때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어 한층 사람이 무서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범죄소설에서 범인은 반드시 잡히기 때문에 또한 안심하게 된다. 현실과 다르지만.

4권을 기다리며...

잠중록 3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황재하와 양숭고가 대결을 펼치면 누가 이길까? 누가 더 명수사관일까? 그들의 대결을 남몰래 상상해보던 주자진 앞에 황재하가 나타났다. 그동안 자신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고 무덤을 팠던 숭고가 재하라니......그녀의 위장 신분이 걷히고 가족을 죽였다는 오명이 벗겨지고 범인이 밝혀지지만 더 행복해졌는지는 의문이다. 드디어 촉으로 오게 된 재하는 가족을 죽인 범인을 찾는 동시에 또 다른 살인사건에 휘말리는데, 이는 촉으로 오는 도중 일행이 자객의 습격을 받는데서부터 시작된다. 중간에 합류한 기악군주는 살해되고 이서백과 황재하를 노리는 이들 역시 집요하게 따라붙지만 오히려 이 와중에 이서백과 황재하 사이의 로맨스는 더 끈끈해진다.

아무도 믿지 않는 남자의 마음을 파고든 여인은 현재 신분이 환관(?)이다. 게다가 가족 모두를 독살한 채 수배중인 악녀로 알려져 있다. 이 사랑, 해피엔딩으로 끝맺음 될 수 있을까. 이제 단 한 권이 남아 있는 가운데 재하의 억울함은 풀렸고 남은 하나는 누가, 왜 , 그들을 죽이려 했냐는 점인데, 과거 선황의 죽음과 그 입에서 나온 물고기랑 연관이 있을 듯 하다.

이번 편에서는 동반자살처럼 보인 아름다운 기녀 부신원과 공자 온양의 죽음에 주자진 여동생의 약혼자가 얽히면서 재미를 더했지만 가장 궁금했던 선황이 남긴 낙서같은 그림과 '환잔고독폐질'이라는 글자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히면서도 양은 또 방대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가며 읽은 <<잠중록 (4)>> 어서 빨리 번역되어 출간되길......!

저희 둘은 단언컨대 무덤 파는 데 있어서는 양대 산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마크 트웨인의 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한 구절만 들려주고 어떤 책인지 맞춰보라고 한다면 아마 '재크와 콩나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 내용은 <톰 소여의 모험>을 쓴 작가 마크 트웨인의 미완성 동화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씨앗은 어려운 순간 확신을 가져야만 내게 주어지는 '꿈이나 희망'처럼 그려져 있는데, 책을 읽고 몇몇 사람들에게 부분적으로만 들려줬을 땐 모두들 무척 궁금해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이라는 동화를 우리는 읽어본 적이 없으니까.

이 책은 1879년 파리의 한 호텔에서 마크 트웨인이 딸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토대로 쓰여졌다. 5일 밤 동안 이어진 이야기는 노트에만 기록되고 끝내 미완성인채로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크 트웨인 기록 보관소에 보관되어져 있다가 발굴(?)된다. 칼데콧상을 받은 필립 스테드와 삽화가 에린 스테드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온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의 탄생은 이러했다.

처음엔 식료품이 의인화된 동화인가? 상상했을 정도로 제목이 특이했고, 도입부가 이야기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마크 트웨인에게 직접 전해듣는 형식으로 시작되어 약간 당황스럽긴 했지만 중반부부터는 몰입도가 상당해 끝까지 당숨에 읽혔다. 도난 당한 당사자(유괴나 납치가 아닌) 올레오 마가린 왕자의 중요도나 그가 사라지고 난 뒤 왕국의 혼란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 아니라 소년 '조니'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따라가며 이야기는 살이 붙여지고 재미가 불어나지만 책 제목은 '소년 조니'가 아닌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미루어짐작컨데 나쁜 어른인 할아버지는 '조니'를 학대해왔으며 하나뿐인 친구인 닭을 내다 팔고 오라는 말로 손자의 동심마저 파괴해버린다. 팔려가는 닭의 이름조차 어째서 '전염병과 기근'인 것인지. 흔히 읽어왔던 예쁜 스토리의 동화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유리구두나 파티에 보내주는 요정이 등장하지도 않고 문지르면 나타나는 지니도 없다. 게다가 유일한 가족인 듯 한 할아버지는 몇 살 인지 모르나 아직 어려 보이는 소년을 닭을 팔아오라며 혼자 보내버렸다.

가는 길에 가두행렬을 구경하고 왕의 포고문을 확인했으며 소를 지켜보기도 했던 조니에게 한 노파가 나타났다. 한 푼을 구걸하던 노파에게 조니는 살아온 삶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게 해 주겠다는 약속해달라며 닭을 건낸다. 자신의 삶에 바라던 희망이 아니었을까. 어쨌건 예전에 만난 요정에게 받은 씨앗이라며 노파가 건넨 담청색 씨앗을 가져왔다가 할아버지에게 매질을 당한 조니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황당하게도 할아버지마저 바로 죽어버리고 혼자 남게 된 소년은 불평을 참아가며 씨앗을 열심히 키웠지만 핀 꽃은 맛이 없었고 배고픔은 사라지지 않았다. 명 노파는 "꽃이 피면 그 꽃을 먹어요. 그 꽃이 당신을 배부르게 해 줄 거고, 당신은 두 번 다시 허기를 느끼지 않을 거에요(P59)라고 말했는데......

속았던 것일까. 죽기 위해 땅에 누운 조니에게 동물 친구들이 나타났고 그들의 파티에 초대받아 배부르게 먹게 되었지만 동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레오마가린 왕자가 사라졌고 왕은 현상금을 건 것이다. 나무에 박힌 포고문을 읽다가 동물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를 구해낸(납치 자체가 오해였지만) 왕자는 심성이 아름답지 못했다. 하지만 조니가 만난 동물친구들과 거인들은 좋은 인연이었다.

이 이야기가 과연 닷새에 걸쳐서 할 이야기인가? 읽고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면 기록된 글자보다 작가 마크 트웨인의 입담은 더 풍성했을지도 모른다. <톰 소오여의 모험>,<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재미나게 읽고 자랐지만 목소리나 입담이 궁금해지긴 처음이다. 왠지 더 재미나게 이야기해줬을 것만 같아 죽은 작가의 부활을 잠시 상상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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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앗은 엄청 힘든 상황이 왔을 때에만 심어야 돼요.

심고나서는 확신을 갖고 결과를 기다려요.

P59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재미난 중국 소설 잠중록

잠중록 2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중국 드라마 '무미랑전기'를 보고 있어서인지 책 읽는내내 드라마 이미지가 덧입혀져 상당히 입체적으로 읽힌 <<잠중록(2)>>. 1권에 이어 2권도 단숨에 읽어버렸을만큼 여전히 재미있다. 그래서 3권이 언제 나올까? 목빠지게 기다리는 중인데, 총 4권이라는 남은 두 권에 걸쳐 황재하 가족의 비극의 비밀이 밝혀질지,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하고 4권에서 그 흑막이 걷히게 될지 감이 오질 않는다.

정인이 있어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 가족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촉'에서 피신해온 아름다운 여인 황재하는 자신의 결백을 밝혀줄 동앗줄로 황제의 넷째 동생인 기왕을 선택했다. 그의 신임을 얻기 위해 황후가 얽힌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새 신분을 얻어 기왕부의 환관 양숭고로 살게 되었지만 황후, 정인이었던 우선, 약혼자였던 왕온만은 숭고가 여인이라는 사실과 가족을 독살해서 수배중인 황재하라는 진실을 알고 있다. 물론 새신분을 준 기왕까지.

사랑, 미움, 필요...서로 얽힌 목적은 다르지만 그들 중심에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며 재하는 새로운 사건을 맡았다. 자신 때문에 기왕부에서 쫓겨난 장항영이 연관된 살인사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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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부는 저주 받은 것일까?

사람들이 많이 모인 천복사 열린 법회에서 거대한 양초가 폭발했다. 그 와중에 사람이 불타 죽었는데 그는 공주부 환관 위희민이다. 거들먹거리기 일쑤고 공주의 위세를 등에 업고 못된 짓을 일삼아온 그의 죽음을 두고 사람들은 '천벌'이라며 손가락질 했는데 최근 그는 초를 배달 온 착한 처녀의 인생을 망가뜨려 버린 장본인이기도 했다. 엄마 없이 엄한 아버지 밑에서 참하게 자란 적취는 공주부에서 매질을 당하고 밖으로 버려졌다가 문둥이 손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마을 모두가 알게 되자 아비는 죽으라며 그녀를 내쫓았고 진짜 자살하려한 그녀를 장항영이 구해 집에 숨겨두고 있었다.

일전에 자신을 도운일로 실직하게 된 항영에게 좋은 자리가 생기자 기뻐했던 재하는 그가 곤경에 빠지자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선왕이 남긴 의문의 그림과 잇따른 공주부의 비극(환관의 죽음-부마의 부상-공주의 죽음)을 풀어내는 일이 숙제처럼 그녀 앞에 던져지고.....그토록 보고파했던 정인 우선은 곽숙비의 정인으로 나타나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혀댔다.

묵묵히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준 남자 기왕, 거절당했다고 오해한 채 그녀를 혼인으로 묶어두고 있는 남자 왕온, 함께 자라 정인이 되었으나 그녀를 미워하고 있는 남자 우선, 눈 앞의 재하를 알아보지 못한 채 숭배하고 있는 남자 주자진. 네 남자와의 케미가 너무 좋아서 4권까지 이 매력적인 관계가 어그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반 정도 읽다가 대충 범인은 눈치채버렸지만 재미는 반감되지 않았다. 다만 2권에서도 재하네 가족을 독살한 범인의 윤곽을 알 수 없어 더 궁금해져 버렸으며 어서 빨리 3권의 번역본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사극 로맨스는 번역도 매끄럽고 이야기의 흐름도 자연스러워서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너무 재미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날개가 없어도‘

날개가 없어도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날개가 없어도>는 작가의 여러 시리즈 중 어떤 시리즈에 속한 이야기일까. '와타세 경부 시리즈','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법의학 교실 시리즈' 모두 재미나게 읽고 있어서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시리즈에 속한 인물 중 누가 또 등장할것인지 궁금해졌다. 읽기전부터.

지금껏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류가 아닌 <안녕, 드뷔시> 풍의 소설인 <날개가 없어도>는 장래가 촉망되는 마라토너였던 여주인공이 옆집에 사는 동창이 몬 차에 치여 장애인이 되지만 이를 극복하고 장애인 육상경기에 출전하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성장이 담긴 감동 스토리같았지만 역시 범죄와 추리를 빠지지 않았다.

목숨은 건졌지만 다리를 잃은 사라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이웃들의 위로, 달라진 회사 사람들의 눈초리, 가족관계 등등....예전과 달리 어긋나기만하고... 무엇보다 달릴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사라는 창을 열고 옆집을 향해 미친듯이 소리 질러보지만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사라를 다치게 만든 동창이 죽으면서 자살과 타살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누카이 형사가 수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사라에게서 수상한 점들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고가의 의족을 두 개나 연달아 주문했던 것. 그녀의 재정상태로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이누카이 형사는 사라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와 접촉한 변호사는 그 악명 높은 미코시바 레이지가 아닌가.

감질맛나게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안녕, 드뷔시>에서처럼 평온하게 주인공의 심리 상태에 포커스를 맞춘채 이야기의 흐름이 진행되다가 결과를 자연스레 알려줌으로써 살인사건보다는 장애인 육상 선수로 발돋움하려는 그녀의 노력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작가의 노련한 계산은 감동과 시원함 둘 다를 안겨주는데, 무엇보다 전작들에 비해 잔혹하게 느껴지지 않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