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2 - 드라마 원작소설
김은숙 지음, 김수연 소설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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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은 조선을 지키려고 하였으나

조선은 조선인을 지켜주지 못하였다

1권 p29

 

 

힘없는 나라 조선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한 이들은 누려온 양반들이 아니었다. 어느쪽에 붙어야할까?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던 양반들과 달리 혜택이라고는 받아본 일 없는 하층민들이 손에 총을 쥐고 목숨을 내던졌다.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이 일을 두고 왜 갑자기 서글퍼졌는지 모르겠다.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뀐 지금까지 되풀이되고 있는 일들인데.......

 

'미군'으로 돌아왔지만 미국인도 조선인도 아닌 '이방인'인 유진과 존경받는 양반으로서의 삶을 내던지고 총을 든 '의병' 애신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동매가 쏜 총에 다리를 맞았던 애신의 정체가 들통나는 것까지 쓰여진 1권에서 유진과 애신이 함께 바다를 보러 가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2권에서는 긴장감이 한층 증폭된다. 등장한 완익이 고사흥을 죽게 만들고 고종을 옭죄면서 자신의 딸 히나를 또 한번 팔아먹을 계산을 하는 동안 의병임을 숨겨온 애신의 정체가 발각되고 급기야 숨어서 의병활동을 해야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던 희성이 두 팔 걷고 시작한 일은 '신문사'를 만들어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었고 죽음의 고비를 숱하게 넘겨온 동매에게 '무신회'수장의 등장은 저승사자의 그것과 같았다.

 

한 세상이 무너지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면 되는 법

p263

 

 

완익과 모리 타카시 등이 아무리 막아서도 의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조선이 흔들릴때마다 나타났던 그들은 침몰하던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친일파 남편에게 매맞고 살면서 글로리 호텔로 도박하러 왔던 애순이나 눈치없이 유진을 돕기도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 관수, 환상의 콤비를 보여준 '일식이/춘식이','행랑아범/함안댁'의 재미진 장면들이 소설에선 축소된 감이 있지만 반면 몰입도는 더 쫀쫀했다. 2권을 다 읽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이는 책의 두께에 비해 소설의 내용이 빼곡했기 때문이고, 드라마를 먼저 보고 책을 읽은 까닭에 장면장면 연상이 되면서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소설부터 먼저 읽고 드라마 다시 보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허나 캐스팅이 절묘했던 드라마였기에 소설을 읽는 내내 유진초이는 이병헌이었고 구동매는 유인석이였다. 소설을 다 읽은 지금 다시 드라마가 그리워진다. 대사로 모든 상황을 보여준 드라마를 조만간 다시 한 번 보게 될 듯 싶다. 물론 이후엔 글로 정리된 소설을 또 읽게 되겠지만. 좋은 작품은 이렇게 종영 후에도 무한반복하게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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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1 - 드라마 원작소설
김은숙 지음, 김수연 소설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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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드라마가 끝나는 시점과 맞물려 대본집이 나오곤 하는데, 특이하게도 김은숙 작가의 경우 대본북이 아니라 소설로 출간하고 있다. 본방사수해온 드라마의 대본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재미는 빼앗겨 버렸으나 반대로 영상을 소설의 형식으로 다시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결과적으로 멋진 선택이었다.

 

사실 <<미스터션샤인>>은 기대했던 차기작이 아니었다. <<태양의후예>>,<<도깨비>>에 머물러 있던 감성을 채우기엔 시대도, 배경도, 역사도 암울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냥 건너뛸까?' 했던 작품이었는데, 대사의 감칠맛에 홀려 종종 눈물을 닦아가며 끝까지 시청하고야 말았다. 그 암울하던 시기에도 낭만은 있었고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없음에도 서로를 향한 안타까움은 스며들어 안타까움을 더한 시기였다. 게다가 한 여인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세 남자가 함께 모이는 장면에서의 브로맨스란.......유머스러움을 잊지 않은 그들의 모습에서 잠시 역사적 배경을 잊은 채 웃고 말았다.

 

돌아온 이방인 유진 초이

너무 똑똑해서 노비로서의 삶이 위태로웠던 아홉살 유진은 하루 아침에 부모를 잃고 추노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도공 은산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미군의 신분으로 다시 조선땅을 밟게 된다. 친일한 반역자인 로건을 저격하는 날 마주친 남장여인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면서 자꾸만 엮이게 되고, 주변인들과도 엮이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의병들을 돕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 모든 일이 한 여인을 살리는 일이었기에.....

고매한 애기씨 애신

작금의 조선땅에서 누구도 모를 리 없는 고매한 여인. 얼굴도 모르는 아비와 어미가 일본땅에서 의병으로 죽었으나 왕의 스승이었던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하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이 그녀에게 있었으니.....정혼자가 일본에서 돌아오지 않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만큼 나이가 찬 애신이 몰래 손에 든 건 총이었다. 군자금을 대는 할아버지와 비밀리에 의병활동을 하고 있는 애신. 너도나도 나라를 팔아먹을 때 반대로 몰락해가는 조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보태고 있던 애신 앞에 그가 나타났다. '러브'를 함께 하자는 말에 움찔한 남자, 유진이....

능글능글함에 슬픔을 감춘자 희성

입 한 번 잘못놀렸다가 바로 매맞거나, 칼맞거나, 총맞기좋은 조선에서 나불나불 유쾌하게 제 할말을 다 하고 사는 남자 희성의 능글맞음은 웃음포인트였다. 모를 때 한 말이나, 알고나서 한 말이나....... 그가 입만 열만 무거웠던 분위기는 풍선처럼 가볍게 띄워졌다.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 그는 그렇게 능글능글함 속에 제 속을 감추고 사는 남자다. 착복해서 만든 재산으로 개인의 영달만을 쫓아온 조부도 부끄러웠고 비슷한 삶을 걸어온 부모 역시 그에게는 수치스러움을 더했으나 그는 반항 대신 인생을 낭비하는 것으로 복수 꿈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살면서 집안이 정한 혼사도 팽개쳐두었으나 애신을 먼저 만나지 못한 건 두고두고 한으로 남을 일이었다.

거친남자의 소금같은 순정, 동매

아내를 범한 자를 두고도 칼즐 동물에게만 휘둘러야했던 아비는 백정이었고 돌맞아 죽은 어미는 백정의 처였다. 그 삶을 그대로 물려받아야했던 동매의 목숨을 구한 건 어린날의 애기씨였고 비록 내밀어진 손에 큰 상처를 주고 말았으나 그 한 순간의 추억을 붙들고 살고 있는 남자가 동매다. 무신회 한성지부장으로 낭인들을 몰고다니는 그 역시 돌아온 이방인이었으나 소중한 애기씨를 지키는 방법은 설탕같은 유진과 대비되는 소금같은 남자다.

화려하고 노련한 여인, 히나

'호텔 글로리'의 사장인 히나는 노련한 여인이었다. 빈관을 꾸려가는 경영인으로도, 사람이나 사건에 대처하는 능력도 탁월했지만 화려함만 엿보였던 그녀 역시 과거가 남다른 여인. 나라를 팔아치우고 아내를 갈아치운 아비가 종국엔 어린 딸을 팔아치웠고 남편의 학대를 견디던 히나는 스스로를 구명하면서 현재의 '쿠도 히나'로 꼿꼿하게 일어섰다. 아비의 존재와 남편의 죽음. 발목 잡힐 때마다 그녀는 살아남았다.

'당분간 조선인입니다','당분간 미국인입니다'..라는 드라마 속 찰진 대사가 소설 속에도 고스란히 남아 드라마 다시보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읽게 만든 소설 <<미스터션샤인>>은 울림이 오래가는 작품이다. 서가에 꽂아두고 일년에 한 두번씩 꺼내 읽기 적당한 책으로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시대를 살았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소설이다. 막연히 '조상' 혹은 '옛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해왔던 사람들이 살다간 날들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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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탐인 - 조선스파이
정명섭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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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필요한 게 있으면

사거나 훔치거나 힘을 앞세워서 빼앗곤 하지

어떤 방법을 쓰는지가 다를 뿐이고 말이야

p63

 

 

 

호방한 영웅의 주변엔 성격은 달라도 의리로 똘똘 뭉친 벗들이 모여들 줄 알았건만 병조판서의 아들 조유경의 주변엔 배신자들만 가득했다. 조유경에 비해 부족한 것이 많았던 그의 벗들은 그를 시기하는 마음을 감추고 작당모의하여 적당한 때를 골랐고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내면서 출세길을 열었다.

제목만으로 역동적인 활극과 모험을 기대했던 <<조선스파이 체탐인>>은 기대와 달리 어린 시절 읽은 '몬테크리스토 백작' 스토리처럼 벗들의 배신으로 나락에 빠져 복수를 준비해 온 남자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믿었던 정혼녀 석란을 찾아갔지만 체포되고만 유경은 체탐인으로 끌려갔다. 체탐인이 된 무리 속에서 김거리차리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곳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목숨이었다. 하지만 인연은 묘해서 과거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던 은인의 아들인 유경에게 위험을 귀뜸해주고 큰 재물이 있는 곳까지 알려주게 되고 배신당했던 유경은 이를 발판으로 그는 재물과 사람을 얻은 후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긴 채 조선으로 돌아왔다.

 

김척신, 석환진, 김매읍동, 권주혁, 이신호, 손중극, 김온, 황덕중.... 이들 모두가 떵떵거리면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과거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었고 유경은 그들의 욕심을 이용해 함정을 파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복병이라면 자결한 줄 알았던 석란이 비구니승이 되어 살아남았다는 것과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확인했다는 점 정도일까.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어가는 복수는 사극이라는 배경 속에서 재미를 더해갔지만 슬픈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기도 했다. 호화롭게 살아온 이에게 15년의 시간은 짧디짧은 단내였겠지만 죽음과 고통 속에서 살아돌아온 이에게 15년이라는 시간은 마치 150년 처럼 느껴진 시간이 아니었을까.

 

드라마로 옮겨져도 재미있을듯한 <<조선스파이 체탐인>>은 술술 읽히는 한 남자의 복수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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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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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오해하고 있었다. 카카오프렌즈의 귀염둥이 캐릭터 '라이언'이 곰탱이라고. 그저 이름만 '라이언'이라고 착각했던 캐릭터의 실체는 마음 큐레이터 전승환 작가의 책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를 읽으면서 파악되고야 말았다. 아프리카 둥둥섬의 와위 계승자로 태어났으나 탈출, 독특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친구들과 신나는 모험을 즐기게 된 '라이언'이 수사자였다니......! 수사자든 곰돌이건 간에 그 귀여움은 동일하지만 놀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놀라움은 책내용이 던져준다. 라이언 캐릭터나 굿즈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위로를 전하는 힐링 에세이라서. 좋은 글귀만 있어도 마음이 일렁일 판에 페이지 중간중간 라이언이 톡톡 튀어나온다니.....편하고 즐겁게 읽기 딱 좋은 책이 아닌가.

 

 


쉽게 판단하지 말아줘

가볍게 여기지도 말아줘

보여주지 않은 모습 속에

진심이 있다는 걸

언제나 잊지 말아줘

P33

 


 

 

말로 전하는 위로가 3초만에 스쳐지나가버린다면 마음이 와 닿은 진심은 오랜기간 머물다 상처가 희미해지는 날 딱지처럼 떨어진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애매한 날, 나조차 내 마음을 알 수 없을만큼 흔들리는 날, 라이언의 위로는 반창고처럼 척! 와서 달라붙어주었다. 사람들의 눈, 말,글 등을 신경쓰느라 정작 중요한 내마음은 살피지 못했음을 깨달을면서.

위로만 받은 건 아니엇다.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여지도 생겼다. "언제부터인가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물어보지 않는 데 더 익숙해졌다. 아이였을 때처럼 누구에게든 개의치 않고 물어보는 일이 줄어든다(P184)"....나이듦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책 속에서 이 문장을 발견하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시선이 넓어졌고 경험이 많아졌고 스쳐간 사람들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겨난 것이다. 열정으로 가득찼던 그 시절, 친절과 배려라고 생각했던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책을 읽다가 조용히 반성해본다.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어

그 거리를 지켜달라고 하는 건

절대 이기적인 게 아니야

P134

 


 

'라이언'이 전하는 힐링북이 이러다가 시리즈로 나오는 건 아닐까. 어피치, 튜브,콘, 무지, 프로도, 네오, 제이지...총 여덟 종의 캐릭터로 무장한 카카오 프렌즈이기 때문에. 성격도 다 다르지만 나름의 컴플렉스가 있어서 위로의 아이콘으로 이만한 친구들이 없을 듯 하다. 알고보니, 귀여운 '피치'는 유전자 변이로 자웅동주가 된 복숭아였고 작은 발이 콤플렉스인 '튜브'는 입에서 불을 내뿜는 엽기적 행동을 서슴치 않으며 복숭아를 키우고 싶어 어피치를 따라다니는 중인 '콘'이 악어인지 아닌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모 배우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프로도'가 부잣집 도시개였다는 사실등은 책의 후미를 읽으면 자연히 알게 된다. 토끼인줄 알았던 '무지'라 단무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받았던 충격은 아직 가시질 않지만 그렇다고 카카오프렌즈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줄어들진 않았다. 카톡에서도 굿즈 상품으로도 우리 곁을 채워주고 있는 여덟 캐릭터는 언제 봐도 질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탐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그래서일까. 궁금해서 넘겨본 마지막 페이지에 1판 1쇄가 2월 28일이었는데 2쇄 발행이 3월 11일로 며칠 사이였음을 확인했다.

 

타인과의 관계가 내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는 것처럼, 나와의 관계 역시 녹록치 않았다. 살면서 가장 어려운 관계가 바로 자신과의 관계임을 경험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보여지는 나' 그리고 '되고 싶은 나'로 인해 혼란스러워질 때 조용히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그 누구에게 전하는 위로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당부하고 싶은 좋은 말들이 가득한 책이므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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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무의 고양이방
달나무 지음 / 북키앙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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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책표지를 보고 홀딱 반해서 첫 장을 넘겨보게 된 <<달나무의 고양이방>>.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신발고 모자쓴 노랑둥이가 해적같이 입은 애꾸눈 냥이와 함께 거리에서 웃고 있었는데 그림 속 마을 집들지붕이 모두 눈달린 토끼, 고양이, 생쥐여서 그 알록달록한 색감과 더불어 너무나 귀여워 보였다. 게다가 책 제목이 고양이방이라니.... 동화일까? 일상을 기록한 웹툰? 내용이 너무 궁금해졌다.

 

 

 

쓰고 그린이의 닉네임은 '달나무'. 그 또한 얼마나 예쁜 이름인지..... 고양이 미유과 초코봉과 살고 있다는 투냥이 집사인 만화가는 대학에서 만화가 아닌 서양화를 전공한 사람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두 고양이의 시중을 들며 틈틈이 그림을 그리며 산단다. 글을 쓴다는 것과 고양이 수가 더 많다는 것만 빼면 나랑 비슷한 상황 같기도 해서 달나무와 고양이들의 일상을 살짝 엿보기로 했다. 책을 통해서.

 

 

 

미유는 생존을 위해 상한음식을 먹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모성애 강한 어미 고양이가 지하 창고에서 낳은 새끼 고양이 중 하나였다. 삼형제를 낳은 삼색 고양이에게서 노랑둥이 한 마리를 유괴(?)해 왔노라고 고백한 저자에게 두번째 고양이 '초코봉'은 이상한 날 운명처럼 발견되었다. 모임날짜를 착각했고 집으로 다시 돌아고는 길에 갑자기 '미술 재료를 사야지'라는 마음이 들어 버스에서 내렸고 하필 화방은 휴무날이었다. 그때 근처 치킨집에서 들려온 고양이 소리에 쓰다듬어주고 일어서리라 마음먹었지만 호랑무늬 고양이는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그 품으로 뛰어들었다. 치킨집에서도 길고양이를 제발 데려가라는 부탁아닌 부탁을 해왔고 아무 계산없이 품에 안고 달려온 그날, 초코봉은 둘째냥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 과정이 담긴 컷들이 너무 재미나게 그려져 있고 고양이들의 눈망울이 너무 귀여워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도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엄마 고양이에게 아기 고양이를 돌려주라던 가족들, 털날림 때문에 둘째 고양이는 절대 반대한다던 엄마를 구워 삶은 것 역시 고양이들이었다. 우주 최강의 귀여움으로 어른들의 마음까지 녹여버린 두 녀석은 그림으로도 참 귀여웠지만 중간중간 녀석들의 사진이 첨부되었다면 더 좋았을텐데....그 모습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녀석들은 아주 고양이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머리끈을 노리고,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이불 위에서 노는 것을 즐기며, 작업중인 작가에게 문을 열어달라~보채기 일쑤였다. 내 고양이와 다르지 않아 웃음이 났지만 한편으론 참 다행이다 싶어진 대목이다. 길고양이로 살았다면 배고픔에, 추위에, 곱지 못한 사람들의 시선에 힘들었을텐데....가족들 품에서 따뜻하게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출간된 책에서 반려묘 '이바'와 '춘봉'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걸로 짐작컨데 미유와 초코봉은 그녀와 함께 살고 있는 건 아닌듯 했고, 이바가 고양이별로 돌아간 이후 유기된 또 다른 고양이 한마리를 입양한 소식을 발견했다.([고양이 이바가 왔다옹]에서 일본 유학 중 미유가 고양이별로 돌아간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이야기를 알 수 없어 궁금증은 남았지만 작가와 함께 생활하며 행복했으리라 여겨지기에 딱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보고 마지막 장을 덮게 된 것 또한 나쁘지 않은듯 했다. 무엇보다 페이지를 넘기는내내 마음 가득 따뜻함이 스며들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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