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괴물 백과
곽재식 지음, 이강훈 그림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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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은 뒤, 리뷰를 쓰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아직 다 읽지 못했다. 간혹 요리책이나 인테리어 서적들은 후루룩!! 넘겨본 다음, 필요한 부분만 꼼꼼히 다시 보고 그 페이지를 중점적으로 올리기도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데 시간이 꽤 필요한 듯 하다. 에세이나 명언집을 읽듯 한 페이지씩 목표를 두는 것도 사실상 난감하고, 자료적인 목적으로 보자면 다 필요한 내용이라 빠짐없이 확인하고 싶고, 그러자니 한국 괴물 282종은 양이 방대하고.....결론적으로 생각보다 한국 괴물의 수는 많았다.

 

'전설의 고향'에 등장했던 괴물들을 떠올려보면 '처녀귀신','몽달귀신','구미호,'도깨비'.... 몇몇 없었던 것 같았고 거기서 거기인 귀신들을 돌려막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원한이 서린 자'라는 이유까지 비슷해 헷갈렸는데 SF작가 곽재식이 11년간 채집한 괴물들은 그 모습부터 설명까지 너무나 다양했다. 대체 어떻게 이런 괴물들을 모르고 살았던 것인지......!

 

첫 페이지에 등장한 '가면소수'는 듣도 보도 못한 괴물인데, 버섯의 윗부분이 가면모양이다. 산이나 들에 핀 것인가? 싶었으나 이를 가까이 하거나 몸에 닿으면 병에 걸리고 전염까지 된다니 쉽게 볼 괴물이 아니다. <청파극담>에 등장한다는데, 해악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위험해 보인다. 그런가하면 최근 관람한 영화 '알라딘'에 등장하는 지니 같은 삼형제도 등장하는데, 수염의 길이가 달라 구별하기 쉬운 그들은 통찰력도 뛰어나고 축지술도 있는 듯 했다. 신령으로 받들었다는 얘기가 있는 것으로보다 사람을 해하기보다는 도운 괴물들인 듯 하다. 괴물은 기이한 존재라고 알고 있던 내게 책은 모든 괴물이 반드시 다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알려주었다. 사실 그들의 사연을 알 수 없으니 처음에는 무해한 존재였다가 점점 사람들과 마주하며 나쁜 존재가 된 괴물도 있지 않을까. 종류는 다양하지만 설명글은 다소 짧막짧막하여 한 페이지를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길지 않다. 그래서 재미삼아 그날그날 책을 한 두 번 펼쳐 해당 페이지에 나오는 괴물들만 구경하고 있는데도 아직 중복된 적도 없고 다 읽으려면 멀었다.

 

벌레를 끔찍이도 싫어해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괴물도 있지만 이 괴물이라면 한 번 보고 싶다? 싶은 괴물들도 있다. 고양이와 말을 섞은 것 같다는 '목요'는 눈알이 정면에 하나 박혀 있어 요상한 모습이지만 고양이스러운 모습도 있다고하니 고양이집사로서는 상당히 궁금할 수 밖에. <성호사설>에 등장한다는 목요는 나무 밖으로 나오면 죽는다니, 숲으로 여행갈 일이 있으면 큰 나무 둥지 곁을 어슬렁 거려볼까? 만날 수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 보기도 했다.

 

볼 내용은 많은데, 아쉽게도 책을 구매하고 며칠 안되어 사고가 생겼다. 임보중인 고양이가 책 위에 오줌을 싼 것. 여러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도 책에 실례를 한 녀석은 처음이라 난감한데, 잘 말렸지만 책장을 넘길때마다 녀석의 오줌냄새가 솔솔 풍겨와서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읽고 있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한국 괴물 백과를 읽으면서 웃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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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년의 공부 -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필요할 때, 맹자를 읽는다
조윤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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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면 즉시 그만둘 일이지

무엇하러 내년까지 기다립니까?

맹자 < 등문공 하>  / p201

 

 

오늘 15년 연속 근무한 이웃 블로거의 글을 읽으면서 속으로 '참 대단하다' 감탄했다. 아무리 천직이라도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하다보면 속끓이게 되는 일이 상당했을텐데, 묵묵히 이겨내고 버텼다는 사실에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공자 다음가는 성인이라는 의미에서 '아성'이라고 불렸다는 맹자가 길렀던 것은 '마음의 힘'이었다. 실생활 속에서 이웃처럼 마음이 강한 사람도 있겠지만 나처럼 잘 무너지고 쉽게 상처 받는 사람에겐 맹자의 글들은 순간순간을 지혜롭게 모면할 방편이자 위안이다. 꽤 많은 맹자의 책을 읽어 이젠 새로운 것이 있을까? 싶은 순간, 고전연구가 조윤제가 쓴 <<이천년의 공부>>가 눈에 들어왔다. 같은 이야기도 새롭게 만드는 솜씨가 있는 사람들을 살면서 간혹 만나는데, 저자의 책이 그랬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더 알고 싶어지게 정리된 목차부터 첫장부터 쉽게 풀어가는 방식이 다시금 맹자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마음이 어지러운 날엔 목차만 주르륵 읽어도 도움이 된다. 1장 호연지기/ 2장 지언/ 3장 인자무적/ 4장 여민동락/ 5장 반구저기/ 6장 중용/ 7장 좌우봉원 으로 나뉜 카테고리 밑으로 명언들이 줄을 잇는다. 가령 '때에 맞추어 행동하는 처신의 비결'을 알려주는 6장 <<중용>>의 목차는 총 7개.

 

적기를 잡으면 무엇이든 이룬다

상대의 마음에 기꺼이 함께 한다

최고를 구할 수 없다면 그 다음을 구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이 먼저다

작은 성취를 위해 목표를 낮추지 말라

나아감과 물러섬에도 때가 있다

하늘이 준 명을 거역하지 말라

 

로 적혀 있다. 그 내용을 모르고 목차만 읽어도 참 좋은데 <한비자>,<논어>,<도덕경>의 좋은 구절들이 발췌되어 있어 함께 읽기 좋았다. 학창시절, 시험에 나오는 대목만을 가르치는 다른 선생님과 달리 '공자'.'맹자','순자' 에 얽힌 고사들을 들려주길 좋아했던 한문 선생님의 수업시간으로 돌아가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읽혔다. 게다가 논어의 첫 문장이자 중간고사 시험 출제 문제여서 기억에 생생한 '학이시습지불역열호'를 보는 순간 타임슬립되고 말았다. 배웠던 내용들이고 읽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가르침들인데, 살면서 상당부분 잊었다. 그 옛날 맹자가 자신의 사상을 설파한 것은 시험전에만 달달 외우고 살면서는 잊어라!고 말 한 것은 아닐텐데도........

 

 

단순히 시험을 위해 혹은 지식을 위해 배우고 익혔던 문장들이 원래는 살아가는데 힘을 보태는 것들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머리가 필요로해서 가까이 한 것보다 마음이 필요로해서 가까이 둔 것의 차이가 참으로 크다는 사실도. 각 장이 바뀔 때마다 가르침 요약본을 읽으며 복습하듯 마음에 새긴다. 지금의 내게 필요한 가르침이라 시간 맞춰 온 것이라 여겨지므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올리는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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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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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른들은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다. 이후 어른이 되어서는 낯선 사람 외에도 낯선 사람의 호의 역시 함께 주의해야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몇몇 범죄 드라마에서는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인물들이 꼭 범죄의 대상이 되어 시체로 발견되고 범인의 표적이 되어 쫓기곤 했다. 조심하는만큼 안전해진다면 좋으련만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소설 <소포> 읽으면 피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나기 마련인 듯 했다.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었던 작가는 저작권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했으나 2006년부터 사이코 스릴러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왜 장르물 작가가 되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써 온 작품들은 <테라피>,<눈알수집가>,<차단>,<영혼파괴자>,<내가 죽어야 하는 밤> 등 차가운 느낌의 섬뜩한 제목들이 붙여져 출판된다.

어린 딸의 눈으로 보자면 변호사인 아빠는 엠마에게 애정이 없는 인간이었다. 밤마다 혼자 잠든 방에 나타나는 무서운 괴물, 아르투어 때문에 무서워하는 딸에게 "당장 꺼져"라는 말을 내뱉는 아빠라니. 게다가 무서움에 떨고 있는 딸보다 남편을 달래기 바쁜 엄마까지. 둘째를 임신한 엄마에게 아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결국 유산하고 말았지만 엠마에게도 애정을 쏟지 않는 부부가 둘째, 셋째 아이는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을까.

 

 

28년 뒤, 엠마 슈타인은 정신과 의사로 성장했다. 연방범죄수사청의 범죄심리학자인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고 공사중인 집을 두고 세미나를 핑계로 근처 호텔에 투숙 중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창녀들을 무참하게 성폭행한 후 머리카락을 빡빡밀고 결국 죽여버린 연쇄살인범에게 엠마가 걸려 버린 것. 아이는 유산되고 삶은 엉망이 된 채 정신병동에 갇혀 아버지처럼 존경해온 콘라트 루프트와 상담을 진행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투숙했던 호텔엔 1904호가 없었지만 분명 엠마는 그곳에서 성폭행 당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절친 실비아조차 엠마의 두려움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 그 미친놈이 다시 찾아와 그날 밤 끝내지 못한 일을 하려고 나타날까봐 무서워하고 있다는 점까진 알 수 없었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은 엠마에겐 도리어 독이 된 경우가 아닐까. 자신도 과대망상에 빠진 환자들을 수없이 치료했기에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했다.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집에 혼자 남겨진 그녀는 익숙한 사람, 익숙한 일 외엔 일체 거부했는데, 그간 다정했던 우편배달부 살림이 일을 그만두게 되었으며 연락이 되지 않는 이웃집 소포를 좀 맡아달라며 두고가면서부터 긴장감은 시한폭탄이 되어 초를 거꾸로 재기 시작한다. 59!58!57!56!55!....

존재하지 않는 방에서 성폭행 당했던 그녀에게 맡겨진 소포는 살지 않는 사람의 이름이 적힌 익숙한 주소. 노부인이 살고 있는 집에 낯선 남자의 소포가 도착했다. 용기를 내어 그 집에 들어갔다가 휴대폰을 잃어버렸고 가발을 발견했다. 그가 이발사라 불리는 살인범일까.

 

낯선 남자의 이상행동의 이유, 남편과 친구의 불륜, 남편의 또 다른 비밀, 남편동료의 호의, 믿고 존경했던 콘라트의 정체,그 옛날 엄마 아빠에게 일어났던 일에 누군가가 개입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삶은 완전히 엎어졌다. 하지만 진실이 다 밝혀진 뒤, 그녀는 새 삶을 살 기회를 얻었다.

 

불행이 이처럼 한 순간 쓰나미처럼 밀려와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면 살 수 있을까. 그냥 혼자 미친년인 상태가 오히려 덜 불행했을까. 알기 전에도 알고 나서도 불행했을 그녀의 상황이 소설 속 이야기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책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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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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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삼색 고양이가 등장하는 <고양이의 크기>라는 책으로 처음 그 이름을 알게 된 '서귤'작가가 이번에는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라는 상큼한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중 라이언과 어피치를 제일 좋아하는 나에겐 정말 맞춤북 같이 느껴져 애정이 뿜뿜 샘솟는다. '고양이를 먹여 살리려고 회사에 다닌다'라는 소갯글마저 같은 집사 입장으로 공감 100%인 책. 제철과일인 복숭아를 책을 통해 만난 여름, 덥지만 마음만은 시원해지는 에세이 한 권을 후다닥 읽었다.

 

어피치는 누구지? 재미나게도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은 드라마 캐릭터처럼 고유의 이름 외에도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성격은 어떤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가 오픈되어 있다. 마냥 귀엽게만 그려진 캐릭터가 아니란 거다. 신비의 시크릿 포레스트의 복숭아 농장에서 태어난 어피치는 유전자 변이로 자웅동주가 된 사실을 알고 나무에서 탈출!장난기와 급한 성격 탓에 친구들의 경계대상이기도 하지만 발그레한 볼이 매력적인 귀요미 캐릭터다. 순하게만 보였던 어피치의 사연을 알고 보니 또 달리 보인다.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서 방귀 뀔때 행복하다는 수줍은 고백부터 너무 많이 사랑해서 탈이라는 푸념, 팝콘을 닮은 벚꽃을 보면 배가 고프다는 비밀까지....솔직하게 털어놓는 작가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물론 어피치의 얼굴을 빌려 하는 고백이라지만 보통 '사랑'에 관한 에세이는 달콤함과 '이별'의 씁쓸함이 함께 담긴 반면 마치 소녀의 첫사랑을 살짝 구경하듯 핑크빛 무한 긍정의 단어들로 채워져 있어 서귤작가+어피치의 콜라보 에세이는 달달하기만 하다.

 

355도나 되는 시야각을 가지고 있는 앙고라 토끼가 되고 싶다고 앙탈부리는 페이지에서는 엉뚱함을, 몇 번 굴렀다고 바닥이 갈라졌을까?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서 고민 중인 모습, 하루종일 짝짝이 구두를 신고 다녔다는 사실을 퇴근 후 집에 와서야 알게 된 것만 봐도 성격이 대충 보인다. 실제로 이런 후배들이 주변에 몇몇 있는데, 사회물을 좀 더 많이 먹는 내겐 그 애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를 읽다가 그 애들의 얼굴이 하나씩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읽는 내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약간은 부끄러운 고백도, 힘든 날의 모습도, 기대하는 일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현실...이 모든 일들이 참 뽀송뽀송하게 담겨 있어서 예쁘게 읽히는 에세이다. 우울할 틈도 실의에 빠지거나 누군가를 탓할 마음도 일지 않는 아주 착한 에세이.

 

여덟 캐릭터 중 딱 두 권을 읽었을 뿐인데, 다음 권이 기대되는 까닭은 출판사에서 어쩜 이렇게 캐릭터와 딱 맞는 작가들을 골라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터져나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음 캐릭터는 누구이며 어떤 작가가 그 캐릭터를 생활에 녹여낼지 너무 궁금해진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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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
통이(정세라)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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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이버 '동물공감'을 통해 한 편씩 소개되던 이야기가 너무나 감질맛나서 책을 재빠르게 구매해버렸다. 고양이 여섯 마리의 집사에게 '고양이 여덟마리와 함께 산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상'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매력적이었으므로.

 

나만 그런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알고 보니 인기가 많았던 <<고양이 여덟마리와 살았다>> 는 이미 SNS 팔로워가 42000명, 시골집과 마당을 오가며 살고 있는 노란 고양이 여덟마리의 인기가 이토록 높을 줄이야.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책 표지만 보고서도 웃음이 팡 터져버렸다. 박스 안에 노랑노랑한 고양이들이 제각기 다른 눈을 하고 사람을 보는 표정이 너무 리얼했다. 한 편, 한 편의 이야기 길이는 짧았지만 책 두께가 두꺼운 점 또한 신나는 일이고. 그만큼 들여다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는 얘기이므로.

 

분명 도시생활을 접고 가족 모두 전남 시골로 이주했을 때 '고양이'는 계산에 없는 식구였다. 하지만 강아지만을 반려하고 있던 가족에게 시골 고양이와의 묘연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삿짐을 내리고 있는데 완전 개냥이인 고양이가 나타났고 너무 붙임성이 좋아 마당 한 켠에 밥을 주며 살피게 되었는데 '미미'라고 이름까지 지어진 녀석이 일곱마리의 새끼를 한 달 뒤에 낳아버렸기 때문이다.

 

어미와 달리 사람을 경계하면서도 강아지풀 하나에 우르르 몰려드는가 하면 작가의 반려견을 괴롭(?)히고 창호지 문에 냥발을 박아 결국엔 뚫어버리기까지....이 시기의 아기 고양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또 호기심은 얼마나 많은지....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림을 보면서도 거기에 상상을 더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귀여움은 분명 배가 되고 웃음 역시 두 배, 세 배가 될 듯.

 

미미는 아기 고양이 일곱을 훌륭하게 키워놓고 밥터를 남겨두곤 떠났다. 다행히 형제들이 많아 사람들이 주는 밥을 먹으면서 지붕에도 올라가고 나무도 타고 강아지도 놀리면서 행복하게 지냈다. 사료 소리에 우다다 집합하는 모습도 귀엽고, 사냥 기술을 익히면서 형제들끼리 물어뜯는 모습도 고양이들을 키우며 봐왔던 모습이라 낯설지 않았는데, 땔감 나무를 캣타워처럼 이용하는 모습은 시골 고양이만의 특혜가 아닐까. 이런 자연스러움이, 한가로움이, 전원적이면서도 매우 평화로워보여서 참 좋았는데, 이제 고양이는 세마리만 남았다.

자연의 섭리겠지만 어른이 되면서 각자의 영역을 찾아 떠났고 그나마 남은 세마리마저 서열 겨루기에 돌입했다. 뭉쳐 지내던 형제가 남인듯 생활하게 된 것은 그림으로 봐도 참 슬프다.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고양이 수가 줄고 난 뒤, 고양이 급식소가 차려졌는데, 동네 시골냥이들이 오가며 배고픔을 달래고 가는 방앗간으로 거듭났다. 아기 고양이를 데려온 삼색냥부터 얼룩 고양이, 고등어, 블랙이, 눈 밭을 뚫고 온 어미냥이까지.....독립적인 성격 덕분에 다른 고양이들이 먹을 기회가 주어졌으니 반드시 나쁜 일이라고만을 할 수 없지만 줄곧 봐온 여덟고양이의 이별은 아쉬움이 남는다. 많이많이. 그만큼 보는내내 애정이 깃들여져 버렸나보다.

책을 보는 내내 웃을 일이 많았다. 즐거움이 가득했고 간혹 다가오는 고양이들과 함께 책장을 넘겨가면서 마지막장까지 즐겁게 읽었다. 보너스 트랙에 실린 할머니와 고양이 이야기도 눈물을 살짝 적실 내용이었지만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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