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의 인생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나라 요시토모 그림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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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이 발표되던 해,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매니아가 되어버렸다. 그간 읽었던 다른 모든 책들은 지워버리고 내 머릿속엔 온통 키친 뿐이었다. 그리고 그 계절내내 나는 키친만을 끼고 살았다. 잘때도 머리맡에 두고 잠들고, 가방에 넣어다니고, 거짓말 조금 보내면 손에 본드 붙인듯 떼질 않았다. 손때가 묻어 꼬질꼬질해질때까지 그 책은 내 사랑을 담뿍 받았다. 

그렇게 내 그리움을 함께 견뎌내준 동기같은 책이 바로 키친이었고 그 작가가 요시모토 바나나였다. 티티새, 암리타 등등 발표하는 책마다 나는 매니아가 되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녀의 책들과 멀어져버렸다. 아마 뒤이은 멋진 작가들의 유혹에 사로잡혀 버렸던 것 같다. 

그리고 오랜만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다시 집어 든다. [데이지의 인생]이라...요시토모 나라의 삽화가 인상적이어서 집어들긴 했지만 너무나 일상적이고 밋밋한 그녀의 필체에 또 다시 빠져들었다. 퐁당-.

옴니버스식 단편모음처럼 보이는 이 글들은 사실 하나로 엮여있다.  아빠는 모른채 미혼모의 자식으로 자라다가 엄마마저 죽고 이모 부부에게서 길러진 "나"는 이젠 독립했다. 여유롭진 못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주변 인맥도 있는 소소한 삶의 주인공인 셈이다. 그런 "나"에겐 열한살때 브라질로 이사가서 헤어지게 된 달리아라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기억 속 그녀는 참 별난 소녀였다. 학교도 제멋대로 다니고 마음내키는대로 편하게 살아버리는....타인과의 의사소통보다는 언제나 자신이 우선인 별난 아이 달리아. 자유의지 100%로 싱크되어 살던 그녀가 꿈 속에 보인다. 그리고 그 꿈은 어딘지 불길했다. 

소설 내내 큰 사건은 없었다. 그저 살아가는 동안 툭툭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인물과 관계가 소개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달리아가 죽엇다는 편지가 도착되었지만 공포스런 반전이 있다거나 신파스럽게 마무리 되지도 않는다. 그저 흘러온 물이 흘러내리듯 자연스럽게 "그냥 그랬어"라는 식으로 종결된다. 

음식으로 치자면 간이 덜 되어 싱거운 소설의 맛. 하지만 그래서 우리의 일상과도 닮은 그녀의  수필같은 소설이 오늘 내겐 위로가 되고 있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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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정철의 불법사전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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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전] .

이 짧막한 제목의 책을 만나게 된 건 우연적인 일이었다. 가끔 여행을 가거나 길을 가다가 혹은 약속 시간이 남아 잠시 들른 곳에서 좋은 책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미리 봐 둔 책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더 좋은 책으로 보일때가 있다. 

[불법사전]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히 서점에 들렀을 때였다.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어서도 아니고 서점나들이를 계획했던 날도 아니었는데, 그날은 뭣에 홀린 듯 문고에 잠시 들르게 되었다. 20분 정도 둘러보고 나가야지 라고 마음먹었었다. 더 있으면 또 얼마나 많은 책을 사버리게 될지 하늘도 모를 일이될테니...

그래서 베스트셀러 코너 앞에서만 서성이며 팔을 뺄 수 없게 팔짱을 끼고 제목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베스트셀러 뒷쪽 선반에 놓인 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딱 네자. 불법사전.

무엇에 대한 내용이길래 사전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왜 불법사전인 것인지 궁금해져서 그만 팔짱을 풀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지갑을 열게 되었고 문고를 나설때 내 옆구리엔 책이 끼워져 있었다. 나는 정말 서점에만 가면 마법에 걸리나보다. 

불법사전은 그림만 구경해도 재미있다. 광수생각처럼 저자의 생각들이 담겨 있는데, 이렇게 누군가의 기발한 생각을 구경하는 일은 재미난 일이기 때문이다. 한 카피라이터가 출판한 [1cm]라는 책을 상상력이 고갈될때면 다시금 꺼내보는데 언제봐도 신선함이 묻어나서 좋은 책이다. 마찬가지로 불법사전은 일상의 생각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인상적인 한 문장이 페이지를 다 덮고 나서도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자살. 세상에서 나를 지우는 일....

그래서 작년부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자신을 지우고 있는 것일까. 약간은 멋진 듯한 표현이지만 다시 보면 너무나 슬픈 표현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누군가의 무엇이 되어 있는데, 허락도 받지 않고 모두를 슬프게 하면서까지 세상에서 나를 스스로 지우다니....

세상에서 누군가가 지워지지 않도록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면 안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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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사용법 - 카피라이터 정철의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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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잘 굴러가고 있는 걸까?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나는 갑자기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니게 허락하고 있으니 다시 바쁘게 할 일들을 점검해야 마땅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형인지라 머릿속을 대책없이 무중력의 상태로 놓아버린다. 

내 머리, 얼만큼 사용하고 있는 걸까....

숫자를 등 뒤로 하고 살았더니 손해보는 일들이 많아 어느샌가 셈을 익히기 시작했고, 숫자에는 왠만큼 익숙해졌지만 역시 나는 어떤일에서건 숫자로 환산하는 일은 마뜩찮다. 

머리의 사용 정도도 NCIS 의 애비나 더키의 과학적 분석형 답변으로 듣기 보다는 멘탈리스트의 제인처럼 심리적으로 풀어주거나 본즈의 안젤라식의 그래픽으로 답변해주길 선호하는 편이다. 내 머리 어떻게 쓰고 있는 것일까.

불법사전을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기에 저자의 다른 책을 찾다가 [내 머리 사용법]이라는 책이 있는 것을 보고 얼른 구해보고 있는데, 역시나 좋은 생각들이 많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고 누군가는 해 봤음직한 이야기들이지만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그 말은 지워질 수도 있고 남겨질 수도 있다. 명언록처럼 멋진 표현들을 늘어놓던 저자가 내게 책을 통해 화두를 또 하나 툭 던져 놓는다. 

될 수 있는가?  되고 싶은가?

라고. 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니....!!반갑기 그지 없다.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로 깔고 가고 있던 요즘. 나는 다시 이 문장으로 인해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내려보고 있다. 될 수 있을까? 되고 싶은 걸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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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하리하라 사이언스 시리즈 3
이은희 지음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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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가 무슨 주문인 줄 알았다. 하쿠나 마타타나 야발라발라히기야 처럼.
하리하라라...한글로 적어놓고 나니 더 예쁜 이 말은 누군가의 필명이었다. 교양과학을 전파하고 있는 이 독특한 필명의 주인공은 내가 좋아하는 미드와 과학을 연결해 놓고 나의 책읽기를 독려하고 있었다. 

맛나는 음식이 가득 차려진 밥상에 앉아 행복해질때의 표정처럼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내내 행복했다.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들이 리스트로 적혀 있었고 모든 에피소드들이 내가 봤던 에피소드들이었다. 아, 너무나 행복한 분석이 아닐까. 

사람들마다 있는 직업병. 저자는 영화를 보다가도, 드라마를 보다가도 "과학적으로 말이될까?"가 먼저 생각난다고 했다.  프리즌 브레이크, 하우스, NCIS,SUV,그레이아나토미, 고스트위스퍼러,본즈,덱스터,나는 여검사다,메디컬인베스티게이션 등등 드라마에 나오는 소재들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덧붙여 책은 너무 재미있게 쓰여졌다. 

NCIS 시즌 2에 나오는 "그놈 목소리"는 범인을 잡지 못했던 우리 영화 그놈 목소리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헤모글로빈의 고무신 거꾸로 신기는 CSI에서 발췌된 내용이었다. 또한 인체실험, 안락사, 구충제의 중요성, 후천적일수 없는 성정체성 등등 우리가 한번쯤은 고민해봐야할 소재들로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미국 드라마는 재미있다. 전문성에 그들만의 유머가 섞여 시즌별로 볼때마다 느낌이 달라진다. 하지만 그들은 생각의 끈과 과학적 증명의 중요성도 잊지 않는다. 저자의 책을 통해 드라마를 좀 더 색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된 점이 고맙게 느껴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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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의 여신 1
윌버 스미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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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고대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언제나 재미있다. 
어린 시절 만화책 한 권 속에서 본 이집트는 참 매력적으로 그려진 시대였다. 카리스마 있는 어린 왕이 있고, 나라와 나라간의 암투와 모사가 끊이질 않지만 미래에서 온 금발머리 여자아이의 재치로 어린왕은 점점 멋진 왕이 되어 갔다. 작가가 끝내지 못했는지 번역본이 그까지 밖에 번역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는지 결국 완결을 보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그로인해 이집트는 나에게 로맨틱한 상상의 세상이 되어 버렸다. 

자라서는 크리스티앙 자크가 보여주는 이집트 세계에 빠져들었는데, 몇몇 다른 작가의 책을 읽어보아도 역시 크리스타앙 자크의 이집트에 비할바가 못되었다. 그래도 자꾸만 집어들게 되는 이집트사. 그 이집트 시리즈에 한 작가의 이름을 하나 덧붙인다. 윌버 스미스.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는데 [나일강의 여신]이라는 근사한 제목에 비해 1권의 재미는 좀 감해지고 있다. 

4000년 전 잃어버린 이집트의 역사 부활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왕을 소재로 하지 않는다. 그 시대를 살았던 환관, 권력층의 소녀, 권력과 사랑을 잃어버린 소년에 관한 이야기로 일관되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시작은 꽤 재미있었다. 무언가 일어날 듯한 분위기. 그 분위기는 항상 기대하게 만드니까. 하지만 1권이 끝나도록 나를 매료시킨 그 무엇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운명에 순응하고 살아남아 있기를 선택한 사람들에게서는 그 어떤 매력도 발견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제발 2권에서 그 팔팔한 생명력으로 다시금 되살아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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