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 망태 부리붕태 - 전성태가 주운 이야기
전성태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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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운이야기라며 추억담을 시작하는 전성태 작가. 

이런 이야기를 주웠다고 말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은 얼마나 축복된 것인지. 담백하다못해 양념 없는 자연적인 이야기가 차려진 소설밥상을 우리는 지금 받고 있다. 그가 썼다는 [늑대]를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늑대 역시 전성태 작가다움이 묻어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이 된다.  

[성태망태부리붕태]라니...라는 이 이야기를 에세이로 보기에도 그렇고, 소설로 보기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이 제목이었다. 대체 무얼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제목이 기똥차게 기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어지는 내용을 가지고 전성태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된다. 

그가 밝히는 첫 산문집 [성태망태부리붕태]는 스스로 지은 말이 아니다. 동네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부르는 공식 같은 것인데, "어느 동네나 바보가 하나씩 있다..."라고 했던가...영화 [바보]의 시작처럼 이런 할아버지, 어느 동네나 한 분쯤 계신다. 정말.

작가 전성태의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옛 이야기라서 더욱더 정겹다. 마치 마을의 큰 고목나무 아래에 여름 평상에 둘러앉아 듣는 마을 어른의 옛이야기타령같이 구수하다. 

넉넉한 살림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할말이 많았는지도 모른다. 부족하지만 사람이 채울 수 있는 것들이라서 더 다정하게 읽혀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엔 누구나 그랬겠지만 많은 아이들과 부족한 살림 속에서 누가 희생하고 누가 희생되었다는 식의 공식이 따로 필요없이 자라온 시절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을 나눈다는 일은 참 감동적인 듯 하다.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누룽지가 먹고 싶어졌다. 작품 속에 누룽지에 관한 추억은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데 왠지 그랬다. 엄마 어릴적에....로 시작되던 엄마의 옛이야기를 듣는 것 만큼이나 재미있으면서도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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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시나리오 1 - 작전명 '카오스'
김진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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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방국이라는 이름하에 우리는 미국을 참 많이 가깝게 느낀다. 미국 드라마를 즐겨보고 미국 상품을 즐겨쓰고, 미국 프랜차이즈에서 먹는 것을 해결하는 등등 우리 삶 전반에 미국은 여러모로 가까이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이대로도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설이 있다. 바로 작가 김진명의 [제 3의 시나리오]다. 

이제 1권을 읽기 시작했으니 그 끝이 어떨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문제점을 인식하게 만드는데는 성공한 듯 하다. 박정희 대통령과 이휘소 박사가 꿈꾸던 세상을 막은 국가도, 박정희 대통령의 저격 뒤의 세력도 미국이라고 지적해 왔던 작가의 작품이라 그 3종 세트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긴 했다. 

미국은 헐리우드로 대변되는 나라다. 영화 산업의 메카인 헐리우드가 그들의 땅의 일부인 것처럼 여러 얼굴로 연기하는 나라 또한 미국이다. 그 부분을 꼬집으면서 시작된 소설은 누군가의 죽음이 그 발단이 된다. 이정서. 그저 소설가일뿐인 한 남자가 죽으면서 사건은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이정서 작가의 죽음은 그의 생각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인생이 파헤쳐지면서 얽히고 섥힌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다. 베이징에서 살해당한 소설가 이정서의 죽음은 한국에선 장민하 검사가 베이징에서는 위안 검사가 조사하기 시작했다. 또한 처음엔 바늘구멍처럼 작게 보이던 구멍을 점점 파들어갈수록 우리는 그 안에서 거대한 정치굴과 마주치게 된다. 도청기술로 미국을 역도청하던 탈북자 김정한이나 공화국 특수부대교관 강철민 중좌의 삶은 [아이리스]를 방불케할만큼 치밀하고 큰 스케일의 작품으로 그려지고 있다. 드라마화되면 참 재미있을 법한데, 아직 영화나 드라마화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국내정치및 국제 정세에 밝지 못한 우리들에게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정말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을 철수하면 우리는 그대로 무너지게 될 것인가.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정말 우리의 우방적 조취를 취할 것인가.

많은 질문들이 단 1권을 읽었을 뿐인데 머릿속을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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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털 엔진 견인 도시 연대기 1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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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대충 읽을 생각이면 애시당초에 덮어버리는 것이 좋다. 시간 때우기 식의 가벼운 독서를 계획했더라도 마찬가지다. [모텔 엔진]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읽어야 그 내용을 십분 다 활용해서 상상할 수 있는 소설이다. 

필립 리브라는 작가의 이름이 생소하긴 하지만 그는 영국 출신의 베스트작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특히 워너브러더스 같음 메이저 영화사의 러브콜을 받는 원작의 주인이면서 피터 잭슨 처럼 유명한 감독이 탐내는 원작자이기도 하다. 

[모텔 엔진]은 단편으로 끝나는 작품이 아니다. 시작부터 4부작의 첫번째 권임을 밝히며 시작했다. 결국 이 첫단추를 잘 꿰지 못하면 나머지 세 권 분량이 날아가 버리니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둬야했다. 

"견인 도시 연대기"라는 제목만으로는 얼핏 작년에 읽었던 한 작품이 떠올랐다. 그 작품 역시 다음 권의 번역을 기다리고 있으나 쉽게 서점가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작품이긴 하다. 아이들을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불러들인 소설 [헝거게임]이 제일 먼저 떠올려진 것은 아마 도시 연대기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 소설의 배경은 빈부격차가 심해진 미래의 어느날로 하고 있고 부유한 도시에서 가난한 도시의 아이들을 재미를 위해 사지로 몰아가는 이야기였다.  내용은 이 소설과 맞닿아 있지 않지만 왠지 분위기 때문인지 생각나버린 소설이었다. 

"견인도시"는 "60분 전쟁"으로 인해 종말을 맞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견인도시"를 만들어 약육강육적으로 큰 도시가 작은 도시를 잡아먹으며 생존하는 일종의 도시 서바이벌을 배겨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지구가 안정이 된 후에도 "견인 도시 추종자"들이 남아 도시의 이동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들과 대립하는 "반 견인 도시 주의자들"이 생겨났고 런던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만약 영화화 된다면 이 소설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스타워즈처럼 아주 멋지고 화려한 스케일로 그려졌으면 좋겠다. 볼거리가 많지만 아바타처럼 인간의 마음을 잃지 않는 그 무언가를 갈구하게 되도록....그런 영화로 그려지면 근사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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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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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결코 하나가 아니었다.

단 한 줄로 이루어지는 반전이 글의 전반을 뒤엎을 수 있다면 그 글은 충격을 던져주고도 남을 법한 이야기일 것이다.

 

누쿠이 도쿠로의 [프리즘]을 읽으면서 사실 작가의 명성은 약간 과장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었다. 책이 주는 재미는 쏠쏠했지만 극찬할 정도의 그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쓰여진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들이 훨씬 더 감질맛을 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행록]을 읽으면서 그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단 하나의 이야기였지만 진실은 여러갈래로 우리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결국 모두가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라쇼몽]이라는 옛날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명이 각자의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면 [우행록]은 하나의 사건에 얽힌 두 남녀를 두고 이야기하는 모든 사람들의 평가가 진실이라는 사실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진실이어도 굴절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선한가 아닌가를 떠나 내가 그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선한 사람으로도 악한 사람으로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이 소설의 프리즘화 되어 각인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작가가 가진 또 하나의 훌륭한 소설적 장치로 쓰여졌다.

 

침입자에 의해 부유한 주택가에 살고 있던 한 젊은 부부와 그의 아이들이 몰살되는 이야기가 사건의 처음이자 끝인 간단한 이야기였지만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시선은 범인이 아닌 부부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는 범인을 잊어버리게 된다. 범인을 알아내는 일은 더이상 중요한 일이 아닌 것이다. 누가 죽였을까에서 왜 죽었을까로, 왜 죽었을까에서 죽어마땅한가로 변화되는 독자의 시선들.

 

중간중간에 누군가가 자신의 오빠에게 보내는 진실은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고 작품 속 또다른 이야기가 되어 이어진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는 고백이 되어 남는다. 그 고백속에서 우리는 반전 2가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둘 다 상상하지 못할만큼의 놀라운 것이라 작가의 치밀함에 치를 떨게 된다.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는 반전이 아니었다. 수사일지처럼 보이던 인터뷰의 본질을 깨닫는 순간, 그리고 고백 속의 그녀가 아이의 출생비밀을 밝히는 순간 나는 책을 탁 떨어뜨려 버렸다. 익살스머프의 익살 상자를 열었을때처럼 놀라움이 번져나가면서 나는 이 책이 미야베 미유키식의 사회 고발적내용과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적 서사형식이 합쳐진 재미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앞으로 더 재미난 책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만큼 놀라움을 가져다준 책을 쉽게 만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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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스호퍼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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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의 상상력은 이상하다. 언제나 그랬다.

 

상상력....이라고 하면 흔히 판타지나 sf적인 것들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상상은 다른 곳으로 뻗친다. 그래서 감탄하면서도 농락당하는 느낌이 든다. 이 근사한 생각을 왜 나는 쉽게 해내지 못했지?라는....

 

그는 저 멀리 별같은 천재성을 뿜어내는 작가가 아니라 우리 옆에 나란히 서서 다르게 빛나는 존재처럼 재능을 뿜어낸다. 그의 작품을 읽을때마다 나는 내 자신이 살리에르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의 작품은 그정도로 독특하다.

 

[사신치바]를 재미있게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작품들에 탐닉되기 시작했다.그래서 [그래스 호퍼]를 발견했을 땐 슬며시 웃음 지어졌다. 작가만의 독특한 비틀림을 구경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그래스 호퍼]. 다소 낯설고 딱딱한 이 제목으로 이사카 고타로만의 세상보기가 시작된다. 킬러들의 세상을 보여주면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말들을 세상에 쏟아놓는다. 댐에서 물이 터져나오듯...

 

- 이 세상은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아.(룰을 정하는 건 높으신 양반들이지)

 

- 누군가 책임을 지고 자살하는 방법은 나름 효과가 있다

 

- 의심많고 소심한 자는 제 속 편하려고 끊임없이 수를 쓴다

 

- 상대할 가치도 없는 해충

 

라는 생각은 우리도 할 수 있지만 쉽게 내뱉진 못하는 말들일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 언제나 빠져나갈 양쪽의 길을 확보하고 사는 우리들에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용감함은 엉뚱함이 되기도 한다.

 

작품 속엔 여러명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아내를 죽인 남자를 쫓기 위해 그의 회사에 위장잠입하는 전직 수학선생, 15년째 사람들이 자살하도록 유도하는 자살유도 킬러로 살아온 구지라, 일가족 몰살이 특기인 꽃미남 킬러, 세미, 밀치기 전공인 아사가오 등등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던 그들이 페이지의 진행 속도에 맞추어 퍼즐 맞추듯 짜맞추어지는 스토리 전개에도 혀를 내두를만 하지만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은 채 조화되는 맛 또한 대단하다.

 

그래스호퍼는 마치 비빔밥 같았다. 각자의 고유한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합쳐짐으로써 조화된 맛 또한 보장되는...

 

이 작품 역시 이사카 고타로 다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이사카 고타로의 책은 어떤 책이든 작가의 이름이 브랜드 네이밍이 되고 있다. 두터운 신뢰만큼 작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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