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정철의 불법사전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불법사전] .

이 짧막한 제목의 책을 만나게 된 건 우연적인 일이었다. 가끔 여행을 가거나 길을 가다가 혹은 약속 시간이 남아 잠시 들른 곳에서 좋은 책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미리 봐 둔 책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더 좋은 책으로 보일때가 있다. 

[불법사전]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히 서점에 들렀을 때였다.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어서도 아니고 서점나들이를 계획했던 날도 아니었는데, 그날은 뭣에 홀린 듯 문고에 잠시 들르게 되었다. 20분 정도 둘러보고 나가야지 라고 마음먹었었다. 더 있으면 또 얼마나 많은 책을 사버리게 될지 하늘도 모를 일이될테니...

그래서 베스트셀러 코너 앞에서만 서성이며 팔을 뺄 수 없게 팔짱을 끼고 제목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베스트셀러 뒷쪽 선반에 놓인 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딱 네자. 불법사전.

무엇에 대한 내용이길래 사전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왜 불법사전인 것인지 궁금해져서 그만 팔짱을 풀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지갑을 열게 되었고 문고를 나설때 내 옆구리엔 책이 끼워져 있었다. 나는 정말 서점에만 가면 마법에 걸리나보다. 

불법사전은 그림만 구경해도 재미있다. 광수생각처럼 저자의 생각들이 담겨 있는데, 이렇게 누군가의 기발한 생각을 구경하는 일은 재미난 일이기 때문이다. 한 카피라이터가 출판한 [1cm]라는 책을 상상력이 고갈될때면 다시금 꺼내보는데 언제봐도 신선함이 묻어나서 좋은 책이다. 마찬가지로 불법사전은 일상의 생각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인상적인 한 문장이 페이지를 다 덮고 나서도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자살. 세상에서 나를 지우는 일....

그래서 작년부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자신을 지우고 있는 것일까. 약간은 멋진 듯한 표현이지만 다시 보면 너무나 슬픈 표현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누군가의 무엇이 되어 있는데, 허락도 받지 않고 모두를 슬프게 하면서까지 세상에서 나를 스스로 지우다니....

세상에서 누군가가 지워지지 않도록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면 안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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