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감동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기교로만 쓴 소설에서 반전에 대한 감탄 외에 감동없이 책을 덮게 되면 그 이야기는 하루만에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린다. 하지만 일상을 노래하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들이 있다. 

[엄마의 은행통장]도 그 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엄마가 세상 모든 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란다. 그 첫번째 콩껍질이 깨어지는 나이는 20살. 어른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평범함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30대가 지나면 엄마는 점점 보살펴야 할 대상으로 변한다. 우리의 키자람이 엄마의 어깨를 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녀는 더이상 엄마가 아니라 여자가 된다. 

엄마의 은행통장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나 [내 생애 가장 따뜻했던 날들]에서와 같은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일부러 잘 쓰려고 만든 소설이 아닌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은 그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생의 선물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의 은행통장은 아이들에게 불안의 요소를 덜기 위해 생각해낸 엄마만의 방법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나 잔돈이 없어질 때조차도 "그래, 우리에겐 은행의 돈이 아직 남아 있어."라며 절망하지 않는다. 많이 배우거나 아름다운 엄마라는 표현은 없지만 이 작은 대목에서도 우리는 엄마가 얼마나 지혜로운 사람인지 알게 된다. 사실 엄마는 평생 은행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며 통장을 만들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작은 상상은 아이들에게 긍정의 효과라는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넉넉하진 못해도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는 엄마. 나쁜 일 속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엄마. 딸의 생일과 다과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 우리가 바라는 엄마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드럽지만 강한 외유내강형의 최고봉인 엄마상이다. 

사실 엄마의 은행통장이라는 제목만 들었을때엔 아이들을 위한 경제서인줄 알았었다. 부자아빠 시리즈처럼 엄마가 심어주는 경제원리 내지는 개념 정도가 포함된 아동용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읽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했을만큼 좋은 소설이었다. 

좋은 것은 소문내고 다니는 성격인지라 이 책은 한 동안 내 소문 리스트의 1위에 등극되어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의 기교 - 개정판
데이비드 로지 지음, 권은.김경수 옮김 / 역락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법서도 자꾸 읽다보면 도가 트이는 모양이다. 애초에 작법이라는 게 장르마다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한 장르속에서 말하게 되는 것은 누구의 입을 빌리든 공통내용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동일 장르의 작법서를 많이 구경하다보니 괜찮은 작법서와 반복되는 내용외에 별다른 특이성이 없는 작법서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서재의 책장이 자꾸 좁아져서 지인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상당수의 작법서도 골라 나누어 주었다. 내겐 꼭 필요한 작법서만 구비해 놓으면 되겠다는 마음을 들게 만든 훌륭한 작법서들은 여전히 책장에 터줏대감 앉아 있듯 모셔져 있지만.
그 책 중 한 권이 바로 데이비드 로지의 [소설의 기교]다. 구경하면서 구매만 해놓고 도통 읽을 시간이 없었던 이 책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정독하는데 꼬박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좋은 내용이 많아 흘려 읽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법서란 이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 놓고도 사이사이 꺼내읽기 마련인 책들이다. 필요할때마다 필요구간을 찾아 읽는 것은 흡사 사전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이며 명예교수로 재직했으나 현재는 전업작가로 활동중인 데이비드 로지. 그는 같은 내용을 다르게 포장해서 더 쉽고 재미나게 작법을 풀어놓고 있는데 딱딱하지 않아서 좋고 언제나 시작은 풍성하게 작품 예시로 해서 더욱더 마음에 들어버렸다. 

서사문학인 소설의 수수께끼 효과와 서스펜스 효과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그동안 고민하고 있었던 문제의 해결점을 찾게 된 것만 같아 "심봤다!!"를 외쳐버렸고, 인과성과 시간성은 적절하게 풀어져 있어 급히 메모하게 만들었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같은 말을 해도 감탄할만큼 마음에 담기게 만드는데, 글도 마찬가지다. 같은 내용으로 써도 누군가의 풀이는 머릿속으로 직행하게 만드는 마법이 발휘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왕국 대가야
매일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 창해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드라마 김수로의 첫회분을 본방시청하면서 고령군 지산동 고분이 떠올려졌다. 친구와 함께 다녀왔던 유적지인데, 국가의 유지시기와는 반대로 가야유적이 너무나 적은 듯 하여 마음이 불편했었다. 조선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어온 가야사. 우리는 그들을 어디쯤에서 잃어버린 것일까. 

1977년과 78년 고령군 지산동 44화, 45호 고분에서 껴묻이 뼈,토기, 철기 등의 유적과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연구자가 적고 규명하기 어려워 외면되어왔던 "가야사"가 기염을 토하는 중이었다. 1500년전의 "신비의 왕국"인 가야. 562년 신라에 합병되면서 그 빛을 잃었지만 이 만신창이가 된 가야사에 관심 갖는 이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만약 전공을 바꿔 문화인류학에 종사하게 되었다면 나는 이 가야사에 올인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가야는 내게 트로이 유적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껴묻이" 즉 순장을 통해 강력한 왕권을 보여주고 있고 고유의 악기를 만들어냈다. 

물론 도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합법적 도굴"을 자행했던 일본에게 빼앗긴 유물은 우리가 감히 꿈에서도 복원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들은 언제나 약탈자였다. 반대로 말하자면 언제나 그들은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쯤은 진정이 되기 시작했지만....그래도 우리의 역사를 도둑질 해 간 것에 대해서 그들은 후대까지 손가락질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 합법적인 도둑질 앞에 합법적인 손가락질을.

무덤을 극락으로 본 그들은 무덤 속 천장에 연꽃 문양을 넣어 아주 아름답게 장식하기도 했다. 드라마에도 처음부터 등장하지만 정견모주를 여신으로 삼고 하늘 신 이비가와 그녀가 함께 수로왕을 낳았다는 탄생신화를 가진 그들. 천손의 자식이라는 의미는 그들의 왕권 강화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엿을 것이다. 특이한 점은 고령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다는 어정이다. 천년의 세월을 지나 여전히 물이 샘솟고 있는 것도 놀랍지만 초등학교 운동장에 이런 유적이 있다니.....뭐라고 말해야 할까.

책 속의 글들은 매일 신문에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아! 대가야]라는 이름으로 1년간 연재되었던 연재물의 보완이다. 연재물을 매일매일 보았다면 더 신났겠지만 늦더라도 이렇게 책으로 구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 

가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역사의 관심을 꺼지는 촛불로 만들지 말고 지속시킬 수 있는 방향점을 찾는 것도 관계자들의 숙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 1
김종록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종대왕의 비밀병기, 장영실.

어린시절 위인전에서 본 장영실의 결말은 어색했다.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임금의 가마가 조금 부서졌다고해서 그가 내쳐진다는 사실은 말이 안되어 보였다. 더군다나 그는 세종이 그토록 아끼는 과학자가 아니었던가. 임금이 바뀐것도 아니고 신하들이 정권을 쥐락펴락하는 치세도 아닐진데 세종은 왜 장영실을 그토록 야박하게 내처버렸을까. 그것이 궁금했었다. 

몇해전 장영실에 대한 드라마를 보다가 말면서 그 궁금증은 더해졌는데, 바빠서 챙겨보지 못했던 드라마의 결말이 어떻게 끝나버렸는지 알길이 없어져 버렸다. 결국 [풍수]의 작가 김종록이 쓴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 2권을 읽으면서 그 궁금증을 풀어내리기에 이르렀다. 

한 인물에 대해 이토록 궁금증이 많이 일게 되는 까닭은 그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노비로 태어났고 면천을 지나 벼슬길에 올랐다. 세종이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했으나 그의 재주를 하늘이 아까워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된다. 굴곡이 많은 삶을 살아가는 당사자는 너무 힘겨웠을텐데 바라보는 우리들은 그의 고비들이 갈등이 되어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런 점에선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는 많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닌가. 

그 자체적으로도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다갔지만 세종과 엮이면서 그의 인생은 한층 다른 색이 입혀졌다. 세종과 장영실. 세종은 참 많은 인재들과 엮여 있는 행복한 성군이다. 그가 성군일 수 있는 까닭은 수만가지였겠으나 그 중 으뜸은 모여든 인맥들 때문은 아닐까.  어른들말씀을 빌자면 그는 인복이 있는 사람이었고 사람의 재주를 알아볼 줄 아는 리더였다. 

누군가가 그랬었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가장 큰 복이 무엇이냐면 나를 알아주는 회사를 만나는 일이라고. 그래서였을까 장영실은 정말 신명나게 일한 듯 보인다. 비록 1442년 5월 3일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이 직첩을 빼앗기고 곤장 80대에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으나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억울함 보다는 행복한 나날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제목처럼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을까. 그 궁금증을 떠안고 2권으로 넘어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생각하는 은퇴경제학
전기보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말드라마 [민들레 가족]을 보면서 대기업 임원의 퇴직도 참 초라하고 쓸쓸하구나 라고 느꼈었다. 드라마니 극의 재미를 위해 극대화 되는 바가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나보다. 

[다시 생각하는 은퇴 경제학]의 서문에서 저자 전기보소장은 너무 일찍 다가왔던 48세의 자신의 은퇴담을 말하는데 꼭 드라마 속 배우 유동근의 은퇴 모습과 닮아 있다. 인생은 그런 것이고, 현실은 비슷비슷하나보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요즘 은퇴란 어떤 의미로 해석되어져야 할까. 직장을 퇴직하는 노년의 시기? 라고 표현하는 건 너무 구태의연한 것이 아닐까. 적어도 직장을 퇴직하는 마지막 시기 나 나이 상관없이 회사를 그만다니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시기가 바로 은퇴의 시점이 되고 있다. 아예 은퇴라는 말을 평생 들을 필요없는 20~30대가 있기도 하지만.

예전 아버지 세대에게 은퇴란 단어는 단두대라는 단어처럼 벼랑끝에 몰리게 만드는 참 무서운 단어다. 하지만 요즘엔 능력에 따라 은퇴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떠오르는 여러명 중에 나는 전기보 소장의 책을 펼쳐들었다. 

동업으로 창업한 회사도 없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49세에 박사학위를 따고 전임 교수가 되었고 여러 방송 매체에서 강의를 하고 저서를 내는 등 은퇴 이후에는 다시는 은퇴가 없을 전문 프리랜서가 되어 활발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행복한 은퇴학. 경제학과 접목되어 마치 그의 강의를 듣듯 읽어나가다 보면 똑똑하게 은퇴 계획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될 것이다. 또한 부록으로 첨부된 행복한 은퇴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 편에서는 동료의 성공담을 듣는 것처럼 부러움반 편안함반으로 그들의 제2의 인생을 지켜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은 보상이라는 말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 일 함으로써 동료가 생기고 목적 있는 삶이 제공된다. 만족 역시 일하는 가운데 창출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주어진 일이 고맙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좋아하는 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그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그의 강의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나는 남녀불문하고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게 될 것 같다. 앞으로는. 

진짜 인생은 은퇴 후 50년에 달려 있다~!!당신의 삶에서 결코 은퇴하지 마라~!!는 저자의 적극적인 충고에 붉은 마크를 달아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